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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비공
작품등록일 :
2006.10.22 23:49
최근연재일 :
2006.10.22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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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9.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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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아귀(餓鬼)

DUMMY

주점은 도처에서 어구적 되면 무엇을 씹는 소리로 가득했다. 여관을 중심으로 몇 개의 건물 밑, 지하에 만들어진 주점은 한쪽이 무너져 하늘이 보였고, 무너진 구멍에는 거대한 물체가 놓여있었다. 아귀들은 그 물체에 달라붙어 씹어 먹는다. 빽빽이 달라붙은 아귀들 때문에 물체의 모습을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켁켁거리며 토하는 한 아귀가 물체에서 떨어져 나와 경련하더니 쓰러진다. 하지만 쓰러진 아귀도 다른 아귀의 음식이 되어버리고 떨어진 자리도 금세 매 꾸어진다. 주점의 일렁이는 불빛으로 아귀가 잠시 떨어진 자리에 비춰진 것은 얼굴이었다. 핏기를 읽어버린 하얀 얼굴은 피를 갈구하는 백색으로 번들거렸다. 본체로 현신한 혈귀의 치사, 이지미 여신의 종복이었다.


끝내, 그녀는 아귀들에게 죽음을 당했다. 자신이 창조한 피조물들은 그들의 창조자를 죽이고 그녀의 피와 살을 먹었다. 그녀의 피는 독이었다. 피에 닿는 것은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귀들은 단지 배고픔으로 독에 저항했다. 한 마리의 아귀가 피를 먹고 죽으면 다시 그 아귀를 먹은 아귀는 저항력이 생겼고, 2대 3대로 넘어가자 독혈조차 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주점 안은 아귀들을 제외하고 살아있는 흔적은 없었다. 주점을 통해 들어가는 비밀통로조차 한적하고, 조용했다. 모두의 소리가 죽어있었고, 아귀들은 정적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뒤쫓아 간 아귀들에게 먹혔다고 해도 쫓아 들어간 아귀들조차 주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정막이 길었다.


어두운 통로에서 발걸음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 때였다. 금속의 신발에서 나오는 소리와 함께 어둠속에서 어둠이 나왔다. 악마, 그것은 악마의 모습이었다. 두 개의 날카로운 뿔과 이마에 세로로 찢어진 눈, 뼈로 얽혀져 기형적으로 구부러진 두 개의 날개, 칼날 같은 손톱과 한발자국마다 돌바닥에 흔적을 만드는 청동색 야수의 발, 피부는 비늘처럼 두껍고 단단한 갑질로 이루어진, 살육을 위해 진화된 야수였다.


"으으윽"


악마의 한손에는 사람이 들려줘 있다. 한쪽 팔과 다리는 잘려나갔고, 옆구리도 뜯어져 나갔지만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악마는 사람의 신음에 돌아보고, 자신을 경계하는 아귀들을 봤다. 주점은 무너져있어 나갈 길은 아귀들이 차지한 구멍뿐이었다.


"잠시만 기다려"


사람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나온 목소리는 칸이었다. 탁하고 거칠지만, 낮고 깊은 울림은 변하지 않았다. 아귀들은 하나둘 혈귀의 시체에서 박은 머리를 빼냈다. 악마로 변태한 칸의 투기에 순간, 배고픔조차 느끼지 못했다.


칸은 살아남기 위해 시도한 변태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였다. 등 뒤에 간질거리는 날개의 느낌도, 제삼의 눈으로 보이는 적외선의 시야도 도움이 아니라 부담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몸 상태는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아니다"


싸움을 준비한 칸을 가리키며 한 아귀가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토론처럼 다른 아귀들의 입으로 거칠게 옮겨 다니고 웅성거림이 커졌다. 아니었다, 처음으로 아귀들은 먹을 수없는 살아있는 것을 보았다. 먹을 수 없다. 저것은 먹을 수없는 것이다. 혈귀조차 먹이로 생각하던 아귀들이 못 먹는다고 말한다.


모두의 입에서 아니라는 말이 나오자, 웅성거림은 멈추고 그들은 길을 열어준다. 먹을 수 없다면 싸움은 무의미했다. 그리고 칸에게도 싸움보다는 먼저 해야 할일이 있었다.



저택이 호두껍질처럼 쪼개져 나갔고, 대아귀는 저택의 조각들을 헤집으며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저택보다 더 커진 대아귀를 따라 허탈한 병사들의 눈만이 보였다. 때때로 짐승이 된 병사들이 대아귀에 이빨을 들이대지만 반 수 이상이 대아귀의 배속으로 사라져 보잘 것 없이 보였다.


"모두 대피시켰나?"


몸의 반쪽이 씹어 먹힌 남작이 말했다. 좋은 약수를 사용했기에 피는 멈췄지만, 몸 밖으로 보이는 뼈, 살점, 혈관, 신경들은 너덜거렸다.


"죄송합니다."


팔을 잃은 수하가 무릎을 꿇으며 비통해 했다.


"어쩔 수 없지, 대아귀가 신전까지 가기 전에 아내와 딸은 대피시켜라. 아란트성으로 가는 것이 좋겠지."


남작은 모든 것을 잃었다. 영지도, 병사도, 자신도 그리고 아들도 잃을 것이다. 하지만 딸이 살아있다면, 최소한 그의 가문은 이을 것이다. 여신의 치하에서 남성이 가문을 갖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찾는 것을 못 찾은 대아귀의 포효소리가 영지를 뒤흔든다. 불투명한 몸에는 아직도 소화되지 않은 전투갑충이 조금씩 녹고 있지만, 아직도 배고파 했다. 강철보다 더 단단한 전투갑충은 대아귀의 소화액에 반항하면서 조금씩 움찔거리지만 허기진 배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전투갑충이 대아귀에게 허무하게 당한 것은 대아귀가 강했기 도 했지만, 남작이나 벌써 소화되어 전투갑충 위에 뼈만 남은 운전자, 모두 방심했기 때문이었다. 전신이 강철보다 단단한 갑질로 이루어져 있고, 날렵하고 유연한 8개의 다리, 사방 360도를 모두 보는 막대처럼 나온 두 눈, 돌조차 잘라내는 거대한 가위 같은 두 팔을 가진 전투갑충이 막 대괴가 된 대아귀에게 당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십여 년간 전투를 치뤄보지 못한 운전자나 전투갑충이나 저택의 지하에서 나올 때 방심했고, 그것은 치명적이었다.


전투갑충이 나왔을 때, 습관이 되어야 할 경계가 없었다. 느긋하게 나오던 전투갑충을 먼저 덮친 것은 대아귀였고, 전투갑충을 덮은 대아귀는 전투갑충의 연한 틈새로 자신의 이빨을 들이밀고 몸 전체가 거대한 입이 되어 삼켜버렸다. 어처구니 없이 금방 끝난 전투였다. 한 순간의 방심이 부른 결과였다.


소년은 비밀 방 깊숙이 숨어있었다. 소년을 지키던 병사들은 모두 사라진 지 오래고 비밀 방을 비밀 방으로 만들어 주던 벽들도 부숴진 지 오래 였다. 킁킁거리는 그림자가 지나갈 때마다 소년은 주술의 도구를 움켜쥐고 떨었다. 그리고 마침내 벽돌조각이 치워지며 배고픔에 흉측해진 두 눈이 소년을 찾았다.


"안돼~"


치사는 어린 딸을 떨어뜨렸다. 딸은 울었고, 무정한 그녀의 두 눈은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심장이 반쯤 잘려진 듯 고통에 온몸을 떨었다. 신관들이 빠르게 아기를 보살피고 울음소리는 잦아졌지만, 엄마는 더 이상 신전 안에 있지 않았다. 그녀는 하얀 날개를 활짝 피고 저택을 향해 날아갔다.


"샤니아 일어나! 정신차려"


악마로 변신한 칸이 여관의 잔해에서 가족들을 찾았을 때, 모두들 무사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샤니아를 중심으로 모여있는 가족들은 샤니아를 흔들며 갑자기 쓰러진 그녀를 깨우기 위해 안감 힘을 썼다.


스윽하고 칸이 그녀들의 눈 앞으로 나오자, 잠시 여성들은 움찔했다가, 곳 그를 알아봤다. 향기, 여성들은 칸의 모습보다 그의 향기에 더 익숙해져 있기에 변했지만 칸을 몰라보지 않았다. 진하지만 담담하고 깊은 향기에 여성들은 조금은 정신을 차렸다.


"칸, 샤니아가 갑자기 쓰러져서 일어나질 않아요."


아리엘이 급하게 말했다.


"주술의 반작용이에요, 주술이 실패하면 그 반작용을 주술사가 받아요 하지만 이번처럼 심한 적은 없었어요 어떻게 하죠?"


데니아는 성급하게 칸에게 말했다. 어느새 그에게 의지하게 된 데니아는 칸이 주술을 모른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영혼이 끌려갔어"


아리가 어렵게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녀는 샤리아를 한 손으로 가리키고 다시 멀리 한 쪽을 가리킨다.


"저쪽으로 끌려갔어 영혼의 탯줄이 가늘게 보여"


아리는 힘들어 하며 치사의 권능을 짜냈다. 가이아를 배신한 후에 권능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힘은 닫혔다. 따라서 지금 그녀가 사용하는 권능의 힘은 그녀의 얼마남지 않은 체력을 끌어 쓰는 것이기에 고통은 신경을 조각 내는 것처럼 심했고, 단순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온몸이 떨리고 땀에 흠뻑 젖었다.


칸에게는 영혼의 탯줄을 보는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아리가 가리키자 이마가 따끔거리며 희미하게 반짝이는 탯줄이 보였다. 이마에 붙은 제3의 눈이 부여한 힘이었다. 집중하면 집중할 수록 탯줄이 뚜렸하게 보였다.


"기다려"


달려나가는 칸의 몸놀림은 어느 때보다 빨랐고, 멀리 사라지는 칸의 흔적을 쫓으며, 여성들은 초조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반투명으로 보이는 대아귀의 몸 속에서 소년은 살아있었고, 소년이 들고 있는 주술도구에 샤니아의 영혼은 메여있었다. 대아귀는 멈춰있었다. 소아귀들조차 멈춰서 꿈꾸는 듯한 눈으로 맛을 음미했다.


"아~ 맛있다."


터져 나온 한 아귀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가장 맛있었다. 피보다 살보다 뼈보다 술과 열매당보다 맛있었다. 액체, 아주 작은 액체 한 방울이 이 모든 아귀들의 거대한 공허를 채웠다.


칸이 도착했을 때, 치사는 하늘 위에서 울부짖으며 애원하고 있었다.


"아가, 내 아가를 돌려줘"


대아귀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단지, 그녀의 가슴을 뚫어져라 처다 볼 뿐이었다.


"내 소중한 아가를 돌려줘"


치사의 울부짖음은 모두의 가슴에 묵직한 무엇을 남겼고, 무엇을 일깨웠다.


"멍청한 년, 빨리 데려가!"


남작은 치사를 향해 고함을 쳤지만 아무도 그 말에 반응하지 못했다. 치사의 목소리는 처절한 주박이 되어 모두를 땅에 묶었다. 평치사에 불과한 치사가 대치사에 버금가는 권능의 언으로 모두에게, 하늘과 땅, 나무와 돌, 강과 바람에게 부탁하고 있었다.


"가슴"


소아귀들 중에 한 명이 말하고 몸이 터져나갔다. 악마가 검은 그림자를 이끌고 대아귀를 향해 일직선으로 아귀들의 피로 길을 만들었다. 날카로운 손톱은 칼날이 되어 소아귀들의 뼈까지 잘라버리고, 기형적인 날개는 바람을 일으키며 더 빠르게 그를 옮긴다. 그에게 밟힌 것들은 짓이겨져 땅에 흔적을 남겼다.


"가슴"


그러나 한번 터져 나온 소리는 열병이 되어 빠르게 전파되었다. 몸이 박살이나 머리만 남은 입이 말하고, 다리와 팔에 달린 입에서도 나온다.


"젖가슴"


그리고 거대한 대아귀에게 달린 999개의 입들이 말하기 시작하자, 444명의 아귀들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귀들의 합창소리는 치사에게 달라고 칭얼되는 아이 같았다. 그러나 치사는 이해하지 못했다.


"아가를 돌려줘"


치사는 처절하게 어미의 목소리로 외쳤다.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피눈물이 되도록 목메어 아이를 찾았다.


"젖을 줘"


칸이 대아귀의 가슴을 갈랐을 때도 대아귀는 신경 쓰지도 않고 치사에게 말했다. 그리고 칸은 질퍽질퍽한 대아귀의 살에 엉겨 붙은 손톱을 보며, 살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나 진한 욕망, 죽음을 거부하고 달라붙는 욕념은 살기를 너머 삶의 애착으로 질겼다. 자르고 갈라도 죽지않는 배고픔이 칼날의 죽음을 밀어냈다.


"따뜻한 가슴"


아귀들도 간절히 소리쳤다. 맛난 음식을 원하고 있었다.


칸은 선택해야 했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귀들의 재촉에 치사가 허망한 눈으로 바라보다 가슴을 풀어헤쳤을 때에도, 아귀들과 이어진 문은 열리지 않고 굳게 잠긴 철문처럼 요지부동이었다. 인과의 끈이 거미줄처럼 이어져 문을 얽어 맸고, 칸은 문을 열기위해 인과를 끊어야 했다.


옷 사이로 치사의 어미 되어 풍만한 하얀 가슴이 도드라지게도 나타났다.


칸은 인과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마음의 칼날을 불렀다.


나락은 거칠게 반항했다. 그러나 칸은 고개를 저었다. 한번, 얼마 전 나락을 위해 양보했었다. 달빛검에 심장이 뚫리면서도 인과를 끊지 않기 위해 양보했었다. 나락은 다시 한번 칸에게 부탁하지만 칸은 두 번의 양보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작은 검을 들어 자신의 가슴을 잘랐다.


"여기 가슴, 아가를 돌려줘"


피가 뚝뚝 떨어진다.

피가 그녀의 상체를 적시고 땅으로 흘러내렸지만 가슴 깊숙이 흐르는 고통에 잘려진 가슴의 고통을 잊었다.


마음의 칼날이 멈췄다. 인과의 끈, 가늘게 떨고 있는 우주의 질서, 법칙은 멈춰진 칸의 심검 앞에 창백해져 있었다.


아귀들은 내밀어진 치사의 젖가슴을 떨리는 손으로 받았다. 그리고 손에서 손으로 잘려진 젖가슴을 자신의 심장인양 조심스럽게 이어받아 대아귀에게로 보낸다.


"젖가슴 맛있는 거"


혀를 내밀고 침을 흘리며 헐떡이지만 누구도 맛을 보지는 않았다. 마치 신성한 물건을 만지듯 조심스럽게 옮겼다. 마침내 대아귀는 젖가슴을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핥았다. 젖가슴에는 짙은 혈향만 남았을 뿐 달콤한 젖 냄새는 없었다.


"맛있다"


그러나 아귀들에게는 달랐다. 무엇인가 깊숙이 스며들었다. 대아귀의 눈에서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졌고 잘려진 젖가슴에도 물방울이 떨어졌다.


"맛있어"


모든 아귀들이 말했다. 한 목소리로 찬양했다. 한 마음이 되어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정지된 듯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아귀들도, 병사들도, 신관도, 남작도, 호기심에 몰려온 주민들도, 칸을 쫓아온 여성들도, 그리고 칸까지 멈췄다.


"아가 아가"


다만 치사만이 아이를 찾아 피 흘리며 대아귀에게 다가갈 뿐이었다.


"엄마?"


갑자기 아귀 중에 한명이 외쳤다.

그리고


"엄마 엄마"


모든 아귀들이 소리쳤다.


"아가 내 아가"


치사는 자신의 아이 소린 듯 외쳤다. 피로 물든 치사의 눈은 멀었고, 귀는 아기의 목소리만 원했다.


"엄마 엄마"


아귀들은 칭얼됐다.


"아가 아가"


그리고 대답하는 치사의 목소리에 행복해 했다.

가장 맛있는 것

그들이 찾고 있던 것을 얻었다.


"엄마 엄마"


그들은 만족했다. 배불리 먹고 따뜻한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들처럼 만족했다. 따뜻한 바람이 그들을 품었다. 치사의 심장에서 불어온 바람이 영지를 감쌌다. 모두 그 안에서 따뜻함을 느꼈다. 안온함, 부드러움, 편안함, 평화, 느려지는 시간들이 두 눈을 무겁게 만들고 모두를 부드럽게 가라앉혔다.


"졸려 잘레"


아귀들은 졸음에 겨워했다. 그리고 한 명씩 꾸벅꾸벅 졸았다. 배부른고 따뜻함에 영원한 잠 속으로 빠지듯이 잠들어 갔다. 잠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꿈을 꾸었다. 자신들이 꿈꾸고 싶었던 가장 행복한 꿈을 꾸었다. 꿈은 하늘로 하늘로 올라간다. 소리 내어 무엇을 부르며, 올라간다.


그때 다리가 내려왔다, 물빛 다리가 놓였다.


"강이다 강이 내려온다."


사람들은 소리쳤다.

레테의 강이 내려왔다. 하늘에서 작은 물줄기들이 내려와 모이며 큰 흐름이 되었다. 강이 였다. 꺼꾸로 흐르는 강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가자구나'


아귀들에게 속삭였다.


"으응?"


아귀들은 졸음에 겨워 뒤척이며 강에 녹아 든다. 마치 소금인형처럼 강속으로 사라진다. 한 명 두 명, 모든 아귀들이 빛을 내는 반짝이가 되어간다.


"엄마"

"아가야"


그리고 간절한 기도처럼 어미는 아기를 잡았다. 죽음과 부활의 강에서 어미는 아기를 꺼낸다.

강은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지상에서 아귀들의 흔적을 모두 지우고 허공으로 올라간다. 강이 흘러간다. 사람들은 흔들리는 마음을 느낀다.

강은 유혹한다 가자, 가자고.

하지만 사람들은 망설인다. 아직은 아직은.

망설이는 사이에 강은 떠나버렸다. 사람들은 아쉬움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엄마는 달 그늘에 콩 따러 가고

아가는 강이 들려주는 노래에 잠이 든다네.

잠든 아가는 살랑이는 강물 따라 달빛나비 찾아가고,

품안 가득 아가 줄 콩 따온 엄마는 아가 찾아 헤맨다네.'


아리엘은 노래를 불렀다. 데니아의 품안에서 샤니아는 자장가에 잠이 들었고 칼리의 달빛도, 부숴진 폐허도, 피 흘리는 사람들도 노래 소리에 취했다.


"무지개야 무지개가 떴어"


하늘 가득히 무지개가 떴다. 저승과 이승을 잇는 커다란 무지개가 영혼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



아귀의 장은 개인적으로 고생을 많이 한 장면입니다. 필력이 딸려서 9개월이나 연중했습니다. 머릿속에 이미지는 있지만 글로 써지지 않아 몇 십번을 쓰고 지우다. 포기 하고 쓴 글입니다. 아직도 수정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지만 손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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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애욕(愛慾) +9 06.08.31 8,535 52 8쪽
49 애욕(愛慾) +18 06.08.31 8,578 54 12쪽
48 애욕(愛慾) +17 06.08.31 8,534 5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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