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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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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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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09
글자수 :
663,514

작성
20.09.0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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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DUMMY

“나 왔어.”


세드릭이 방안에 들어서자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높은 천장과 넓은 공간이 네 대의 아레스가 나란히 서있을 정도로 커더란 방이었다. 하지만 휴일인지라 일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사다리 위에서 검은색 아레스를 손보고 있는 갈색 머리의 남자를 제외하면 말이다.


“왔어? 생각보다 늦게 왔네.”


갈색 머리의 남자는 세드릭의 등장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아레스의 오른팔을 계속 조율시켰다. 마치 어제라도 본 사람처럼 대하는 태도에 불만을 가진 세드릭은 남자가 일하고 있는 사다리 아래로 걸어갔다.


“그것뿐? 석 달 만에 보는 애인한테 그러기야?”

“웃기고 있네. 난 네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아쉬울 게 없어.”


고개조차 올리자 않고 냉정하게 말하는 모습에 세드릭의 이마에 힘줄이 돋았다. 나쁜 녀석. 세드릭은 어떻게 해야 녀석의 신경을 끌 수 있나 생각해보다 첫 번째 히든카드를 썼다.


“아스가르드에서 카일을 만났어.”


아주 잠시 조율을 하고 있던 그의 손이 멈췄다. 하지만 곧 아무 일 없었다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7년 만에 듣는 동생의 소식인데 궁금하지 않아?”

“세상에서 지가 가장 불쌍하다며 가출한 놈에게 무슨 볼일이 있다고.”


세드릭은 그의 표현에 식은땀을 흘렸다. 생각해보니 지난 7년간 카일에 대해 얘기한 적이 거의 없던 것 같다. 아니, 있긴 했나. 마지막으로 카일에 대해 얘기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얘기하려고 할 때마다 은근슬쩍 넘긴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 정도였다니. 오히려 세드릭이 카일을 더 불쌍하게 여길 지경이었다.


“저기 말이야. 궁을 한 번도 떠난 적 없던 녀석이 그동안 외딴 나라에서 살아남는다고 얼마나 고생했겠냐. 조금 걱정하는 척이라도 해봐라.”

“그럼 네 동생 하렴.”


괜히 관심 좀 받으려다가 미움만 받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고 기가 죽을 세드릭은 아니었다. 어차피 미움 받는다면 확실하게 미움 받자. 아직 히든카드가 하나 더 남아있었다.


“하나 고백할 게 있는데 말이야.”

“뭐가.”

“나 공주하고 키스하고 왔는데.”


조율하고 있던 손이 다시 멈췄다. 그리고 전처럼 바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름 성공했다는 뜻이다. 세드릭은 그걸 힐끔 쳐다보다니 곧 밝게 웃었다.


“뭐, 너무 슬퍼할 건 없어. 이렇게 사랑하는 너의 곁으로 돌아 왔...으악!”


신나게 얘기하던 세드릭은 갑자기 날아오는 렌치를 얼른 피해야 했다.


“너무해! 폭력을 휘두르다니!”

“꺼져!”


세드릭이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외쳤으나 돌아오는 건 욕뿐이었다. 그에 세드릭은 곧 ‘재미없는 녀석’이라는 표정으로 바뀌면서 발길을 돌렸다.


“어디가?”

“너란 녀석은 재미없어서 필립 보러 간다, 왜?”


세드릭이 삐딱한 투로 대답하고 나가 버리자 갈색 머리의 청년은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일에 집중했다.


“그래도 꼴을 보아하니 얼굴은 보고 왔나 보군.”






초하나 켜있지 않은 방에 빛이라고는 주먹보다 조금 큰 구슬 안에서 나오는 빛이 전부였다. 그 빛만으로는 방안에 있는 가구 배치조차 알 수 없었지만,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는 침대로 추정되는 가구에 옆으로 누워서 구슬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방에서 그게 그의 유일한 낙으로 보였다. 구슬은 여러 사람들을 돌아가며 보여주었다. 식당에서 요리를 만드는 주방장, 어린 동생을 괴롭히는 소년, 바느질을 하는 여인.


구슬은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다 또다시 장면을 바꿨다. 그는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구슬에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구슬은 더 이상 장면을 바꾸지 않고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었다. 탁자에 올린 손이 조금씩 떨렸다. 입도 몇 번이고 열고 닫는 것을 반복했지만 좀처럼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리하르트!-


한참 후에야 어둠속에서 아무도 듣지 못할 그의 쉰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구술 속에는 검은 머리의 청년이 테이블 끝에 턱을 걸치고 작은 주머니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지크님, 뭐하세요?”


잠자리를 정리하고 내려온 티나가 테이블에 홀로 앉아 주머니에 집중하는 지크를 발견하자 물었다. 남은 일행은 도시 상황을 보러 나가 여관에 남아있는 건 둘뿐이었다.


지크는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주머니에 집중했다. 주머니 안엔 라일이란 남자의 뼈가 갈아져 있다. 그의 마지막 소원대로 말이다. 처음에 지크는 이 주머니를 마틴에게 줄 생각이었다. 자기는 고작 전투 한번 겨뤄본 사이였으니, 더 오래 알고 있던 마틴이 맡아주는 게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틴은 라일이 지크에게 부탁한 거라며 지크가 갖고 있으라했다.


그로부터 지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목숨을 맡은 것 같은 느낌. 막연히 누군가를 지켜주는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좀 더 무겁고 중대한 책임을 맡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왕이시여.]


그 말도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전에 티나가 얘기할 때나 마틴이나 게르세메가 씹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한 번도 본 적 없는 타인으로부터 왕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게 이렇게 다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자기는 왕이 아닌데 말이다. 그저 평생을 작은 시골에서 살다가 어쩌다보니 건드려선 안 될 가문을 적으로 삼고, 어쩌다보니 현상범으로 몰리게 되었을 뿐인데. 알고 보면 단순한 시골 청년일 뿐인데. 어떻게 타인은 자기가 왕이라는 확신하는 건지.


“티나?”

“예?”

“티나는 왜 나를 왕으로 선택했어?”


티나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지크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시선을 못 느끼는지 주머니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주머니를 알아본 티나는 옅게 웃었다.


“언젠가 지크님도 깨달으실 때가 올 거예요. 그러니 너무 조급해 하지 않으셔도 되요.”


지크는 그에 뚱한 표정으로 티나를 바라보았다. 그가 원하는 답일 리가 없었다. 때가 되면 알아서 깨달을 거라니. 그런 무책임한 대답이 어디 있는가. 하지만 티나는 그 이상 해줄 말이 없는지 등을 돌렸다.


그런 그녀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착각이었을까.


덥썩.


“지크님?”

“가지 마.”


갑자기 뒤에서 지크가 껴안자 티나가 놀라 말했다. 하지만 지크는 그녀를 풀어줄 생각을 하지 않고 더욱 꽉 안았다. 비록 환영일지라도 갑자기 느껴지는 불안감이 그를 에워쌌다.


“네가 원하면 왕이든 뭐든 될 테니까, 내 곁을 떠나지마.”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녀를 꼭 안고 있는 팔도 마찬가지였다. 그걸 티나라고 못 느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원하는 답을 해줄 수도 없었다.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크님 저는...”

“이야~ 분위기 좋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지크는 놀라 티나를 놓아주었다. 어느덧 마틴과 케이, 엘시아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아아. 우리 신경 쓰지 말고 하던 일 계속 해.”

“그럴 거면 애초에 방해를 하지 말던가.”


마틴이 웃으며 말하자 지크가 그의 옷깃을 꽉 쥐며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도록 작게 으르렁거렸다. 한편, 티나는 오히려 다행이라 여기며 케이와 엘시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때요?”

“영 아니야. 이상한 소문도 돌고. 내일 아침 일찍 뜨는 게 좋겠어. 그렇지 케이?”


엘시아가 뒤로 돌아보며 케이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멍한 사람처럼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케이?”

“응? 아, 맞아. 너무 오래 있어봤자 좋을 게 없겠어.”


엘시아가 그를 다시 부르자 케이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며 어설프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에 티나와 엘시아는 약간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굳이 토를 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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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9) 20.09.16 23 0 8쪽
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133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8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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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7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5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5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8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4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5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9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3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4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5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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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4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19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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