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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501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20 13:21
조회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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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75화.

DUMMY

무근이 맞고 있는 꼴을 본 초리의 눈에서 불똥이라도 튀어나올 것같이 붉어져 있었다.


"허, 새끼. 꼴에 경찰이라고 목에 핏대 세우는 거 봐라."


"선배,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랬습니까? 이 새끼들은 경찰이 아니라 완전 쌩양아치새끼들 이라니까요."


초리의 말을 들은 강호는 착잡한 감정이 들었다. 자신의 눈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무근을 봤으니 할 말이 없었다.


"후, 니 생각엔 이 새끼들을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


끄응.

몸을 새우처럼 꼬부리고 꼼짝없이 두들겨 맞고 있던 무근이 때리던 경찰을 밀쳐버리고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형님들 오셨습니까? 못나게 이런 꼴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화를 참느라 번들거리는 눈으로 초리가 소리쳤다.


"마침 철창 속에 있으니 잘됐다. 뒷일은 아무걱정 말고 너, 거길 링 안이라고 생각하고 니가 맞은 만큼 그 새끼 손 좀 봐줘라."


"예, 알겠습니다. 너 이 개새끼! 형님들이 오셨으니 이제 일대일로 제대로 붙어보자."


초리에게 특별훈련까지 받았던 무근이다.

화가 제대로 난 무근에게 경찰은 사정없이 짓밟혔다.


"어 어, 저 새끼가?"


철창 안에서 동료경찰이 두들겨 맞자 무기를 집어든 경찰들이 달려들었다.


"허, 이 양아치만도 못한 새끼들. 동작 그만‼"


강호의 살기 섞인 고함소리에 놀란 경찰들이 얼어붙은 것처럼 멈춰 섰다.


"공평하게 일대일로 둘이 싸우는데 도대체 몇 놈이 달려들려는 거냐? 정말 죽고 싶어 환장한 거냐?"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형사반장이 앞으로 나섰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내가 어디서 온 게 궁금해? 그걸 물어보는 넌 뭐하는 놈인데?"


강호의 막말에도 반장은 정체를 모르기에 우선은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난 여기 반장입니다만.. 누구신지..?"


"왜, 일반인이면 나도 두들겨 패게? 반장정도위치라면 지금 이 짓이 독직폭행사건이란 건 알고 행동한 거겠지? 당연히 그만한 각오도 했을 테고!"


힘 있는 놈들에겐 설설 기고 힘없는 서민들에겐 고압적인 권위를 내세우는 놈들이란 걸 모를 리 없었다.


식민지시절 일본 놈들한테 배워먹은 못된 버릇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전통처럼 물려받은 놈들이다. 괘씸한 생각이 들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우리직원들이 더 이상 실수하지 않도록 신원을 밝혀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실수라고? 실수해도 괜찮아. 나 일반인이라고 금방 말한 것 같은데, 금방 말한 것도 못 알아들을 정도면 보면 아무래도 반장귀가 안 좋은 것 같은데?"


반장은 뭔가 석연치 느낌을 받았기에 이쯤에서 일을 마무리 짓는 게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으음.. 저 친구는 그만 풀어줄 테니, 그만 없던 일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허, 하는 말이 갈수록 꼴볼견이구나."


"당신이 대신 저 친구가 맞은 만큼 맞아준다면 내 한번 생각해볼께."


"무, 무슨 그런 말이..?"


강호의 말이 차갑게 흘러나왔다.


"싫다면 그만두고. 초리야, 부산에도 미국영사관이 있겠지?"


경찰들을 노려보고 있는 초리의 얼굴에 노골적인 비웃음이 떠올랐다.


"단축번호에 저장돼 있습니다. 부를까요?"


"반장이란 놈 하고 있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그러는 게 좋겠다."


"알겠습니다."


위성전화를 꺼낸 초리가 내장된 단축번호를 눌렀다.

상대가 나오자 초리는 전화기에 대고 강호의 호출부호를 불러주고 즉시 경찰서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CIA본부에서 한국 내에 있는 미국기관은 모든 일에 우선해서 협조하라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을 돌아오기 전에 핸더슨으로 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위성전화기를 보는 순간 지켜보고 있던 형사들의 얼굴은 똥 밟은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잠시 후 갑자기 들이닥친 미국인들을 보는 순간 장난이 아니란 사실을 깨달은 경찰중 하나가 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윌리엄영사는 철창 안에서 벌어지는 격투를 구경하느라 미처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거참, 찰 지게도 때린다. 흐흐, 이거 영화 보는 기분이 다 드네."


허겁지겁 자신의 사무실에서 뛰쳐나온 서장은 실내를 매우고 있는 덩치 큰 미국인들을 보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몰라 당항하고 말았다.


서장은 당황한 나머지 자신의 옆에 서있는 형사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이봐, 무슨 일이야?"


"저, 그게.. 아무래도 복지원사건이지 싶습니다."


"뭐? 복지원? 갑자기 그 문제가 여기서 왜 튀어나온 건데?"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충무파출소에서 넘어온 사건이라.. 아직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저 형사란 새끼는 왜 저안에서 저렇게 열심히 두들겨 맞고 있는 건데?"


"그게.. 용의자를 때리고 있던 중에 갑자기 저 사람들이 쳐들어오는 바람에.."


"용의자? 무슨 사건용의자인데?"


나머지 얘기는 안 들어도 뻔했다.


"씨발. 이 개새끼들, 그래서 작작 좀 받아 처먹고 인권 좀 존중하라고 그렇게 말을 해도 형사랍시고 귓등으로도 안 들어 쳐 먹더니 참 잘하는 짓이다. 이 개새끼들."


......


빠드득. 서장의 이가는 소리가 소름끼치게 들렸다.


"니들, 어디 나중에 두고 보자."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게 낫다는 생각에 서장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저, 윌리엄 영사님 아니십니까? 여기까지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아, 서장님이군요? 나도 아직 자세한 얘긴 못 들었소만."


"네, 그게 무슨 말씀인지..?"


"날 호출한 사람이 알려주겠지요."


강호의 밝은 귀는 모든 말을 빼놓지 않고 귀담아 듣고 있었다.

'복지원사건이라?'


"무근아, 화풀이는 그만하면 어느 정도 된 것 같은데. 나와라."


씩씩거리며 형사를 파운딩 상태로 두들겨 패던 무근이 개운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네, 형님. 이 개새끼,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새끼가 형사랍시고 깝죽대다니 생각 같아선 정말 죽여 버리고 싶은데 형님들 때문에 참는다."


이미 기절해버린 형사 놈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윌리엄 영사는 강호에게 다가섰다.


"라이온?"


"네, 맞습니다. 영사님이시군요."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아, 공권력이 개입되지 않았다면 영사님께 연락할일도 없었을 텐데, 보시는 것처럼 한국경찰이 개입돼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협조를 요청하게 됐습니다."


"그런 건 아무상관 없습니다. 어떤 일이 됐건 협조하는 게 제 임무니까요."


서장은 영어로 오고가는 말에 무슨 내용인지를 몰라 꿀 먹은 벙어리처럼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윌리엄 저 새낀 한국말을 할 줄 알면서 왜 영어로 씨불이고 있는 거야. 사람 불안하게.'


서장은 눈짓으로 영어에 능통한 외사과 직원을 부르라고 지시했다.

빨리!


"자세한건 어디 앉아서 얘기하도록 할까요?"


용케 몇 마디 말을 알아들은 서장이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컴 온. 이쪽으로.. 이리, 이리로 오십쇼."


그새 통역을 할 외사과 직원이 달려왔다.


"야, 야. 손님들 드실 커피부터 내와야지!"


자리에 앉자 서장이 부산스럽게 커피를 내오라 떠들어댔다.

지시를 받은 경관의 입술이 불쑥 튀어나왔다.

'인간이 뭘 마실지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커피부터 내오라는 건 뭐야.'


강호가 살기어린 목소리로 서장을 다그쳤다.


"서장, 커피고 나발이고 내 동생이 범죄자 취급을 받으면서 유치장안에서 경찰에게 두들겨 맞고 있던 상황부터 설명해 보시죠. 무슨 이유로 내 동생이 그런 대접을 받고 있었던 건지 정말 궁금하군요?"


"저, 뭐라고 불러드려야 할지..?"


"내 이름은 한강호고 미국인이니 내 신분은 서장이 알 것 없소."


'씨발, 도대체 이 새끼들은 누굴 건드린 거야.. 아무래도 하는 꼴을 보니 영사보다도 윗줄로 보이는데..'


"자세한건 보고를 받아봐야 알 것 같습니다만.."


"그래요? 그럼 두들겨 맞은 당사자한테 물어봅시다."


"무근아, 넌 왜 유치장안에서 그렇게 무차별 뚜들겨 맞고 있었던 거냐?"


무근은 화가 날대로 나 있었지만 존경하는 형님 앞이라 차마 발작하지는 못하고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얘기를 시작했다.


"제가 납치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범인들을 잡으려는 순간, 경찰이란 놈이 유괴범들과 합세해서 달려들기에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네놈을 상대하기엔 제 실력이 부족해서 잡히고 말았는데 오히려 저를 폭행범으로 몰더니 여기 경찰서로 끌고 와서는 다짜고짜 유치장에 집어넣어 버렸습니다. 그래놓고는 본 척도 안하고 있기에 화가 나서 욕을 했더니 유치장안까지 들어와 두들겨 패더라고요. 이게 경찰새끼들인지 양아치새끼들인지 구별조차 안갑니다. 형님."


강호는 복지원이 무슨 말이냐고 따지고 싶었지만 우선은 참았다.


"자, 서장 잘 들었지요? 유괴범과 경찰이 한통속이라.. 이런 짓거릴 서슴없이 하니 민중의 몽둥이란 말을 듣는 거 아니요? 어때, 해명할 수 있겠소?"


서장은 할 말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혼자 뒤집어쓰는 것도 싫었다.


"하.. 그게 사실은.. 대통령지시 때문에 시작된 일입니다."


느닷없이 서장 입에서 대통령이 거론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통령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요?"


서장은 자신의 입으로 뱉어냈던 말을 다시 주워 담고 싶었다. 억울하단 생각에 엉겁결에 튀어나온 말이긴 했지만 크나큰 실수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왕 엎질러진 물, 어쩔 수 없지.'


"한번은 부산방문시찰을 돌던 대통령께서 거리에 부랑아와 노숙자가 왜 이렇게 많으냐고 당장 수용소라도 만들어서 자력갱생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시는 바람에 이런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것 같습니다."


"허, 서장은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고 있는 거요? 아우가 납치현장을 봤다고 하는데, 거기다 경찰의 협조까지 받아가면서 말이지. 재 눈을 한번 보시오. 재가 장님이오? 아니면 썩은 동태눈이요?"


"아.. 그런 게 아니고.. 수용소 같은 경우 머리 숫자에 따라서 지원금이 나가는 바람에.."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지원금이라니?'


서장이 눈을 질끈 감고 말을 토해냈다.


"제 생각일 뿐이지만...아마 복지원에서 지원금을 노리고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지원금이라니?"


지원금이란 말에 윌리엄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추렴을 넣었다.


"누군지 몰라도 그 정도로 못된 인간이라면 대표적인 퍼라이어 캐피탈리즘(천민자본주의)의 표상이라 할 만 하겠군."


강호는 느닷없는 영사의 말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영사님, 그게 무슨 뜻이지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퍼라이어 캐피탈리즘 이란 즉, 천민자본주의 현상이 심각해지면 돈이면 다된다는 배금주의가 심화하면서 정치, 사회, 경제에 걸쳐 전반적으로 고유문화가 후퇴한다고 독일의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란 자가 말했다고 하네. 그런 이유로 경제 이외에 정치 또는 사회, 인간성까지 후퇴시킬 수 있어 자본을 수단으로 하는 비인간적인 문화가 증가한다고 말을 했다네. 또한 이런 천민자본주의 현상이 심각해지면 한마디로 욕심 많은 놈들 때문에 사회복지와 같은 제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는 말이지. 그러니 어떤 놈이지 몰라도 복지지원금을 노린 사건이란 말이지."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을 빗대서 하신 말이로군요. 서장, 그럼, 그동안 경찰은 뭘 하고 있었고?"


"그게.. 사실은 우리 경찰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윌리엄은 답답한 듯 자신이 나서서 직접 물었다.


"도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서장 입장에선 나라의 치부라 할 수도 있는 일이라 미국 영사 앞에서 말을 꺼내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얼마 안 있으면 다 밝혀질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입을 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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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23.03.22 17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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