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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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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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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509
글자수 :
663,514

작성
20.09.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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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DUMMY

티나는 다음날 아침이면 바로 바톤로그로 돌아갈 줄 알았다. 하지만 랄프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니 둘이 같이 나갔다 오라며 디엘과 함께 밖으로 쫓아냈다. 할아버지의 간절한 부탁에 티나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고, 디엘도 아무 대꾸하지 않고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둘은 막연히 걷기만 할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티나는 그저 머리를 비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언제 또 그가 자신의 생각을 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의 모든 정신은 머리를 비우는데 있었다. 하지만 디엘은 통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그가 눈썹을 조금 꿈틀거리며 걸음을 멈췄다.


:맬컴.:






“망할 녀석. 그러게 여자는 가려서 건드리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뭐, 이번 일이 좋은 교훈으로 남겠지.”


짙은 밀을 연상케 하는 금발을 꽁지머리로 길게 기른 남자, 맬컴이 투덜거리자 옆에서 조카 정도 되어 보이는 금발의 소녀, 캐서린이 대답했다. 둘은 현재 전날 밤 생사를 넘었다는 맬컴의 동생 소식을 듣고 그를 데리러 가는 중이었다. 맬컴은 걷던 도중 옆에 있던 캐서린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런데 네가 웬일이냐? 소식은 어제 들었다면서 오늘 찾아가게. 싸웠냐?”


그에 캐서린은 얼굴은 약간 붉히더니 시침을 뗐다.


“흥. 듣자하니 돌봐줄 여자도 많더구먼. 내가 굳이 달려갈 이유가 없잖아.”

“아하. 질투였군.”


맬컴의 콕 찝은 명답에 캐서린은 새빨개진 얼굴을 급히 돌렸다.


“그런 거 아니야!”


하지만 맬컴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디엘?:


캐서린은 그의 말에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녀도 볼 수 있었다. 연한 금발에 붉은 눈동자. 그리고 그의 목에 차고 있는 거대한 목걸이를.


:신관 디엘!:


캐서린은 그 후 생각이고 뭐고 없이 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한 건 상관없다. 그저 신관이 눈앞에 있다는 생각에 미쳐 뛰어들었다.


그때, 자기 또래의 소녀가 그녀를 막았다. 신관과 같은 계열의 붉은 눈동자. 그녀 역시 나타샤였다.


“비켜!”

“못 비킵니다!”


티나가 외치며 팔을 더 활짝 폈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앞의 소녀가 삼촌을 공격한다는 생각이 들자 몸이 먼저 나섰다.

하지만 캐서린의 성격은 곱지 못했다.


“네가 그런다고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을 끝으로 캐서린은 그대로 티나에게 뛰어들었다. 그에 티나는 당황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그리고 결국 둘은 루스리아 한 복판에서 땅에 뒹굴며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안 막아?:


기가 막힌 표정으로 구경하고 있던 디엘의 옆으로 맬컴이 조용히 다가가며 물었다. 그에 디엘은 그를 힐끔 쳐다보더니 다시 싸움을 구경했다. 이미 결과는 뻔히 보이는 싸움이었다.


:아니. 쟤가 날 위해 뛰어들 거라고 생각을 못 해서.:

:저런. 가뜩이나 눈물 많은 디엘이 감격에 눈물이 다 나겠군.:


맬컴이 옆에서 키득거리며 웃자 디엘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맬컴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계속 키득거렸다.


:너야 말로 안 말려?:

:나 말이야?:


맬컴은 키득거리는 걸 멈추고 씁쓸하게 웃으며 싸움을 바라보았다.


:캐서린이 나서주지 않았으면 내가 그랬을 테니까. 오히려 고마워해야지.:


디엘은 그의 대답에 아무 말 없이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그런 건가.


:쟤가 캐서린?:

:응. 쟨 '그 아이'인가?:

:응.:


둘은 그 후 말없이 싸움이 끝나길 기다렸다.






캐서린은 카페에서 뿌듯한 마음에 쥬스를 마셨다. 그에 맬컴은 한심하단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보다 한 살 어린 애를 이긴 게 그렇게 뿌듯하냐.”

“그럼.”


한편 티나는 울상이 되어 주스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러게 싸움도 못하면서 왜 끼어들었냐.”

“지금 그게 삼촌이 해줄 말이에요?”


디엘이 한심하단 목소리로 말하자 티나가 눈물을 글썽이며 억울하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하루 만에 머리카락이 수십 가닥은 뽑힌 것 같다. 게다가 멍까지. 아니, 귀걸이가 고장 났나. 보통 땐 잘만 막으면서 오늘은 하나도 막지 못하다니. 에고 아파라.


“도대체 무슨 마을이 여자는 사내만큼 난폭하지 않나, 남자는 처음 만난 여자를 덮치려 하지 않나.”


티나가 억울하게 중얼거리다 잠시 생각을 멈추더니 맬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외모가 낯이 익었다. 왼뺨의 흉터까지.


“혹시 동생 있으세요?”

“있는데.”


티나의 질문에 맬컴이 어렵지 않게 대답했다. 그리고 넷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게 가려서 고르라고.”

“어떻게, 마틴 진짜로 고자 됐나봐.”


맬컴과 캐서린은 둘 다 똑같이 칠흑빛이 되며 중얼거렸다. 그에 티나는 알 수 없는 승리감을 느끼며 자신의 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목이 다 시원해지는 느낌이었다. 그에 디엘은 그녀를 한번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군. 볼 일은 다 봤으니까.”


디엘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티나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벌써 가는 거예요? 친구 아니었어요?”


하지만 티나에게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니라 거대한 손바닥이었다. 그리고 티나가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깨닫기 전에 그녀는 잠이 들어버렸다.


“무슨...!”


캐서린이 놀라 뭐라 말하기도 전에 디엘은 이번에 그녀를 겨냥해 마법을 날렸고, 곧 그녀도 소리 없이 잠이 들었다. 맬컴은 그녀가 주스 위로 머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잡았다.


:무슨 생각인거야?:

:너와 내가 아는 사이란 걸 얘네들이 기억할 필요는 없으니까.:


디엘은 그렇게 말하며 티나를 안았다.


:내가 이곳에 있을 거란 걸 알고 온 거 아니었어?:

:얘하고는 별개야. 하지만 좋은 핑계 거리는 되어 주었지.:


디엘은 그녀를 안전히 안자 발길을 돌렸다. 그러다 떠나기 직전 맬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무 튀진 말아라. 그러다간 내가 널 죽여야 할지도 모르니까.:


맬컴은 그의 말을 듣다 피식 웃었다. 겨우 저 말을 해주려고 여기까지 온 거였나.


:죽음은 무섭지 않아. 하물며 네게 죽는 것은 더더욱.:


맬컴은 알았으면 이만 가보라며 손짓했고, 디엘은 고개만 끄떡이고 카페에서 나갔다.


둘이 다음에 만난 것은 암살단 ‘X’의 막을 내리는 마지막 전투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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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6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4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4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7 0 8쪽
»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4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4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8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2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3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5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2 0 10쪽
115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7) 20.07.13 2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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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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