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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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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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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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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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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DUMMY

케이가 정신이 들었을 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숙취 후기라고 술이 쌨던 만큼 뒷전도 장난 아니었다.

그는 한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억에도 없지만 어느덧 여관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사내 녀석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고, 대신 엘시아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침대위에 팔베개를 하며 자고 있었다.


“야.”


케이가 그녀를 흔들며 깨워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신음 소리를 내며 천천히 잠에서 깼다.


“으음. 뭐야, 겨우 잠들었는데...”


엘시아가 눈을 비비며 투덜거리자 케이는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네 방에 가서 자면 될 것이지, 여기서 뭐 하냐?”

“암살자가 친구 데려와서 티나를 괴롭히는 바람에 그 방은 어제 내내 난리였다고. 난 나 나름대로 고민하느라 바빴고.”

“네가? 별일이내.”


케이가 일어나자마자 비꼬자 엘시아는 미간을 좁혔다.


“나도 고민쯤은 한다고. 어제 어느 누가 술김에 ‘어마마마’를 찾아서 말이지.”


순식간에 케이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차마 엘시아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외면했다.


“그랬...었어?”

“그럼. 그러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나더라. 아, 그래서 엊그제부터 그렇게 울상이었구나, 그런데 그럼 왕족인거네. 하지만 왕자들은 바나하임에 있을 텐데. 어라? 그러고 보니 죽은 셋째 왕자가 있잖아. 죽지 않은 거라면? 여기 멀쩡히 살아있다면? 그런 놈이 타국인 아스가르드엔 뭐 하러 있데? 그것도 죽은 걸로 해서?”


엘시아는 지난 밤 내내 자신이 생각했던 과정을 열거했고, 그럴 때마다 케이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그에 엘시아는 그를 힐끔 쳐다봤지만 개의치 않고 말을 계속 했다.


“내 상상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결국에는 첩자가 아닐까하는 생각에까지 미치더라고. 좀 굉장하지?”


케이는 아무 말하지 않고 이불만 꽉 잡았다.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사실을 말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말을 한마디라도 꺼냈다간 그나마 있는 것마저 모두 잃을 게 분명했다. 대마법사의 딸인, 왕의 약혼자인 그녀에게 진실을 말했다간 둘의 관계는 그걸로 끝이었다.

한편, 엘시아는 가볍게 그의 침대에 앉더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뭐, 네 말대로 내가 그렇게 열심히 고민을 한다는 것도 웃긴 일이고. 해서 다 떼려치웠지. 지금이 좋잖아. 그냥 이렇게 지크 네들과 함께 여행도 하고, 추억도 쌓고, 안 그래?”


케이는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밝게 웃고 있었다. 웃을 수 있는 건가? 거기까지 추리해 놓고, 그러고도 아무렇지 않다며 웃을 수 있는 건가?

케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난 3년을 속인 거나 마찬가지인 자신에게 어떻게 그렇게 웃어 줄 수 있는지. 그게 언제 무엇을 불러올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평상시처럼 대해 줄 수 있는지.


“이 바보.”


그는 벅차오르는 감정에 그녀를 껴안으며 중얼거렸다. 그에 엘시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의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몸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그녀는 그저 토닥여줄 뿐이었다.


그때, 케이가 조금 멀어지더니 다시 그녀의 얼굴에 다가갔다. 둘의 입술이 막 겹쳐질 순간이었다.


“케이...”


쾅!


“들어봐! 캐서린양이...!”


지크가 방문을 거세게 열며 외치다 멈췄다. 케이와 엘시아는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셋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죄송합니다!”


지크는 그리고 두말하지 않고 방문을 닫고 사라졌다.


“캐, 캐서린양이 깨어났나 보다. 난 이만 가볼게.”


정신 차린 엘시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방밖으로 나갔다.


홀로 남게 된 케이는 머리를 뒤로 기대며 한숨을 쉬었다.


“아주 잘 하는 짓이다.”


그때 머리에 통증이 돌아오자 그는 머리를 다시 짚어야 했다.






캐서린은 천천히 팔을 위로 올려보았다. 그리고 천장위로 뻗은 손가락들을 하나 둘씩 굽어보았다. 손목도 꺾어보았다.

다음엔 다리 아래로 신경을 집중해 마찬가지로 발목도 꺾어보고, 발가락도 꼼지락 거렸다. 티나는 다음날 아침까지 걸릴 거라 그랬는데 밤인 지금 이미 모든 신경이 돌아온 것 같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확실히 큰 행동을 해보자 몸이 아직 뻣뻣했다. 덕분에 가는 동안 몸이 어색하게 삐뚤거렸지만 무사히 창문까지 갈 수 있었다.


그녀가 창문을 열자 대낮과도 같은 루스리아의 불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자정이 지났을 텐데 도시는 낮보다 더 활발했다.

거리엔 술에 취한 남자들이 창녀들의 부드러운 손길에 여곽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술에 너무 취해 그저 길가를 잠자리로 잡은 모습도 간혹 보였다.

딱히 보기 좋은 모습이라곤 할 수 없지만, 이건 그녀가 인생의 반을 살아오면서 항상 봐오던, 이젠 인생의 한부분이나 다름없는 광경이었다.


:마틴, 위에 있지?:


캐서린이 잠시 야경을 바라보다 허공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에 캐서린은 위를 힐끔 쳐다보더니 시침 뚝 떼며 말했다.


:네가 안 내려오면 내가 올라간다.:


그리고 그녀는 스스로의 말을 실행시키기 위해 창가 위로 올라갔다. 2층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떨어져도 죽지는 않을 테지만, 다리 하나 정도는 부러질 높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씩씩하게 창가 위에 올랐다. 그때, 왼쪽 다리에 힘이 전달되지 않아 다리를 헛디뎠다.


:아.:


덥썩.


그녀는 어느덧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허공에 붕 떠있는 자신의 발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자 그곳엔 마틴이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그녀의 오른팔을 잡고 있었다.


:너 말이야...:


마틴은 머리에 힘줄마저 돋으며 화를 냈지만 캐서린은 그저 빙긋 웃었다.

결국 마틴은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방에 들어오게 되었다. 한편, 캐서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지개를 쭉 폈다.


:간만에 긴장 좀 했더니 졸리네. 어서 자자.:

:너나 자.:


마틴은 그녀의 제안에도 불과하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가 자는 동안 혹시라도 기습이 없을지 망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서린은 걱정이 되지 않는지 그에게 떼를 썼다.


:에잉~ 그러지 말고. 모처럼 인데, 응?:

:됐어 난...:

“남자가 돼서 여자의 부탁을 거절해선 안 된다는 것도 모르냐.”


순간 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리자 마틴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여긴 우리가 맡을 테니 마음 푹 놓고 자라고.”


지붕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자기 혼자였는데 어떻게... 그때 마틴은 무언가가 머리에 스치며 싱글벙글 웃고 있는 캐서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무슨 짓을 한 거야?:

:어머, 난 모르는 일인데.:


캐서린은 다시 시침을 뚝 땠지만 속을 마틴이 아니었다. 한편, 캐서린은 그의 팔을 잡았다.


:이제 걱정할 것도 없으니 빨리 자자. 나 이렇게 일찍 자보는 거 오랜만이란 말이야.:


결국 마틴은 포기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가 옷을 간단히 차려입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캐서린은 그의 왼손에 바로 깍지를 끼었다.


:이건 또 뭐야?:

:추억 거리.:


그녀가 빙긋 웃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


:와 이거 정말 오랜만이다, 그치?:


캐서린이 계속 품에서 재롱을 피우자 마틴도 어쩔 수 없다며 피식 웃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알았으니까 그만 자.:

:피이. 그걸로 끝? 그나저나 언제 출발할 거야?:

:글쎄, 일단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가야겠지.:


마틴은 벌써부터 기대되는지 낮게 웃었다. 그에 캐서린은 조금 걱정되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할 거야? 이번엔 정말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그냥 가도 되는 거잖아.:

:널 이렇게 만들었는데, 내가 그냥 두고 갈 리가 없잖아.:


캐서린은 뭐라 말하려 그러다가 관두기로 했다. 어차피 말해봐야 듣지 않을 거란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그저 마틴의 품에 얼굴을 기댔다.


:그래도 위험해지면 도망쳐야 돼, 알았지?:

:알았어.:


마틴이 눈을 감으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빈말이란 걸 알았지만 캐서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그날 그녀는 참으로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었다. 단순히 깍지를 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있어 마틴의 향은 라벤더 향보다 더 좋은 진정제였다. 그저 그의 몸에서 나는 향이 값비싼 그 어느 향보다 좋았다.


그리고 그녀는 간만에 고향의 꿈을 꾸게 되었다.

노예제도도 암살단도 없던 시절. 그저 가족이 있고, 친구들이 있던 날들. 최고의 셀레비온이 되겠다고 마틴과 맥스가 경쟁하는 걸 언니와 재미있게 구경하던 시절.

맬컴 오빠가 푹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무용가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시절. 한동안 잊고 있던 기억들이 엊그제 같이 되살아나며 그녀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으음...:


캐서린은 아침의 햇살을 받자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캐서린은 놀라운 광경을 보았다. 마틴이 아직도 자고 있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잠이 얕던 마틴이, 암살단에 들어온 이후 더욱 얕아졌던 마틴이. 햇빛이 창밖에서 새어 들어올 때까지 여전히 자고 있었다.

거기다 자기가 움직였는데 꿈쩍도 하지 않다니.


자기 덕분이라고 자랑하고 싶었으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아는 그녀였다.

그녀는 마틴과 함께 자면 더욱 편안히 잘 수 있지만, 마틴은 오히려 걱정이 되는지 잠이 더 얕아진다.

즉, 그가 이렇게 편안히 잘 수 있는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그녀가 해줄 수 없던 무언가를 얻었기 때문에.


:좋은 친구들을 만났구나.:


캐서린이 마틴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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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133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8 0 9쪽
132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6) +1 20.09.12 24 1 17쪽
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6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4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4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7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3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3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4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8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2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3 0 11쪽
»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5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2 0 10쪽
115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7) 20.07.13 20 0 13쪽
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3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19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5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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