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486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4.06 14:12
조회
124
추천
5
글자
12쪽

90화.

DUMMY

보리스는 쓰러져있는 미국의 스파이를 쳐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다른 목표를 쫓고 있는 오메가(Омега)와 제니트(Зенит) 팀들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군."


자신의 팀보다 적은 희생 만으로 작전을 끝낸다면 그들에게 비웃음 거리가 될 것이 분명했기에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목표가 이놈보다 실력이 좋은 놈들이라면 아무리 오메가(Омега)와 제니트(Зенит)라 하더라도 희생이 없을 수는 없겠지.'


보리스는 제발 자신의 팀보다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기만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팀의 희생을 바라는 자신이 나쁜 놈이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았다.

상대팀을 짓밟아야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기에 다른 팀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보다 더 나쁜 놈은 이런 식으로 경쟁을 붙이는 특작부대(оперативная группа специального назначения)인 FSB의 부대장 같은 놈이지.'


강호와 초리가 수송기에 올랐을 때 놀랍게도 기내에서 기다리고 있는 핸더슨을 볼 수 있었다.


"허, 얼마나 급했기에 몸소 출장까지 나온 겁니까?"


핸더슨은 잠을 자지 못해 까칠해진 얼굴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면서 입을 열었다.


"급하지, 급하고 말고. 정확한 정보는 아니지만 이미 요원 하나는 벌써 별이 된 것 같네. 이제 둘이 남았는데 쫓기고 있는 그들이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니, 나도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네."


"흠.. 어디 있는지 조차 모르는 그런 상황이면 내가 간다 해도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거 아닐까?"


"그건 아니지. 지금은 도피중이라 통신을 닫은 상태지만 자네가 간다면 위치를 알 수 있게끔 비상통신을 개방해 놓도록 명령을 내릴 거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모스크바에 도착한 뒤라야 통신을 열 수 있겠군."


"그렇지."


"그럼, 우릴 어떻게 소련으로 집어넣을 생각인데?"


"북한인으로 위장해야지."


"그것보다는.. 그곳에 고려인이 많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왕 만들 거면 고려인이 어때?"


"북한인이 어때서?"


"우리 신분을 몰라서 그러는 거야? 우리가 북한에서 어떤 짓을 했었는지 모르냐고."


"아.. 과거 때문에."


"그래, 우리가 소련 군사고문단을 북한에서 몰살 시켰잖아. 그래서 북한인으로 위장하는 건 맘에 안 들어. 재수 없으면 그곳에 우릴 아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지."


"그게..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래, 안전한 게 좋겠지. 하지만 고려인 신분증이라면 시간이 좀.. 어쨌든 지금 바로 연락을 해 놔야 되겠네. 가만.. 고려인이 러시아 말을 모른다고 너무 이상하잖아?"


"북한인이든 고려인이든 우린 어차피 벙어리 흉내를 낼 수 밖에 없어."


"하긴.."


해더슨이 위성단말기를 꺼내 조작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목적지인 헬싱키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 둘의 고려인 패스포트를 만들어 놓으라는 지시였다.


"통역이 문젠데, 어떻게 할 거지?"


"러시아어계 핀란드인 요원을 붙여줄 생각이야."


긴장한 때문인지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다.

초리는 아직도 불만이 가시지 않았는지 투덜대고 있었다. 나름대로 긴장을 푸는 방법이라니 못들은 척 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이건 참,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놈들을 확인하러 사지로 들어가야 하다니, 거 정말 답답하네."


듣다 짜증이 났는지 핸더슨이 말을 툭 뱉어냈다.


"하나는 놈이 아닌 년이라네."


"어? 년이라구요?"


"그래."


초리가 뻔뻔한 낯으로 태연하게 말했다.


"거 미안하게 됐네, 년한테 놈이라고 했으니."


강호가 나직하게 말했다.


"쓸데없이 날 세우지 마라. 그런다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강호의 담담한 말에 초리는 입을 다물었다.


소련의 접경지역에 붙어있는 라페란타 공항은 핀란드 공군의 특수목적 비행장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불과 200km거리에 있다고 했다.

특수목적이란 게 결국은 소련과의 분쟁관계가 아닐까싶다.


공군기지라서 인지 몰라도 공항은 의외로 한산했다.

백야라더니 자정을 넘긴 시간이지만 어둠은 그리 짙지 않았다. 두 대의 산악용으로 개조한 영국제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오토바이가 기지를 빠져나와 소련 땅으로 향했다. 불과 30km밖이 국경선이다.


강호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얀이라 부르는 핀란드인을 태우고 있었다.

2시간 안에 숲을 뚫고 국경을 넘어가면 통신이 재개될 것이다.


핸더슨이 받은 정보에 의하면 브라보는 죽은 게 확실하다고 했고 알파와 챨리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고 했다.


'쫓기고 있다면 전투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어쨌든 무리할 필요는 없지.'


이제 라이트를 꺼야할 시간이다.

무전기를 켠 강호가 초리를 불렀다.


"라이트를 꺼라. 그리고 내 뒤만 따라와."


이제부터 도로를 벗어나 원시림으로 들어가야 한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곳이다.


"얀, 이제부터 숲속을 달려야 하니 꽉 붙잡고 있도록 해."


"알았어, 걱정하지마. 흐흐흐, 워낙 오래된 원시림이라, 어떤 괴물이 튀어나올지 아무도 모르지."


"허, 농담도 할 줄 알고 괜찮네."


이제 핸더슨이 준 위성항법장치를 써먹을 시간이다.

현재 내가 있는 곳을 알 수 있다니 신기하기 짝이 없는 물건이다.

'이것만 있으면 세상 어디 있어도 길 잃을 걱정은 없겠네.'


아무리 산악오토바이로 개조했다지만 낙엽이 켜켜로 쌓여 무릎까지 빠져 들어가는 산길을 뚫고 나가기란 만만치 않았다. 그러다 낙엽 속에 숨어있는 돌 틈에 바퀴라도 끼는 날이면 오토바이를 들어 옮겨가면서 전진해야 했다.


경사가 심하지 않은 곳만을 골라 천천히 달린다고 하지만 그래도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숲 사이로 인위적인 구조물이 보였다.


"사냥꾼의 헌팅캠프인가?"


얀도 보았는지 긴장을 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모양이.. 아마 사냥꾼의 움막일 겁니다."


GPS로 확인한 결과 국경선은 이미 넘었다. 그렇다면 소련인이 만들어 놓았다는 건데.

초리는 오토바이의 엔진을 끄고 서있는 강호를 보고 자신도 엔진을 끄고 오토바이에서 내려 강호에게로 다가갔다.


"뭡니까? 무슨 일로..?"


쉿.

강호는 말 대신 손가락으로 숲 사이를 가리켰다.


"어? 웬 움막이."


"인기척이 느껴지진 않지만, 사냥꾼 거천지 아니면 소련군 감시막인지 가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으니 여기서 얀과 함께 날 엄호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조심하십쇼."


강호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스럽게 움막으로 접근해갔다.


'이런.'


발밑에서 이질적인 감각을 느끼고 조심스럽게 낙엽을 걷어낸 곳에 빨갛게 녹이 슬어있는 덫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정도로 녹이 슬었으면 오랫동안 손을 보지 않았다는 건데, 사냥꾼이 쓰다버린 움막인건가?'

아마 움막에 접근하는 맹수를 걱정해서 설치해 놓은 덫인 것 같았다.


가까이에서 본 움막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조심스럽게 트랩이 설치되 있는지 살펴보았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신이 피신할 위치를 눈으로 확인해 놓고 문을 잡고 살짝 당겨보았다.


안쪽으로 트랩이라도 설치되 있으면 이질적인 감각이 느껴질 것이다.

경첩에 녹이라도 났는지 뻑뻑한 문이 조금씩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강호는 어두운 움막 속에서 의자에 기대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또 뭐야? 전혀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강호는 쌓여있는 먼지를 보고 곧 죽은 사람이란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허, 죽은지 얼마나 오래 됐으면 미이라가 돼버렸을까?"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연사가 아닌 타살이다, 그것도 머리에 총을 맞은 것이다.


"누가 무슨 이유로 죽였을까?"


주변을 둘러보자 시체의 발치에 떨어져 먼지에 덮여있는 수첩이 보였다.

뭐가 적혀있을지 궁금하니 저절로 손이 갈 수밖에.


"뭐야, 이놈 미국인 이었어?"


수첩에 적혀있는 것은 틀림없는 영어였다.


"그런데 왜 여기서 이런 꼴로 죽어있는 걸까?"


수첩을 넘기자 알아볼 수 없는 숫자와 기호가 나열돼있는 것이 보였다.


"뭐야, 스파이였던 거야?"


기다리다 지쳤는지 초리가 얀과 함께 움막으로 들어왔다.


"이건 또 웬 시쳅니까?"


궁금하다는 듯 초리가 물었다.


"누군지 몰라도 미국인 인 것 같은데 아주 오래전에 죽은 거 같다."


"그 수첩은 뭐구요?"


"이 사람이 남겨 놓은 거 같은데 아무래도 핸더슨 한테 넘겨줘야 할 것 같다."


"내용에 뭐라도 중요한 게 있는 겁니까?"


"이 사람, 누군지 몰라도 스파이였던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요?"


초리는 강호가 건네준 수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거 참, 수첩 속 내용을 보니 선배 말이 맞는 것 같은데.. 왜 여기서 이런 꼴로 죽어있는 걸까요?"


"그걸 너나 내가 어떻게 알겠냐? 머리에 총상을 보면 어떤 놈 짓인지 몰라도 뒤에서 쏜 건 확실한 거 같은데."


"그러네요, 이 정도면 안면이 있는 놈 짓이 아닐까요? 앉아있는 자세를 보면 완전 방심한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안 그래도 나도 그것 때문에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이다. 어쨌든 수첩을 돌려주면 무슨 일인지 자기들이 알아내겠지. 지금은 우리 임무가 우선이다, 그만 출발하자."


"잠깐만요. 그 수첩 나도 좀 볼 수 있을까요?"


초리가 말없이 수첩을 건네주었다.


"이건 아무래도 좌표를 표시한 것 같은데.."


초리는 얀이 뭔가 알아보는 것 같아 보이자 호기심이 도진 것 같았다.


"좌표라고? 그게 어딘데?"


"어딘지는 지도를 봐야 알 것 같은데요?"


"거기 뭐가 있기에?"


얀이 먼지 싸여있는 탁자 위를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 입김을 불어 먼지를 살살 불어냈다.


"여기 보세요. 뭐가 보이는지."


먼지가 날린 자리에 아주 조금이지만 노란 가루가 보였다.


"이게 뭔데?"


"사금입니다."


"사금?"


"금가루란 말입니다."


"그럼 이자가 뒤통수를 맞은 이유가 금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이네?"


강호는 금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시간이 아까울 뿐.


"더 이상 여기서 지체할 시간 없다. 그만 가자."


한가하게 호기심을 풀 시간이 아니라는 건 초리도 알고 있었다.


"그러지요."


조용한 숲속을 또다시 오토바이 엔진소음이 깨우고 있었다.

통신을 재개하기로 약속한 시간이 됐을 때 셋은 밤을 새워가며 달린 결과 오시노브카 마을을 지나가고 있었다.


지나온 만큼 더 가야 상트가 나타난다.

몸 상태로 보아 이제 좀 쉬었다 가야 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강호는 비박을 할 수 있을만한 자리를 찾아 도로를 벗어나 숲 속으로 들어갔다.


등 뒤에 앉아있던 얀이 강호에게 말을 걸었다.


"꼭 깊숙이 들어가지 않아도 지금 같으면 비어있는 커티지도 많이 있을 겁니다."


"지금이 그런 시기인건가?"


"소련은 지금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는 상태라 사람들이 휴양을 즐길 여유가 없는 거지요."


"아, 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건가?"


"소련이 아프간에 쏟아 부은 전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돕니다. 한마디로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인 거지요. 게다가 각 지구사령부로 내려 보낼 익스팬스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이러다간 정말 연방이 해체될지도 모르지요."


"돈을 보내주지 못한다면 군대는 어떻게 유지를 한다는 거야?"


"각 지구사령부는 자체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무기를 테러 단체에 팔아넘기고 있다는 소문까지 있습니다."


"허, 무기를 팔아넘긴다고? 정말 미친놈들이군."


"결국 군인도 먹어야 사는 거니까요. 들리는 소문으론 원자탄까지 매물로 나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뒤를 쫓고 있는 중입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정말 미친 거 아냐? 원자탄까지? 어느 쪽인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1 91화. +1 23.04.07 157 6 12쪽
» 90화. 23.04.06 125 5 12쪽
89 89화. 23.04.05 127 4 12쪽
88 88화. 23.04.04 127 7 12쪽
87 87화. 23.04.03 127 6 12쪽
86 86화. 23.04.01 131 5 12쪽
85 85화. 23.03.31 130 5 12쪽
84 84화. 23.03.30 143 5 12쪽
83 83화. 23.03.29 140 6 12쪽
82 82화. 23.03.28 147 6 12쪽
81 81화. 23.03.27 145 6 12쪽
80 80화. 23.03.25 170 6 12쪽
79 79화. 23.03.24 169 5 12쪽
78 78화. 23.03.23 163 4 13쪽
77 77화. 23.03.22 175 5 12쪽
76 76화. 23.03.21 181 6 12쪽
75 75화. 23.03.20 183 6 12쪽
74 74화. 23.03.18 206 7 12쪽
73 73화. 23.03.17 191 6 12쪽
72 72화. 23.03.16 211 7 13쪽
71 71화. 23.03.15 213 7 12쪽
70 70화. 23.03.14 209 4 12쪽
69 69화. 23.03.13 201 7 12쪽
68 68화. 23.03.11 222 7 12쪽
67 67화. 23.03.10 214 7 12쪽
66 66화. 23.03.09 223 7 12쪽
65 65화. 23.03.08 215 7 12쪽
64 64화. 23.03.07 223 7 12쪽
63 63화. 23.03.06 217 8 12쪽
62 62화. 23.03.04 227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