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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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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최근연재일 :
2020.09.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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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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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9
글자수 :
663,514

작성
20.09.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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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DUMMY

불길이 어찌나 높이 솟아오르는지 산 아래의 도시에서까지 볼 수 있을 정도였다. 괴물은 불 속에서 잠시 발버둥을 쳐보다가 곧 자리에 꿇어앉았다. 그리고 꿇을 기운마저 잃은 괴물은 앞으로 쓰러졌다. 그 후로도 한참, 불이 꺼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일행은 불길이 잦아들자 천천히 숯불구이가 되어버린 괴물을 향해 걸어갔다. 그것은 타다 못해 새까맣게 변질되어 있었다.


“안에서 같이 숯불구이가 된 거 아니야?”

“에이, 설마. 그럼 또 그 백마법이 구해줬겠지.”


케이의 질문에 엘시아가 대답했지만 그녀도 확신이 서진 않았다. 실제로 그의 몸에서 백마법이 튀어나와 그를 치료해준 적은 루스리아에서 딱 한번 뿐, 매번 그럴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결국 그가 무사한지 확인하는 방법은 한가지뿐이었다. 지크는 조심스럽게 노덤을 들어 괴물의 배를 가를 준비를 하였다.


푹.


노덤이 채 닿기도 전에 배가 꿈틀거렸다. 일행은 바로 뒤로 물러서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다행히 꿈틀거리는 배 위로 표창이 튀어나왔고, 곧 갈라진 배 위로 한 사람이 솟아올랐다.


“으윽. 냄새 베었어.”


그는 자신의 팔을 킁킁 거리더니 역겹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에 남은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긴 한데, 다가오진 마. 냄새 나.”

“뭐야?”


지크가 마틴에게 말하자 마틴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때 엘시아와 케이의 눈이 맞았다. 둘은 씨익 웃었다. 엘시아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마틴의 머리 위로 폭포 같은 물이 쏟아졌고, 마법이 끝날 즘 마틴은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 있었다.


“날 이 한 가을에 추위로 죽일 생각이야!”

“어머, 난 그저 급한 대로 목욕이나 시켜줄려고.”

“목욕 좋아하시네.”

“그럼 말려 줄까?”


엘시아와 케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돌아가며 말하자 마틴은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 자식들 낮의 복수라는 거지. 어디 끝에 가서 누가 웃는지 두고 보자.


결국 엘시아도, 케이도 못 믿은 마틴은 차갑더라도 지크의 바람에 의지하여 몸을 말렸다.






좀비 무리를 만나고 한참을 올라가자 멀리서만 볼 수 있었던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저택은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집처럼 한 치의 빛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크는 알 수 있었다. 저 안에 티나가 있다.


“조금만 더 가면 되요. 모두...”


털썩.


지크는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방금 전까지 자신과 함께 달려오던 일행이 모두 땅에 쓰러져있었다. 지크는 놀라 가장 가까운 케이에게 뛰어갔다.


“형! 무슨 일이야?! 형!”


지크는 케이를 세게 흔들며 깨워보려 하였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무런 위험도 느끼지 못했는데 어떻게 셋이 동시에 쓰러진 거지? 위험을 누구보다 잘 감지하는 마틴마저 소리 없이 당하다니. 하지만 어떻게 당한 건지도 알 수 없다. 상처는 없어 보이는데 셋 다 의식은 없다. 이것도 저주의 일종인가.


“역시 그 정도론 신이 선택한 왕에겐 통하지 않나 보군.”


뒤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지크는 급히 돌렸다. 그곳엔 언제부터인지 40대 초반의 검은 곱슬을 단발까지 길은 남자가 서있었다. 어젯밤에 티나를 공격한 남자다. 지크는 급히 일어나 공격 자세를 취했다.


“내 동료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티나는 왜 잡아간 거야?”


대답에 따라 언제든 죽일 기세였다. 하지만 남자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크를 내려다보며 한가하게 입을 열었다.


“불필요한 것들을 처리하기 위해 작은 수를 썼을 뿐이야. 나이트메어라 불리는, 깰 수 없는 꿈속에서 끝없는 악몽을 꾸는 아주 재미있는 저주라 할 수 있지. 네 신관에게 걸린 저주와 비슷한 거라 할 수 있어.”


지크는 그의 끝말에 흠칫했다. 그는 노덤을 더욱 꽉 쥐었다.


“네 녀석! 티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별 거 아니야. 프로즌 메모리를 썼을 뿐이지, 자신의 가장 끔찍한 과거에 영원히 사로잡혀 혼이 없는 인형이 되어버리는 매우 독특한 저주마법이야. 어젯밤에 시작했으니 완성되려면 얼마 안 남았어.”

“이 자식이!”


지크는 그의 설명에 이성을 잃어 바로 그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남자는 우습게 그의 공격을 피했다.


“저런. 감정에 휩쓸린 검은 무딘 검이나 다름없다고 카일이 가르쳤을 텐데. 보면 혀를 치겠군.”


지크는 흠칫했다. 케이를 부담 없이 카일이라 부를 정도면 케이를 상당히 잘 아는 눈치였다. 그러고 보니 케이도 눈앞의 이자가 누군지 아는 눈치였다. 옛 동료라도 되는 건가? 그러다 무언가 지크의 머리에 스쳤다. 지금 케이에게 없는 무언가가.


“설마...헬바스터?”

“호오. 바본 줄만 알았는데 그 정도는 아니었나 보군.”


지크가 자신의 정체를 맞추자 헬바스터가 입꼬리 한쪽을 올리며 말했다. 날개 달린 말하는 늑대도 아는데 이제 와서 말하는 검이 생겼다고 놀랄 지크가 아니었다. 그리고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어째서 케이 형의 검이 티나를 납치한 거지?”

“케이 형의? 푸하하하하하.”


헬바스터는 무엇이 그리 웃긴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날카롭고 소름끼친 악마의 웃음소리가 밤길에 울렸다.


“미안하지만 난 어느 누구의 검도 아니야. 카일로부터 원하는 게 있기 때문에 같이 있는 거지. 네 신관 또한 마찬가지다.”


헬바스터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눈으로 곡선을 그리며 말했다.


“자, 네겐 두 가지 선택권이 있다. 하나는 네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티나를 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네 뒤에 있는 동료들을 구하는 거지. 둘 중 하나를 구하게 되면 다른 하나는 시간 초과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거야. 어떻게 하겠어?”


헬바스터가 두 팔을 벌리며 물었다. 지크는 이를 빠득 갈았다. 저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는 그였기에 헬바스터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몰랐다. 하지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하나를 잃는다. 자기는 티나를 위해 이 여행을 시작했다.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서. 드레이커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소원을 들어주고 싶어서. 하지만 남은 일행들은? 그들 또한 소중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들이 없었다면 둘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테니까. 그들이 같이 있어줬기 때문에 여행은 한결 더 즐거울 수 있었다.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다.


“다행이야. 고민도 없이 티나양을 선택했더라면, 네 녀석을 죽여 놓을까 생각했는데 말이야.”


지크는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뒤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더니 금발 머리가 불쑥 튀어 올랐다.


“마틴!”


지크는 놀란 나머지 앞에 헬바스터가 있다는 것도 잊고 마틴을 향해 달려갔다. 헬바스터도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운이 좋은 녀석이군. 아니 없는 녀석이라 해야 하나. 어쨌든 신관의 도움도 없이 저주를 풀다니 대단하다고 해야겠군.”


헬바스터는 그러면서 발길을 저택 쪽으로 옮겼다.


“이번엔 그냥 물러나도록 하지. 하지만 내가 했던 말 잘 생각해 두는 게 좋을 거야.”


그는 그 말을 끝으로 허공으로 사라졌다.

지크는 그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며 마틴을 부추겼다.


“어떻게 된 거야. 한 번 악몽을 꾸면 깨어날 수 없다고...”

“악몽? 캐서린 말이야?”


마틴은 아무 감정 없이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지크는 그런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의 ‘악몽’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눈앞에서 죽는 캐서린양. 얼마나 자주 꿨으면 그게 악몽조차 되지 않았을까. 그녀가 죽은 후로 얼마나 많이, 아니, 그보다 훨씬 전부터 행방불명된 그녀의 죽음을 수도 없이 상상해 봤을까. 그러면서 더 이상 꿈속에서 밖에 볼 수 없는 그녀이기에 악몽이라 부를 수도 없는 처지 속에서...


“그나저나 빨리 가봐야지.”


마틴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지크에게 말했다.


“하지만 아직...”

“이 둘은 나에게 맡겨. 넌 티나양이 기다리고 있잖아.”


마틴은 얼른 가보라고 손짓하며 말했다. 지크는 케이와 엘시아를 바라보았다. 둘은 여전히 저주를 못 이겨 표정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딘가에 있을 티나 또한...


지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부탁할게.”


지크는 그 말을 끝으로 노덤을 들고 저택으로 달려갔다. 한편, 남게 된 마틴은 쓰러진 둘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 짐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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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14 네로고양이
    작성일
    20.09.13 20:12
    No. 1

    글이 더 읽기 좋게 변한 거 같네요 !
    문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으니 그러려니 쳐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D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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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9) 20.09.16 23 0 8쪽
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9 0 9쪽
132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6) +1 20.09.12 25 1 17쪽
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7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5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5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8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4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5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9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3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4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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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4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19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10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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