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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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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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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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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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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1화.

DUMMY

초리의 도와 달라는 소리 없는 애원을 이겨내지 못한 강호는 인천에 내려와 있었다.

얼마나 성유라를 마음속에 담고 있으면 저럴까 싶어 차마 거절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쯧, 네 덕분에 여기까지 오긴 왔는데.. 뭘 어째야 좋을지 나도 모르겠다."


"헤헤, 어차피 여기까지 왔으니 차이나타운엘 가봐야 하지 않을까요?"


중국인 거리엔 할 일도 없이 길가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는 경찰들이 군데군데 서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여기 웬 견찰 놈들이 이렇게 많은 거냐? 할 일이 그렇게 없나?"


"뭔가 좀 이상하긴 이상하네요."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네, 많이 이상합니다. 무슨 일로 저렇게 나와 서있는 걸까요?"


"낸들 알겠냐? 저녁 먹기 전에 우선 숙소부터 잡아 놓고 보자."


오는 동안 거리를 눈여겨봤지만 여관이 드문 곳인 것 같았기에 통금 시간이 가까워지면 숙소 잡기가 힘들어 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그러는 게 편하겠지요."


"여긴 여관도 중국식인 모양이구나."


강호는 중국에서 묵었던 여관 생각이 났다.


"중국인이 경영을 하면 중국 여관이겠지요. 중국 여관이라고 뭐 다른 게 있겠습니까?"


"내가 겪어봤던 여관은 좀 특이했던 곳이라.. 여기도 그런 것 아닌가 싶은데?


"특이하다니? 그게 뭔데요?"


"그때 당시 반점이나 빈관 같은 고급 숙소는 들어가 보질 못했으니 어떤지 모르겠지만, 노숙을 하지 않을 땐 어쩔 수 없이 주로 여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거긴 여자를 강매하더라고."


"네? 여자를 강매한다구요? 설마.. 성매매를 말하는 겁니까?"


"맞아, 바로 그거야. 원체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말 그대로 여관주인의 노예가 돼 가지고 아예 여관에 상주하면서 몸을 파는 여자들이 있더라고."


"허.. 여관에서, 자발적도 아니고 강제라고요? 정말 별 놈의 세상이 다 있군요."


"들어가 보면 알겠지만 내가 보기엔 여기도 그런 곳이 아닌가 싶은데?"


제법 번듯하게 지어 놓은 반점의 이름은 용정이었다.


"반점이라기엔 규모가 좀 작은 것 같은데?"


"용정반점이라.. 꼭 어디 지명 같은데요?"


"그래. 연변 옆에 있는 도시이름인데.. 아무래도 중국 놈들이 한국 땅에서 장사를 하려고 이름을 끌어다 쓴 것 같구나. 아니면 반점주인의 고향이 거기일 수도 있겠지."


"왜요? 지명에 무슨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거기가 윤동주 시인의 고향이자 묘까지 있는 곳이거든."


"아, 그렇습니까? 그건 미처 몰랐네요."


"모른들 어떠냐, 살아가는데 하등 지장도 없는 것을. 일단 들어가 보자."


카운터에 붉은 치파오를 입은 여성이 손님을 접객하고 있었다.


"며칠 정도 숙박을 할 생각인데, 혹시 여기서 식사도 됩니까? "


반점이라면 당연히 식당도 딸려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물어본 것이다.

허벅지까지 찢겨 올라간 붉은색 치파오를 입은 여자가 능숙한 한국어로 대답했다.


"예, 됩니다."


"그럼 식당은 어디로 가면 되지요?"


"안내해드리지요."


앞장서서 사뿐사뿐 마치 춤을 추듯 발끝으로만 걸어가는 여자를 쳐다보는 강호는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수란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발걸음이 가벼웠기 때문이다.


'초리의 실력으로 저 여자를 당해낼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었다. '흐흐, 이거 생각보다 위험한 곳이구나.'


초리는 금방이라도 침을 흘릴 것 같은 얼굴로 여자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처다 보았다.

'이놈이?'

한발 뒤로 떨어져 걷고 있던 강호의 코로 달달하면서도 약간은 비릿한 향내가 풍겨져 왔다.


"생각보다 친절하네요."


"쯧, 넌 유라 하나로 만족하지 못하는 거냐?"


"헤헤, 낚인 물고기와는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어째, 내 눈엔 네가 낚인 것처럼 보이는데?"


"선배가 착각하고 있는 겁니다."


"정신 못 차리겠지?"


"어허, 선배 눈에는 저 여자의 미모가 보이지도 않는 겁니까?"


"어허, 너 보기보다 문제가 많구나? 지금 네가 보기엔 이곳에 하나도 이상한 게 느껴지지 않고 있는 거지?"


"뭐가요?"


"이 은은한 향내.. 정말 모르겠단 말이냐?"


"좋기만 한데요? 어, 그러고 보니.. 약간 달달한 냄새가.. 이거 꼭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았던 기분이 드는데요.. 식당에서 나는 음식 냄새 아닙니까?"


"아무래도 향 대신 요힘베 나무 껍질을 태우는 냄새인 거 같다. 조심해라."


"그게 뭔데요?"


"최음제란 말이다."


"최음제요..? 그게 뭔 소리..? 아니, 그건 발정제란 말 아닙니까!"


"쉿,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내색도 하지 말고 있어."


"목적이 뭘까요?"


"내가 뭐라 그랬지? 이거 아무래도 여자를 팔아먹으려는 수단인 것 같다. 아니면 다른 목적이 뭐가 있을까..?"


"헤헤, 그렇다면 나쁘지 않은 거 아닙니까?"


"나쁘지 않다고? 많이 사용할 경우 독성 때문에 고혈압이나 발작, 간과 신장에 발생하는 문제와 중독이 심하면 공황발작이나 사망사고가 생길 수도 있는 건데 그래도 괜찮다는 거냐?"


"그게 그렇게 나쁜 겁니까? 이것들이 감히!"


강호의 황당한 말에 발작을 하고도 남을 뻔한 초리였다. 선배의 말대로라면 자신이 흡입한 게 바로 독약 아닌가.


"거참, 당장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니까, 모르는 척 하래도."


"네.. 알겠습니다."


마치 중국 현지에 와있는 것처럼 천정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온갖 색등으로 장식한 화려한 실내의 식당은 늦은 시간인데도 제법 손님이 들어차 있어 중국 말의 특유한 사성 때문에 마치 싸우는 것 같이 시끄러운 말소리가 요란하게 귀에 들려왔다.


'이중에 틀림없이 마약조직원이 섞여 있겠지.'


"아무데나 빈 테이블에 앉아 계시면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올 겁니다."


"안내해주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만면에 미소를 지은 종업원이 허리를 굽히고 인사를 했다.


"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주시고,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실내를 둘러보던 초리의 입에서 감탄이 흘러나왔다.


"정말 화려하게도 꾸며 놨네요. 특히나 저 화려한 조명들, 여기선 구경도 못하는 것들 아닙니까?"


강호는 초리의 말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거 음식에도 장난을 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긴 하는구나. 적지나 마찬가지인 곳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만큼 여의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초리야, 혹시 모르는 일이니 음식이 나와도 내가 먹으라는 것만 먹도록 해야 한다."


"네, 그러지요."


다행이 음식에 장난을 친 것 같지는 않았지만 엉뚱하게 다른 곳에 문제가 있었다.


"초리야 싱겁더라도 소스는 치지 않고 먹는 게 좋겠다."


"왜요, 문제가 있습니까?"


여의가 가르쳐 줬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허.. 이런 짓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사람의 방심을 노리는 거겠지. 방심한 인간에겐 비밀이란 게 없어질 테니까. 거기다 여자까지 안겨 놓으면 정신 나간 인간이 뭔 말인들 못 토해내겠냐?"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고문훈련을 받았던 초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럴까요?"


"너나 난 훈련을 받았지만 일반인들이야 어떻겠냐. 여기 있는 사람들 표정을 봐라, 표정들이 다 풀어져 있는 게 보이지 않냐?"


"어.. 정말 그러네요?"


"아마, 우리가 봤던 경찰들이 깔려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 때문이 아닌가 싶구나."


"그럼 여기가 바로 마약 소굴이란 말입니까?"


"정확히는 알 수는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그걸 알아내러 우리가 여기까지 온 거 아니겠냐."


"그렇지요.."


어쨌든 수상하기 짝이 없는 여관이다.

'찾아오긴 제대로 찾아온 것 같은데.. 어디부터 뒤져봐야 할지 모르겠네.'


삼수갑산을 가는 한이 있더라도 우선 배부터 제대로 채우고 보자.

소스를 사용할 수 없어 싱겁긴 했지만 요리는 제법 맛이 있었기에 충분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술도 한 병 시킬까요?"


초리가 입맛을 다시면서 물었다.

작전 중엔 절대 술을 먹지 않는 다는 걸 알면서도 원체 기름진 음식이다 보니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난 괜찮으니까. 너나 시켜 먹어."


"흐흐, 선배도 한잔쯤은 괜찮지 않을까요?"


강호는 음식을 먹는 와중에도 몇몇 사람들의 불량한 시선을 느끼고 그들의 얼굴을 유심히 머릿속에 저장해 놓았다.

'우릴 유심히 쳐다보고 있는 저놈들이 바로 조직원인 모양이로구나. 우리의 정체가 뭔지 궁금해서겠지.'


그때 식당 한구석의 테이블에서 시끄럽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의 몰려드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점점 소란스러워지자 자신들을 안내했던 붉은 치파오를 입은 여인이 들어와 테이블로 다가갔다.

다투던 사람들은 여인을 보고 움찔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게 보였다.


여인은 고개를 숙여 조용하게 속삭였다.


"여기가 어느 분의 사업장인지 손님들께선 잊어버리신 건가요? 제법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그분이 화를 내기 전에 이만 돌아가시는 게 신상에 좋지 않을까요?"


여인의 조용한 말에 다투던 상대들은 아차 싶었던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아, 알겠소. 화가 나는 바람에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구려..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호호호, 술을 많이 드시다 보면 그럴 때도 있지요. 그래서 과음은 몸에 해롭답니다. 그러니 이만 자리를 파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정신을 집중한 강호의 귀로 모든 대화가 들어오고 있었다.

'오, 저 여자가 누군데 말 몇 마디로 소란을 진정을 시킬 수 있는 건지 궁금하네. 짐작했던 대로 확실히 보통 여자는 아냐.'


사람들의 시선은 다툼에서 멀어진지 오래였다.

'이거 참, 재미있는 동넬세. 여기 주인이 누군데 저 여자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이 꼼짝도 못하고 있는 걸까? 틀림없이 이런 곳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을만한 실력은 아닌데.'


좀 더 분위기를 살피고 싶었지만 음식을 다 먹고도 자리에 앉아있기가 멋쩍었기에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다하신 것 같네요, 더 필요한 건 없으신지?"


어느새 싸움을 정리한 붉은 치파오의 여인이 다가와 물었다.

여인에게서 어디선가 맡아보았던 묘한 향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디서였더라? 그래.. 기억났다. 이건 란핑이 남자를 유혹할 때 사용했다던 노산(老山)백단향 향내구나.

초리는 여자의 몸매를 훔쳐보느라 연신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커피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있을까요?"


"호호, 당연히 있지요, 가져다 드리죠."


강호는 커피를 가지러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보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저 여자는 무슨 이유로 우리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걸까? 우리가 그렇게 수상하게 보인건가?


커피를 가져온 여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래는 손님 좌석에 앉으면 안 되는데, 잠깐 실례해도 될까요?"


"아, 앉으세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여인이 자연스럽게 다리를 꼬고 앉자 벌어진 다리 사이로 붉은 속옷이 보였다. 그 꼴을 본 초리의 벌어진 입에서 금방이라도 침방울이 떨어질 것처럼 매달렸다.



'쯧, 이눔시키가 남자 망신은 혼자 다 시키고 자빠졌네. 그런데 이놈이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거지? 아.. 이건 요힘베의 중독증상인건가? 이거 참, 백단향에 노힘베까지 갈수록 수상해지네.'


"음, 처음 봤을 때부터 보통 분들은 아니신 것 같아서요. 어떻게 우리 반점을 오시게 된 건지 궁금해서 실례를 하게 됐습니다. 지금 식당에 있는 분들을 보고 계시는 것처럼 우리 여관은 한국인은 전혀 받지 않고 있거든요."


"아, 그래요? 그럼 우리는 왜 받아 주신건지?"


"뭐랄까.. 손님에게서 뭔지 모를 알 수 없는 힘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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