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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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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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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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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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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DUMMY

“너 말이야.”


케이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왜?”

“언제까지 날 감시할 생각이냐?”


허나 돌아오는 건 대답이 아닌 차가운 눈초리뿐이었다.

마틴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저녁 식사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도 식당에 앉아있었다.

명색은 마틴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거지만, 속은 엘시아가 케이가 아무데도 가지 못하게 감시하기 위해서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었다.

소리도 없이 사라진 마틴을 찾아 나서겠다는 케이의 말이 큰 역할을 했다. 지크와 티나도 어째서인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흥. 이 시간에 나가서 뭘 할지 뻔히 보이는데 내가 나가게 해줄까봐?”

“그래? 나가서 뭐하는데? 말해봐. 말해 보라고.”


케이가 싱글벙글 거리며 비아냥거리자 엘시아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때였다.


“어이, 아가씨. 그런 재미없는 남자와 놀지 말고 나랑 놀지 그래? 내가 후하게 대접...”

“꺼져!”


엘시아는 이미 끊어지기 시작한 이성을 웬 남자가 긁자 그를 사바신으로 인정사정없이 날려버렸다.


‘여섯 번째.’


지크가 맥주를 마시며 조용히 셌다. 식당에 모인 이후 엘시아에게 멋모르고 접근한 남자가 이번이 여섯 번째였다.

과연 창녀촌 중 창녀촌이라고 여긴 남자들의 행동조차 다른 곳과 차원이 달랐다.

일행 중 남자가 둘이나 있음에도 불과하고 서슴지 않고 여자들에게 -정확히 말해선 엘시아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엘시아는 혼자두기엔 너무 아까운 여자였다.


그래서 엘시아가 잘못 알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케이가 딴 여자를 찾아가지 못하도록 엘시아가 케이를 감시하는 게 아니라, 엘시아에게 위험한 남자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케이가 엘시아를 감시하는 중이라는 점이다.

그걸 엘시아가 아직 눈치 채지 못했을 뿐.


“형도 힘들겠어.”


지크가 케이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같이 지내오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밝아진 지크다.

아니, 엘시아가 여태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더 신기할 따름이다.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일엔 그렇게 밝으면서 정작 자신에 관한 건 저렇게까지 둔할 수 있을까. 케이 형이 불쌍해 보일 지경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말 한마디조차 꺼내지 않는 바보는 그냥 놔두라는 마틴의 말이 있어서 굳이 엘시아에게 말하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 문제인 것이다.


케이는 조용히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뭐, 잔챙이들은 알아서 처리해주니까. 너야말로 괜찮냐?”

“그게 말이지.”


그때, 또 한명의 남자가 일행을 향해 걸어왔다. 그는 가까이 있던 티나를 서슴없이 지나치며 엘시아에게 말을 걸었다. 결과는 지난 여섯 명과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티나라도 엘시아양의 매력에 못 미치거든.”

“편하구나.”

“덕분에.”


케이와 지크는 둘 다 조용히 한숨을 쉬더니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글쎄, 그렇다니까. 태자의 결혼식을 앞당긴 것도 다 그놈의 병 때문이었다고.”


케이는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뒤에선 남자 세 명이 술을 마시며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태자의 결혼을 앞당긴 거였어? 나는 포기하고 받아들인 걸로 아는데. 제 어미가 병이 나 쓰러지도록 끄떡도 안했다니까. 결국 포기한 거지.”

“하긴, 그 태자도 대단한 놈이야. 지 어미를 죽음으로 몰고 가면서도 끝까지 불임이랑 결혼하다니. 그것도 아들이라고. 여왕만 불쌍...”

“지금 뭐라고?!”


케이가 대화에 끼어들며 외쳤다. 그의 눈은 평상시보다 배로 크게 떠져있었다. 그에 사람들은 그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한 사람이 딸꾹거리며 입을 열었다.


“저런, 아직 못 들은 건가. 바나하임의 여왕이 세상을 떴다는군. 벌써 사흘 전 얘기야.”






지크는 노덤을 손질하다가 앞을 힐끔 쳐다보았다. 케이를 쳐다봐도, 마틴을 쳐다봐도 둘 다 엄청 저기압이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케이는 갑자기 뒷사람들의 얘기에 끼어들더니 느닷없이 자러가겠다고 사라졌고, 마틴은 돌아왔을 때 이미 저 상태였다.

정말 모처럼 침대에서 잘 기회였는데, 불편하기 그지없는 밤이었다.


그리고 둘은 다음날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자들이 같이 식사를 하자고 왔을 때조차 관심 없다며 거절해버렸다.

때문에 식사는 지크까지 포함해 셋이서만 해결했고, 남은 둘의 식사는 지크가 대신 가져와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건드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식어갈 뿐이었다.


“야, 암살자.”

“왜.”


기나긴 시간동안 침묵을 지키던 케이가 입을 열며 마틴을 불렀다.


“너, 캐서린양 만나러 갈 거지?”

“그런데?”

“나도 같이 가자고.”


그에 지크는 물론이거니와 마틴도 놀란 표정으로 케이를 바라보았으나, 케이는 뭐가 문제냐는 듯 가볍게 말했다.


“친구들하고 같이 오라며. 뭐처럼 루스리아까지 왔는데 아깝잖아.”


케이는 밝게 웃으며 말했으나 마틴은 실눈을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체념한 사람처럼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금 갈까?”

“좋았어. 지크, 너도 가자.”


지크는 갑자기 지명받자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나는 괜찮...”

“그러지 말고 가자고. 네가 그런다고 티나가 점수를 더 주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 난 정말...”

“그럼 결정 된 거다.”


케이는 지크의 말을 듣지도 않고 지크의 옷깃을 뒤로 잡아 방문 앞에서 기다리는 마틴에게 걸어갔다.


“아니, 난 정말로 관심 없다고!”


지크는 뒤로 질질 끌려가면서 외쳤으나 그의 말은 완전히 무시되었고, 곧 방문이 닫혔다.






“다, 다가오지 마!”


지크가 문 앞까지 뛰어가더니 뒤를 향해 외쳤다. 그는 이미 귀까지 빨개진 얼굴로 사색되어있었다.


한편, 침대에 앉아있던 여성은 무안해진 표정으로 자신의 기다란 검은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지크가 펠리토에서 딱 한번 봤을 짧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상반신 중 가리는 거라곤 가슴밖에 없는 정말 짧디 짧은 옷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가슴부분도 중간이 깊게 파여 가슴 윤곽이 그대로 들어났다.

하반신도 치마를 입긴 했으나 그건 그것대로 어찌나 짧은지 허벅지는커녕 엉덩이도 겨우 덮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다리를 조금이라도 벌렸다간 아찔할 지경이었다.

아니, 지크의 기준에서 그녀는 이미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크는 숨 쉬는 방법조차 잊어버려 숨을 헐떡이고 식은땀을 흐렸다. 빨리 여기서 나가야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수십 번 반복되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손잡이까지 손만 내밀면 되건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너 말이야.”


여성은 마침내 입을 열며 침대에서 내려와 지크를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그녀가 가까워질수록 지크는 숨을 쉬기 더욱 힘들어졌다. 빠르게 뛰는 심장이 이대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가 다가오자 몸에 뿌린 향수와 여자의 향이 코를 찔렀다.


하지만 여성은 지크와 달리 당당한 모습으로 지크 앞에 섰다.


“나라고 너 좋아서 상대해 주는 거 아니라고. 마틴만 아니었으면 내가 돈도 안 받고 대낮부터 일할 리가 없잖아.”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며 지크의 옷깃을 단단히 잡았다.

그녀의 매혹적인 갈색 눈동자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녀의 붉은 입술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크는 본인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이미 목은 마를 대로 말라 목만 아팠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표정을 풀더니 귀엽다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


“하지만 뭐, 가끔씩 너처럼 하룻강아지를 상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작게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에 지크는 눈을 질끈 감았다. 타오르는 열기에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티나!’


지크는 애써 머릿속으로 티나를 그려보려 애썼으나 그것도 진한 향기 속에 흐려졌다. 그나마 남아있던 머리조차 감각을 잃어가고 있던 것이다.

그때, 그녀의 입술이 느껴졌다. 티나와 했을 때완 다른 부드러움이었다. 무언가가 그녀의 입술을 통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빠르게 뛰던 심장이 진정을 하며 제 박자를 찾아갔다. 그는 그도 모르는 사이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혀가 느껴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과, 관심 없어!”


그는 결국 온힘을 발휘해 유혹을 뿌리치고 방밖으로 나가 문을 급히 닫았다. 그의 몸은 마치 대전투를 하고 나온 사람처럼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커다란 위기를 넘겼다 생각하며 한숨을 크게 내쉴 때였다.


“지크님, 괜찮으세요?”

“응, 괜찮...”


지크는 반사적으로 대답하다 고개를 번쩍 올렸다. 눈앞에 티나가 서있지 않는가! 그는 몰려오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졌고, 손을 열심히 저었다.


“아, 아니야! 아무 일도 없었어! 정말로!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그의 과장된 몸짓에 티나는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마치 심문이라도 받는 느낌이었다.


“입술에 립스틱 묻으셨어요.”


쿵.


심장이 떨어짐과 동시에 지크는 온몸이 굳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한편, 티나는 엘시아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지크님이 여기에 있다면 케이씨도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꺄아악! 넌 뭐야!”

“그러는 너야말로 뭔데! 당장 거기서 내려오지 못해!”


찾았나 보다.






:상당히 시끄러운 친구들이네.:


캐서린이 향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엘시아의 목소리가 그녀의 방까지 들려왔다. 한편, 의자에 앉아있던 마틴은 뭐가 재미있는지 입꼬리를 올렸다.


:원래 이런 곳하곤 어울리지 않는 녀석들이야.:

:처음부터 이럴 줄 알고 데려왔다는 소리 같네. 난 기껏 바쁜 애들에게 사정까지 하면서 부탁했는데.:


캐서린이 향을 다 키자 마틴의 무릎에 앉으며 말했다.


:전에 기껏 도와주려 했더니 잘못을 전부 나한테 뒤집어쓰려 했거든.:


마틴은 아스카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며 낮게 웃었다. 당하고는 못 사는 그의 성격을 잘 아는 캐서린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언제 그러다 된통 당한다, 너.: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뭐.:


마틴이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캐서린은 어쩔 수 없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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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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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6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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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4 0 10쪽
»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20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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