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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497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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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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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73화.

DUMMY

"어어, 이, 이건 김밥 몇 줄 사기엔 너무 많은 돈인데요?"


한 달 월급보다도 많은 돈을 받아 쥔 무근이 어쩔 줄 모르고 강호를 쳐다보았다.


"그동안 나 때문에 수고한 값이다. 니 용돈이나 해라."


"고맙습니다. 형님."


무근이 나간사이에 동성머니 건물에서 새된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비명소리까지 간간히 들려오고 있었다.


잠시 후 경광등을 켠 순찰차까지 동성머니로 들이닥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모처럼 구경거리가 생겨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동성머니의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흐흐, 일본 놈들 표정들이 어떨지 궁금하구나."


명동호텔에서 잠을 자고 있던 히사유키는 금고가 털렸다는 전화를 받고 정신없이 자신의 사무실로 달려왔다.


열려있는 자신의 문안에서 탄내가 확 끼쳐왔다.

부하들은 어쩔 줄 모르고 두목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다 타버리고 재만 남은 현찰을 본 히사유키는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 내, 내 돈이? 이, 이, 이런.. 빌어먹을!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부하하나가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바, 밤새 도둑놈이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오야붕, 죄송합니다.."


"돈은 탔다 치고, 그, 금은, 어디로 간 거냐?"


"그.. 그게, 일부만 남고 사라졌습니다. 남아있는 것도 모두 녹아버리는 바람에 오염이 돼서 새로 제련을 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놈 소행인지 당장 찾아내라!"


"저, 사장님. 한국경찰이 뵙자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미 조사 끝내고 갔던 거 아니냐?"


"아, 아닙니다. 지금 직원들 상대로 신문조서를 작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뭐? 신문조서? 이 새끼들이 장난하나? 범인을 잡을 생각은 안하고 우리직원들을 상대로 뭔 짓을 하자는 거야? 당장 이리 오라고 해!"


명동파출소 소장 박명인은 자신이 손을 댈만한 사건이 아니란 직감에 종로경찰서에 사건을 급보하고 하회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 본서에서 출동한 형사반장 이두식을 만날 수 있었다. 계급이야 같은 경위라지만 지금은 지휘를 받는 입장일 수밖에 없었다.


과장의 사건배당에 따라 오긴 했지만 현장을 본 두식은 인상을 찡그렸다.

감식반이 헤집어 놓고 갔는지 현장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감식반이란 놈들이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을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겨우 지문이나 뜰 줄 아는 놈들이 뭘 할 수 있겠어. 이 정도로 헤집어 놀 정도면 보나마나 지문 하나 안 나왔을 건 뻔한 거고..'


'시벌, 이제 보니 이건 폭탄이구만.'

현장을 들여다본 두식은 잡기 틀렸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런 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동종 사건은커녕 비슷한 방법으로라도 사건을 저지른 절도범이 있다는 소문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건 못 잡아.'

지들끼리야 뭐라고 부르던 문신을 확인한 두식은 이놈들이 말로만 듣던 일본의 조직폭력배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자 앞으로 상황이 더 고약스러워질 것 같다는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일본 놈들이 당했다는 것엔 묘한 쾌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두식은 기다리고 있던 중에 히사유키와 대면할 수 있었다.


"금고에 있던 돈이 모두 얼마나 되는 겁니까?"


"10억 엔이요."


"네? 저 금고에 그만한 액수가 들어갈 수 있는 겁니까?"


"현찰이 일억 엔에 나머진 금괴요."


"아하, 그렇군요.. 일억 엔이란 돈은 다 타버렸고 그렇다면 금괴만 도난당한거로군요."


'이 새끼가! 지금 누구 약을 올리고 있는 건가?'


"이봐, 경찰나리. 수사를 하러 왔으면 제대로 하던가, 아니면 염장 지르지 말고 꺼지던가 둘 중에 하나만 해."


두식은 같잖은 폭력배에게 핀잔을 듣자 배알이 꼬였다.


"말씀이 좀 거시기합니다만?"


"한국 경찰들은 다 자네 같은 건가?"


"그게 무슨 뜻이지요?"


"이런 꼴을 보고 사람 약이나 올리고 있으니 하는 말 아닌가?"


히사유키의 독이 오른 모습에 두식은 어색하게나마 설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약을 올리다니요? 보시다시피 초동수사를 위해 정황을 살피고 있는 중 아닙니까?"


히사유키는 두식을 노려보다 말고 전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

뭐하는 짓인 줄 몰라 두식은 지켜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 일본말로 핏대를 세우던 히사유키는 전화를 던지듯 내려놓았다.


전화벨이 울리자 히사유키는 두식을 쳐다보았다.


"자네 전활 테니 받아봐."


유창한 한국말에 놀란 두식이 히사유키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 전화라고요?"


"받기 싫으면 말든가. 받든 안 받든 모든 건 자네 책임이니까."


벨은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망설이던 두식은 찝찝한 감정을 누르고 전화기를 들었다.

형사과장의 화난 목소리가 귀를 두드렸다.


-야, 너더러 수사를 하러 가라고 했지 누가 일본 놈 약 올리러 가라고 했냐? 왜 문제를 만들고 지랄인 건데?


"아니, 과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새꺄! 너 때문에 일본대사관에서 항의전화가 와서 한바탕 뒤집어졌단 말이다. 당장 끼어 들어와!


전화기라도 내던진 건지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에이 씨발.."


두식의 눈이 히사유키를 노려보았다.

'허, 이 쪽발이 개새끼가, 사람 엿 먹이네.'


두식은 노려보던 눈길을 거두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두식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히사유키의 눈엔 살기가 맺혀있었다.

'여기가 일본이었으면, 넌 내 손에 벌써 죽어 없어졌을 거다.'

히사유키는 일본에 지원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되면 비자금까지 모조리 끌어오는 수밖에 없겠구나."


이나가와회의 자금이 3억엔, 내조실 자금이 4억엔이다.

목숨 걸 생각이 아니라면 둘 다 떼어먹을 수 없는 돈이다.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부하들은 아직도 한쪽구석에서 무릎을 꿇은 채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이게 무슨 지랄인지..'


상황을 지켜보던 강호는 영감의 사무실로 내려왔다.

'동성머니라, 이렇게 한다고 문을 닫을 놈들이 아냐. 어떻게든 일본에서 돈을 또 들여오겠지, 그리곤 손해 본 걸 만회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이자를 붙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며칠 후 김포공항으로 몇 명의 건장한 일본인들이 들어왔다.

한국경찰의 수사력을 믿을 수 없었던 내조실에서 실력이 뛰어난 수사관을 한국으로 급파한 것이다. 입국심사는 일본 대사관의 입김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하야시상 정말 오랜 만이군요, 반갑습니다."


하야시는 마중 나온 일본대사관의 경찰영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때 자신의 부하였던 겐조를 한국에서 보게 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이게 누구야? 시마다 겐조군 아닌가? 언제 한국으로 발령받았던 거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네."


"하하하, 앞으로도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얘기는 가면서 천천히 하시죠. 선배가 내조실로 들어가셨다는 얘기는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조금만 늦었으면 미제로 넘어갈 번한 몇 개의 사건을 해결했더니 스카우트가 들어오더군. 그래서 그때부터 내조실에 몸을 담고 있게 됐지."


주차장에 외교관 넘버를 단 까만색 승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겐조, 어떻게 된 사건인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전문적인 털이범의 범행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좀 이상한 부분이 있습니다."


"자네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라면 뭔가 색다른 게 있다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가지고 갈수 없는 돈을 폭약을 사용해 모조리 태워버렸다는 거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허, 폭탄을 사용했다고? 그런 말을 들어보지는 못했는데, 원한인가?"


"아, 폭탄이 아니고 도폭선을 이용한 겁니다. 그리고 한국에 오지도 않았던 히사유키가 여기서 원한을 맺을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아, 도폭선이라고 했지. 그럼 자넨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지금의 대통령과 협정을 맺어 우리대사관이 설치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반일데모가 극심하게 일어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여기 한국 땅입니다. 그러니 반일감정을 가진 범인이 돈을 가지고 갈 수가 없게 되자 태워 버린 거라고 생각합니다."


"허, 무식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로군. 아무리 우리 일본에 대한 감정이 나쁘다지만 그런 엄청난 돈을 태워버리다니."


"아무래도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조실에서 투자한 돈이 자그마치 사억엔 일세. 그러니 어떻게든 찾아 봐야지."


차는 얘기를 나누던 사이에 공관에 도착했다.


"오늘은 쉬고 내일 현장을 둘러보고 싶은데 괜찮을까?"


"언제든 괜찮습니다. 이미 내조실에서 협조공문을 보내왔으니까요. 오늘은 이방에서 쉬고 계시면 됩니다. 같이 오신 분들은 바로 옆방에 묵게 되실 겁니다."


"배려해줘서 고맙네."


"하하, 천만의 말씀을요."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겐조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동성머니는 아직도 어수선해 보였다.

겐조가 나서서 히사유키에게 하야시를 소개했다.


"히사유키씨, 이분은 내조실에서 이번 사건 때문에 파견 나오게 되신 하야시상입니다."


"사건의 전말을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도 아는 게 별로 없소. 범인이 창으로 들어와 털어갔다는 것밖엔."


"저 창 말인가요?"


오 층이고 외벽이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매끄러운 타일이라 외벽으로의 침입은 거의 불가능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쪽으로 올라오지 못했을 테니 그럼 옥상으로 침입했다는 말인데..'


"그렇습니다."


"옥상문은 잠겨있었겠지요?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니겠소."


"확인해 볼 것이 있으니 좀 열어주시지요."


"알겠소. 어이 스즈끼, 이 분들에게 옥상문을 열어드려."


"네, 사장님."


옥상에 올라온 하야시는 먼저 사방을 둘러보았다.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범인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낼 방법은 없겠구나.'


난간으로 다가간 하야시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난간의 바로 밑에 히사유키가 사무실로 쓰고 있는 유리창이 보였다.


'그렇다면 저 배기구에 줄을 묶어놓고 내려갔을 건 뻔한거고.'

역시 생각했던 대로 로프에 쓸렸던 자국이 연도에 남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럼 좌측이나 우측 건물 중 하나에서 이 건물 옥상으로 넘어왔다는 말인데..


"스즈끼씨."


"네?"


"이쪽 건물은 뭘 하는 건물이지요?"


"아, 그 건물이요? 제법 유명한 대부업체 건물이라고 들었습니다."


"저쪽 건물은요?"


"이 골목 건물은 거의 다 대부업체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흠.. 그래요?"


그런데도 이 건물만 노리고 들어왔다면, 그날 돈이 들어 왔다는 것을 아는 놈의 소행이란 말인데..

일반적인 절도범이라면 도폭선을 사용할리 없으니, 그렇다면 일본인이 세운 업체라는 걸 알고 있는 놈이 노리고 털어갔다는 얘기가 되는 건가? 그래서 돈까지 태워버린 거고..


'양쪽 건물 옥상을 다 올라가 봤으면 좋겠는데.. 한국경찰의 협조를 받으려면 아무래도 지금은 무리겠지?'

생각을 마친 하야시는 겐조를 쳐다보았다.


"한국경찰의 협조를 받았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


"하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본과 달라서 여기 경찰들은 아무 때라도 우리 부탁을 절대 거절하지 못합니다."


"그거 잘됐군, 그럼 좀 부탁하세."



전화기를 든 겐조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종로서로 전화를 걸어 형사를 파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겐조가 상대방에게 나긋한 목소리로 사근사근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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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3화. 23.03.17 1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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