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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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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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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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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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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DUMMY

“이렇게나 시끄럽게 들어오다니. 암살자로 실격이구만.”


의자에 앉아있던 남자가 재미있는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하지만 마틴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상대방을 노려보았다.


“빅터.”


마틴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콤비 플레이로 유명한 가더와 닉스, 그리고 같은 스피드 계열인 덴트.

전부 시간대는 다르지만 임무 도중 숨진 걸로 알려진 옛 동료들이다. 한편, 그들은 빅터의 가장 친한 측근들이기도 했다.


“멀쩡히 살아있었다면 소식이라도 전하지 그랬어?”


마틴은 가능한 오랜만에 만나는 동료들은 대하듯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 왜일 거라 생각해?”


낮게 웃는 빅터의 모습에 마틴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현실을 외면하는 척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되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믿고 싶지 않다. X에서 배신이 있었다니. 지난 8년을 함께 해왔는데.서로 생사를 넘나들며 수많은 전투를 함께 해왔으면서. 같이 먹고, 자고, 살면서 하나의 가족처럼 지내왔는데. 항상 같은 곳을 바라본다고 믿었었는데.

그 누구보다 신뢰하던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하다니.


“정보를 팔았나?”

“그런 거지.”


새도우라이트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배신의 상처로 어느덧 마음속엔 이대로 그의 목을 쳤으면 하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들 사이엔 암살자가 무려 3명이나 있었다. 거기다 모두 독 사용자. 아무리 자신이라도 저 셋을 상대로 상처 하나 없이 뚫고 갈 자신이 없었다.


“왜지? 타메르라면 누구보다 증오 했을 텐데, 우리의 이상이 마음에 안 들었나?”

“그래.”


빅터가 부정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맬컴의 ‘자유’는 그저 엘레마들이 타메르들과 평등한 사회에서 공존하는 거였어. 어째서지? 그만한 힘이 있었으면서 왜 겨우 공존에 만족하려했던 거지? 그들이 우리를 억압해왔던 만큼 우리도 그들을 밟아버리는 게 정상 아닌가?”


빅터가 차가운 눈으로 묻는 질문에 마틴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렇게 하면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야. 거기다 너도 결국엔 타메르와 손을 잡았잖아, 안 그래?”

“그건 아니지. 그건 꼭두각시에 불과해. 필요이상으로 기어오르면 버리면 그만인 꼭두각시 말이야.”


빅터의 말이 끝나자 뒤에서 소리가 났다. 열려있던 문 뒤로 루스리아의 영주, 위로엔 남작과 그를 잡고 있는 엘레마가 한 명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남작을 놓자 남작은 힘없이 쓰러졌다. 혈색이 없는 얼굴에 눈은 뒤집히고, 입은 벌려져있는 게 이미 오래 전에 죽은 듯 했다.


:라일형?:


마틴이 놀란 표정으로 다섯 번째 엘레마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라일이라 불린 남자는 말없이 그를 노려보았다.


“우리들 중에 리플하임 출신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나 보지?”


빅터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라일도 결국 너희 형제의 약한 이상보단 내 이상이 더 마음에 든 거다. 네게도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지.”


그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뜸을 드렸다.


“나와 손을 잡아라. 고작 평등 따위가 아닌 군림을 목표로, 우리 엘레마들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거다. 너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어.”


마틴은 예의상 생각하는 척이라도 했다. 1초도 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캐서린을 그렇게 만들고 잘도 설득하겠군.”

“크크크.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네 시선을 끌 수 있었을까? 그리고 마비로 끝내줬잖아. 충분히 죽일 수도 있었는데. 어때? 지금 네 곁에 있는 타메르들로는 성에 차지도 않잖아. 스스로를 깎는 행위라고.”


그에 마틴은 뒤의 일행을 힐끔 쳐다보았다.


“확실히 바보들의 집단이긴 하지.”

“저것이.”


케이가 일행의 대표로 말했다. 하지만 마틴은 어깨를 으쓱이며 빅터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배신자 집단보다 나아.”


빅터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조용해졌다.


“안타깝군. 너라면 이해할 거라 생각했는데. 동의하지 않겠다면 죽이는 수밖에.”

“그렇게 쉽게는 안 될 걸.”


어느덧 지크가 마틴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 그의 양손엔 노덤이 꽉 쥐어 있었다.


“혼자 온 게 아니거든.”


지크가 당당하게 말했지만 빅터는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현상금 사냥꾼, 케이 나이트와 엘시아 란츠. 그런데 정작 나서는 건 꼽사리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지크의 이마엔 힘줄이 돋았으나, 뒤에선 코웃음 소리가 여럿 들렸다. 그래도 웬일인지 마틴은 지크의 편을 들어주었다.


“너무 무시하지 않는 게 좋아. 저래보여도 왕으로 섬겨주는 자가 있을 정도니까.”

“왕?”


마틴의 말에 조용하던 라일이 입을 열었다. 그에 마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처음부터 왕은 두 명이었어.:


그에 라일은 잠시 흔들리는 눈동자로 지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다시 정신을 바로잡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


:라이하트인 이상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

:그럼 직접 확인해보지 그래?:


마틴은 그 말을 끝으로 섀도우라이트를 검집에서 꺼냈다. 빅터도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마다르를 찼다.


“라일을 설득시켜보려는 건가? 소용없는 짓일 텐데.”

“글쎄. 그건 두고 볼 일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암살단 모두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마틴 앞엔 빅터가, 케이 앞엔 가더와 닉스가, 엘시아 앞엔 덴트가, 그리고 지크의 앞엔 라일이 각자 무기를 들고 서있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창밖을 바라보던 캐서린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티나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는 캐서린과 마찬가지로 멀리 보이는 성을 바라보았다. 밝은 도시와는 달리 성은 그날따라 차갑고 어두워보였다.


“다들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캐서린은 그런 그녀를 힐끔 쳐다보다 다시 성을 바라보았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길.






“크윽.”


케이는 레이피어에 베이자 신음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났다. 검이 지나간 자리에서 붉은 선혈이 흘러 내렸다.

왜 자기만 2명인지. 실력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팀플레이가 뛰어난 콤비였다. 한명을 막았다 싶으면 바로 다른 녀석이 공격을 해왔고, 때론 둘이 동시에 공격하는 것 같으면서 뒤로 재치는 페이크도 잘 활용하고 있었다.

한명만 되면 문제도 아닐 일을 두 명이나 되니 곤란해 하는 케이였다.


그때, 뒤로 누가 다가왔다. 엘시아였다. 그녀도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지 상처가 군데군데 보였다. 마법만으론 안 되었는지 그녀의 손엔 사바신이 쥐어있었다.


“제법인데. 마법을 사용할 시간을 안 줘. 사바신도 꺼내다가 죽을 뻔 했다고.”


숨은 거칠어도 여유가 있는지 그녀가 말했다. 아직 견딜 수 있어보였다.


“몇 번이나 베였어?”

“글쎄...세 번 정도? 너는?”

“다섯 번.”

“내가 더 났네.”

“바보야, 난 상대가 두 명이라고. 계산은 바로 해야지.”


둘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입가엔 미소가 여전했다. 한동안 활동하지 않아서 그렇지, 콤비로 따지자면 그들도 뒤지지 않았다. 아니, 천하무적이다. 그들에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50만이지?”

“그럼~ 일인당 50만.”

“그럼 간만에 돈 좀 벌어볼까?”

“좋지!”






창!


라일은 이번에도 공격이 막히자 일단 뒤로 물러났다. 굉장한 몸놀림이다. 단 한번 벨 수만 있으면 독이 알아서 처리해 줄 텐데, 그 한 번의 기회조차 얻을 수 없었다.

아니, 기회가 정확히는 없지 않았다. 분명 검을 피해 살에 닿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자신의 검은 계속 튕기고 있었다.


‘바람의 갑옷인가...’


들어본 적은 있었다. 극소수의 마검사들만 사용하는 기술로, 자신의 마력으로 갑옷 비슷한 형태를 만들어 몸을 감싼다고 한다. 하지만 워낙 마력을 많이 쓰는데다, 매우 섬세한 작업이라 초고수의 마검사들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 들었다.


“마력을 잘 사용하시는군요.”

“아 그래요? 이번에 처음 사용해 보는 건데.”


라일의 칭찬에 지크가 태평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라일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자신의 공격을 매번 튕길 정도로 섬세한 갑옷을 이번에 처음으로 사용해본다니. 천재인건가. 아니면...


“...그게 왕의 힘인 겁니까.”

“그것보단 티나와 캐서린양이 저한테만큼은 해독제를 안 줬거든요. 왕이라면 충분히 없이도 싸울 수 있어야하지 않겠냐며 둘이 입을 맞추는 바람에. 은근히 호흡이 잘 맞더라고요.”


지크가 곤란해 하며 대답했다. 지크에겐 케이와 엘시아 같은 여유가 없다.

조금이라도 베였다간 독에 치명타를 입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러니 엘시아로부터 들은 이론으로 대처라도 하는 거였다. 상당히 잘 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저기 저도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지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에 라일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뭐죠?”

“왜 서로 싸우고 있죠?”


라일은 그의 질문에 움찔했다. 하지만 지크는 검을 쥐면서도 순수한 표정으로 물었다.


“8년 전 얘기는 들었어요. 마틴은 그로부터 변한 게 없는데, 왜 굳이 그를 상대로 싸우려는 거죠?”

“그건...”


그러다 라일은 말을 멈췄다.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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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9) 20.09.16 23 0 8쪽
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133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8 0 9쪽
132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6) +1 20.09.12 24 1 17쪽
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6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4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5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7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4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4 0 8쪽
»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9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3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3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5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2 0 10쪽
115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7) 20.07.13 20 0 13쪽
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3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19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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