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494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4.05 13:49
조회
127
추천
4
글자
12쪽

89화.

DUMMY

"그래, 나이가 들면 우리도 언젠간 평범한 사람들 속에 섞여 들어가 살아야 할 것 아니냐. 그렇게 되면 먹고살기 위해 규모는 어떻든 간에 장사라도 해야 할 텐데, 적을 많이 만들어 놓으면 그때를 위해서라도 좋은 방법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역시.."


"그런데 말이다, 너와 내가 누가 됐든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살려면 돈이 얼마나 있으면 되는 걸까?"


"무슨 눈치를 말하는 겁니까?"


"너도 잘 알고 있으면서 뭘 물어보고 그래."


"지금정부를 말하는 거지요?"


"당연한 거 아니냐? 그 인간이 아니면 우리가 누구 눈치를 보겠냐. 미친놈의 인간이 얼마나 겁이 많은지 청와대를 아예 경찰들로 에워싼 것도 모자라 뒷길은 아예 사람들이 지나다니지도 못하게 아예 막아놨더라."


"허, 거긴 또 언제 다녀온 겁니까?"


"중국으로 가기 전에 하도 성질이 나서 꼬라지 좀 보려고 한번 가봤다. 그런데 아예 들어갈 틈조차 없이 만들어 놨더라고."


"그런데 그 청와대란 이름을 윤보선씨가 지은 거라던데 맞는 겁니까?"


"그래, 이승만이 경무대라 부르던 걸 윤보선씨가 청와대로 바꿨다 그러더라. 그러고 나서 박통한테 뒤통수를 맞은 거지."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고 언제고 박통도 뒤통수 맞을 날이 오겠네요."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 정치를 해나가고 있는 꼴을 보면 그러고도 남겠지."


"신문에선 공안정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더라고요."


초리의 말에 강호는 그것도 부족하다는 듯 덧붙였다.


"흐흐, 어느 신문인지는 몰라도 제법 용기는 가상했다만, 기왕에 쓰는 거 공안정국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공포정치라고 쓰는 게 더 맞는 말 같지 않냐?"


"하긴 시위진압 한답시고 계엄군에 탱크까지 동원했던 꼴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그 신문사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용케 기사를 내보내긴 했지만 신문사보다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다치지나않을지 걱정이다. 그 인간 성격에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텐데."


"하긴, 박통이 하는 꼴을 보면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시위가 잦아지는 걸 보면 어쩐지 그 인간도 얼마 안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지가 가까워지자 초리도 긴장을 하는 것 같았다.


"너무 긴장을 하면 몸이 굳는다는 걸 알고 있지? 하기야 공산당 종주국으로 들어가야 하는 일인데 긴장이 안 되면 이상한 일이겠지만."


"그런데 이해가 안 가는 일이 있습니다."


"뭐가?"


"CIA요원이 소련 땅에 직접 들어가야 하는 일이 뭐가 있었을까요?"


"흐흥, 우리가 북한 땅에 들어갔던 건 무슨 이유가 있어서였냐?"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이라면 인명을 중시하는 나라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란 말입니까?"


"흐흐, 인명을 중시한다고? 그새 월남전을 잊은 거냐? 얼마나 많은 미군과 한국군이 그곳에서 죽었는지 잊어버린 모양이구나. 이득이 있는 곳이라면 어떤 힘을 사용해서라도 자신들의 지배하에 두려고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 말은 바로 패권국가를 지향하는 나라라는 뜻이다. 그런 미국이 동구권에 세력을 뻗치고 있는 소련을 상대로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인들 못할까. 내 생각일 뿐이지만 아마 미국이 소련의 누군가에게서 중요한 정보를 얻어내려다 어떤 원인이 발생했든 간에 잘못된 결과로 요원들만 쫓기고 있는 중 아닌가 싶다. CIA입장에선 정보를 알아냈든 못 알아냈든 요원들을 구출해 내야만 어찌 된 일인지 상황판단을 할 수 있을 테니 급하기도 하겠지. 우리 일이 언제는 안 위험했던 적 있었냐마는 어쩌면.. 이번 일은 정말 목숨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정도 입니까?"


"그래, 무슨 정보인지 모르겠지만 소련이 진심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 같으면 포로교환을 위해서라도 체포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텐데 핸더슨이 말한 뉘앙스를 생각해보면 무조건 사살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든다."


"그러면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는 말 아닙니까?"


"확실하진 않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럼, 우리가 가는 것도 의미가 없는 일 아닙니까?"


"아직은 철의장막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 확실한 게 없으니까, 우리더러 확인해 달라는 걸 수도 있지. 우리가 정보를 빼내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도 없을 테니까."


"썩을.. 한마디로 그지 같은 일이란 말이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놈들을 확인하러 가는 일이라니."


"흐흥, 이미 코를 꿰였으니 지금으로선 빠져나갈 방법이 없지."


------


전기까지 끊어진지 오래인 어두운 아지트에서 브라보는 알파의 연락을 받은 후에도 망설이고 있었다.

사방을 주의 깊게 살펴봤지만 자신의 주변에선 아무런 위험의 징조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붕괴 위험 때문에 안전진단에 불합격을 받아 재개발이 시작될 거라는 텅 비어있는 아파트를 둘러싸고 있는 숲도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생체동작감지기도 이상 없이 작동하고 있고 이렇게 조용하기만 한데 알파가 쫓기고 있다고?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팜의 훈련에서 언제나 수석을 차지했던 노아다.

위험을 감지했다면 진즉에 아지트를 옮겼겠지. 그런 그가 쫓기고 있다는 말에 의심이 구름같이 일어났다. 자신이 영국에게 제안 받은 조건이 떠오른 때문이다.


"설계도 값으로만 자그마치 1억불을 주겠다고 했었지."


영국이 그런 제의를 한 이유는 동독에 있는 소련공군기지인 레흘린 레르츠 활주로에서 출격한 두 대의 소련 최신형전투기를 촬영해온 MI6요원 때문이었다. 영국은 곧바로 플랭커(사기꾼)란 나토 코드명을 붙이고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애를 썼다.


영국과 미국으로선 카나드라 부르는 작은 날개가 기수에 붙어있는 특이한 형태의 전투기가 가지고 있는 성능과 제원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CIA와 MI6는 그런 플랭커의 설계도를 그레고리가 입수해 미국과 접촉하려 했다고 믿고 있었다.


"알파는 이미 설계도를 입수하고 우리를 떼어내기 위해 쇼를 하는 건 아닐까? 1억 달러라면 얼마든지 팔자를 고칠 수도 있는 돈이니까 말이야."


브라보는 찰리에게 연락을 해봐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에겐 먼저 연락할 권한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내가 먼저 했다간 작전 종료 후 귀국하면 문책을 받을 수도 있게 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검은 그림자들이 브라보의 숙소를 에워싸고 있을 때가 되서야 2중으로 깔아 놓았던 생체감지동작센서가 포착하고 경보를 알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잠깐 동안 혼란스러움을 느꼈던 브라보는 다급해지는 감정을 억누르고 붕괴 위험 때문에 텅 비어있는 아파트의 곳곳에 설치해 놓은 폭탄의 감지센서를 활성화 시켜 놓고 퇴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씨발. 알파를 믿었어야 됐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런 놈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왜 못 믿었던 것일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막상 돈에 눈이 먼 것은 자신이었다.


"흐흐, 1억이란 돈이 크긴 크구나. 내가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어쨌든 살아남으려면 빠져나가야지."


쿠웅.

어느새 1층에서 폭음이 들려오고 건물까지 흔들거렸다.


'벌써⁉ 속도가 너무 빨라. 이놈들 기동타격대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카스카트(Каскад)라도 동원한 건가? 이거 재수 없으면 오늘 여기가 내 무덤이 될 수도 있겠구나. 두 번째 폭탄이 터지지 않은 걸 보면 조심성이 많은 놈들이로군.'


폭탄을 무작정 설치한 건 아니다. 적의 심리 상태를 이용해 설치해 놓은 것인데 아직 터지지 않고 있다는 건 지휘관이 똑똑한 놈이거나 아니면 자신과 같은 심리전 교육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흐흐, 이거 점점 어려워지는군."


수동폭파 스위치를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아니, 아직은 안 돼. 일말의 희망이라도 남아있는 한.'


폭탄이 터져나간 현장에 네명의 대원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도 팀장인 보리스의 얼굴엔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폭탄이 얼마나 설치돼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는 노릇이다.


"계단의 천정에 폭탄을 설치해 놓다니 상당히 영리한 놈이야."


대원들은 쓰러져 있는 아군을 끌어내고 보리스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보리스는 어디에 폭탄이 설치돼 있을지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정도 실력이라면 계단의 난간도 믿을 수가 없었다.

'난간의 파이프 속에 폭탄을 설치해 놨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귀찮긴 하지만 방탄방패를 사용할 수밖에 없겠군.'


"방탄방패를 가져와."


보리스의 명령을 들은 대원이 밖으로 달려 나갔다.

방패가 오자 보리스는 머리와 계단난간 쪽을 방패로 가리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천천히 나와 같은 형태로 몸을 가리고 올라간다."


대원들은 보리스가 시키는 대로 방패로 몸을 가리고 뒤따라 올라갔다.


콰아앙.

보리스가 막 이층 계단에 발을 올렸을 때 난간과 계단 천정이 동시에 터져나가면서 방패를 때렸다.


날카롭게 쪼개진 파이프가 방패를 뚫고 들어왔지만 통과하지는 못했다.


쩌저적.

불길한 소리를 내면서 건물이 몸살이라도 앓듯 흔들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지만 보리스는 외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이거 이러다 무너지는 거 아냐?'


입 밖으로 내고 있진 않았지만 대원들의 얼굴엔 은연중에 두려워하는 기색이 떠오르고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아.'


훈련 때는 몰랐지만 자신이 직접 키워낸 대원들이 막상 이런 현장에 출동해서 나약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보리스는 화가 났다.


훈련으로 본능을 극복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죽을 정도로 굴려도 공포감을 극복해낼 수는 없는 것인가?


보리스의 화난 목소리가 텅 빈 아파트에 울려 퍼졌다.


"이제 이층이다! 목표가 있는 층은 14층이고 이래 가지고 끝까지 올라갈 수나 있겠나⁉"


보리스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는 대원들의 입에서 대답이 터져 나왔다.


"갈 수 있습니다!"


"좋아, 끝까지 간다. 각오하도록!"


브라보는 외곽을 지키고 있는 특수군이 없기만 바라고 몸에 자일을 묶고 있었다.


쿠웅!

또 한발의 폭탄이 터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물이 기우뚱 거릴 정도의 진동이 일어났다.


더 이상 기다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건물에 깔려죽긴 싫다고. 자일에 매달린 몸이 허공을 날았다.


'2층에서 정지 시켜야 해. 2층이다, 2층.'

눈앞으로 건물의 벽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역 레펠로 떨어져 내리던 브라보는 바로 눈앞에 땅이 들어오자 머리 끝이 쭈뼛 서는 것을 느끼고 하강기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이렇게 빠른 속도로 하강을 하기는 처음이었다.

'시벌, 기록을 세웠겠군.'


쿵! 크랙이 가있던 건물의 한쪽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기우뚱거렸다.


재빨리 하네스를 벗어버린 브라보의 몸이 숲을 향해 달렸다.


탕!

노리고 있던 저격수의 총에 몇 발짝 더 달리던 브라보의 몸이 나무라도 잡으려는 건지 허우적거리다 쓰러졌다.


"씨발, 의심이 사람을 병들게 한다더니, 의심 때문에 난 목숨을 버리는구나."


머리의 한쪽이 터져나가 숨이 끊어진 브라보의 주위를 총을 쥔 카스카트(Каскад)대원들이 에워쌌다.


우르릉.

그들의 뒤로 폭발의 충격을 견디지 못한 아파트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우와악! 이, 멍청한 새끼들! 이까짓 새끼 하나 잡자고 도대체 몇 명이나 희생된 거야!"


화를 참지 못한 보리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총 12명의 희생자를 내고 나서야 보리스가 맡았던 스파이 제거 작전이 끝났다.


보리스는 쓰러져있는 미국의 스파이를 쳐다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1 91화. +1 23.04.07 157 6 12쪽
90 90화. 23.04.06 125 5 12쪽
» 89화. 23.04.05 128 4 12쪽
88 88화. 23.04.04 127 7 12쪽
87 87화. 23.04.03 127 6 12쪽
86 86화. 23.04.01 131 5 12쪽
85 85화. 23.03.31 130 5 12쪽
84 84화. 23.03.30 143 5 12쪽
83 83화. 23.03.29 140 6 12쪽
82 82화. 23.03.28 148 6 12쪽
81 81화. 23.03.27 146 6 12쪽
80 80화. 23.03.25 171 6 12쪽
79 79화. 23.03.24 169 5 12쪽
78 78화. 23.03.23 163 4 13쪽
77 77화. 23.03.22 176 5 12쪽
76 76화. 23.03.21 182 6 12쪽
75 75화. 23.03.20 183 6 12쪽
74 74화. 23.03.18 206 7 12쪽
73 73화. 23.03.17 191 6 12쪽
72 72화. 23.03.16 212 7 13쪽
71 71화. 23.03.15 213 7 12쪽
70 70화. 23.03.14 209 4 12쪽
69 69화. 23.03.13 202 7 12쪽
68 68화. 23.03.11 222 7 12쪽
67 67화. 23.03.10 214 7 12쪽
66 66화. 23.03.09 223 7 12쪽
65 65화. 23.03.08 215 7 12쪽
64 64화. 23.03.07 223 7 12쪽
63 63화. 23.03.06 217 8 12쪽
62 62화. 23.03.04 227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