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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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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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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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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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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6화.

DUMMY

입을 연 서장의 말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대통령의 지시로 1975년도에 제정된 내무부 훈령 제 410호에 거리를 배회하는 부랑자들을 영장 없이도 사설복지원 같은 시설에서도 강제로 구금 할 수 있도록 되어있기에 그런 겁니다. 나도 못마땅하긴 하지만 경찰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개입할 방법이 없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경찰은 내무부소속이니 훈령을 어길 수 없었다는 말이겠지.


"그러니까, 서장 말은 그 개새끼들이 더 많은 지원금을 받아내려고 대가리 숫자를 늘리기 위해 강제로 납치까지 해갔다! 이말 아니오? 그리고 경찰이란 놈들은 서장의 눈을 가리고 뒷주머니를 차려고 유괴를 방조도 아닌 협조까지 한 거고."


"할 말 없지만, 그렇습니다."

미국영사 앞에서 치부를 드러낸 게 부끄러웠던지 서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경찰이란 놈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처먹었기에 그런 놈들에게 협조를 하는 거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네."


......


다 알고 하는 말 같아 서장은 더 이상 뭐라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듣고 있던 윌리엄이 탄식했다.


"허, 아무리 공권력이 썩었다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는군. 대통령이 납치까지 하라고 지시를 했을 리는 없을 거고, 아마 밑에 놈들이 과잉 충성을 했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어쨌든 이 정도면 유엔 인권위원회에 올려도 할 말이 없겠군."


윌리엄 입에서 끔찍한 말이 서슴없이 흘러나왔다.

사색이 된 서장은 몸을 떨었다.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강호는 윌리엄이 자신을 돕기 위해 오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서장, 납치범들과 한패처럼 행동한 경찰은 어떻게 할 거요?"


"당장 감찰을 붙여 문책을 해야지요. 사직서를 받을 겁니다."


"내 아우를 독직폭행한 놈은? 형사반장이란 놈이 그런 꼴을 보고도 아예 말릴 생각도 없어 보이던데?"


"역시 징계절차를 밟을 겁니다."


강호의 말을 들은 무근이 뒤에서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장은 나한테 복지원의 위치와 원장 놈들의 이름을 적어주시오."


"알겠습니다."


"윌리엄 영사님 나 때문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시기 바랍니다."


"일을 마치는 대로 연락드릴 테니, 같이 술이나 한잔 하시지요."


"그러지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일 문제 많은 복지원이 형제복지원이라고 했지?

원장이란 놈이 박근인이라고? 거기다 정부 지원금을 빼 먹는 프로 선수라니. 서장한테 프로 선수란 말까지 들을 정도면 도대체 얼마나 해쳐 먹은 거야?

돼지 같은 새끼! 사람이 짐승도 아니고 야산에 있는 축사를 이용해 수용소를 만들다니.. 살려 둬봐야 사람들한테 이득 될 게 하나도 없는 놈이로구나. 짐승 만도 못한 놈은 죽어야지.'


초리도 모르게 전술 배낭 하나만 매고 혼자 슬그머니 복지원으로 찾아온 강호였다.

오늘 따라 달빛이 유난히 어둡게 느껴졌다. 축사가 있는 야산이 가까워지자 그동안 잠잠하던 여우가 갑자기 무시무시한 검둥개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몇 번을 봐도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모습이다.


'갑자기 뭐냐?'


'여긴 어떻게 된 게 전쟁터도 아닌 곳에 원혼이 이렇게 많은 거지?'


'뭐? 그게 정말이야?'


'그래, 이 정도라면 힘을 조금 더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네 말은 이 안에 그만큼 원한을 많이 가진 죽음이 널렸다는 말이지?'


'크크킁. 그래, 많아. 그것도 아주 많아. 내가 행복할 정도로.'


'박근인 이라는 놈. 도대체 여기서 무슨 짓을 한 거지?'


'크킁, 원혼들의 상태로 봤을 때 거의다가 팔다리가 끊어져 나갈 정도로 맞아 죽었어. 그러니 원한에 사무친 원혼들이 이렇게 많은 거지.'


'사람을 때려 죽였다는 말이야!'


'그래, 정답이야.'


'어차피 살려둘 생각도 없었지만, 두 번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이네.'


'조심해야 해. 이곳에 아주 강한 악귀가 있어. 저 정도 힘을 가진 악귀를 잡아먹으면 어쩌면 내 고향으로 돌아갈 힘을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이 몸으로 나타난 이유가 바로 그거야.'


'정말이야? 그렇단 말이지? 네가 내 몸만 떠날 수 있다면 악귀든 뭐든 처치해야지.'


담을 넘은 강호의 몸이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창마다 탈출을 막으려는 건지 철창으로 막아 놓은 것이 보였다.

'여기가 틀림없이 교도소는 아니지? 그런데도 이런 몹쓸 짓을 해 놓다니!'


멀지 않은 곳에서 여린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강호는 비명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바람같이 달려갔다.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 안에서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이 가냘픈 비명이 들려오고 있었다.

이건 제발 살려 달라는 어린아이, 아니 여자아이의 애처로운 비명 소리가 틀림없었다.


'이 짐승 같은 새끼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기에..'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린아이를 돼지같이 육중한 놈이 올라타 짓뭉개고 있는 꼴을 본 강호는 앞뒤 잴 사이도 없이 창살을 잡아 뜯어내고 뛰어들었다.


"이, 이 개새끼가!"


사정 없는 발길질에 옆구리를 걷어 채인 놈은 아이 몸에서 강제로 떨어져 나와 숨도 못 쉬고 컥컥거렸다.

아이의 아랫도리는 이미 피투성이로 변해있었다.


벗겨진 옷으로 대충 아이의 몸을 가려 놓은 강호는 돼지 같이 뚱뚱한 놈의 몸을 뒤집어 놓고 날카롭게 빛나는 대검을 꺼내 흉측한 놈의 물건을 사정 없이 잘라버렸다.

숨도 쉬지 못하고 컥컥대던 놈은 그래도 자신의 몸이 잘려나갔다는 사실은 알았는지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이 새끼 참 팔자 편한 놈일세. 고문도 하기 전에 기절해버리고 말다니."


정신 잃은 김에 아예 죽어라. 강호의 대검이 사정 없이 돼지의 목을 가르고 지나갔다.

죽은 놈의 혼은 천구(天狗)의 입으로 빨려 들어갔다.


'크크킁, 좋아. 아주 좋아.'


강호는 난감한 얼굴로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는 아이를 쳐다보았다.


'원장이 어디 있는지 알려면 다른 놈을 잡아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는데.. 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나갔다가 다시 올 수도 없는 일이고..'


'아이는 우선 여기에 두고 가도 문제는 없을 거야. 나중에 데리고 가면 되지.'


'쯧, 죽을 병에 걸린 건 아니니까.. 아무래도 그래야겠군. 이 많은 사람들을 관리하려면.. 어딘가 관리자 숙소가 따로 있지 않을까?'


천구가 자신을 따라 오라며 꼬리로 방향을 가리켰다.

따라가다 보니 언덕 위 가장 높은 곳에 제법 그럴듯해 보이는 양옥집이 한 채 보였다.


그럴듯해 보이긴 했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어딘지 모르게 음침해 보이는 집이다.

가까워질수록 축축하다고 느껴질 만큼 귀기 서린 기운이 더 짙어져 갔다.


'바로 마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거야.'


'이거 보통사람이라면 접근하기도 전에 기절해 쓰러지겠구나.'


'바로 여기야. 여기 이집 안에 온갖 마기가 다 뭉쳐있어. 이 정도로 짙은 악기라면 적어도 수백 명은 되겠는데?'


'그래? 그 정도라면 꿈자리가 뒤숭숭하지 않았을까?'


'근본부터 악으로 똘똘 뭉친 마귀 같은 놈이라면 오히려 이런 악기가 보약처럼 느껴지게 될 수도 있는 일이지.'


'마귀든 뭐든 원장이란 놈이 이 집 안에 있으면 좋겠는데.'


'없다면 이 정도로 악기가 풍겨 나오지도 않겠지.'


'그렇다면 나한테 좋은 일이고.'


나에겐 잠겨있는 문을 여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쉬운 일이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았다.

일층은 느껴지는 생기 하나 없이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이건 뭔가 이상한데? 유령의 집도 아니고.. 사람들은 모두다 이층에 있는 건가?'


'아니 있어, 방문을 열어봐.'


'뭐야? 그럼 왜 사람의 생기를 느낄 수 없는 건데?'


'너야 당연히 모르겠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난 이 안에 있는 마졸들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마졸이라니 그건 또 뭔데?'


'뭐긴? 마왕의 부하들이니 당연히 마졸이지.'


천구의 말에 강호는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어쩐지 너한테서 적개심이 느껴지는 거 같다?'


'당연하지 내가 있던 세상에서 끝도 없이 나와 싸워왔었던 적이니까. 나야 선인에게 잡힌 뒤로 기억이 없다지만.. 그런데 이놈들은 어떻게 이 세상으로 넘어오게 된 걸까? 그것만 알아내면 될 것 같은데.'


'그럼, 그것들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닌 거야? 어떻게 생기라곤 느낄 수가 없는 거지?'


'설명하는 것보단 직접 보면 알게 될 거야.'


'직접 보면 알게 된다니? 그럼, 이제 문을 열어봐도 될까?'


방안을 들여다본 강호는 얼어붙기라도 한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저, 저게 뭐야⁉'


'크크킁. 왜? 겁이 나서 아랫도리가 쪼그라들기라도 한 거야?'


처음 봤을 땐 옷걸이에 걸려있는 것이 옷인 줄만 알았다.


'저, 저건. 틀림없이 사람의 껍데기잖아⁉'


'그래 맞아, 사람의 껍데기지. 마졸들이 자신들의 본모습을 감추기 위해 사람을 죽여 저렇게 가죽으로 만들어 뒤집어쓰고 다니는 거지. 일종의 변장술이라고나 할까.'


'자신들의 변장을 위해 사람을 죽여 가죽으로 만든다고? 그게 사실이야?'


'틀림없는 사실이지.'


'넌 그런 괴물들을 죽일 수 있는 거고?'


'내가 왜? 네가 해야지.'


'내가? 무슨 방법으로?'


'넌, 니 입으로 선인의 반지를 가졌다고 했잖아. 그건 바로 마왕도 범접하지 못할 선인의 신물이라고.'


'어디로 갔는지 몰라도 사라져버리고 없는데?'


'네 몸과 동화가 돼서 보이지 않는 것 뿐이니까, 네가 원하면 꺼내 쓸 수도 있을 거야.'


'믿을 수 없는 말이로군.'


'여기서 마졸에게 죽어 껍데기만 남기고 싶지 않으면 어떻게든 신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라고.'


'마졸들을 상대하기엔 힘이 부족해서 난 이만 들어가야겠네.'


천구가 사라진 방안에 자신만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이,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나! 나더러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야?'


조그맣게 귓가에 들리는 여우의 목소리.


'말조심해라, 듣는 개 기분 나쁘다.'


'니가 여우지 개냐?'


'어쨌든 지금은 천구야.'


'준비해 마졸이 깨어났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람 빠진 풍선처럼 옷걸이에 걸려있던 인두겁에 검은 안개 덩어리 같은 것들이 모여들어 스며들기 시작하더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강호의 눈에 검은 안개 덩어리가 영락없는 돼지 비슷한 괴물의 모습으로 보인다는 게 문제다.

'그럼 저 검은 안개 덩어리 같은 게 마졸의 실체라는 건가? 이게 무슨 조화야? 이게 무슨 호러물도 아니고.'


전술나이프를 쥔 손에 땀이 배어 나오는 것 같았다.

'허,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이 정도로 긴장을 하고 있다고?'

아무래도 처음으로 겪어보는 일이라서 그런 거겠지.


바람이 들어찬 것처럼 부풀어 올라 영락없이 인간의 모습이 된 인두겁이 스스로 옷걸이에서 내려와 다가왔다.

'확실히 요괴가 맞는구나.'


인간의 탈을 뒤집어쓴 괴물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누구냐? 틀림없는 인간인데..? 어떻게 결계를 뚫고 여기까지 들어 온 거지?"


괴물의 입에서 튀어나온 건 틀림없는 인간의 말소리였다.


"나보고 인간이라고 하는 걸 보니 확실히 요괴는 요괴인 모양이로구나. 요괴주제에 인간을 너무 우습게 보는데? 아, 요괴가 아니고 마졸이라고 했었지."


"우리 정체를 알고 있는 넌 뭐냐? 무당 종류 같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보잘것 없는 인간 주제에 어떻게 법기를 몸속에 집어넣고 있을 수가 있는 거지? 인간이라면 이미 죽거나 미치고도 남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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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79화. 23.03.24 16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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