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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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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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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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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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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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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DUMMY

지크는 앞을 힐끔 쳐다보았다. 테이블 건너엔 귀찮다는 듯 고개를 딴 데로 외면하고 있는 마틴과, 그런 마틴의 팔을 꽉 껴안고 있는 엘시아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시시때때로 그의 팔에 얼굴을 부비며 애교를 부렸다.


“마틴, 사랑해. 마틴 밖에 없어~”


이와 같은 대사를 남발하며 말이다.


지크는 이번에 시선을 돌려 옆자리에 앉아있는 케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조용히 맥주를 마시고 있었지만, 이마에 솟아난 힘줄을 지크가 놓칠 리 없었다. 지크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한숨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테이블 끝에 앉아 있던 남자는 여유롭게 맥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밝게 말했다.


“그래도 하고 많은 저주들 중 눈 떴을 때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반하는 저주가 고작이었으니, 버나드 백작도 나름 낭만주의자였나 보구나.”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들은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제각기 표정은 조금씩 달랐지만 ‘지금 고작이라고 그랬나요’라는 의문이 담겨있었다. 돌아오는 따가운 시선에 남자는 헛기침을 했다.


“뭐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한두 시간만 지나면 원상태로 돌아올 게다.”

“그걸 어떻게 알죠?”


케이가 상당히 의심스러운 눈치로 물었다. 화를 겨우 억누르고 있는 게 명확히 드러났다. 잘못 대답하기라도 했다간 테이블이라도 부실 기세였다. 딱히 남자를 향한 건 아니었다. 그저 3년을 같이 했다 그래도 한 번도 엘시아가 저렇게 딴 남자에게 맹목적으로 매달린 적은 없으니, 새로운 감정을 서툴게 표현할 뿐이었다. 그것도 하고 많은 남자들 중 암살자 같은 녀석한테! 그리고 그 감정은 케이 본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격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신경 쓰지 않고 가볍게 대답했다.


“직업상 안다고 해두자. 살기 위해선 저주마법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거든.”

“프리스트신가요?”


지크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직업을 대자 남자는 약간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다.


“내가 신을 섬기는 사람으로 보이느냐?”

“아, 아뇨.”


지크는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깨닫자 얼굴을 붉히며 대답했다. 하지만 남자는 개의치 않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집안에 신관이 많긴 하지. 미안하지만 난 고고학자란다.”


지크는 고고학자와 저주마법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궁금한 것은 티나를 구하는 방법이었다. 아침에 충고를 해줬던 이 사람이라면 티나를 구하는 방법 또한 알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그는 얼른 그 방법부터 알고 싶었다.

케이 또한 그로부터 알고 싶은 게 있었다.


“왜 저희를 도와주려는 거죠?”

“도와준다라. 정확히 말하자면 가지 말라고 막으려는 거란다.”


남자는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시더니 잔을 내려놓았다.


“너희들이 생각하는 백작은 더 이상 빈센트 버나드가 아니란다. 그저 비셔스라 자칭하는 악마일 뿐이지. 괜히 나서봐야 목숨만 위험해질 거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흔들려서가 아니라 남자의 말을 존중해주기 위해서다. 그도 걱정이 돼서 자기들을 찾은 것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변하지 않았다.


“가겠습니다.”


지크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티나를 구해낼 것이다. 괜히 그날의 약속을 했던 게 아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서라도 그녀를 지켜내고 싶다. 이렇게 한번 실패했다고 쉽게 포기하진 않는다. 포기하는 순간 영원히 잃게 되니까. 아직 늦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주문을 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도 충분히 그녀를 구할 수 있을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절망밖에 오지 않으니까.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반드시 구해낸다. 그리고 두 번 다신 놓치지 않는다.


남자는 그를 잠시 바라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같이 있어봐야 상처만 받을 뿐이란다. 그래도 너는 그 아이를 구할 거냐.”


지크는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남자의 표정엔 아무 것도 읽을 수 없었다. 지크는 표정을 굳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겠습니다.”


그가 같은 말을 반복하자 남자는 잠시 후 짧게 한숨을 쉬었다.


“필요 없을 정도로 바보 같은 점이 네 아비를 꼭 닮았구나.”


지크는 또다시 놀란 표정을 지었으나 남자는 그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따라오렴. 도움이 될 만한 걸 주마.”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일행은 모두 자리에 일어나려 했으나, 남자는 오히려 앉으라는 듯 손을 끄덕였다.


“아니, 한명만 따라오면 된단다. 굳이 우르르 몰려다닐 필요는 없지.”


그에 지크는 자기가 가겠다는 신호를 보내며 남자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남자는 거리를 나와서도 계속 얘기했다.


“버나드 백작은 본래 나와 같은 고고학자였단다. 연구하는 시대도 비슷했지.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바닉쉬라는 이미 멸종한 민족에 관심이 많았단다. 어쩌면 그도 흑마법을 썼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불행히 그의 호기심은 자신의 영혼까지 앗아먹는 결과를 나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크는 자세히 듣고 있지 않았다. 그의 머리는 남자에 대한 의문으로 가득했다. 그는 누구일까? 누구길래 자기들을 이렇게 챙겨주고, 경고까지 해주는 걸까? 백작의 오랜 친구? 백작이 지금이야 미쳤대도 예전에 친구가 없었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그래서 그의 안위를 걱정하는 걸까? 하지만 그것만으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너무 많았다. 비정상적으로 많은 걸 알고 있지 않은가. 이 도시의 상황을 제외하고도 티나나 자신에 대해서까지 말이다.


티나는 자신을 만나기 전까지 드레이커 공작의 노예였다. 그런데 무슨 수로 타메르가 그녀의 존재를 알겠는가. 드레이커 공작과 아는 사이라서? 그렇다하더라도 드레이커 공작이 자신의 노예를 타인에게 소개 시켜줬을 것 같지도 않다. 거기다 바톤로그는 이곳으로부터 나라 반대쪽에 있단 말이다. 그는 본래 이곳 사람이 아닌가?


또 한 가지. 자신을, 좀 더 정확히 말해선 자신의 아버지를 아는 것 같다. 아버지의 옛 친구? 자기야 아버지의 과거에 대해선 아는 게 없으니까 가능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버지의 적이었다면? 19년을 현상 수배범으로 몰렸던 아버지인데 적이 없었을 것 같지도 않다. 거기다 평민이면서 근위대장까지 했으니 이곳저곳에서 적이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고고학자와 어떻게 적이 될 진 모르겠지만, 세상엔 자신이 모르는 일 천지이니 가능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만일 그가 적이라면?


여기서 마지막 의문이 떠올랐다. 무언가 안에서 계속 그를 믿을 수 있다고 말한다. 마틴과 케이가 그렇게 타인을 믿지 말라고 타일렀음에도 불과하고 그에게 계속 끌렸다. 그를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그를 만난 기억은 없다. 이런 학자풍을 자기가 평생 두고 만날 기회가 몇 번 있었을 거라고 기억하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그의 말투나 행동, 모두 낯이 익었다. 그리고 안경 너머로 보이는 그의 잔잔한 검은 눈동자가 그를 안다고 말하고 있었다.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지크는 그의 집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할 때쯤 입을 열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뒤에서 들리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문을 열던 남자는 도중에 멈추며 지크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고고학자라는 말 빼고는 제대로 된 소개를 안 했구나. 내 이름은 랄프...”


문이 열렸다. 작은 틈 사이로 갖가지 처음 보는 이상한 물건들과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지크가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절대 생각지 못한 사람이 창가 앞의 침대에 앉아있었다.


“...나타샤란다.”


지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랄프라 자칭한 남자를 쳐다보다 다시 침대에 앉아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최소한 그가 어떻게 티나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어지는 순간이었다. 한편, 침대에 앉은 금발의 남자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는지 놀라지 않고 지크를 반겼다.


“오랜만이군요.”

“디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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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9) 20.09.16 23 0 8쪽
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133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8 0 9쪽
132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6) +1 20.09.12 24 1 17쪽
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6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4 0 8쪽
»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5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7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4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4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8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2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3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5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2 0 10쪽
115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7) 20.07.13 20 0 13쪽
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3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19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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