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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의 서재입니다.

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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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연재수 :
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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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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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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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DUMMY

“암살자 녀석, 그렇게 인기가 많을 줄 몰랐는걸.”


케이가 하프플레이트를 침대 위로 던지며 말했다. 남은 일행은 마틴을 버려두고 여관에 방을 잡아 막 쉬려던 참이었다.


“얼굴이 워낙 곱상하니까. 엘레마만 아니었으면 평상시에도 여자들을 질질 끌고 다닐걸.”


지크가 자신의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오랜만에 여관에 묵게 된 거라 피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글쎄다. 루스리아 같은데서 한 인기하려면 얼굴만 갖고 안 될걸.”


케이가 낄낄거리며 웃었다. 그러던 도중 갑작스레 느껴지는 살기에 식은땀을 흘렸다.


“웃음이 나오지 지금.”


살기어린 질문에 케이는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누가 전직 암살자 아니랄까봐. 마틴은 어느덧 여성들을 따돌리고 일행이 묵고 있는 여관, 그것도 케이가 묵고 있는 방을 정확히 찾아내 그를 위협하고 있었다.

하지만 꼴을 보아하니 도망치는 게 쉽지만은 않았던 듯 했다.


“여어. 인기인 오셨나.”

“이 자식이...”


마틴이 케이에게 한 방 먹이려던 순간이었다. 그는 온몸을 마비시키는 라벤더 향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와락.


지크와 케이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마틴을 쳐다보았다.

그의 뒤엔 그와 마찬가지로 여관 창문을 통해 들어온 여성이 하나 있었다.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녀는 더 이상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마틴을 뒤에서 꽉 안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마틴만큼 놀라진 않았다.


“캐...”

“말해봐!”


그녀는 마틴의 말을 끝까지 들으려 하지도 않고 외쳤다.


“지금 내 앞에 있는 남자가 마틴 샤르레이트가 맞는지! 당장 증거를 대봐!”


명령조나 다름없는 그녀의 목소리에 마틴은 살며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라벤더 향에 숨길 수 있는 12가지 독을 쭉 나열해 볼까? 아니면, 이 자리에서 ‘히스탈라’라도 쳐봐?:


여성은 그의 대답에 천천히 그를 풀어주었다. 그에 마틴은 뒤를 돌아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이젠 꿈속에서 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온몸에 라벤더 향을 은은히 풍기는 그녀를.


:아니, 믿어.: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울음을 터트리며 그에게 안겼다.


:이 바보야! 살아있었으면 연락을 했어야지! 난 여태껏 너도 죽은 줄 알고...으아아앙.:


그녀는 울음 속에서도 마틴을 사정없이 욕했지만, 그는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를 토닥여주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캐서린이라고 해요. 마틴의 고향친구에요.”


일행이 여관 식당에 모이자 여성이 스스로 밝게 소개하며 인사했다.

여관 식당에서조차 당당히 금색 곱슬머리를 내놓는 엘레마 아가씨였다.

나이는 티나 정도 되어보였는데 티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생기발랄했다.

옷도 긴팔에 망토까지 두른 모습이 오히려 청순하기까지한 모습에 루스리아만 아니었다면 창녀가 아니라 말해도 충분히 믿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말라고, 본래 창녀라는 생각에 일행은 그녀의 밝은 인사에도 불과하고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캐서린은 기죽지 않고 일행들을 하나씩 돌아보았다.

마틴에게 타메르 동료가, 그것도 세 명이나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한 그녀였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지금 눈앞에 있는데도 믿을 수 없다. 그 어느 누구보다 타메르를 믿지 않던 마틴에게...

그러다 티나를 바라보자 눈을 반짝이며 식탁 너머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우와! 나타샤네요! 저 직계는 처음 봐요!”

“예?”


캐서린의 외침에 티나가 못 이해하자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 마틴이 대신 설명해주었다.


“캐서린의 몸에도 나타샤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신관의 직속 혈통이 아니기 때문에 티나양과 같은 힘도, 저주도 없죠.”

"헤에. 한마디로 티나의 먼 친척이라는 거네.“


지크가 신기한 듯 말했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가장 낮은 그인 만큼 가장 쉽게 벽을 헐을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캐서린이 작게 웃었다.


“말이 좋아 먼 친척이지 남이나 다름없어요. 벌써 천 년 전 일인걸요. 그럼 그건 ‘신관의 목걸이’인가요?”


캐서린이 티나가 찬 목걸이를 가리키며 물었다.


“예.”

“어머. 그럼 ‘왕’도 찾으신 건가요?”


캐서린이 눈을 반짝이며 묻자 일행은 모두 지크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녀는 그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보더니 실망스런 표정으로 마틴을 바라보았다.


:라이하트잖아.:

“굳이 그 말 하나 하기 위해 고어를 쓰실 필요 없어요. ‘라이하트’는 고유명사라 고어나 아스가르드어나 발음이 똑같으니까요.”


지크가 식은땀을 흘리며 설명했다. 그에 캐서린은 뜨끔하더니 곧 민망한 듯 크게 웃었다.


“호호호. 이거 실례를 저질렀네요. 나쁜 뜻은 없었어요. 그나저나 형이랑 똑같이 생기셨네요.”


그에 지크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하고는 3년을 같이 지냈는데도 고향친구 어느 한명도 둘이 남매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닮은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선지 캐서린은 그가 국왕과 무슨 관계인지 단번에 알아보고 있었다. 어딘가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도 이런데 안은 오죽할까.


“그러는 캐서린양은 프레이야 제도에 대해서 매우 잘 아시네요.”

“그야 당연히 리플하임 출신이니까요.”


지크의 질문에 캐서린이 밝게 대답했다. 그에 지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리플하임이요?”

“예!”


잠시 침묵이 흘렀다.


“너, 리플하임 출신이었냐.”


지크가 검은 오로라를 풍기며 마틴에게 물었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살기 조절도 가능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남은 일행이 지난 두 달간 리플하임을 죽어라 조사하고 있을 때, 이 망할 녀석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속으로 조용히 비웃고만 있었다는 뜻 아닌가!

어떻게 열 받지 않을 수 있는가. 하지만 마틴은 여유롭게 웃었다.


“물어본 적 없잖아.”

“이 자식이...”

“놀랍네요.”


지크가 마틴에게 한 방이라도 날릴 기세를 보이자 캐서린이 웃으며 말했다.


“뭐가 말입니까?”

“마틴에게 타메르 친구가 있다는 게요.”

“친구는 무슨.”


지크와 마틴이 동시에 말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네요. 오늘 밤엔 일이 있거든요.”

“벌써 가게?”


마틴이 의외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모처럼 다시 만났는데 당연히 더 머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 캐서린은 그의 머리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오늘 밤은 바빠요. 내일 시간 되면 남자 친구들 데리고 놀러오던가. 내가 얘들에게 미리 말해 둘게. 그럼 모두 다음에 또 봬요.”


캐서린은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갔다.


“헤에. 좋은 친구를 뒀는걸.”

“케이!”


케이가 킥킥거리며 웃자 엘시아가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 지크는 그저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질 뿐이었다. 한편, 마틴은 캐서린이 사라진 자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루스리아는 낮보다 밤이 더 활발한 도시다. 때문에 저녁시간이 지난 지금 거리는 손님을 끌기 위해 건물 앞에서 유혹하는 창녀들과, 이미 술에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남자들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활기조차 루스리아 영주의 성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도시와 비교해볼 때 성은 너무 조용하다 못해 음침했다.


:꿈도 꾸지 마.:


캐서린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한 사람이 자기와 마찬가지로 성에 멀지 않은 나뭇가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어지간히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은지 후드까지 깊게 눌러쓰고 있었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쉽게 알 수 있었다.


:뒤따라 온 거야?:


캐서린은 화도 내지 않고 다시 앞을 바라보며 물었다. 교대 시간이 되었는지 보초병들이 자리를 바꾸기 시작했다. 한 번에 보초를 서는 병사들은 총 네 명. 아마 안으로 들어가면 경비가 더 심할 것이다.


:네가 1년 만에 보는 나를 놔두고 다른 남자를 보러간다는 게 이상하잖아.:


마틴이 캐서린과 같은 가지에 올라서며 말했다.


:포기해. 네 실력으론 성안에 들어가자마자 걸릴 거야.:

:하긴, 암살은 내 특기가 아니니까.:


캐서린도 인정한다는 듯 말했다. 마틴은 그런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루스리아의 영주와는 사이가 좋던 거 아니었어? 암살단을 막 시작했던 우릴 그의 도시에 숨겨주기도 했잖아.:

:영주가 최근에 바뀌었어.:


캐서린이 최신 정보를 알려주며 말했다.


:전 영주는 조직 ‘X’를 도와줬다는 혐의로 자리에서 박탈당했지. 지금은 새로 온 사람이야.:

:그런데?:

:그런데, 새 영주가 조직 ‘X’의 기밀 정보를 팔아 영주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어. 조직을 파멸로 이룰 정도의.:


어둠속에서조차 복수로 불타는 그녀의 차가운 눈동자를 느낄 수 있었다.

괜한 소문만으로 섣불리 흥분을 할 그녀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서투른 결론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온 그녀니까.

그녀 나름대로 조사를 열심히 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진실이 포함되어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마틴은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너무 위험한 일이야. 목숨을 좀 더 소중히 여기도록 해.:


마틴이 그 말을 끝으로 발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X’의 암살자답지 않은 말인걸. 정의보다 목숨을 택하다니.:


그에 마틴은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뒷모습만 보이기에 그녀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그런가? 하지만 난 네가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솔직히 형을 잃었던 그날, 너도 잃었다고 생각했으니까. 난 이만 간다.:


마틴은 그 말을 끝으로 나무들 사이로 사라졌다. 캐서린은 한동안 조용히 있다가 왼팔 소매를 걷었다.

그녀의 손목엔 기다란 상처가 흉터로 남아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낮게 중얼거렸다.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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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133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9 0 9쪽
132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6) +1 20.09.12 25 1 17쪽
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7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5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5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8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4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5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9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3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4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6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3 0 10쪽
115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7) 20.07.13 21 0 13쪽
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4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20 0 10쪽
»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3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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