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키스크의 서재입니다.

프레이야 엑소더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연재수 :
135 회
조회수 :
5,068
추천수 :
509
글자수 :
663,514

작성
20.09.01 08:19
조회
14
추천
0
글자
8쪽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DUMMY

“크윽.”


마틴은 쓰라린 고통에 뒤로 물러나 무릎을 꿇었다. 그는 이미 상당수의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황토색이었던 옷은 어느덧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사이사이로 뼈가 보일정도로 심한 부상을 입은 곳들도 더러 있었다. 독이 퍼지면 퍼질수록, 출혈이 심하면 심할수록 정신은 점점 원치 않게 멍해져 갔고, 빅터의 자마다르는 더욱 피하기 힘들었다.


“크크크. 아무래도 캐서린이 내 독은 3개월에 한번 꼴로 성향이 바뀐다는 것을 잊었나보군. 아니, 기억하고 있다한들 내가 무슨 독을 사용하고 있을지 알 길이 없었겠지.”


빅터가 비틀거리는 마틴을 향해 비웃으며 말했다. 그라고 상처를 입은 건 아니었으나 독이 발라진 그의 자마다르에 상처를 입은 마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틴은 정신을 가능한 집중시키며 섀도우라이트를 들어올렸다. 숨은 거칠고, 몸은 피와 땀으로 끈적였지만 그는 온힘을 검에 집중시켰다. 하지만 아무리 집중을 하려 그래도 빅터의 모습은 이제 뿌예져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나를 선택했어야 했어. 그럼 케절시를 하룻밤에 무너뜨린 사신귀로 영원히 살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귀로 그의 말이 들렸으나 그의 표정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아마 웃고 있을 것이다. 아니, 분명히 웃고 있다. 그래도 마틴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이대로 죽는 한이 있어도 물러설 수 없었다.


[그래도 위험해지면 도망쳐야 돼, 알았지?]


마틴은 작게 피식 웃었다. 그러지 않을 거란 걸 뻔히 알지 않는가. 죽음이 두려워 도망치는 것 따윈 하지 않을 거란 걸. 마틴은 손잡이를 더욱 꽉 쥐었다. 이번이 마지막 일결이 될 것이다.


“그럼 죽어라!”


팟!


순간 피가 튀어 오르며 강한 피냄새가 콧등을 찔렀다. 마틴의 흐려진 눈이 강하게 흔들렸다. 튀어 오른 피가 자신의 얼굴에 묻으며 또 하나의 향이 자신의 콧등을 찔렀기 때문이다. 피냄새 속에 섞인, 은은한 라벤더 향이.


:캐서린!:






“!”

“무슨 일이에요, 캐서린양?”


캐서린이 고개를 갑자기 번뜩 올리자 티나가 놀라며 물었다. 캐서린은 마치 유령이라도 본 사람처럼 얼굴이 새하얬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티나는 잡았다.


“지금 당장 마틴이 있는 곳으로 가실 수 있죠? 빨리 그의 곁으로 가야 되요!”


어찌나 팔을 세게 붙잡고 있는지 멍이 날 것 같았다.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그녀의 눈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때문에 티나는 이유를 물을 겨를조차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그건...”


말을 꺼내려던 라일이 멈추었다. 그의 눈에 무언가 들어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형체를 드러내더니 지크 머리위로 떨어졌다.


쿵.


“으윽. 티나...”

“죄송해요. 이것밖에 방법이 없어서...”


지크가 아래에서 신음 소리를 내자 티나가 대답했다. 라일은 갑작스러운 광경을 어이없게 쳐다보았다. 지크의 몸 위로 여자가 둘이나 떨어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중 한명은 거대한 목걸이를 찬 붉은 눈동자의 엘레마이었고, 다른 한명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이었다.


“신관? 캐서린?”


하지만 캐서린은 자신의 이름이 불려도 듣지 못하고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틴은 빅터를 상대하다 밀려 멀지 않은 곳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멀리서만 봐도 그의 몸은 심한 부상으로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마틴을 부탁해요.:

:자, 잠깐만요!:


티나가 놀라 외쳤으나 캐서린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마틴이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캐서린을 눈치 챈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케이를 상대하던 가더와 닉스의 시야에도그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가더!”

“알고 있어!”


케이를 막고 있던 닉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더는 자신의 레이피어를 들고 캐서린을 쫓아갔다. 그리고 훈련을 제대로 받아본 적도 없는 캐서린은 금방 따라잡혔다.


“방해하는 자는 죽는다!”

“!”


푸욱.


레이피어는 정확히 오른쪽 어깨에 찔렸다. 하지만 캐서린의 어깨가 아닌, 라일의 어깨였다.


“라일!”

“라일 오빠!”


둘은 갑작스런 라일의 등장에 놀라 외쳤다. 한편 라일은 괴로워하면서 캐서린을 바라보았다.


:어서 가!:


그의 고함소리에 캐서린은 순간 흠칫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마틴을 향해 달려갔다.


“저 년이!”


가더는 레이피어가 막힌 상태에서 도망을 치는 캐서린을 향해 외쳤으나 그에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라일은 어깨의 상처에도 불과하고 왼손에 힘을 주어 자신의 단검을 있는 힘껏 가더의 심장에 찔렀다. 미처 공격이 날아올 거라 예상하지 못한 가더의 표정에는 당혹함이 여려있었다.


“어째서...”


하지만 라일의 표정에서는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고, 가더는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졌다. 라일이 쓰러진 건 바로 직후였다.


“가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닉스가 놀라 외쳤다.


“남 신경 쓸 처지가 아닐 텐데?”


순간 옆에서 들리는 말에 닉스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대처를 취하기도 전에 거대한 날이 그의 앞을 지나갔다. 곧 엄청난 양의 피가 허공에 뿌려졌고, 닉스는 어떻게 해보지도 못하고 땅에 쓰러졌다.


“젠장. 이렇게 간단한 것을.”


케이는 숨을 고르며 중얼거렸다. 그렇다고 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재빨리 엘시아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한쪽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럼 죽어라!”


빅터가 오른손의 자마다르를 있는 힘껏 날리며 외쳤다. 그때, 눈 끝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무언가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기도 전에, 그것은 자신과 마틴 사이에 끼어들어 자마다르를 막았다.


푸욱.


뒤까지 관통한 자마다르를 타고 흐르는 피가 그의 손까지 적셨다. 빅터의 눈이 일순간 흔들렸다. 온몸에서 흘러나오는 라벤더 향을 그라고 모를 리 없었다.


:캐서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는 정신을 차리고 매서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눈은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가 자마다르를 그녀의 몸 안에서 빼자 그녀는 실이 끊긴 꼭두각시처럼 자리에서 쓰러졌다.


:캐서린. 안 돼 캐서린. 눈을 떠봐. 눈 좀 떠보라고.:


마틴은 그녀가 쓰러지자마자 그녀를 받고는 흔들며 말했다. 그녀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서 힘이 점점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다. 숨이 매우 불안전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왜 캐서린이!


그때, 뺨에 떨리는 손길이 느껴졌다. 마틴은 급히 그것을 잡았다.


:그러...길래 내가...무리하지 말라고...했잖아.:


떨리면서도, 숨이 거칠면서도, 밝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앞은 여전히 흐렸다. 하지만 그게 독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모든 신경을 이 손길 하나에 집중했다.


순간, 손길에 힘이 빠졌다.


...


:캐서린?:


마틴이 그녀를 불러보았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손길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만 같았다.


:캐서린?:


그는 태엽이 풀린 인형처럼 텅 빈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하지만 마찬가지다.


:으윽...:


마틴은 이를 갈았다. 이런 걸 원했던 게 아니다. 이런 걸 위해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이런 결과를 낳고자 캐서린을 찾았던 게 아니다.


:크아아아아악!:


그는 결국 격한 감정을 이겨내지 못하고 외쳤다. 순간, 그의 심장에서 하얀 빛이 나면서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의 빛은 빠른 속도로 그의 상처를 하나하나 치료하기 시작했다.


“무슨?”


빅터가 놀라 말했다. 마틴에게 백마법 따위가 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저것은 무엇인가? 어딜 봐도 백마법이지 않는가.


한편, 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틴은 캐서린을 조심히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의 시야는 어느덧 맑아져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살기를 품으면서.


작가의말

오랜만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프레이야 엑소더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및 시간 안내 (오후 12:30) 20.06.20 31 0 -
공지 캐릭터 소개 (스포 많이 포함) +1 20.06.19 96 0 -
135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9) 20.09.16 23 0 8쪽
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133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8 0 9쪽
132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6) +1 20.09.12 24 1 17쪽
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7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5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5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7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4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5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9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3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4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5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3 0 10쪽
115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7) 20.07.13 20 0 13쪽
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3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19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