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498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14 13:01
조회
209
추천
4
글자
12쪽

70화.

DUMMY

송태섭이 포천 경찰서에 실종수사를 의뢰해 놨지만 불안감은 가시질 않았다.

참다못한 태섭은 검열을 피해 기사를 싣기로 결심했다.


「살인사건 취재 중이던 여기자 실종되다.」

포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누군지 모를 범인에게 납치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의 마지막은 미진한 경찰의 수사를 지켜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기자의 행방을 아시는 분은 사례를 할 테니 신문사로 직접 제보를 부탁 드린다는 말로 기사는 마무리가 되어있었다.


영감의 대부사무실에서 신문을 보던 강호의 눈이 깊어졌다.

신문에 실려 있는 기자의 사진을 보는 순간 바로 성유라라는 여기자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강호의 얼굴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차린 초리가 물었다.


"왜요? 뭐 안 좋은 거라도 났습니까?


"그 여기자, 결국 죽을 길로 들어선 모양이다."


"여기자라니요? 포천서 봤던 그 여자 말인가요?"


"그래, 납치된 것 같다는구나."


"허, 그런 게 요즘 신문에 날 수도 있나요?"


"제 식구가 취재 도중 사라졌으니까, 신문사도 화가 난 거겠지."


"하긴.. 그렇기도 하겠네요. 그런데 그 여잔 경고까지 해줬는데도 뭘 더 주워 먹겠다고 거기서 버티고 있었던 걸까요?"


"특종에 미친 거겠지, 아니면 자신의 말마따나 사명감에 불탔던 건지도 모르고. 하지만 납치된 건 나 때문일 수도 있겠지."


"선배 때문이라니요?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날 찾고 있던 놈들이니까, 적어도 기자라면 뭔가 자신들 보다 더 많이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납치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찾으러 가보려구요?"


"그래도 유일하게 사건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여자다 보니 신경이 좀 쓰이긴 하네."


"누구 짓인 줄 알구요?"


"흐흐, 그거야 뻔하지 않겠냐? 세 마리 중에 깡패 새끼가 끼어있었으니 그놈 똘마니 중에 하나겠지."


"하긴, 국회의원이나 서장까지 돼 가지고 기자에게 그런 무모한 짓을 벌일 리는 없겠지요."


"그러니 깡패새끼 짓이 맞는 거지. 그런 짓을 할 놈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놈밖에 없다."


"그렇다면 구해 주려는 겁니까?"


초리의 얼굴에 귀찮다는 기색이 엿보였다. 어차피 결정했으니 가기 싫다면 혼자 가는 수밖에.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었으니 한번 가보기나 하려고."


"오래전 인연이라니요? 그런 게 다 있었습니까?"


"그전에 한번 정보사 앞길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아마 그때도 내가 제거한 놈들 때문에 날 찾고 있었던 건 아닌가 싶었다."


그건 강호의 오해였다. 유라는 정보사 윤정필 사령관의 행적이 궁금했을 뿐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지만 그런 사실을 강호가 알고 있을 리 없었다.


초리는 도무지 강호의 속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래요? 이상하네, 그런데도 구해줄 생각이 드는 겁니까?"


"그 여자가 살아날 운이 있다면 찾을 수 있을 거고 아니면 마는 거지. 어쨌든 오인수 똘마니 인지 뭔지 건달도 못 되는 양아치 새끼들이 설치는 꼴을 보기 싫어서라도 한번은 손을 봐줘야겠다."


"뭐 그렇다면야.. 언제 갈 겁니까?"


"말 나온 김에 지금 바로 가보려고."


"그렇다면 내려가시지요."


유라는 지금 자신이 무슨 짓을 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멍한 상태로 있었다.

자신의 위에서 허덕이고 있는 짐승은 누구며 여기는 또 어디인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그저 구름위에 떠있는 듯 무기력하게 누워 있을 뿐.


"씨발, 약을 너무 쎄게 썼나? 재미없게 반응이 영 지랄 같네."


일수는 여자한테 신경을 몰두하느라 자신의 방문이 열리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흐흐흐, 이야! 여긴 천당이 따로 없네?"


"헉! 누구냐?"


놀란 일수의 몸이 경직 했다. 자신도 약기운으로 몽롱한 기분이었기에 낯선 기척을 느꼈음에도 반응이 빠를 수는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람이 들어오는 기척조차 못 느끼고 있었다니..'


퍽.

곧이어 옆구리를 칼로 후벼대는 것 같은 극통이 느껴졌다.


"이 개새끼! 사내새끼 덜렁거리는 꼴은 보기도 싫으니까, 옷이나 줏어 입어 새꺄."


여긴 조직원들도 모르는 자신만의 아지트다. 그런데 어떻게 낯선 놈들이 자신도 모르게 들어올 수 있었던 건지 순간적으로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이 개새끼가 귀까지 처먹었나⁉"


퍽.

어느새 또다시 죽을 것 같은 통증이 옆구리에서 일어났다.

새우처럼 몸을 꾸부릴 수밖에 없는 통증이다. 통증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데 머리 끝까지 하얗게 타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초리야, 아무래도 저놈이 몹쓸 약을 쓴 것 같은데, 기자부터 찬물에 좀 담가야겠다."


초리는 대꾸도 없이 늘어져 있는 기자를 어깨에 들쳐 메고 욕실로 들어갔다.


"지금부터 셋을 셀 때까지 안 일어나면 넌, 틀림없이 죽는다."


강호의 험악한 목소리가 일수의 귀엔 귀신이 울부짖는 소리처럼 들렀다.

고통을 참으며 일어나는 일수의 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누, 누군데.. 날?"


"내 허락 없이 함부로 입 벌리지 마라. 아가리에서 시궁창 냄새가 난다."


세상 겁 없이 살던 자신이지만, 이 남자 앞에선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이 남자에게선 잔인하다기 보다는 알 수 없는 짙은 죽음의 냄새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천지분간도 못할 어린 시절 치기에 돈이 아쉬워 한동안 개를 도살을 한 적이 있었다. 한 마리 잡아주는데 천원을 받았다. 그 당시 어린 나이에 받는 돈 치고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다.


자신을 보기만 하면 겁이 나서 떨어 대는 개들에게 공포심을 줄 수 있다는 흥분을 느껴서인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제법 많이 잡았다.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그런 자신에게서 피비린내가 난다며 피하는 것을 보고 그만두게 되었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남자에게서 그때의 자신이 풍기던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 바로 이런 냄새였구나. 개들이 자신만 보면 꽁지를 감추고 떨던 것처럼 그런 감정을 자신도 남자에게 느낄 수 있었다.


겁이 없다는 건 상대적인 것이다. 자신보다 약해 보이거나 아니면 비슷하다고 느낄 때나 겁 없이 비벼볼 수 있는 것이지 절대로 포식자에겐 통할 일이 아니다.


'개기면 죽는다.'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말없이 쳐다만 보고 있는데도 주눅 든 개처럼 몸이 굳어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며칠이나 됐지?"


무슨 뜻인지 금방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까지 느껴졌다.


"오, 오일입니다."


정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대답이 튀어나갔다.


초리가 욕실 밖으로 나와 기자의 옷을 가지고 지나가며 발길로 사정 없이 일수를 걷어찼다.

흐억.


"흐흐흐, 이 개새끼! 넌 죽었어."


강호는 왜냐고 묻지 않았다. 초리가 저런다는 건 이유가 있는 거니까.

욕실 문이 열리고 덜덜 떨면서 온몸에서 김을 뿜어내고 있는 유라가 나타났다.


정신을 차리게 하려고, 아예 냉수에 담갔던 모양이구나.

걸음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었지만 안에서 무슨 말이 있었는지 초리는 부축하지도 않고 있었다.


저러다 피라도 터져 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기자의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비틀거리면서도 꿋꿋하게 걸어간 성유라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과도를 집어 들었다.


손에 칼을 쥐자 떨림이 멈추는 게 보였다.

그만큼 악에 받혔다는 말이다.


아직 일수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헉.

유라의 손에 쥔 과도가 일수의 목을 파고 들어갔다.


'쯧, 저래가지곤 고통만 줄뿐 단칼에 죽이긴 틀렸다.'

아니 그게 아닌 거 같다. 과도에 호수(護手)가 있을 리 없으니 힘없이 칼자루에서 미끄러진 자신의 손가락이 칼날에 베여 잘라지게 생겼는데도 악에 받친 손은 범인의 목을 잘라내기라도 하려는 건지 자신의 상처에도 아랑곳 없이 점점 빠르게 찍어 댔다.


옆에서 초리가 중얼거렸다.


"찬물을 뒤집어쓰고 정신이 좀 들더니 가장 먼저 하는 소리가 눈물도 흘리지 않고 자신의 손으로 저놈을 꼭 좀 죽일 수 있게 해 달라고 사정하더군요. 그 며칠 동안 차마 말로 다 못할 별별 짓을 다 당한 모양인데.. 도저히 말릴 재간이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목을 찔린 탓에 소리도 내지 못하고 부들부들 경련만 일으키던 놈의 움직임이 멈췄지만 칼질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그만하지."


강호의 말에 쳐다보는 기자의 눈빛은 이미 죽어있었다.

'그동안 무슨 일을 당했기에, 저렇게 사람이 변해버렸을까?'


강호와 초리가 이곳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포천민주청년회란 간판이 붙어있는 사무실을 방문하고 나서였다.


"여기가 오인수가 운영한다는 사무실이 맞겠지?"


"네, 헤글러한테 확실히 여기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틀림없겠지. 거참, 이름하곤, 민주청년회라니? 깡패 새끼 주제에 민주가 뭔 말인 줄은 알고 쓰는 걸까?"


"흐흐, 그거야 모르지요."


입구를 지키고 있었던 건지 돼지같이 살만 찐 놈이 초리의 앞을 가로막고 물었다.


"포천사람은 아닌 것 같은디, 우리 청년회 앞에서 무슨 일로 얼쩡거리고 있는 거요?"


"느덜 대가리한테 뭘 좀 물어볼게 있어 왔으니, 비켜 서라."


"어디서 오셨는데?"


초리의 눈 꼬리가 솟구쳤다. 안 그래도 인상으로 한몫은 먹고 들어가는 초리의 얼굴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이 자식은 비켜서라는데, 왜 말을 못 알아 처먹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초리가 돼지의 뱃가죽을 한 움큼 잡아 비틀어 대자 단박에 문지기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그그극, 이 소 손 좀.."


"흐흐흐, 어디서 노는 색신 줄은 몰라도 감창소리가 좋아서. 남자들이 꽤나 좋아하겠어, 그렇지 않아?"


비틀어 대던 손을 놓자 참기 힘든 통증에 주저앉아 버리는 놈을 뒤에 두고 계단을 올라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초리와 강호를 본 돼지들이 테이블에 앉아 노름을 하다 말고 이상하다는 듯 소리쳤다.


"에이 씨, 패도 안 붙는데, 열 받구로. 니들 뭐여! 깡수새끼는 뭐하고 자빠졌는데 이상한 놈들이 여까지 올라오도록 놔두고 있다냐?"


"흐흐흐, 이 돼지새끼는 국어를 어디서 배워 처먹은 거야? 뭔 말인지 알아듣기도 힘드네."


좋지 않은 일로 찾아온 놈들이란 걸 알아챈 놈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크큭, 뭐하는 놈들인지 몰라도 니덜은 여기 잘못 들어 온 거여."


카드를 집어던진 손으로 대뜸 뽑아든 건 길쭉한 회칼이다. 다른 놈의 손엔 손도끼가 들렸다.

손질을 하지 않아 기름이 끼어있는 칼과 도끼는 사람의 피 맛을 본 것이 분명해 보였다.


"초리야, 아무래도 그냥 적당히 혼만 내줘선 안 될 놈들인 거 같다."


"그렇지요? 칼에 기름이 끼어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놈 칼이 사람 피 맛을 본거 같네요."


찍어오는 칼을 가뿐하게 벗어난 초리가 지나가는 놈의 손목을 잡고 한 바퀴 몸이 돌았다.


아악!

빠득.

어깨뼈 부서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렸다.


바닥을 뒹구는 동료를 본 놈들의 눈에 살기가 맺혔다.


대뜸 도끼가 초리의 등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강호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 본 적도 없는 놈들이 휘두르는 연장만큼 위험한 게 없다는 것조차 모르는 놈들이다.


"이 자식은 비켜서라는데, 왜 한국말도 못 알아 처먹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초리가 돼지의 뱃가죽을 한 움큼 잡아 비틀어 대자 단박에 문지기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아그그극, 이 소 손 좀.."


"흐흐흐, 어디서 노는 색신 줄은 몰라도 감창소리가 좋아서. 남자들이 꽤나 좋아하겠어, 그렇지 않아?"


비틀어대던 손을 놓자 참기 힘든 통증에 주저앉아 버리는 놈을 뒤에 버려두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1 91화. +1 23.04.07 157 6 12쪽
90 90화. 23.04.06 125 5 12쪽
89 89화. 23.04.05 128 4 12쪽
88 88화. 23.04.04 127 7 12쪽
87 87화. 23.04.03 127 6 12쪽
86 86화. 23.04.01 131 5 12쪽
85 85화. 23.03.31 130 5 12쪽
84 84화. 23.03.30 143 5 12쪽
83 83화. 23.03.29 140 6 12쪽
82 82화. 23.03.28 148 6 12쪽
81 81화. 23.03.27 146 6 12쪽
80 80화. 23.03.25 171 6 12쪽
79 79화. 23.03.24 169 5 12쪽
78 78화. 23.03.23 163 4 13쪽
77 77화. 23.03.22 176 5 12쪽
76 76화. 23.03.21 182 6 12쪽
75 75화. 23.03.20 183 6 12쪽
74 74화. 23.03.18 207 7 12쪽
73 73화. 23.03.17 192 6 12쪽
72 72화. 23.03.16 212 7 13쪽
71 71화. 23.03.15 214 7 12쪽
» 70화. 23.03.14 210 4 12쪽
69 69화. 23.03.13 202 7 12쪽
68 68화. 23.03.11 222 7 12쪽
67 67화. 23.03.10 214 7 12쪽
66 66화. 23.03.09 223 7 12쪽
65 65화. 23.03.08 215 7 12쪽
64 64화. 23.03.07 223 7 12쪽
63 63화. 23.03.06 217 8 12쪽
62 62화. 23.03.04 227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