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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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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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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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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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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 1 장 노예 소녀 (1)

DUMMY

해가 뜨면 가장 먼저 비치는 밭. 도저히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 거대한 밭의 끝에 저택이 하나 있었다. 붉은 벽돌과 하얀 기둥으로 우아함을 뽐내는 저택은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튀어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리고 뒤로 우뚝 솟아있는 키소스 산맥. 아직 한여름인지라 푸르기만 한 키소스의 모습은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밭에서 시작해서 키소스 산맥까지. 이것이 드레이커 저택의 아침이었다.


아침 햇살이 거대한 창문들을 통해 들어왔다. 햇빛이 밝혀 주는 넓은 방. 중간에는 방의 쓰임새를 알려주는 기다란 다이닝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테이블 위로는 식사시간이라 차가 담긴 고급스러운 찻잔과 깔끔하면서도 호화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있었다.


하지만 이 기다란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사람은 단 한 명이었다. 에릭 드레이커. 나이로 어느덧 쉰이 다 되어가는 그는 아스가르드에서 왕족 다음으로 권위 있는 드레이커 가문의 가주였다. 하지만 1년 전 병으로 돌아간 아내와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외아들 때문에 그는 홀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


“식사는 어떠셨는지요?”


에릭이 냅킨으로 입가를 닦자 집사 앨버트가 항상 그래 왔듯 물었다.


“그저 그렇지 뭐.”


에릭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창가로 걸어갔다. 창문 밖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밭과 이른 아침부터 밭일에 종사하는 노예들이 보였다. 농업 중심인 아스가르드에선 땅의 넓이와 노예의 숫자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앨버트는 공작이 식사를 마치자 아침 전달 사항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궁에 갈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세드릭은?”


에릭의 질문에 앨버트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직 연락이 없습니다.”

“약혼녀의 생일에 오지도 않는 약혼자가 어디 있나?”


에릭은 골칫거리 아들을 때문에 한숨을 쉬며 밖을 바라보았다.


“다음은?”


앨버트는 다시 곤란해졌다. 전달할 내용은 앞으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세드릭 도련님이 공주님의 생신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소식보다 더 나쁜 소식일 수도 있었다.


“뭐지? 다음이라 그러지 않았나?”


에릭이 머뭇거리는 앨버트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에 앨버트는 침을 꿀꺽 삼켰다.


“노, 노예 2명이 탈출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바로 처리했으나, 다른 한 명은 놓쳐버렸습니다.”

“사일로에서 노예 둘을 주문하면 되겠군. 다음은?”


에릭은 별일 아니라며 고개를 창가로 돌렸으나 앨버트의 보고는 끝나지 않았다.


“그 도망간 한 명이 ‘티나’라고 합니다.”

“뭣이?!”


앨버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에릭이 놀라 외쳤다. 일그러진 얼굴 위로 주름들이 더욱 뚜렷이 드러났다.


“그게 확실한가?”

“어제 경비를 섰던 자가 여자를 가리켜 ‘티나’라 부르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뇌(雷) 계열의 마법을 썼다고 보고했습니다. 아침에 그녀가 있을만한 장소를 모두 뒤져봤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앨버트는 그녀가 빛의 기둥을 타고 사라졌다는 사실을 굳이 보고하지 않았다. 기타 내용 없이도 공작에게 있어서 티나의 탈출은 이미 큰 고민거리임이 분명했다.


“수배해서라도 찾아와!”


에릭이 이성을 잃으며 소리치자 앨버트는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허둥지둥 방에서 나갔다. 홀로 남게 된 에릭은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침부터 두통이 밀려왔다. 하필 지금 같은 때에... 그는 평온치 않은 마음으로 낮게 중얼거렸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에 당장...!”





드레이커 영지인 바톤로그에서 조금 떨어진 북쪽의 마을 톨가. 어떻게 보면 이곳도 드레이커 영지 일부였지만 워낙 외진 곳에 있다 보니 드레이커 공작이 거의 잊고 지낼 정도의 마을이었다. 그저 1년에 두 번 마을의 영주로부터 보고를 받을 정도. 그렇기에 마을은 그 어떤 웅장함도 고귀함도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 불과했다. 집도 작고 마을 주민도 기껏 해봐야 오백 명 정도가 전부인, 그런 작은 마을 말이다.


이 마을의 아침 또한 드레이커 저택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다.


“으아악~!”


고함과 함께 뭔가 쿵 하고 떨어지는 소리에 지붕 위에서 휴식을 잠시 취하던 새들이 놀라 날아갔다. 하지만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 리 없는 청년은 그저 눈을 껌뻑이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분명 잘 때는 침대 위였으나 지금은 방바닥에 누워있었다.


“뭐, 뭐야 그건···”


지크는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몸이 땀으로 범벅이었다. 뭔가 굉장히 무서운 꿈을 꾼 것 같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일어날 거면 좀 조용히 일어나라!”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아버지의 고함에 지크는 자세를 잡고 일어났다. 아무리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 봐도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기억해내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기억해 봐야 기분만 우울해질 거라고. 결국, 그는 뒤숭숭한 꿈 따위는 접기로 하고 옷을 갈아입어 아래로 내려갔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버지.”

“그래, 잘 잤냐, 바보 아들. 빨리 씻고 와, 밥 먹게.”


부엌에서 아침을 만들고 있던 그의 아버지, 그레그가 말했다. 지크는 그의 말에 군말 없이 집 밖으로 나갔다. 구름 한 점 없는 화창한 날씨였다.


“훈련하기에 너무 좋은 날인걸.”


지크가 하늘을 향해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그의 나이는 어느덧 열여덟, 며칠만 더 지나면 열아홉이 된다. 도시에서 자랐다면 벌써 사관학교에 들어가고도 한참 남을 나이. 하지만 톨가에서 자란 나머지 그는 여전히 시골구석에서 나무꾼인 아버지를 도와 나무 베는 일만 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꿈을 저버린 것은 아니다. 언젠가 될 최고의 기사를 목표로 그는 지금도 틈만 나면 꾸준히 수련을 쌓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마을에서 최강이 되면 사관학교에 넣어준다니까. 이 작은 마을에서조차 위에 서지 못하는 놈이 무슨 수로 아스가르드 최고의 기사가 되겠다는 거야?”


아침부터 듣는 말에 그레그는 습관처럼 대답했다. 이번만 해도 만 번째 반대일 것이다. 하지만 지크는 포기하지 않았다. 만 번이고, 천만 번이고 그는 꼭 허락을 받아 기사가 돼야 했다. 그것도 아스가르드 제일의 기사가.


“하지만 말이에요, 사람이라면 누구든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 거 아니에요. 사관학교에 들어갈 실력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요. 들어가면 더 강해질 거고··· 열네 살에 보통 시작하는 사관학교를 스물이 넘은 나이로 들어가면 사람들이 뭘로 보겠어요?”

“그럼 네가 처음으로 하면 되지, 뭘 그 정도 갖고 그러냐?”


그레그는 지크의 말에 한마디도 지지 않으며 마지막 토스트를 먹었다. 그에 지크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레그는 지크의 다음 행동까지 파악하고 있었지만 예의상 물었다.


“어디 가냐?”

“수련하러 갑니다.”

“밥은 더 먹지 그러냐? 칼 휘두를 힘도 없겠다.”

“이미 배부릅니다.”

“일은?”

“나중에 하면 되잖아요!”


지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치며 수련용 검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문은 또 얼마나 세게 닫던지 집안 전체에 울릴 정도였다. 그레그는 닫힌 문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저 자식, 설거지도 안 하고 나가요.”





“망할 아버지.”


지크는 자신을 마을에 묶고 있는 아버지를 원망하며 집 근처의 숲에서 수련을 계속했다. 이렇게 혼자 훈련하는 것도 한계였다. 왜 아직도 사관학교에 들어가선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관학교는 보통 14살 때 들어가지 않는가? 거기다 비록 첫 번째는 아니어도 두 번째만큼은 확실했다. 또래 중에선 가장 강했다. 그의 근육은 이제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로 탄탄했고, 스피드와 민첩성 또한 절대 뒤지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 단순한 사냥이 아니라 몬스터와도 싸우고 싶었고, 나라를 구하는 영웅도 되고 싶었다. 소문에 의하면 이 나라 제1왕녀, 아네스 공주는 상당한 미인이랬다. 비록 안보다는 못하겠지만 그런 공주를 위해 싸우는 것도 그럴싸하지 않을까. 그러나 생각만 하면 뭐하나, 그는 여전히 이 시골구석에 처박혀있었다.


“응?”


그는 하던 수련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숲 안쪽으로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처음엔 그저 토끼겠지 생각했지만, 잠시 후 생각을 바꾸고 소리가 난 쪽으로 조심히 걸어갔다. 맹수일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양손에 수련용 검을 꽉 쥐었고, 가능한 소리를 죽이며 풀들을 헤쳤다.


곧 눈앞에 커다란 공터가 펼쳤다. 햇빛이 유달리 많이 들어왔기에 빛을 눈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약간 걸렸다. 그리고 눈이 적응되자 공터 중간에 쓰러진 한 사람을 발견했다.


“이, 이봐요!”


지크가 놀라 달려갔다. 맹수의 위험은 잊은 지 오래였다. 가까이 가자 기다란 금발 머리칼이 보였다. 노예족 엘레마의 상징인 금발 머리카락. 하지만 지크는 말로만 들어봤을 뿐 실제로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시골에서 노예를 거느리고 살 정도의 부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거트렌 영주 정도 밖에 없었다. 보통 때라면 호기심에 좀 더 구경이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입고 있는 치마가 피범벅이었다. 어디 심하게 다친 게 분명했다.


“이봐, 정신··· 크아악~!”


여성을 부추기려던 도중 그녀의 품 안에서 떨어진 것을 보자 기겁하며 뒷걸음쳤다. 사람의 머리였다. 눈을 감고 있는 창백한 얼굴은 피가 다 말랐는지 풀밭을 굴러다니는데도 핏자국 하나 만들지 않았다.


“뭐, 뭐야 이 여잔···”


지크는 구른 머리만큼이나 새하얗게 된 얼굴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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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9) 20.09.16 23 0 8쪽
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133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9 0 9쪽
132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6) +1 20.09.12 25 1 17쪽
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7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5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5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8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4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5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9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3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4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6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3 0 10쪽
115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7) 20.07.13 21 0 13쪽
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4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21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4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3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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