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490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22 13:37
조회
175
추천
5
글자
12쪽

77화.

DUMMY

법기가 뭐지?


"법기라니? 도대체 그게 뭔데.. 그 반지를 말하는 건가?"


"어쨌든 우리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살아나갈 생각은 버려라. 그러고 보니 껍데기도 제법 쓸 만하겠는 걸? 흐흐, 이 껍데기가 낡았으니 바꿔 입을 때도 되긴 했지."


"마귀 쫄떼기 주제에 주둥이만 살았구나?"


"쪼, 쫄떼기라니! 인간 주제에 주둥이 질이 심하구나."


얘기를 나누다 보니 마졸도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쓰레기만도 못한 잡귀 주제에, 덤벼 새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턱밑까지 날아온 놈의 손이 목을 노리고 있었다.


헉!

간발의 차이로 피해내긴 했지만 본성이 마귀새끼라서인지 몸 놀림이 도저히 사람처럼 보이질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가 있는 거지?'


그동안 해왔던 글귀수련으로 체력만큼은 자신 있다고 자부하던 자신감이 사라졌다.

그동안 자만심에 빠져 수련을 등한시하기는 했지..

벼락처럼 내리 꽂히는 발을 피하며 자책했다.


쾅!

발에 밟힌 바닥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출렁거렸다.


'씨발, 저 정도 위력이면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면하지 못하겠구나.'


식은땀이 저절로 흘러내렸다.

한 놈 만으로도 이렇게 힘에 벅찬데 옷걸이에 걸려있는 껍데기가 자그마치 다섯 개다.


'저것들이 한꺼번에 다 달려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러니 다른 것들마저 깨어나기 전에 어떻게든 빨리 처리해야만 했다.


나이프를 고쳐 쥔 강호는 어떻게든 수세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양손을 치켜들고 달려드는 놈의 팔을 슬쩍 비켜 서서 나이프를 휘둘렀다.


서걱.

'응? 이게 뭐야?'

이건 살을 베는 느낌이 아니다. 질긴 가죽을 가르는 그런 느낌이지.


칼에 벤 자리로 검은 안개 같은 것이 새어 나오더니 갈라진 자리가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이런 씨발, 이건 아니지! 저런 걸 어떻게 상대하라고!'


여우의 목소리가 약을 올린다.


'어떻게든 신물을 꺼내 사용해.'


'방법을 알아야 사용하든 지랄을 하든 할 거 아니냐고!'


'그건 네가 알아내는 수밖에 없어, 못하면 너나 나나 여기서 마졸한테 죽는 수밖에.'


'허,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나. 사람도 아닌 마졸과 싸우는 날이 다 오다니..'


마졸도 칼 맛을 보더니 조금은 조심하는 눈치였다.

'저렇다는 건 복구하는데 힘이 들어간다는 거 아닌가?'

그렇다고 몸 놀림이 둔화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퍽. 퍼벅.

손발이 쉴 새 없이 날아와 몸에 박히고 있었다.

정타는 용케 피해내고 있었지만 이 상태로 얼마나 견딜 수 있을지.


'반지야, 반지야. 네가 정말 내 몸 안에 있는 게 맞는다면 이럴 때 날 살려줘야 하는 거 아니냐?'

묵묵부답이다.


마졸과 싸우는 동안 얼마나 손발이 오고 갔는지 셀 수도 없을 지경이다.

몸은 이미 걸레 비슷하게 망가졌다.

마졸역시 나이프에 사정 없이 옷이 잘려나가 헐벗은 몸이 돼있었지만 상처 자국 하나 보이지 않았다.


'씨발. 그야말로 엄청난 재생력이구나.'


입안이 터져 피가 흘러나왔지만 마졸 따위에게 약한 꼴은 죽어도 보이기 싫어 오기로 핏물을 삼켜버렸다.


퍽.

그 잠깐의 순간을 노린 마졸의 발이 날아와 머리를 때리고 지나갔다.

골이 흔들리는 충격에 허공을 날아간 강호의 몸은 방 구석에 처박히고 말았다.


정신을 잃는 순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신의 몸에서 미약하지만 금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거였다.

'이런 개 같은.. 죽는 순간 까지도 헛것을 보다니..'


마졸은 강호가 쓰러진 것을 보고 천천히 다가섰다.


"인간치곤 제법 이었다만, 아직 멀었다. 네 껍데긴 내가 잘 써주도록 하지."


생기를 빨아들이기 위해 마졸이 강호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강호의 몸에서 황금 빛이 터져 나와 마졸의 몸을 순식간에 덮어 씌었다.


"커헉. 이, 이건 선기..!"


마졸은 선기를 덮어쓴 자신의 영체가 인두겁과 함께 녹아내리는 진기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마졸이 녹아내리고 있는 동안 강호는 꿈을 꾸고 있었다.


은은한 은빛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야.. 이 영감님은 또 뭐고?'


주름 하나 없는 붉은 빛이 도는 팽팽한 얼굴에 눈을 마주치기 힘들 정도로 빛나는 안광. 은빛으로 빛나는 백발에 배꼽까지 내려온 풍성한 하얀 턱수염이 탐스럽다.


풍기고 있는 액면으로만 봐서는 신선이라고 해도 믿어주겠다. 주로 사기꾼들이 저런 껍데기로 위장하고 있는데..?


"허, 그거 참. 고얀 놈이로세."


"내 신물을 삼킨 주제에 감히 사기꾼이라니!"


"허.. 영감님께선 내 생각도 읽으시는 겁니까? 그런데 내 신물이라니? 그게 뭡니까?"


"여의환 말이다."


"여의환이요?"


"그래, 네놈이 꿀꺽 삼켜버린 여의환, 그게 바로 내 신물이었단 말이다."


"삼킨 게 아니고 그냥 사라져 버린 건데요?"


"네 몸속에 들어가 있으니 삼킨 거나 다름없지."


꿈속이니 무슨 말인들 못할까.


"그럼 영감님 꺼라 했으니 그냥 꺼내 가시지요?"


"그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불가능해."


"네? 영감님 물건이라면서, 가져가지 못하는 이유가 뭡니까?"


"오랫동안 내 손을 떠나있던 놈이라, 네가 마음에 들었는지 일물동체로 묶여버렸어."


"그럼, 그 말씀은 신물이란게 영감님께 아니라, 내꺼란 말 아닙니까?"


"....그놈 참, 말 한 번 잘한다. 물에 빠지면 붕어가 친구하자고 덤벼들겠구나."


액면만 봐서는 신선처럼 생긴 양반이 말을 해도..


"어쨌든 네가 여기 오게 된 것은 여의환이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네? 신물이 영감님을 불렀다고요?"


"그렇다. 네놈이 죽게 생겼으니 살려 달라는 거였지."


"살려 달라니.. 제가 죽기라도 한다는 말입니까?"


"네가 이곳으로 오기 전 마지막이 어땠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거냐?"


어? 그래.. 마졸이란 것한테 머리를 맞고 튕겨나간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글쎄요? 마지막에 마졸이란 괴물한테 머리를 맞고 기절했다는 것밖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요?"


"네 몸에서 나는 황금 빛을 보지 못했다고?"


"아.. 아, 그러고 보니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게 뭡니까?"


"신물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 바보같이 사용할 줄도 모르니, 널 살리기 위해 직접 신물이 힘을 쓴 거지."


"사용방법이라니요? 그게 뭡니까?"


"이미 신물은 너의 신체와 동화가 되어 있으니 다른 건 필요 없다. 그러니 네 의지만 여의환에 실을 수 있으면 된다는 말이다."


"의지라니요?"


"무엇이든 이루고자 하는 적극적인 마음가짐이 의지라는 것도 모르고 있는 거냐?"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쯧, 해보기나 해봤냐? 먼저 여의환이란 이름이 왜 붙었는지 그것부터 생각해보려무나."


"여의(如意)라는 건 뭐든 뜻대로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까? 환이라는 건 결국 고리모양을 말하는 거구요. 그러니 즉 반지 아닙니까?"


"그렇다 말 그대로 무엇으로든 의지대로 변화 시킬 수 있는 반지란 뜻도 되지."


"하하, 무엇으로든 이라고요? 반지면 반지지 그런 엉터리 같은 말이 어디에 있습니까?"


"허, 그놈하곤, 네가 지금 처해있는 이 현실은 말이 되고?"


"흐흐, 이게 현실이라구요? 이게 꿈이라는 걸 누가 모르는 줄 아십니까?"


"꿈이라니? 허, 이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구나."


"어쨌든 이곳에 더 이상 머물 시간이 없으니 안타깝구나. 내가 넘겨주는 선기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만 명심하도록 해라."


"만약 네가 귀문을 막지 못해 마계와 인간계가 겹쳐지게 되는 날이면 인간 세상에 무간지옥이 펼쳐지게 되는 거지. 내가 이곳에 강림한 것 또한 인과율에 어긋나는 짓이니 두 번 다시 너와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고 어쩌면 나와 만났던 사실조차 넌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말과 함께 부드러운 은빛 한줄기가 자신의 몸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 눈이 떠졌다.

어둠으로 가득찬 방구석에 쓰러져있던 강호는 정신을 차리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 잡귀인지 마졸인지 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지?"


옷걸이에 걸려있던 인두겁까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잡귀에게 뚜들겨 맞고 날아간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죽지 않은 건 다행이지만.. 얼마나 기절해있었던 거지?"


눈을 뜨고 보니 어두워야 할 방안이 어찌 된 일인지 환하게 보였다.

'기절해있던 동안 날이 밝아버리기라도 한 건가? 내가 그렇게 오랫동안 기절해 있었다고?'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엔 아직도 달이 떠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눈이 갑자기 좋아지기라도 한 건가?'


강호는 자신의 눈에서 은은한 황금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강호는 천구가 조용해졌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 서 있었다.

왠지 몰라도 어차피 손댄 일 오늘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거 무슨 강박증이라도 생긴 것처럼 왜 이러는 거지?'

계단에 발을 디디자 바로 긴장감이 되살아났다.

마졸인지 잡귄지 하는 게 또 튀어나오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들질 않았다.

'체력만 조금 더 좋았더라도 그렇게 쉽게 당하진 않았을 텐데.. 갑작스럽게 체력이 떨어졌던 게 문제야.'


하지만 그게 자신의 한계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체력은 앞으로 시간만 투자하면 얼마든지 올릴 수 있어.'


여전히 감각에 잡히는 것은 없었지만 뭔가 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보통사람이라면 맡지 못할 미약한 냄새였지만 강호의 코엔 틀림없이 냄새가 맡아졌다.

'냄새야. 구역질이 날 정도로 지독한 냄새. 그건 짐승 사체가 썩을 때나 풍겨 나올 수 있는 역한 냄새였다.'


바로 인두겁을 뒤집어썼던 마졸에게서 맡았던 냄새다.

'천구, 그렇지 않냐?'

'희한하게 이놈은 꼭 필요할 때만 되면 주둥이를 싸 다물고 있네?'


계단참에 올라섰을 때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무슨 거미줄이라도 뚫고 들어가는 것처럼 기분 나쁠 정도로 끈적거리는 느낌이 온몸에 느껴졌다. 그 순간 느닷없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이건 또 뭐냐‼'

온통 거미줄과 썩어버린 계단 그리고 쓰레기처럼 굴러다니는 뼈다귀들.. 온통 폐허로 변해버린 풍경이 눈앞에 있었다.


한발 다시 뒤로 물러서서 보니 변함없이 깨끗한 계단 그대로였다.

소름 끼치는 광경에 저절로 온몸이 굳어지는 것 같았다.

'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고.. 결계라는 게 있다더니.. 이런 일을 현실에서 보게 될 줄 정말 몰랐는데..'


다시 한발을 내밀자 또다시 계단 위는 온통 거미줄로 뒤덮여있는 음산한 폐가처럼 변해있었다. 소리 하나 없이 깨끗하기만 하던 계단은 발을 디디자 다 썩은 나무가 내는 비명 소리처럼 소름끼치게 삐걱거렸다.

'이럴 수가 있나.. 그럼 여긴 다른 세상이란 말인가? 정말 귀신 소굴이 따로 없구나.

숨을 쉬는데 지장이 없는 걸 보면 공기는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세상엔 믿을 수 없는 일투성이라고 하더니.. 내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도저히 믿을 수 없었겠구나.'


강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금빛은 계단을 올라갈수록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짙어졌다.

이층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올라오자 또다시 풍경이 일변했다.

바닥을 알 수 없는 늪처럼 끝없는 어둠 속에 잠겨있는 동굴이 눈앞에 나타났다.

동굴 입구를 가로막듯 축축 늘어진 거미줄 사이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키이익. 키익.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1 91화. +1 23.04.07 157 6 12쪽
90 90화. 23.04.06 125 5 12쪽
89 89화. 23.04.05 127 4 12쪽
88 88화. 23.04.04 127 7 12쪽
87 87화. 23.04.03 127 6 12쪽
86 86화. 23.04.01 131 5 12쪽
85 85화. 23.03.31 130 5 12쪽
84 84화. 23.03.30 143 5 12쪽
83 83화. 23.03.29 140 6 12쪽
82 82화. 23.03.28 148 6 12쪽
81 81화. 23.03.27 145 6 12쪽
80 80화. 23.03.25 170 6 12쪽
79 79화. 23.03.24 169 5 12쪽
78 78화. 23.03.23 163 4 13쪽
» 77화. 23.03.22 176 5 12쪽
76 76화. 23.03.21 181 6 12쪽
75 75화. 23.03.20 183 6 12쪽
74 74화. 23.03.18 206 7 12쪽
73 73화. 23.03.17 191 6 12쪽
72 72화. 23.03.16 212 7 13쪽
71 71화. 23.03.15 213 7 12쪽
70 70화. 23.03.14 209 4 12쪽
69 69화. 23.03.13 202 7 12쪽
68 68화. 23.03.11 222 7 12쪽
67 67화. 23.03.10 214 7 12쪽
66 66화. 23.03.09 223 7 12쪽
65 65화. 23.03.08 215 7 12쪽
64 64화. 23.03.07 223 7 12쪽
63 63화. 23.03.06 217 8 12쪽
62 62화. 23.03.04 227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