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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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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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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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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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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3화.

DUMMY

"좋게 돈만 돌려받고 보내주려고 했더니 팔다리중 하나는 끊어 놔야 정신을 차릴 놈들이로구나."


칼을 든 놈들의 몸에서 살기가 일어나자 강호는 부산의 복지원에서 봤던 인두겁을 뒤집어썼던 마졸이 떠올랐다.


자신이 꿈을 꾼 것만 같아 잊고 있었던 냄새였다.

'틀림없이 그것들이 풍겼던 것과 같은 시궁창 썩는 냄새가 이놈들한테서도 나고 있어.'

강호는 초리가 과연 이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지 우선은 지켜보기로 했다.


네놈들이 휘둘러 대고 있는 차이따오를 피해내고만 있던 초리의 얼굴에도 살기가 떠올랐다.

이놈들이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초리는 칼을 피하는 한편 강호의 눈치를 살펴보았지만 아무런 표정도 읽어낼 수가 없자 본격적으로 싸움에 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머리를 찍어오는 차이따오를 피해낸 초리는 스쳐지나가는 팔목을 붙잡고 사정없이 비틀어 꺾었다.


빠직.

비틀린 팔목에서 살벌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양아치의 입에선 신음 소리 하나 흘러나오지 않았다.


놀란 초리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어? 이 새끼들 봐라? 뭐 이런 새끼들이 다 있는 거야!"


"팔목이 나간 놈은 다른 손으로 칼을 잡고 더 짙은 살기를 뿌려대며 종횡으로 칼을 휘둘렀다. 칼날은 쉬지 않고 초리의 몸을 향해 날아들었다."


어느새 땀을 흘려내기 시작한 초리의 동작이 조금씩 느려지고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옷이 잘려나가고 있었다.

'이러다간 아무래도 상처를 입겠는데? 초리는 여기까지가 한계구나.'


어느새 강호의 손엔 금빛을 뿌려내는 여의가 쥐어져 있었다.

싸움판에 섞여든 강호의 손에서 금빛이 번쩍이는 순간 한 마리 마졸의 목이 떨어지고 곧 먼지로 변해 흩어졌다.


선기를 본 괴물들의 눈에 검은 자위가 사라지고 흰자위만 남아 번들거렸다.


"키키킥, 이제 보니 우리 동족을 해쳤던 놈이 바로 네놈이었구나."


목이 잘린 놈이 어디로 갔는지 몰라도 사라지는 것을 본 초리가 놀란 눈을 부릅떴다.


"어? 이, 이게 도대체.. 뭐, 뭡니까⁉ 이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선배 손에 쥔 건 또 뭐고요⁉"


"내가 너한테 아직 얘기한적 없었냐? 이것들은 사람이 아니다. 마귀새끼들이지. 그리고 이건 마귀새끼들을 잡을 때 쓰는 도구다."


징. 징.

강호의 도구란 말에 여의가 기분 나쁘다는 듯 진동했지만 초리는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허, 마귀요? 그건 또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립니까?"


짓쳐들어오는 칼날을 피해낸 강호가 손짓으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래 믿기 힘든 건 안다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 나중에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 저것들 부터 처리하게 좀 비켜봐라."


"녜이, 녜이."


적을 눈앞에 두고 힘이 부족해 물러나야 한다는 것에 자존심 강한 초리가 마음이 상했다는 걸 대답으로 알 수 있었다.

여의와 충돌한 차이따오가 장난감처럼 잘라지고 마졸의 몸까지 갈라버렸다.

초리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몸이 갈라졌으니 당연히 피바다가 될 줄 알았던 양아치의 몸이 먼지처럼 흩어지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똑똑히 본 까닭이다.


"어, 이런 씨발,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황당한 모습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마졸들은 벌써 둘이나 자신들의 동료가 소멸되자 겁을 집어먹고 도망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도망갈 생각은 아예 안하는 게 좋을 거다."


마졸들은 이대로 소멸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인두겁을 벗고 도망가려 했지만 여의 앞에서 그것은 더 큰 실수였다.

이번엔 강호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여의에서 빠져나온 천구의 머리가 마치 검은 연기처럼 변해버린 두덩어리의 마졸을 흡입하는 모습을.


마졸이 벗어던진 인두겁은 잠시 후 먼지처럼 변해 흩어져 버리고 현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아있었다.


혼란스런 머리를 흔들며 초리가 물었다.


"이, 이게 다 뭐, 뭡니까?"


"얘기가 길다. 여기 이렇게 서서 설명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니까 이만 숙소로 돌아가서 얘기하자."


강호의 말에 돈 가방을 챙겨든 초리가 어딘지 조금은 멍한 낯빛으로 걸었다.

링링은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온 두 사람을 보고 조금은 놀라는 눈치였지만 강호는 일절 내색하지 않고 배정 받은 방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저 여자 역시 인두겁을 뒤집어쓴 마졸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들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기억은 아니지만 누군가 자신에게 가르쳐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계로 얼마나 많은 마졸들이 넘어와 있는 건지 인간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고 했지? 그리고 언젠간 내가 마계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한 것 같은데..'


남쪽으로 나있는 커다란 유리창이 환한 방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초리가 성급하게 물었다.

강호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은 유리창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별일이야 있으랴 싶은 마음으로 구석에 놓여있는 테이블의 의자에 기대 앉았다.


"내가 본 게 뭐였는지 설명해준다고 하셨지요?"


"그래, 그런데 넌 자리에 앉기도 전에 뭐가 그렇게 급한 거냐?"


"허, 그런 꼴을 보고도 제 정신인 게 용한 거 아닙니까? 피한방울 흘리지 않는 괴물이라니.. 그게 실체였던 건 맞는 겁니까?"


"넌 직접 싸워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거냐? 사실이 아니면, 그놈이 휘두른 칼에 맞으면 안 죽을 것 같던?"


"그런 건 아니지만.. 설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네가 직접 들고 온 돈 가방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거냐?"


"그것들이 사람이 아니란 건 알겠는데.. 대체 그것들은 뭡니까?"


"음.. 설명하는 나도 뭐라 말해야 좋을지 황당하긴 한데.. 그것들은 이 세상 물건이 아니다. 어디에 처박혀 있는 세상인지 나도 모르지만, 마계에서 건너온 마졸이라고 들었다."


"마계에서 온 마졸이라구요?"


"그래. 마졸."


"쫄따구라고 할 때 졸이란 말이지요?"


"그래."


"그럼 대장도 있다는 말 아닙니까?"


"그렇겠지. 나도 아직 까진 못 만나봤지만."


"허, 세상에.. 정말 이런 일이 다 있는 겁니까?"


"너, 나와 같이 실종사건 때문에 부산에 갔던 거 기억하고 있지?"


"네, 그런데요?"


"그곳 복지원이란 곳을 운영하고 있던 게 바로 마졸들이었다. 나도 하마터면 거기서 마귀새끼들에게 죽을 뻔 했었지."


"허,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그런 일이 다 있었단 말입니까?"


"그래, 그냥 나 혼자 편하게 다녀온다는 생각으로 움직였던 건데. 그곳을 관리하고 있던 놈들이 그런 괴물들이었다는 건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지. 나로서도 그놈들을 해치우고 빠져나오는데 죽을 뻔 했다는 건 농담이 아니야. 여의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지."


"여의라니요? 그게 뭔데요?"


강호의 손바닥에서 금빛 찬연한 칼이 솟아 올라오는 것을 본 초리의 가는 눈이 등잔처럼 커졌다.


"그, 그게 뭡니까?"


"아까도 보지 않았나? 이게 바로 여의다. 자아를 가진 생명체 같은 것이지."


"자아라니? 그, 그게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까? 후우-. 아무리 선배 말이라도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 신기한 일이지만 여의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자아를 지니고 있지."


"허,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로군요."


"그래, 처음엔 나도 도저히 믿어 지지가 않았다. 이러다 내가 미치는 건 아닌가 싶었으니까."


"그런데 그 여의라는 건 어디서 나신 겁니까?"


"내가 중국에 갔을 때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


"태백과 같이 갔을 때 말입니까?"


"그래. 그때 여의가 내 몸에 들어오게 됐지."


"듣고도 이해할 수 없는 강호의 말에 결국 멍청한 질문을 하고야 말았다."


"그런 게.. 몸속에 들어있다니.. 어디 아프거나 하진 않습니까?"


"전혀."


저런 칼이 몸속에 박혀있다는데 이상하지 않다니,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강호는 초리의 표정에서 자신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놈 참,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몸속에 있을 땐 느껴지지도 않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초리가 머리를 흔들었다.


"아.. 그게, 그런 뜻이었습니까?"


"그래."


"후.. 아무래도 냉장고에 술이 있는지 좀 봐야 되겠네요."


"잠자리에 술을 마시려고?"


"아 쫌. 정신 좀 차리려고요."


"허, 정신을 차리려고 술을 마신다고?"


"지금은 맨 정신으로 있는 게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냉장고 속엔 중국 여관답게 백주가 들어있었다.


"하, 이거라도 있으니 다행이네."


초리는 독한 백주를 병째로 들이켜곤 캑캑거렸다.


"넌 뭔 술을 정신 나간 놈처럼 마시고 있는 거냐?"


"아, 선배 말을 듣고 제정신으로 있을 놈이 있다면 데리고 와 보시오."


"....하긴 직접 겪은 나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 어디 그 술, 나도 한잔 마셔보자."


초리가 말없이 물 컵에 백주를 따라 건넸다.

초리가 건네준 독한 술을 단숨에 마셔버린 강호가 입을 열었다.


"네가 이 정도 인데 막상 당한 나는 어떤 기분이겠냐?"


"흐흐, 네 그 기분..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짱깨들도 마귄지 마졸인지 하는 것들은 아닌지 걱정스럽네요. 한둘이면 모를까 아까 그놈들과 같은 놈들이 몇 놈씩이나 덤비면 난 자신 없습니다."


"여기 그런 것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나도 모르지만.. 아까 그것들 꼴로 봐선 아무래도 이곳에 더 있지 싶은 느낌이 든다."


"그것들을 쳐다만 봐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겁니까?"


"나라고 궁리를 안 해봤겠냐? 그렇지만 그것들이 사람 탈을 쓰고 있을 땐 원체 사람과 똑같아 노니까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더라고. 아, 한 가지 있다."


"그게 뭡니까?"


"냄새, 가까이 있으면 그것들한테서 시궁창 썩는 냄새가 난다."


"어? 그게 정말입니까? 그런데 왜 난 냄새를 못 맡았던 거지?"


"네 코엔 그 역겨운 냄새가 맡아 지질 않았다고?"


"네, 전혀 아무 냄새도 맡을 수가 없었는데요."


"이건 또 뭔지 모르겠구나."


곰곰이 생각에 잠겼던 초리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그 냄새라는 거 선배만 맡을 수 있는 건가 본데요? 그러지 않고는 내가 냄새를 못 맡았을 리가 없지요."


"네가 못 맡았다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너 혹시 아까 카지노에서 맡았던 냄새가 무슨 냄새였는지 기억 나냐?"


"그거? 틀림없이 담배냄새는 아니었는데.. 그러고 보니 아편 태우는 냄새 아니었습니까? 잠깐이지만 아프간에서 맡았던 냄새와 똑같았던 것 같긴 한데..?"


"후.. 아무래도 네 생각이 맞는 것 같다, 그런 냄새는 이상 없이 맡으면서 마귀냄새를 못 맡았다는 걸 보면 나만 맡을 수 있는 게 맞는 것 갔다."


"흐흐흐, 그렇지요? 하마터면 내 코에 이상이라도 생긴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마음을 풀어놓고 있으면 안 돼. 여기도 그런 것들이 있을지 모르니까."


강호의 말에 정신이 돌아온 것 같았다.


"후우..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럼 술은 이제 그만 마셔야겠습니다."


"그래 우리가 이곳을 떠난 뒤라면 모를까 아직까지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으니, 아무래도 조심하는 게 좋겠다."


"알겠습니다. 아직은 긴장을 풀어놓으면 안 된다는 말."


"알아들었으면 됐다. 잠깐이라도 눈 좀 붙이자."


외부에서 조직의 일을 보고 돌아온 장첸은 카지노에서 사고가 일어났고 사천왕이 사라졌다는 말에 화가 뻗쳐 올랐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사천왕이 사라지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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