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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의 서재입니다.

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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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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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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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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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DUMMY

처음으로 나온 세상은 참혹했어요. 그건...사람이 사는 세상이 아니었어요.

사람이 사람을 짐승처럼 여기다니요.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제대로 못 갖춘 사람들에게 무리하게 일시키고, 폭력을 휘두르고. 같은 인간들끼리 왜 그래야만 하죠?


물론 저라고 아무 것도 모르던 건 아니었어요. 바깥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 철이 들 때부터 어른들로부터 수도 없이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듣는 거랑 직접 보는 건 엄연히 달라요. 단지 허리를 조금 피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는 이유로 채찍을 맞아야 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어요.

목에 족쇄처럼 띠를 둘러 탈출이라도 시도하면 챠크람으로 목을 벤다는 것도.


하지만 그게 현실이었어요. 엘레마는 타메르 앞에 짐승보다 못한 존재였어요.

그저 마력이 없을 뿐인데. 생김새도, 행동도, 생각도 비슷한데. 그저 마력 하나 없을 뿐인데.

하지만 그거 하나로 저희 민족은 하늘로부터 버림받고 있었어요.


초기에 저는 너무 무서워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눈이라도 감았다간 타메르들이 저를 잡아 노예로 만들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서 방을 쓰더라도 항상 마틴과 함께 썼어요. 침대도 같이 쓰고, 잠잘 땐 깍지를 끼고. 그러지 않고선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어요.


:절대 손 놓으면 안 돼, 알았지?:

:알았으니까 얼른 자.:


한편, 맬컴 오빠는 자신의 계획을 천천히 실행에 옮겼어요. 조직의 첫 아지트는 이곳 루스리아에 생겼어요.

돌아다니면서 눈치 채셨겠지만 이곳은 이미 밑바닥일대로 밑바닥인 세상이라 인종차별조차 무의미하죠. 엘레마 몇몇끼리라면 거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고, 식당에서도 돈만 있으면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거기다 당시 루스리아의 영주는 노예폐지론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억압 받는 엘레마들의 고통을 이해해 주었기에, 루스리아는 저희가 숨어 활동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장소였어요.

때문에 ‘X’는 너무 커진 나머지 아지트를 옮겨야 할 때까지 루스리아에 머물렀어요.


처음부터 컸던 건 아니에요. 시작은 작게, 낮은 계급의 귀족이나 돈 많은 평민을 암살하며 저희 조직의 이름과 공포를 퍼트려 나갔어요. 그러면서 저희와 뜻을 같이 할 엘레마들을 모으기 시작했죠.


어제 저를 공격한 빅터 부...아니 빅터도 그 중 한명이었어요. 맬컴 오빠는 우리가 하는 일이 단순한 셀레비온이 아닌, 민족 전체의 뜻이 되어주길 바랬어요.

그래서 조직의 이름도 셀레비온이 아닌 ‘X’를 택한 거고, 리플하임 출신이 아닌 빅터를 부대장으로 삼았어요.


마틴은 약속대로 13살이 되자 정식으로 투입되어 암살자로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어요.

...결코 좋지 않았어요. 임무를 수행하면 수행할수록 그의 건강은 나빠져만 갔죠.

밥 먹는 양도 줄고, 잠도 못 자고, 겨우 잤다 싶으면 악몽에 시달려 저를 죽일 뻔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마데리스가 아니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참담한 하루하루였어요.

그리고 맨 정신으로 돌아올 때면 제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죠. 무슨 일이 있어도 암살자는 되지 말라고.


하지만 마틴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렇게 괴로워하는 그를 제가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그는 괴롭고 힘들더라도 맬컴 오빠를 도울 수 있었잖아요. 저도 오빠를 돕고 싶은 건 마찬가지인데, 저에겐 마틴과 같은 실력이 없었는걸요.

열셋이나 되어도 할 수 있는 거라곤 가끔씩 미끼가 되어주는 것뿐, 오빠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보였어요. 저는 그저 짐짝에 불과했어요.


그때 제게 한 가지 방안이 떠올랐어요. 여자인 제가, 오직 저만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조직을 위해 막대한 자금도 모을 수 있고, 보다 효과적으로 미끼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창녀였어요.


:뭐어?!:


그때 마틴의 표정은 정말 보지 않았으면 상상하기 힘들 거예요. 어찌나 놀래는지 심장이 멎은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모처럼 가장 먼저 계획을 말해주었는데 말이에요.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창녀라니?!:

:그럼 내가 고향까지 나와서 우아하게 무용학교나 차릴 줄 알았니? 엘레마가 바깥세상에서 그만큼 돈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어? 조직에게 많은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고. 미끼로도 좋잖아.:

:그러니까 그걸 왜 네가 해야 하냐고!:


마틴은 놀람에서 점점 짜증 섞인 목소리로 바뀌며 외쳤어요.


:왜 형을 위해...그 정도까지 하냐고.:


끝에 가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묻는 게 크게 상처를 받은 모습이었어요. 당시엔 그저 어느 누구라도 친구가 창녀가 되겠다고 나서면 속상해 하는 게 당연하겠구나하고 여겨버렸죠.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내 말은 안 들을 거잖아.:


마틴이 체념한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어요. 실제로 생각해보면 마틴인 한번 마음먹은 제 결정을 꺾은 적은 거의 없어요.

뭐, 샤르스타 남자들이 나타샤의 여성들을 꺾을 수 없다는 건 리플하임의 오랜 전통이다시피 하지만요.

아, 샤르스타는 마틴과 맬컴 오빠의 본래 성이에요. 그저 집을 나오면서 그 이름을 계속 쓸 수 없다며 샤르레이트로 바꿨어요.

하여튼 마틴은 제가 단단한 각오로 그에게 말해줬다는 걸 깨닫자 포기한 거죠. 하지만 제 얘긴 끝나지 않았어요.


:그럼 마틴이 첫 번째로 해줘.:


생각해보면 마틴은 저 때문에 심장이 여러 개 필요했겠어요. 그날만 해도 두 번은 떨어진 것 같으니까요.


:난 아직 키스도 못해봤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마틴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졌어요. 제 얼굴도 마찬가지였을지 몰라요.

하지만 어디선가 시작은 해야 하고, 모르는 사람과 첫 경험을 하기엔 뭐하잖아요. 모든 여자에게 첫 경험은 중요하다고 하고요. 맬컴 오빠한텐 말만 꺼내도 혼낼 테고.


아, 지크씨, 그런 표정 지으면 안돼요. 모처럼 설명하려는데 그러면 무안해 지잖아요. 아뇨, 그렇다고 사과하실 필요까지는 없고요.


마틴은 한참을 석고처럼 굳어있더니 제 팔을 잡았어요. 어느덧 귀까지 빨개진 상태로요.


:정말 괜찮겠어?:

:응.: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제가 당당하게 대답했어요. 둘 중에 하나는 당당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그가 키스하려 얼굴을 바짝 댔을 때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이, 이만 잘래!:

:다른 남자는 안 돼!:


제가 그를 뿌리치자 그가 뒤로 껴안으며 외쳤어요.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지 않아.:


아무래도 마틴은 그날 끝내지 않으면 제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거라 생각했나 봐요. 바보 같은 생각이었어요. 전 마틴 말고는 부탁할 사람도 없었는데.


전 그때까지 마틴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마틴은 그저 어렸을 적부터 알고 있던 좋은 친구였거든요.

나이 차이도 별로 나지 않고, 가족끼리 사이도 좋았고. 언제 어디서나 기쁜 일이 있으면 같이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으면 같이 슬퍼하는 제일 친한 친구요.

그래서 제가 맬컴 오빠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가장 잘 아는 마틴이 저를 좋아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처음에는 부끄러워 마틴만 만났어요. 그러다 차츰 익숙해지자 마틴이 임무에 나갈 때면 몰래 다른 조직 임원들에게 부탁하곤 했어요.

마틴이 있을 땐 결코 부탁한 적 없어요. 양심에 찔리더라고요. 그러다 열네 살 때 한 망할 놈 때문에 들켰어요.


그게 누구였는지 기억도 없어요. 하지만 그 녀석 때문에 겪어야 했던 걸 생각해보면 그 때 마틴이 죽이려 했을 때 놔둬야 했어요.


“여어. 정말 괜찮겠어? 대장 동생이랑 사귀는 거 아니었냐고.”

“아니라니까 그러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때, 아직 잠기지 않았던 방문이 열리면서 마틴이 보였어요. 분명 임무에 나갔을 마틴이 말이에요.


“마틴?”


저는 놀라 넘어가는 줄 알았어요. 마틴의 임무가 도중에 취소되었단 얘길 못 들었던 거예요. 그리고 그 망할 자식이 마틴에게 나랑 만나기로 한 방에 일부러 불렀다는 사실도.


저희 둘은 그저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어요. 그때 충격 받은 마틴의 표정은 지금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요. 하지만 마틴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방문을 닫고 나갔어요.


“마틴! 마틴!”

“어이 왜 그래. 오늘은 나랑 놀기로 한 거 아니야? 저런 녀석은 내버려두라고.”


그때 그 자식이 절 잡지만 않았어도, 아니, 무슨 일이 있어도 뿌리치고 마틴을 쫓아갔어야 했어요. 그렇게 충격에 휩싸인 마틴을 내버려두는 게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날 밤 큰 싸움이 일어났어요. 마틴하고 그 자식하고 싸우다가 그 자식이 죽기 일부 직전까지 가버렸죠.

결국 둘의 싸움은 윗사람들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마틴은 맬컴 오빠에게 끌려갔어요.


둘 사이에서 무슨 대화가 오고갔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대화 끝에 마틴은 새로운 임무를 맡게 되었고, 바로 아지트에서 쫓겨났어요.


저는 마틴이 가있는 동안 죽어라 혼났어요. 일단 제 계획이 맬컴 오빠의 귀에 들어간 건 그때가 처음이었고, 저 때문에 몇 안 되는 암살자 중 두 명이 피 봤으니까요.

아, 마틴이 그 녀석을 얼마나 신나게 팼는지 그는 암살자로 일하는 게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되었어요. 때문에 치료만 받고 바로 쫓겨났죠.

그 후엔 어떻게 됐는지 몰라요, 궁금하지도 않고요.


저는 마틴이 돌아오면 사과부터 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솔직히 꼭 집어보면 제가 잘못한 건 없었지만 저희 사이가 벌어지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마틴은 돌아왔어요. 피투성이의 만시창이가 되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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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9) 20.09.16 23 0 8쪽
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133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8 0 9쪽
132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6) +1 20.09.12 24 1 17쪽
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7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4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5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7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4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4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9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3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3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5 0 12쪽
»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3 0 10쪽
115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7) 20.07.13 20 0 13쪽
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3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19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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