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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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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87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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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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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82화.

DUMMY

초리는 여전히 풀어진 모습으로 여인의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개인적인 호기심이라.. 그럼 당신이 이 반점의 주인이란 말입니까?"


"호호호, 주인은 아니지만 그만한 권한은 가지고 있습니다."


'뭐지? 내게서 힘을 보다니, 설마.. 이 여자가 여의의 힘을 느꼈다는 말인가?'

하지만 자신은 여인에게서 아무런 이질적인 힘도 느낄 수가 없었다.


'여우야,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무예를 익히면 타인의 기를 느낄 수 있게 되지. 네가 복지원에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 저 여자는 비록 약하긴 하지만 기를 느낄 수 있는 내가기공을 수련한 고수란 말이 되는 거지. 거기다 영적인 능력도 조금 있는 것 같고.'


'영적인 능력이라니?'


'쉽게 말해 진짜 무당이 가지고 있는 힘 같은 거라고 보면 돼.'


'어쩐지 걸음걸이가 심상치 않더라니..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가 일개 종업원일리는 없고 이거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곳이구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고 계시는 건지요?"


"아, 보기드믄 미녀분이 나한테 호기심이 생기셨다고 하셨는데, 그게 뭘까 싶어 생각 좀 해보느라 실례를 했군요."


"혹시 무도를 닦으셨나요?


"하하, 무도라니요? 그런 말을 듣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무예를 익히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날카로운 예기를 풍길 수 있는 거지요?"


"허, 화교시라면 잘 알고 계실 텐데요? 한국남자는 적령기가 되면 무조건 군대에 가야만 한다는 걸."


"그럼.. 군대에서 살상무술을 배웠다는 건가요?"


"예기라는 게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한테서 뭔가 느끼셨다면 그렇다고 봐도 되겠지요."


"내가 무엇보다 두 분에게 궁금한 건 두 분이 무슨 볼일이 있어 이곳 차이나타운을 찾아오시게 된 건지 하는 거예요. 그것도 우리 용정반점을 콕 짚어서 숙박을 하겠다고 찾아온 이유를 말이지요."


"허, 차이나타운은 한국 사람들이 오면 안 되는 곳이었습니까? 그야말로 금시초문인걸요? 게다가 반점이란 게 숙박시설로 알고 있는데 반점에 잠을 자러 오는 것도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거였습니까?"


"그런 뜻으로 말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건 더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 제 생각이 틀렸나요?"


"하하, 이거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아가씨가 무슨 생각으로 물어보는 건지 몰라도 이유 같은 것은 없어요, 우린 그저 쉬어갈 목적으로 이곳을 구경 삼아 온 사람들일 뿐입니다. 우리가 이곳에 있는 게 편치 않다면 다른 곳으로 숙소를 옮길까요?"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는 말에 눈에 보일 정도로 표정이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링링은 적이라 생각되면 가까이 두고 지켜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란 장쉰의 말이 떠올랐다.

대가의 말은 틀린 적이 없었으니까.


이들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곳에 온 건지 아직 판단을 할 수는 없었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느껴졌다.


"제가 손님께 실례를 했던 것 같군요. 방은 준비해 뒀으니 언제든지 올라가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몸을 돌려 나가는 링링에게 느닷없이 초리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 어디 놀기 좋은 곳이 있다던데 혹시 알고 있습니까?"


"놀기 좋은 곳이라니요? 어떤 종류를 말씀하시는 건지?"


초리가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여기 어딘가에 전문으로 서양화 감상하는 곳이 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요?"


강호는 이놈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가 싶다가 머리를 쳤다.

아, 그동안 바삐 사느라고 이놈 전직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탐색하듯 잠시 동안 둘을 쳐다보던 링링이 입을 열었다.


"아, 사설 카지노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있습니다."


역시 짐작했던 대로 역시 카지노 얘기였다. 그런데 불법이란 걸 알면서도 물어보는 이유는 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강호는 뭔가 속셈이 있겠지 싶어 지켜만 보고 있었다.


"오, 들었던 대로 역시 있었네, 거기가 어딥니까?"


"동방명주라고 요 앞 사거리에 가면 있어요. 거기 카운터에 가서 이 명함을 주면 카지노에 입장시켜 줄 거예요. 링링이 자신의 허벅지에서 붉은색 명함을 꺼내 초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초리의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같이 충혈 된 눈이 명함을 꺼내고 있는 링링의 손길을 따라 허벅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이놈 이거, 직접 먹은 것도 아니고 겨우 향내만 맡은 요힘베에 이렇게 맥을 못 추다니.. 빨리 맑은 공기라도 쐬게 해야지 안 되겠네.


밖으로 나오자 멀쩡해진 초리를 보고 그동안 이놈이 연극을 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동방명주라는 술집으로 가는 동안 강호는 궁금했던 것을 물어볼 수 있었다.


"너 무슨 생각으로 사설카지노엘 가겠다고 하는 거냐?"


"설마, 정보를 얻어내려면 그런 곳이 가장 좋다는 거 모르고 있는 겁니까?"


"그래? 난 노름이란 걸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카지노란 게 뭘 하는 곳인지도 잘 모르고 있는데?"


"흐흐, 이것도 경험 아닙니까, 경험. 그러니 카지노란 곳이 어떤 곳인지 한번쯤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그래, 알았다. 가보면 알게 되겠지."


명함을 건네주고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곳은 생전 처음으로 보는 낯선 광경이었다.

뽀얀 연기사이로 카드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의 핏발선 눈에선 알 수 없는 광기까지도 엿보이고 있었다.


이곳 역시 담배 연기에 섞여있는 기묘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아프간에서 많이 맡았던 냄새 바로 양귀비를 태울 때 나는 냄새가 코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용정에서 맡았던 것과 같은 향기야. 아편에다 요힘베까지 섞은 모양이구나. 그러니 정신이 나갈 수밖에 없지.


'이거, 어째 미친놈들.. 아니, 마귀새끼들 소굴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네.'


"환전을 해야 되는 모양이지?" 초리가 종업원에게 물었다.


"얼마나 바꾸실 겁니까? 여긴 최저배팅이 만원부텁니다."


배팅이 만원부터란 말에 강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눈에 핏발이선 사람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루 일당이 최저배팅이라. 대단하네..'


"그럼 우선 100만원만 환전 해줘."


"알겠습니다."


보통사람들 두달치 월급이 넘는 돈을 초리는 서슴없이 바꿔 달라 요구하고 있었다.

이런 곳은 처음이라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지켜보는 수밖에.


초리가 테이블에 앉아 카드를 받는 동안 강호는 분위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러다 조금은 이상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맨 안쪽의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딜러도 없이 네 명이 앉아 자기들끼리 카드게임을 하고 있었다.

놈들은 새로 입장한 자신들을 힐긋 힐긋 쳐다보면서 뚜렷하게 경계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테이블과 다르니 저래도 되는 건가 싶었지만 아는 게 없으니 쳐다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곧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곳을 지키고 있는 놈들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초리도 자신의 카드를 쳐다보며 배팅을 하면서도 간간히 눈을 돌려 장내를 훑어보고 있는 것 같았다.

벽에 붙어있는 배풍기가 보였지만 일부러 환기를 시키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하, 이건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어 놓겠다는 심보로구나.'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미 약에 취해버린 사람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 관리자는 사람들이 게임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연기의 농도를 일정하게 조절할 것이 분명해 보였다.


'흐흐, 이곳에 들락거리는 놈들을 모조리 중독자로 만들어버릴 속셈인건가?'


초리가 판을 벌리고 있는 동안 강호는 생리 현상을 해결하러 화장실로 가야만 했다.

표지판을 보고 따라간 깊숙한 곳에 화장실이 있었다. 다행하게도 이곳엔 환풍기가 열일을 하고 있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쪽에 놓여있는 쓰레기통에 보이는 저건 실린지가 틀림없었다.

'아하, 여기서 필로폰을 꽂는 놈들도 있는 모양이구나. 그래서 초리가 여길 오자고 했던 건가? 확실히 전직은 못 속이는 거구나.

그러면.. 어떤 놈인지 몰라도 여기서 약을 파는 놈이 있다는 말인데. 찾아내려면 지켜보는 수밖에 없나?'


돌아와 보니 초리의 앞에 칩이 제법 많이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그새 딴 건가? 저게 얼마나 되는 거지?'


초리는 자신의 앞에 놓여있는 술잔을 들고 보란 듯이 호기롭게 마셨다. 그런 초리의 모습을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는 중국인들이 화난 표정으로 아니꼽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니 일부러 약을 올리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흠, 저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뭘까?'

노름꾼들의 속성을 모르니 궁금하기만 했다.'

그런데? 화장실 잠깐 다녀온 사이에 자기들끼리 놀고 있던 네놈이 보이질 않는다.


이것 봐라? 초리의 속셈이 뭔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생겨났다.

'흐흐흐, 재밌겠네.'


순간적으로 링링이 이런 곳을 소개해준 의도가 궁금해졌다. 그곳 지하에도 이런 시설이 있을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초리의 패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는 건 없지만 초리가 일부러 판돈을 키워가고 있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 것 같았다.


딜러가 패를 돌릴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이 변화하는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마지막 패를 받아든 초리가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칩을 전부다 테이블 중앙으로 밀어 넣으며 소리쳤다.


"올인!"


사람들은 포기할 수 없다는 듯 전부다 칩을 밀어 놓고 있었다.

마지막 배팅이었던지 테이블 위엔 칩이 한가득 올려 있고 곧 사람들의 시선이 한 장 한 장 패를 까고 있는 초리의 손을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똑같은 그림에 순서대로 놓여 있는 숫자를 보는 사람들의 입에서 탄식과 탄성이 흘러나왔다.


흐흐.

실없는 웃음을 흘려낸 초리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칩을 쓸어다 자신의 앞에 탑처럼 쌓아 놓았다.


"워차오!(아 씨발)"


"샤삐!(병신)"


칩이 떨어진 자들은 찰진 욕설을 퍼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칩을 현찰로 환전한 초리가 입을 열었다.


"선배, 이제 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놈들은 돈 때문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우리 앞에 나타날 겁니다."


강호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카지노에서 내어준 가방에 족히 천만 원은 넘어 보이는 현찰을 가득 담은 초리가 밖으로 나가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까진 괜찮은데, 아까 그놈들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가?'


용정반점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강호가 걸음을 멈췄다.

이곳의 골목길엔 통금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만큼 험악한 곳이라 경찰들도 큰 도로만 다닐 뿐 골목길은 아예 들어올 엄두도 못 낼만큼 위험한 곳이라는 말이었다.


초리도 느껴지는 것이 있었던지 가방을 한쪽에 내려놓고 불청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대를 도발하려는 초리의 목소리가 울렸다.


"기다리기 지루한데 그냥 나오는 게 좋지 않을까?"


"쯧, 눈치 빠른 놈들, 그래도 뒤통수는 맞기 싫었던 모양이지? 돈만 놔두고 가면 몸은 다치지 않을 거다."


짐작했던 대로 카지노 안에서 보았던 네놈이다.

초리가 어이없다는 듯 실실거리며 웃었다.


"흐흐흐, 별 개소릴 다 듣겠구나. 겨우 네놈이 우릴 상대로 강도질을 하겠다고? 크크큭, 이거 참,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으면, 저런 양아치 새끼들까지 내 돈을 탐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양아치란 말에 발끈한 놈들이 허리 춤에서 차이따오(菜刀)를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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