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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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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크
작품등록일 :
2020.05.1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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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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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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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DUMMY

엘시아는 힘겹게 눈을 떴다. 방금 전의 전투로 몸이 말이 아니었다. 몸이 납처럼 무거웠다. 이대로 다시 잤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alkbjalkgjwoeiu”


누군가 자신의 앞에서 뭐라 말하는 것 같은데 들리지 않는다. 알아듣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

적인지 아군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집중하는 곳의 상처가 나아가는 게 느껴지는 걸 보면 적은 아닌 듯 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조용한 걸 봐선 전투는 끝난 것 같았다. 크래거 존스는 어떻게 됐지? 후치는? 케이는?


그때,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케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기처럼 만신창이가 된 그를. 그리고 그의 앞에 달빛을 반사하는 날카로운 검으로 케이를 위협하는 누군가를 보았다.






척.


크리스토퍼는 날을 더욱 세우며 케이의 목에 대었다. 그런다고 케이가 도망칠 기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겐 눈을 뜨고 깨어있는 것조차 고문이었다. 눈꺼풀이 이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사람 앞에서만큼은 눈을 감을 수 없다. 그럼 죽는다.


“어디 한 번 설명해 보실까? 어째서 바나하임의 왕자나 되는 놈이 허락도 없이 내 나라에서 얼쩡거리는지.”


하지만 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쁘게 숨 쉬는 게 고작이었다. 그에 크리스토퍼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좋아, 질문을 바꾸지. 태자가 시킨 짓이냐?”


케이가 ‘태자’라는 단어에 꿈틀거리자 크리스토퍼는 눈을 가늘게 떴다. 역시 그런 것인가. 그는 천천히 검을 케이의 목에서 뗐다.


“미안하지만, 내가 안 이상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아. 그리고 오늘은 네 제삿날이 될 거야.”


크리스토퍼는 그 말을 끝으로 검을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그때였다.


슈웅.


크리스토퍼는 눈끝으로 날아오는 공격을 발견하고 재빨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목표를 놓친 공격은 그대로 뒤에 있던 나무에 박혔다. 잠시 후 나무에서는 밤이라 더욱 빛나는 빛을 내더니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공격의 위력을 본 크리스토퍼는 재빨리 공격이 날아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엘시아가 자신을 향해 활을 겨냥하고 있었다.


“케이한테서 떨어져, 이 머저리 자식아!”


그녀는 숨도 제대로 겨누지 못하면서 대사만큼은 똑똑히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목 뒤의 충격에 바로 기절했다.


“죄송합니다. 설마 그 체력으로 공격을 날리실 줄은...”


그녀를 기절시킨 장본인, 디엘이 사과하며 설명했다. 하지만 크리스토퍼는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어둠속에서 홀로 우뚝 서 있다가 케이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엔 차가운 미소가 어려 있었다.


“오늘은 운이 좋군. 약혼자님께서 네가 살길 원하신다.”

“야...약혼자?”


케이가 힘을 겨우 짜며 말했다. 크리스토퍼는 케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히더니 말을 계속했다.


“이번엔 그녀를 봐서 살려주도록 하지. 그러니 지켜. 그녀가 살려준 목숨으로 내가 때가 되어 그녀를 궁으로 데려갈 때까지, 목숨 걸고 지키는 거다. 알겠지?”


크리스토퍼는 그 말을 끝으로 디엘과 함께 사라졌다. 한편, 케이는 그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깨닫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마틴, 있잖아. 나 어젯밤 맬컴 오빠의 여자가 되었다! 어떻게. 너무 행복해 죽을 것 같아!]


붉어진 얼굴로 밝게 웃는 모습이 정말 그 어느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아마 평생 두고 그렇게까지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마틴은 천천히 눈을 떴다. 처음부터 인상을 찡그리며 깨는 모습이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은 어느덧 꿈속에서의 여관 안이 아닌 야영지였다.

아직 습기가 찬 새벽인지라 일행은 모두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도 잠을 조금이라도 더 취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악몽.






지크와 티나가 톨가를 떠난 지 어느덧 석 달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한 여름의 무더위가 가시지 않아 반팔밖에 못 입을 날씨였는데, 이제는 외투 없이 밖으로 나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마틴과 케이, 엘시아를 일행으로 맞이하고,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톨가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변한 것도 많이 있었다.


티나 같은 경우만 해도 존칭이 지크만 제외하고 전부 ‘씨’나 ‘양’으로 변했다.

말투 속에마저 깃든 노예정신 좀 어떻게 하라고 난리를 친 마틴의 역할이 컸다.

덕분에 한 달 가까이 노력한 결과 티나는 타메르인과 대화할 때도 자연스럽게 ‘씨’나 ‘양’자를 붙일 수 있게 되었다.


조건으로 마틴은 열 받을 때마다 표창을 꺼내는 버릇을 고쳐야 했다.

살기까지야 어쩔 수 없다 할지라도 최소한 눈에 보이는 협박은 피하라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마틴의 습관은 티나보다 없애기 힘든 것이었는지, 줄긴 줄었으나 지금도 화가 나면 표창이 가끔씩 나오곤 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지크만큼 변한 사람은 없었다. 일단 마틴과 엘시아가 가장 아쉬워하는 점은 그의 촌티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나온 지도 어느덧 석 달이 넘었다고, 그는 이제 자연스럽게 배경에 스며들었다. 황당한 질문을 하는 숫자도 많이 줄었고, 일행을 쪽팔리게 하는 일도 많이 줄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눈에 더 띄었던 것은 그의 학습능력이었다. 왕의 힘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몰라도 그는 지난 석 달 동안 마검을 터득했을 뿐만 아니라, 아레스 조종법에 고어까지 터득했다.

게르세메의 보고에 의하면 이제 지크는 실전에 나가서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아레스 조종이 늘었고, 고어도 억양은 조금 있지만 티나와 마틴과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까지 되었다.

저 머리로 마법 주문을 여전히 2급까지밖에 마스터하지 못했다는 것이 더 신기할 따름이다.


그리고 일행은 기나긴 여행 끝에 루스리아에 도착했다.


“모두 루스리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케이가 일행을 대표로 밝게 말했다. 그에 엘시아의 따가운 눈초리는 당연한 거였지만, 그는 끄떡도 하지 않고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밤이 활발한 도리사 그런지, 낮인 지금 도시 전체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아쉬운 걸. 밤까지 기다려야 하나.”

“케이!”


케이의 한마디에 엘시아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한편, 티나는 조심히 지크의 상황을 살폈다. 그는 열병이 난 사람처럼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걷고 있었다.


“지크님, 괜찮으세요?”

“응? 그, 그럼! 괜찮고말고.”


티나의 질문에 지크는 귀까지 붉히며 필요이상으로 크게 대답했다.


그때, 한 여성이 건물에서 나왔다. 이제 점심시간이 다 되가는데 이제야 일어난 듯 그녀는 기지개를 쭉 폈다.

기지개를 피는 것조차 예뻐 보이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러다 그녀는 일행을 발견하자 그들을 향해 걸어왔다.


“오늘은 손님이 일찍부터 오셨네요. 저희 동네는 영업이 6시부턴데요.”

“쳇. 생각보다 늦...큭.”


케이는 옆구리에 찔려온 통증에 말을 멈췄다.


“여관을 찾고 있어요.”


엘시아가 딱딱하게 말했다. 여성은 잠시 놀란 눈으로 엘시아를 바라보아가 다시 표정을 풀며 빙긋 웃었다.


“뭐, 요즘은 여성들을 위한 서비스도 많이 늘었어요.”


그에 엘시아는 기가 찬 나머지 입을 쫙 벌렸고, 케이는 옆에서 조용히 킥킥거렸다.


여성은 일행에게 여관의 위치를 가리켜주더니 일행 중 유일하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마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에 호기심을 느꼈는지 그의 앞에 섰다.


“저, 혹시 우리 만난 적 있지 않나요?”

“아니.”


여성의 질문에 마틴이 딱 잘라 부정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요? 왠지 낯이 익은데...”

“얼굴을 보면 기억해내기 더 쉬울지도.”


케이는 무슨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마틴의 후드를 확 내렸다. 그러자 마틴의 얼굴이 순식간에 밖으로 드러났다. 그와 동시에 여성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마틴은 씁쓸히 웃었다.


“오랜만이야, 리자.”

“마틴!”


리자라 불린 여성이 마틴에게 와락 안기며 외쳤다. 그에 남은 일행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마틴, 이게 얼마만이야? 그동안 잘 있었고? 조직이 해체되었다고 해서 얼마나 걱정했다고.”

“진정해, 리자.”


마틴은 그녀가 꽉 안은 채 놓아주려하지 않자 곤란해 하며 말했다.


그때였다.


“누가 마틴이라 그러지 않았어?”

“정말? 어디?”


조용했던 거리는 어느덧 시끌벅적해지며 창문들이 열렸다. 각 창문들 사이로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보이는 여성들이 고개를 내밀었고, 모두의 시선은 금발 머리의 미소년에게 집중되었다.


“꺄아아악! 진짜 마틴이잖아!”

“마틴, 보고 싶었어!”


여성들의 환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들은 잠옷차림도 개의치 않고 밖으로 나와 마틴을 향해 달렸다. 그에 리자의 품에서 겨우 나온 마틴은 뒷걸음을 치며 케이를 노려보았다.


“나중에 두고 보자.”


그는 그 말만 남기고 여성들을 피해 열심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틴, 기다려~!”

“가지 마, 마틴~!”


마치 경주라도 일어난 거리에 남은 일행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았다. 그런 마틴을 한심하게 쳐다보는 건 티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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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8) 20.09.13 14 0 12쪽
133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7) +1 20.09.13 18 0 9쪽
132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6) +1 20.09.12 24 1 17쪽
131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5) 20.09.09 16 0 16쪽
130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4) 20.09.08 14 0 8쪽
129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3) 20.09.07 24 0 8쪽
128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2) 20.09.04 19 0 14쪽
127 제 9 장 저주를 푼 고고학자 (1) 20.09.04 17 0 8쪽
126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2) 20.09.02 43 0 7쪽
125 탈출기 - 외전 루스리아에서 있던 이야기 - (1) 20.09.02 14 0 13쪽
12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6) 20.09.01 19 0 11쪽
12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5) 20.09.01 17 0 8쪽
12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4) 20.09.01 14 0 8쪽
12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3) 20.07.16 18 0 10쪽
12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2) 20.07.16 12 0 8쪽
119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1) 20.07.15 13 0 11쪽
118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0) 20.07.14 17 0 10쪽
117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9) 20.07.14 15 0 12쪽
116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8) 20.07.13 12 0 10쪽
115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7) 20.07.13 20 0 13쪽
114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6) 20.07.11 16 0 7쪽
113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5) 20.07.09 60 0 12쪽
112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4) 20.07.08 13 0 10쪽
111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3) 20.07.07 19 0 10쪽
110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2) 20.07.06 22 0 10쪽
» 제 8 장 유혹의 라벤더 (1) 20.07.05 26 1 10쪽
108 외전. 티나는 열다섯 살 (5) 20.07.03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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