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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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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767

작성
23.03.0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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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5화.

DUMMY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


초리의 살벌한 얼굴은 금방이라도 자신들을 죽일 것만 같이 느껴졌다.


"아, 아. 아, 아니요. 사, 살려주세요."


"초리야, 아주 뿌리 끝까지 마귀 같은 심성으로 가득 찬 놈들이다. 이놈들은 애새끼의 탈을 뒤집어쓴 마귀새끼들이란 말이지. 그러니 야단칠 필요조차 없는 놈들이야. 손 더럽히지 말고 물러나 있어라."


"알았슴다. 개똥도 약에 쓸데가 있다고 들었는데, 요노무 새끼들은 어떻게 된 게 쓸모라곤 하나도 없는 게 개똥만도 못한 놈들이네요."


초리의 엉뚱한 말에 저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사적보복이라는 게 불법이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과연 법으로 이놈들을 단죄할 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란 말을 좋아한다. 바로 함무라비법전 제196조와 200조에 있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즉 lex talionis이다.


우리나라의 법률은 모순투성이다. 먼저 매를 맞았으면 피해자가 자신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반격을 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만, 오히려 반격을 받은 가해자가 더 심한 부상을 입었다고 가해자의 손을 들어준다. 그럼 죽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때리는 대로 맞고 있는 게 당연하다는 말인가?

도둑 역시 그렇다. 집안에 들어온 도둑과 싸우다 범인이 죽고 말았다. 결론은 과잉방어로 범인이 죽었다고 피해자가 오히려 실형을 선고 받고 말았다. 그렇다면 도둑에게 재산까지 내주고 부디 몸 성히 안녕히 돌아가시라고 해야 옳다는 말인가? 그렇기에 난 우리나라의 법을 믿지 않는다. 쌍방과실이란 단어가 어떤 이유로 생겨난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이다. 과연 어느 게 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난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두는 것 뿐이다. 죽어서도 용서 받지 못할 놈들.


"자, 효진이의 목을 졸라 죽인 게 바로 이놈이란 말이지? 그럼 당연히 사형이지."


퍽.

조그만 불꽃이 튀어나와 이마에 구멍이 뚫린 길수가 뒤로 넘어가는 것을 본 아이들은 자지러지게 놀라며 오줌까지 지렸다.


"어! 씨, 씨발! 저, 저 개새끼가 정말,, 길수를 죽였어!"


"저, 저. 미친 새끼! 초, 총이다! 총이야! 살려줘, 씨발! 난 죽기 싫다고!"


아이들이 몸서릴 치며 떨고 있었지만 사람 되긴 애당초 글러 먹은 놈들이란 생각에 강호는 일말의 사정도 두고 싶지 않았다.


"시끄럽다. 다음은 여학생을 가장먼저 강간한 게 너였단 말이지? 고로 너도 사형이다."


퍽.

길수와 똑같이 머리가 뚫려버린 은호가 뒤로 넘어갔다.


"네 애비가 경찰서장이라고? 그럼 넌 네 애비한테서 그런 못된 버릇을 배웠겠구나."


친구들이 죽는 모습을 본 영환은 공포에 질린 나머지 이미 기절해 있었다.

거침없이 이마를 향해 총알을 박아 넣은 강호가 차로 걸어갔다.


"가자, 볼일 끝났다."


"일출아재의 딸처럼 그렇게 힘이 없어 억울하게 죽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나라도 뺏고 빼앗기는 판국인데, 지금 같이 힘이 최고라고 믿는 세상이면 감춰지고 숨겨진 억울한 일들이 엄청나지 않겠냐?"


"하.. 그렇기도 하겠네요, 왜 이 나라엔 제대로 된 대통령이 나오질 않고 있는 걸까요?"


"가장 큰 문제는 정치하는 놈들이라면 개인적인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높은 자리에 올라간 놈들마다 제 욕심만 차릴 생각에 눈이 뻘개 질 정도니 당연한 일 아니겠냐? 거기다 영세한 국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에만 급급하다보니 정치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서 그러는 거겠지.

생각해봐라, 어느 놈이 대통령이 된들 내 배고픈 사정에 관심이나 갖겠냐? 그러니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기에 바쁜 영세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가질 시간이나 있겠냐? 내가 알기론 제법 알려진 신문기자 하나가 사석에서 박통의 욕을 했다는 이유로 등산 도중에 암살 당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신문이라고 들여다보면 신문 한구석에 실족사라고 몇 줄 되지도 않는 기사로 눈에 잘 보이지도 않게 실렸다고 하더라. 불과 3m높이에서 돌도 없는 흙 바닥으로 떨어졌다는 사람의 머리가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원형으로 두개골 함몰이 될 수도 있는 건지 모르겠다. 제 아무리 운동 신경이 없어도 그 정도 높이면 다치면 다쳤지 죽는다는 게 오히려 웃기는 높이 아니냐? 지금 세상이 그렇게 웃기는 세상이 돼버리고 말았다."


"그 기자는 무슨 이유로 박통을 욕을 했다는 건데요?"


"그걸 내가 어찌 알겠냐만 정의심의 발로 일수도 있을 거고 아니면 정적의 사주를 받았을 수도 있는 거고.. 알 수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아놀드 말로는 박통이 재미있는 짓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만. 아마 그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뭔데요?"


"뭐, 경제를 살리려고 그런 건지 어쩐 건지 몰라도, 어쨌든 일본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야쿠자들과 팔짱끼고 러브 샷까지 했다고 하더라."


"허, 대통령이란 인간이 깡패새끼들하고 러브샷을 했다고요?"


"그래."


"그 새끼 미친 거 아닙니까?"


"미쳤다기보다 배워먹 길 일본 놈들한테 배워 먹었으니 오죽하겠냐? 한때 자기를 가르쳤던 일본 놈한테는 스승님이라고 부르면서 큰절까지 했다고 하더라."


"씨발, 기자가 욕을 할 만도 했었네."


'억울한 사람들이라.. 어떻게 그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없을까?'


며칠이 지나도록 아이들이 집에 돌아오지 않아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된 포천경찰서장 백강두는 초조해지고 있었다.

아무리 말썽꾸러기라도 자식이니 감싸는 수밖에 없었지만 너무 큰 사고를 저질러 놓은 다음에 사라졌기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시벌, 이 망할 놈의 자식을 그냥..! 자식만 아니면 그냥.. 어휴, 속 터진다, 속 터져. 혹시.. 그 사건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그년의 애비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건 아닐까?'

안되겠다 싶었던 서장이 형사과장을 불렀다.


"이봐, 강과장. 내 자식이 사라졌다는 거 알고 있나?"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봐, 내 자식만 사라진 게 아냐. 박의원아들과 오인수의 아들도 행방불명이 됐다고. 자네, 혹시 뭐 좀 아는 게 없나?"


어리둥절한 얼굴로 형사과장이 대꾸했다.


"전혀 금시초문인걸요? 그리고 그 애들이 가출했던 게 어디 한두 번 입니까? 돈 떨어지면 곧 돌아오겠지요."


"쯧, 형사과장이란 사람이 이렇게 정보에 둔감해서야.."


"그 왜, 강간치사 당했던 여학생 있지 않은가?"


"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외부로 절대 정보가 새어나갈 일은 없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말이 아니야. 그 애의 아버지가 아직도 명산리 그 집에 있는지 확인해 본적 있나?"


"아니요.. 없습니다."


"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그 집에 형사를 한번 보내봐, 아직도 살고 있는지."


"애들이 사라진 게 그 사람과 연관이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그 사람은 일가친척도 별로 없는 농투성이였는데요? 서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그래서 사건도 쉽게 묻어버릴 수 있었던 거구요."


"그게, 애들이 말썽을 피운다고 해도 큰 사고를 친 건 그때 뿐이었으니까.. 혹시 몰라서 그러는 거지."


"알겠습니다.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담당이었던 최형사가 집을 알고 있을 테니까 보내면 되겠지.'


형사과장의 호출을 받은 최창수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기에 이미 알고 있었다.

사라졌다면 이미 죽었을 게 확실해 보였다.

'그런데 나를 부른다는 건, 나한테 일을 맡으라는 뜻이겠지?'


자신이 아이들의 범행사실을 알려줬다는 걸 애비들이 알게 되는 날이면 곱게 죽지 못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궁리를 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질 않았다.


'아, 시벌.. 이거 큰일 났네..'

악귀 같던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둥둥 들려오는 것 같았다.

형사 짬을 허투루 먹은 건 아니다. 자신의 경험상 다시 마주치는 날이면 죽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 일 만큼은 누구한테든 떠넘겨야 돼.'


"부르셨습니까? 과장님."


"그래, 자네가 그 명산리 한효진이라는 여학생사건을 맡고 있었지?"


"네.. 그렇긴 합니다만..?"


"그 여학생 아버진 아직도 거기 살고 있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한번 확인해봐."


"그건 왜요? 이미 다 끝난 일 아닙니까?"


"거 말이 왜 이렇게 많나. 확인하라면 그냥 확인해봐. 그리고 나한테 만 보고 하도록 하고."


다행이 아이의 아버지가 살고 있는지 확인만 해보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 정도쯤이야.. 뭐, 괜찮겠지.'


"알겠습니다."


------


"아재 좀 어떠십니까?"


여전히 희망이 사라져버린 눈빛이었다.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범인들은..?"


"세 놈이더군요. 원수를 갚아줬으니 효진인 좋은 곳으로 갔을 겁니다."


멍한 얼굴로 강호를 들여다보던 일출이 눈물을 터트렸다.


"그, 그래? 흐흐흑.. 그 짐승 같은 놈들은 어떤 놈들이었냐?"


딸의 원수 정도는 알려줘야 도리란 생각이 들었다.


"알려드릴 테니 절대로 안다는 내색도 하시면 안 됩니다."


"알았다. 말해 다오."


"포천서장 아들놈과 포천지역 국회의원 아들놈, 또 한 놈은 정치깡패 아들놈이었습니다."


"으흐흑. 어쩐지 경찰 놈들이 입을 꾹 다물고 있다 했더니.. 그래서 그놈들은 어떻게..?"


"아마 지금쯤이면 지옥을 헤매 다니고 있겠지요."


그렇게 쏟아내고도 더 나올 눈물이 남아있었나 보다. 우는 모습을 보는 강호의 마음도 좋질 않았다. 결국 놈들이 죽었다는 확실한 강호의 대답을 듣고 나서 짐승의 울음소리같이 커다란 울음이 터져 나왔다.


"어허헝, 고, 고맙다. 강호야. 네게 갚지 못할 큰 은혜를 입었구나."


"유일한 친척 아닙니까? 그러니 고맙다는 말씀은 하시는 게 아닙니다."


"그, 그래.. 그래도 고맙다. 효진이도 이제 편히 쉴 수 있겠지?"


"당연히 그럴 겁니다. 그러니 이제부터 걱정 풀고 몸이나 추스르셔야죠. 아재가 계속 눈물이나 흘리고 있으면 효진이가 아버지 걱정에 저승길이나 마음 편하게 갈 수 있겠습니까?"


"흐흑.. 그래야지.. 그래야 하는데.."


"이제 그만 하십시다."


"그, 그래, 알았다. 하지만.. 내가 뭘 잘못한 걸까? 내가 뭘 잘못했기에 내 딸이 저런 꼴로 죽어야 했던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구나."


쉽게 가라앉을 슬픔이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전쟁터에서 저런 모습을 본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남도 아니고.. 정말이지, 못 봐주겠구나. 하기야 남의 가슴에 박힌 대못보다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픈 법이라고 했으니까?'


복수는 해주었지만 자신에겐 흘러내리는 피눈물을 닦아줄 방법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제 모든 게 끝났으니 아재, 마음 굳게 먹고 사십시오. 그걸 효진이도 바라고 있을 겁니다."


크흐흑.


"...내일 또 오겠습니다. 부디 마음을 굳게 가지십시오."


다음날 캠프케이시에서 연락이 왔다.

아재가 목을 매달았다는 군의관의 말이었다.

이렇게 덤덤한걸 보면 어쩌면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선배, 무슨 전홥니까?"


"하아.. 아재가 목을 매달고 말았다는구나."


"어허, 얼굴이 영 안 좋으시더니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군요. 가보셔야죠?"


"친척이라곤 나밖에 없는데 당연히 가봐야지."


아재가 어머니의 마지막을 정리해주더니 이젠 내가 아재의 마지막을 정리하게 되는구나. 이건 또 무슨 운명의 섭리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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