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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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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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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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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1화.

DUMMY

소련군이 원자탄까지 팔아먹고 있다는 말엔 아무리 강심장인 강호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중동이지요. 기름이 물보다 흔한 동네니까 말입니다. 이미 몇 발은 넘어갔을지도 모른답니다."


"정말 전쟁이라도 나려는 건가?"


"모르지요, 지금 각국의 정보국들은 원자탄의 행방을 찾아내기 위해 총동원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라고 들었습니다."


"하긴 테러를 당해봤거나 테러에 취약한 나라라면 겁이 날 수도 있겠군."


"그렇지요, 특히나 프랑스 같은 경우는 아예 경기를 일으키고 있을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그 나라가 테러를 많이 당하기는 했지."


"맞습니다. 어, 저기 오두막이 있네요."


강호는 숲속에 들어 앉아있는 오두막으로 오토바이를 몰고 갔다.

오랫동안 사람 손을 타지 못했는지 낡은 오두막은 가벼운 바람에도 우직거리는 소음을 내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쉬었다가 움직이는 거로 하지."


초리는 자신의 오토바이에 달려있는 보조가방에서 음식을 꺼내 왔다. 가지고 온 삼 일치 식량에서 어느새 하루치가 사라졌다.

어찌된 일인지 전파는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통신거리가 짧다곤 하지만 이러면 아직 상트까지도 못 왔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미 죽은 건가? 어쨌든 상트에 가보면 알겠지.'


긴박한 상황이니 쉬는 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강호가 깨웠을 때 초리는 컨디션을 회복한 표정이었지만 얀은 하얀 얼굴에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 검어진 얼굴로 마지못해 일어났다.


"후, 조금만 더 쉬었다 가면 안 되겠습니까?"


초리가 같잖다는 표정으로 얀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 체력이란 게 좀 이상한 데가 있어서 여기서 쉬면 쉴수록 몸은 점점 더 늘어지게 돼 있다고. 그러니 지금은 좀 힘이 들더라도 최대한 움직이면서 몸을 풀어야 돼."


"알아들었으니, 잔소리는 그만 좀 합시다."


강호가 둘의 입씨름을 가로막고 나섰다.


"어쨌든 지금은 대원들의 생사부터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하니까, 빨리 움직이자."


강호의 얼굴에 끼어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본 둘은 재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강호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후..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사람 찾는 일인데, 통신까지 두절된 상태니.."


노아는 하필이면 통신기에 박혀있는 총알을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었다.


"덕분에 살아남긴 했지만, 이거야 재수가 없어도.. 정말이지 막막하구나. 브라보 이 바보 같은 새끼는 죽은 게 확실하고.."


피하라는 자신의 연락을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었으니 틀림없을 것이다. 찰리와는 망가져 버린 통신기 때문에 연락할 길이 끊어졌으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탈주 도중 총격을 받아 만신창이가 돼버린 차는 버린 지 이미 오래다.


"어디서든 무전기를 구해야 할 텐데.. 이렇게 되면 밀리치야의 순찰차라도 털어야 하나? 살아날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어떻게든 해봐야지."


그에겐 상트까지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거지 꼴이 다돼 상트에 들어온 노아는 한적한 골목길만 골라 다니며 순찰차가 눈에 띄기만 바라고 있었다.


"후, 하늘이 도와 주질 않는구나. 밀리치야 같은 경우 주로 도로에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한 대도 보이지 않는 건지."


찰리는 휴일을 이용해 안젤리카와 함께 제라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상트에 도착해 있었다.

피의구원사원을 관광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부부를 같이 가자고 구슬렸지만 피곤하다는 제라르를 안젤리카가 구워 삶아 찰리가 운전을 하는 조건으로 제라르의 차를 끌고 온 것이다.


관광을 마친 찰리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 더 있다 가겠다며 부부를 돌려보내기 위해 지니고 있던 공작금중 당장 쓸 일부만 제외하곤 안젤리카의 손에 꽤나 많은 돈을 들려주어 돌아가도록 했다.


"제라르아저씨가 내일 출근만 아니라면 같이 더 놀다 가시라고 하고 싶지만 그건 아무래도 무리잖아요. 그리고 이 돈은 제가 여기까지 와 주신 게 고마워서 드리는 거니까 아무걱정 말고 살림에 보태 쓰시면 좋겠어요."


안젤리카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그렇다고 이렇게 많은 돈을 주면 미안해서 어떻게 해."


"호호, 제가 돌아가면 맛있는 음식이나 부탁드릴게요."


"그런 것쯤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지."


"그럼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그래, 일주일 정도 더 있을 거라고 했지?"


"네, 그때쯤이면 집에 돌아가 있을 거예요."


'그때까지 죽지 않고 있으면 당연히 미국이겠지만..' 찰리는 속으로만 말했다.


"그래, 구경 잘하고 집에 돌아오거든 보자고."


찰리는 떠나기 전 안젤리카가 예약해 놓았던 민박집으로 들어갔다.

'여기까지는 제라르 덕분에 무사히 왔는데.. 이미 약속했던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이제 통신기를 켜도 될까?'


"잡았다."


강호의 긴장한 목소리가 얀과 초리를 긴장 시켰다.


"위스키, 알파, 양키."


강호의 암구호에 조그맣지만 똑똑한 여자의 대답이 들려왔다.


-인디아, 알파, 찰리.


"현재 위치?"


-상트.


만약을 위해 상세한 위치는 생략하는 찰리다.


"주변에 위험 요소는?"


-현재는 안전하다.


현재라? 하긴 언제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좋아, 1시간 뒤 폴 대성당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지. 라디오 아웃."


도로에 정차해 있는 내무군 소속 순찰차량을 발견한 노아는 밀리치야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무전기만 뜯어내면 되는데..'

순찰차 속엔 정복차림으로 낮잠을 처자고 있는 두 놈이 있다.

해치우는 건 별게 아니지만 깨어나면 비상이 걸릴 건 확실하다. 죽인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지. 순간적으로 든 생각이지만 찰리까지 위험에 빠트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긴장했던 어깨에 힘이 빠졌다.


힘없이 몸을 돌린 노아는 시내로 들어섰다.

'가만 저건?'


눈에 들어온 건 가정집의 꼭대기에 매달린 안테나는 조잡하긴 했지만 소련 땅에서 보기 힘든 아마추어 무선통신기인 햄(ham)용 안테나가 분명했다.

케이블이 이층창문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

희망이 보였다. '집안에 사람만 없다면 좋겠는데.'


도로를 벗어나 뒷골목으로 들어간 노아는 재빠른 동작으로 담을 튀어 넘었다.

뒤꼍의 부엌문에 귀를 대고 인기척을 살핀 노아는 문을 흔들었지만 잠겨있는 것을 알고 길에서 주워 놓았던 철사를 꺼내 들었다.


'뭐든지 배워 놓으면 써먹을 데가 있다더니.'

철사를 구부려 열쇠 구멍에 집어넣고 조심스럽게 몇 번 움직이자 돌아가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온 노아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제발 아무도 없어라'

주문처럼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행여 소리라도 날까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바로 이방이다.'

밖에서 보았던 안테나 케이블이 들어간 방 앞에서 심호흡을 한 노아는 방문에 귀를 대고 인기척을 살폈다.


'아무도 없다. 하긴 대낮에 집에 있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연 노아의 눈에 책상 위에 놓여있는 햄(ham) 장비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눈에 띈 휴대용 무전기(Handheld Transceiver).


주파수가 맞을지 고민하는 건 나중이다. 재빠르게 주머니에 핸디터미널을 챙겨 넣은 노아는 밖으로 나와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주택가를 벗어난 노아는 숲으로 들어갔다.


'제발 잡혀라.'

주파수를 돌려가며 찰리를 불러 댔다.

오토바이 소음을 뚫고 들려오는 무전기의 소음을 들은 강호는 길 한편에 오토바이를 세워 놓고 눈에 띄지 않도록 골목으로 들어갔다.


이상하다.. 이건..?

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으니 찰리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불러볼 수 밖에 없었다.


"찰리?"


망설이다 대답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난 알파요.


예감이 맞았다.


"난 레스큐팀 라이온이다. 지금 어딘가?"


라이온이란 코드명을 들은 노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직 상부에서 영웅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작한 허구라는 말로 취급되는 요원이 자신을 구출하러 왔다는 말에 현기증까지 나고 있었다.

영락없이 이곳에서 죽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살았다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질질 짜지 말고 빨리 말해, 시간 없다."


-여, 여긴..


"정신 차려! 어디에 있든 30분 안에 폴 대성당 앞으로 올 것. 늦으면 버리고 갈 수밖에 없다. 라디오 아웃."


대답도 하기 전에 끊어져 버린 무전기를 들여다보던 노아는 냉정한 목소리에 나오던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 그렇지. 감청!'

감정에 팔려 감청이 있을 거란 걸 순간적으로 잊고 있었다.

'이, 이런 병신.' 무전기의 전원을 꺼버린 노아는 그 자리를 벗어나 달렸다.

그때 요란한 경보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출동했는지 헬기의 로터소음까지 들려오고 있었다.


'씨발, 조금만 늦었더라도..' 등을 적실 정도로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어느새 멀리 성당의 첨탑이 보이고 있었다.


약속시간까지 몇 분이나 남았는지 시간을 확인해볼 겨를도 없었다.

그저 이런 그지 같은 땅에 자기 혼자 남겨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뛸 뿐이다.


강호는 자신까지 포함해 다섯이란 인원을 어떻게 무사히 데리고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있을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고 있었다.


'오토바이로는 안 돼.' 총격이라도 받는 순간 몰살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든 튼튼한 차를 구해야만 했다.


'결국 훔치는 수밖에 없나? 일단 둘부터 확보해 놓고 차를 찾아보는 수밖에, 급한 대로 우선 여기부터 벗어나야 해.'


강호는 얀에게 쓸 만한 차가 있는지 근처를 돌아보라고 지시했다.


"뭐 차라면 저기도 있는데."


얀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엔 길가에 차량이 줄지어 서있는 것이 보였다.


"저게 뭐?"


"저거 중고차를 판다는 거야. 소련에서 차를 사고파는 방식이지. 저기 어슬렁거리고 있는 놈은 모르긴 몰라도 아마 마피아 일거야."


믿기 힘든 얘기지만 믿지 못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여긴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상할 것 하나 없는 공산국가였으니까.


"그래? 그거 잘 됐네, 얀이 가서 쓸 만한 차를 골라 가지고 와. 돈 여기 있다."


강호는 지갑채로 얀에게 넘겨주었다.

얀이 길 건너 차로 가는 사이에 누군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눈길을 느낀 강호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저 여자가 찰리일까?


무전기를 켠 강호는 스위치로 모르스부호를 만들어 신호를 보냈다.

칫, 치-잇, 치-잇.(w) 칫, 치-치잇,(a) 치, 치, 치-잇.(u) 바로 후 아 유다.

바로 신호가 들어왔다.

치잇, 칫, 치잇, 치잇.(Y) 기다리고 있던 찰리의 신호다.


이제 찰리만 오면 된다. 알파야 당연히 찰리가 얼굴을 알고 있을 테니 번거로운 확인 절차는 필요 없겠지.

거래가 끝났는지 얀이 오토바이에 달아 놓았던 보조가방을 차에 옮겨 싣고 올라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이놈은 아직도 안 오고 뭐하고 있는 거야? 무전거리로 봤을 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게 분명한데, 아무래도 삼십분만으론 무리였던 건가?


'지금은 1분 1초가 아쉬운 판인데 이걸 어쩐다?'

차를 몰고 유턴해온 얀이 강호의 앞에 차를 세웠다.

지갑을 꺼내 차창 너머로 강호에게 되돌려준 얀이 설명했다.


"오토바이 두 대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자동차 값을 다운 시켰습니다."


얀이 골라온 차는 UAZ452 4륜구동 오프로드차량이다.


"선택 잘했네."


건너에서 달려온 찰리가 눈치 빠르게 차 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강호는 차에 기대 그런 찰리를 보고 말을 건넸다.


"지금 알파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 근처에 알파가 보이는지 확인 좀 해줘야 할 것 같은데?"


하지만 강호는 알파가 이미 찰리가 뛰어가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영락없이 지나가는 거지 인 줄만 알았던 행인이 강호의 곁에 와서 말을 걸었다.


"레스큐?"


행색이 누가 보면 동냥을 하는 줄로만 알 것이다.

강호는 차에 올라타며 돌아보지도 않고 재빠르게 말했다.


"빨리타."


차에 올라탄 노아는 찰리를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결국 이 빌어먹을 땅에서 얻어낸 것 하나 없이 브라보만 잃고 말았구나 하는 생각에 눈이 붉게 물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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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23.03.25 170 6 12쪽
79 79화. 23.03.24 16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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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화. 23.03.20 183 6 12쪽
74 74화. 23.03.18 206 7 12쪽
73 73화. 23.03.17 191 6 12쪽
72 72화. 23.03.16 211 7 13쪽
71 71화. 23.03.15 213 7 12쪽
70 70화. 23.03.14 20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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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8화. 23.03.11 221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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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23.03.09 223 7 12쪽
65 65화. 23.03.08 215 7 12쪽
64 64화. 23.03.07 22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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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62화. 23.03.04 22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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