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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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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82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04 14:07
조회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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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2쪽

62화.

DUMMY

쿠르드족의 마을로 돌아온 것은 해가지고 난 뒤였다.

강호는 계속 안 좋은 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불안한 건지 모르겠네. 성북동이야 CIA가 지키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을 건 아닌 게 분명하고, 나한테 불안할 게 남아있는 건 뭐지?'


꼭 뭔가 잊어버리고 있는 것만 같아 머릿속이 간질거렸다.


'.....아, 아.. 그래, 고향에 아직 마지막까지 어머니를 돌봐주었던 일출아재가 남아있었구나. 혹시 그 아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아닌가? 에이, 농사나 짓고 있는 선량한 양반에게 설마 무슨 일이야 있으려고.. 잘 지내고 계시겠지.'

그동안 피해 다니기도 바빠 미처 정리도 못해버린 고향집이었다. 가본지도 오래됐으니 고향집도 한번 가보긴 가봐야겠구나.


강호는 안 좋은 예감을 털어버리려는 듯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구조신호를 받은 헬기는 오래지 않아 쿠르드족의 마을에 도착했다.


인질로 잡혀있던 직원 모두는 감회 어린 얼굴로 짙은 어둠 속에 묻혀있는 테헤란을 내려다보며 눈물 짓고 있었다. 하기야 죽다 살아났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랴.


프랭키는 미국에 도착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강호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며 치하했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게, 아무리 바빠도 자네의 전화만큼은 꼭 받도록 하겠네."


"힘들었던 기억 다 잊어버리시고 행복하게 사시면 됩니다."


쿠르드족의 마을까지 자신에게 업혀 가며 안나라고 불러달라던 여직원도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더 있다 가면 좋겠지만, 돌아가야 한다니 섭섭하네요. 다시 미국에 오게 되면 언제든 연락하세요. 아무 때든 연락만 오면 내 침대한쪽을 비워놓을 테니까."


노골적인 유혹이었지만 강호는 웃음으로 때워버렸다.


작전이 무사히 끝났다는 보고에 핸더슨은 안도의 한숨을 흘려냈다.

CIA로서도 무시하지 못할 공작비를 이라크에 처바른 작전이었다. 만약 실패했다면 온전히 자신의 책임으로 돌아올 일이었기에 마음을 졸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흐흐흐,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고맙네, 라이온. 믿음을 져버리지 않아줘서 말이야.'

이번일로 대통령의 눈에 확실하게 도장을 찍었으니 현 정권에서 부장으로 올라갈 기틀이 마련됐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에이 사담, 이 양아치 같은 놈의 새끼!"


고물미사일 20발 쏘고 신형 토마호크를 100발이나 달라니 그것만 해도 1억5천만 달러어치다. 거기에 따르는 발사대며 통제장비도 무시 못 할 금액인 것이다. 그러니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기까지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흐흐흐, 강호는 정말 대단한 놈이야."


자신도 프랭키대사가 대통령의 지인만 아니었다면 다른 기관으로 넘기고 절대 자신이 맡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차기부장자리를 노리고 있는 자신의 입장에선 할 수밖에 없었다. 적진 한복판에 갇혀있는 대사를 구출하는 일이다. 시도는 해보겠지만 거의 불가능한 작전이라 생각하고 대통령에게 그나마 실력이 확실한 강호를 추천한 것이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성공했다. 그것도 대사를 포함해 생존자 10명까지 모두 구출해온 것이다.

저절로 통쾌한 웃음이 터져 나오고 어깨가 치솟아 올랐다.


"크하하핫. 확실히 대단한 친구야. 암, 그렇고 말고. 이 정도면 수고비를 넉넉하게 줘도 뭐라 트집 잡을 놈은 없겠지."


강호는 수송기안에서 500만 달러가 찍혀있는 자신의 통장을 보고 놀라고 있었다.


'허, 미국이 아무리 부자라지만 이렇게 막 퍼줘도 되는 건가?'

초리도 옆에서 자신의 통장을 확인하고 있었다.


"우와, 이게 무슨..?"


"왜?"


"200만 달러나 들어와 있는데요? 우리 돈으로 하면 이게 얼마나 되는 겁니까?"


"그 뭐, 대충 19억 조금 안되지 않겠냐?"


"허.. 19억이요? 지금 대졸 초임이 한 50만 원정도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럼.. 대충만 계산해 봐도... 헉! 한 푼도 안 쓰고 모은다고 해도 300년 가깝게 걸린단 얘기 아냐? 이 돈이면 도대체 집을 몇 채나 살수있는 거야? 우와, 이런 미친놈들.."


흐흐, 뭣 주고 뺨 맞는 다더니, 핸더슨이란 놈은 돈까지 주고 미친놈 소릴 듣는구나.

하여간 이놈하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집을 뭐 하러 사? 빌딩을 사면되지."


오산기지에 도착한 강호는 아직도 나쁜 예감을 털어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너 먼저 성북동으로 가라. 난 아무래도 고향집엘 들려봐야 할 것 같다."


"에헤이, 갑자기 왜이러십니까? 같이 왔으면 같이 돌아가야지. 포천이라구요? 운전은 내가 할 테니까 같이 갑시다."


결국 기지에서 내어준 차를 타고 초리와 함께 포천으로 달렸다.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집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탓인지 황폐하게 보일 정도로 망가져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비어있는데도 아무도 살지 않고 있다는 건 그동안 일출아재가 지켜주고 있었단 말이겠지.


한 바퀴 자신의 집을 돌아본 강호는 일출아재의 집으로 향했다.


"아재, 계십니까?"


대답이 없었다.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아재의 방문을 열어본 강호는 기절할 듯 놀랐다.

뼈만 남아있는 송장이 누워있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방안에 뒹굴러 다니는 건 비어버린 소주병뿐 이었다.


'애비가 이 지경인데 딸내미는 어디 가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나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더니.. 자신의 친척동생인 효진이가 보이지 않자 짜증이 밀려왔다.


황당한 마음에 잠시 지켜보고 있자니 가슴에 기복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경동맥을 짚어보았다.

살려달라는 듯 힘겹게 맥이 뛰고 있었다.

'아직 살아있다!'

정신없이 아재를 들쳐 업은 강호는 초리가 기다리고 있는 차로 달려갔다.

조심스럽게 뒷좌석에 아재를 태운 강호가 조수석으로 올라타며 소리쳤다.


"병원으로!"


당장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초리야, 아무 병원이나 빨리 가자."


심상치 않은 환자의 상태를 본 초리는 말없이 가속페달을 밟았다.

당장이라도 터져나갈 것 같은 굉음을 내며 차는 병원이 있는 읍내로 달렸다.


아재를 업고 응급실로 달려 들어간 강호는 소리쳐 의사를 불렀다.


"의사! 의사는 어디 있나!"


"어, 응급실에서 소리치시면 안 됩니다. 우선 환자부터 베드에 내려놓으시고."


강호가 살기 가득한 눈으로 가운을 입은 놈을 노려보았다.


"너 의사냐?"


강호의 눈을 쳐다본 인턴은 본능적인 공포로 온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네? 네, 그렇습니다..."


"환자상태 급한 거 안 보여⁉ 그럼 빨리 조치를 해야지!"


허둥지둥 움직이는 의사의 모습을 바라보며 아재를 이대로 돌팔이들 손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일출의 입술이 움직이며 이름을 불렀다.


"효, 효진아... 효진.. 내 딸.."


"정신차리소. 아재! 효진이가 어떻게 됐다는 겁니까?"


진찰을 마친 의사가 강호의 살기를 감당하기 힘든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이분.. 아무래도 극심한 영양실조로 보이는데요?"


"그래서 조치는?"


"넹?"


당장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환자를 앞에 두고 주둥이만 벌리고 있는 의사를 보자니 창자가 꼬이는 것 같아 참다 못한 강호가 소리쳤다.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나⁉ 영양실조라면 뭘 어떻게 해야 되느냔 말이다!"


의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간신히 대답했다.


"어, 아 그게.. 아 그렇지. 곧 수액을 놓을 겁니다."


안되겠다 싶은 강호가 위성전화를 꺼냈을 때 신고라도 받았는지 순경이 들어섰다.


"당신이 여기서 행패를 부린 사람이요?"


"이 새낀 또 뭐야⁉"


순경은 황당한 대답에 자신도 모르게 더듬거렸다.


"어? 이, 이 새끼라니?"


강호는 쳐다보지도 않고 핸더슨을 호출했다.


"납니다, 핸더슨.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 갑자기 무슨 일인데?


"여긴 포천에 있는 제일병원인데 위급한 환자가 있습니다. 가까운 미군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응급헬기를 바로 보내도록 하겠네. 대기하게.


"고맙습니다. 빚을 하나진 것으로 하지요."


-하하하, 알았네. 기억해두지.


빚을 진 것으로 한다는 강호의 말에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려오고 전화가 끊어졌다.

생전 처음 보는 무전기에 대고 영어로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본 순경과 의사와 간호사들은 이미 주눅이 들어있었다.


대통령이란 인간이 공권력에 힘을 실어준 탓으로 제복만 입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설쳐대는 게 지금시대의 경찰과 보안사나 정보사 같은 곳에서 사찰(伺察)임무를 맡고 있는 직업군인이란 놈들이다.

그런 놈들에게 시달려가며 죽을 고생을 해왔던 강호니 제복을 걸친 놈들이라면 무조건 이가 갈리도록 싫은 강호다.

그런데다 지금은 일출아재의 걱정으로 심사까지 뒤틀려 있는 중이다. 말이 곱게 나갈리 없었다.


"이봐, 순경.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지?"


"그, 그게 신고를 받고 왔는데.. 여기서 누가 행패를 부리신다고.."


병원과 순경의 태도에 화가 날대로 나있던 강호의 성질이 폭발했다.


"행패? 누가? 니 눈으로 보기에 여기 뭐 부서진 거라도 있나? 아니면 다친 사람이라도 있는 게 보이나?"


"아, 아니요. 아닙니다."


"그런데 왜 행패란 단어를 함부로 쓰고 있는 거지?"


고압적인 강호의 말에 놀란 순경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 그게 그렇게 신고를 받아서.."


한바탕 뒤집어 버릴까 싶은 그때 헬기소리가 들려왔다.

병원 앞마당에 미군헬기가 내려앉는 모습을 본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헬기가 토해내는 둔중한 엔진소음에 건물이 몸살이라도 앓듯 부르르 떨렸다.


스트레처 카를 밀고 달려온 대위계급장을 단 미군군의관이 물었다.


"한강호씨가 어느 분입니까?"


"나요, 군의관. 이분의 후송을 부탁합니다."


"알겠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의사와 간호사들은 이제 큰일 났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환자야 죽든 말든 자신들은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행동했던 것이지만 VIP환자에 대해선 언제나 과장급이 내려와 재빠르게 조치해 왔던 것이다.

인턴은 암울한 자신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씨발. 미군헬기까지 부를 정도로 권력이 있는 사람인줄 누가 알았냐고..'

헬기가 자신의 병원 앞마당에 착륙하는 것을 보고 궁둥이 무겁기로 소문난 병원장까지 내려와 함부로 나서지는 못하고 눈만 부릅뜨고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간호원 하나가 병원장의 눈치를 살피다가 마지못해 강호에게 다가와 말을 했다.


"저.. 지금 병원을 나가시려면 수납을 하셔야 하는데요.."


"허, 지금 무슨 개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여기서 주사한방이라도 놔준 게 있었나? 아니면 약이라도 줬나?"


이런 같지도 않은 병원엔 일원 한 푼도 주기가 싫었다.


"그.. 진찰비란 게 있거든요.."


강호는 진료를 했던 인턴에게 눈을 돌렸다.


"허, 진찰이라.. 이봐, 자네 인턴이지?"


"네? 네 그렇습니다만.."


"종합병원도 대학병원도 아닌 개인병원에서 자네가 진료를 보는 게 맞나? 이봐, 지금 맞느냐고 묻고 있잖아."


"그.. 그건.."


GP(일반의)도 예진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허, 이것들이 참고 있으려니까 완전 개판이로구나."


"여기 어떤 새끼가 병원장인지 몰라도 지금 당장 튀어오라고 해! 어, 그러고 보니 순경도 아직 안가고 있었구나. 마침 잘됐네. 내가 여기 의료법을 잘 몰라서 그러는데 개인병원에서 인턴이 진료를 봐도 되는 건지 한번 확인해봐."


이상하게 생긴 전화기로 미군헬기까지 불러대는 인간이다.

병원장 입장에서 이미 욕은 얻어먹었고 더 이상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달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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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23.03.27 145 6 12쪽
80 80화. 23.03.25 170 6 12쪽
79 79화. 23.03.24 169 5 12쪽
78 78화. 23.03.23 163 4 13쪽
77 77화. 23.03.22 175 5 12쪽
76 76화. 23.03.21 181 6 12쪽
75 75화. 23.03.20 183 6 12쪽
74 74화. 23.03.18 206 7 12쪽
73 73화. 23.03.17 19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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