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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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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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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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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2화.

DUMMY

밤11시 많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시모노세키의 선창에서 한 척의 어선이 출항하고 있었다.

배에 타고 있는 선원들은 누가 보더라도 선장부터 선원까지 보통사람이 아니란 걸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옷 밖으로 드러나 보이는 몸뚱이마다 온갖 타투로 도배 돼 있었다.


선수에 서서 시커먼 바다를 바라보던 사내의 입에서 감개무량한 나머지 감탄이 새어 나왔다.


"이제야 벼르고 벼르던 한국으로 진출하는구나."


사내의 일본이름은 히사유키지만 한국이름은 유건영이다. 토세카이 즉 한국어로 동성회라는 야쿠자조직의 두목인 재일 한국인이다.


히사유키는 일본에서 태어나게 된 것이 자신의 잘못도 아니건만, 일본에서는 조센징이라 무시당하고 한국인들에겐 쪽발이 놈들하고 살더니 일본 놈 다됐다고 경멸 받고 있었기에 한국이름인 유건영으로 불리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고 있었다.


그까짓 것쯤이야 아무래도 좋다. 돈만 벌수 있다면.

그런데 기회가 그것도 큰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한국의 권력자들이란 인간들이 제 발로 찾아와 돈을 벌어가라고 사정까지 하고 갔으니까.


'고리대금허가를 내준다니 그야말로 안하면 병신인거지.'

최고 이율 40%까지 먹을 수 있는 판이다. 일본 같으면 어림도 없을 일을 한국은 사정까지 해가며 제발 들어와 달란다. 흐흐, 놈들이 미쳐서 그러는 거든 아니면 제정신으로 그러는 거든 관심 없다. 어쨌든 난 돈만 벌면 되는 거니까.


문제는 외환은행과 환전거래를 하기엔 자금의 출처가 야쿠자와 내조실의 것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현찰과 금을 이 한밤중에 배에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이다.

배에 실려 있는 자금 중 70%는 자신의 자금이 아니었다.


자신의 돈 3억엔과 자신의 조직과 형제의 연을 맺고 있는 이나가와회의 자금이 3억엔 나머지 4억엔은 한국을 경제속국으로 만들 작전을 세운 내각정보조사실의 자금이 4억엔이다.

총 10억엔 중 9억엔이란 막대한 돈이 금으로 바뀌어 이배에 실려 있는 것이다.


현찰을 금으로 바꾼 이유는 일본보다 한국이 금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지금 돈과 금을 지키기 위해 조직원인 선원 모두가 자동소총으로 무장까지 하고 있었다.

순이익의 30%만 먹는 거라지만 한국정부에서 책임지고 투자할 기업까지 알선을 해준다니 이건 도저히 실패를 할 수가 없는 사업이었다. 한국 따위야 어찌 되든 자신이 알바 아니었다.

흐흐, 입가로 기분 좋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영감의 대부사무소로 출근을 하고 있던 무근은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서 인테리어 공사라도 하고 있는 건지 인부들이 들락거리면서 시끄러운 소음을 내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여자들이 소문에 더 민감하다는 걸 알고 있는 무근은 같이 있던 영실이란 여직원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옆 건물에서 무슨 공사라도 하고 있는 모양이지요?"


안 그래도 무근에게 은근히 호감을 가지고 있던 영실이 얼른 대답했다.


"팔렸대요. 그래서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들었어요."


"아, 그래요? 누가 산거랍니까?"


"일본인이라던데.. 저 큰 건물 전체를 은행처럼 꾸며서 대부업을 한다는 소문이 있더라구요. 상호까지 동성머니라고 지었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확실한 건 공사가 끝나고 나면 자연히 알게 되지 않을까요?"


"동성이라.. 대부사무실을 은행도 아니면서 은행처럼 꾸민다구요? 그래도 허가가 나나?"


"그거야, 저도 모르지요."


'음.. 형님이 말한 게 바로 저런 거였나? 그런데 일본인이 대부업을 할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아낸 걸까?'


전화를 집어든 무근이 다이얼을 돌렸다.


"접니다, 형님. 마침 영감님 사무실 옆에 있는 건물이 일본 놈한테 팔렸는데, 대부업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래? 넌 이제부터 당분간 영감님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짐이 들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다가 좀 이상하다 싶은 짐이 있거든 나한테 알려다오.


"어떤 짐을 말씀하시는 건지..?"


-큰 돈을 포장해 놓으면 아무리 이삿짐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지키는 놈들이 많지 않겠냐?


"네? 그게 무슨 말.. 돈이라구요! 그렇다면.. 아무래도 다르게 보이긴 하겠네요."


-그렇지, 바로 그거야. 그런 짐이 들어오는 걸 보면 나한테 알려 달란 말이야, 할 수 있겠지?


"네, 걱정 마십쇼, 할 수 있습니다."


-그래, 기다리고 있겠다.


------


"에이 씨. 일본 놈들이 대부업하는 거 까지 우리가 지켜줘야 한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아무리 콩가루같이 돌아가는 정권이라지만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 중정요원인 용호는 이를 갈았다.

높은 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자신은 일본 놈들이 무조건 싫었기 때문이다.

그건 독립운동을 하다 일본 놈들의 손에 돌아가셨다는 조부 때문이었다.


"해방 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이따위 짓거리들을 하고 있는 건지.. 돌아가신 분들한테 미안하지도 않은 건가?"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마. 윗사람들 귀에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용호의 말에 파트너인 호인이 질색을 하고 말렸다.


"저번에 CIA요원을 잘못 건드리다가 박살이 난 팀 얘기 못 들었어?"


"그게 무슨 말인데?"


"국제부에서 중국으로 작전을 내보냈다는 말은 들었었지?"


"그런데, 그게 왜?"


"작전을 나갔던 공작원 중에 한놈만 살아 돌아왔다는 소문을 들었거든."


"그래서?"


"그런데 그자가 우리 중정사람이 아닌 공작원 출신이었다는 거야. 그래서 혼자 살아 돌아 온 이유를 캐보려고 1팀 요원을 출동시켰던 모양인데 완전 개 박살이 났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팀 전체는 정직을 먹어버렸고. 그러니 조심하란 말이야."


"허. 뭐야, 한놈이 팀을 박살 냈다고? 그게 사실이야? 아니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명령에 따른 놈들은 무슨 죄가 있다고 정직을 때린 건데?"


"그거야 한 놈에게 박살 났다는 게 맘에 안 드니까 그런 거겠지. 그렇게 새삼스런 일도 아니잖아, 우리가 언제는 법대로 움직이는 조직이었냐? 팔 부러진 놈이 동기다 보니까, 나한테 하소연한 말이 아예 헛소린 아닌 거지."


"그 정도 사건이 일어났다면, 그동안 왜 그렇게 잠잠했던 건데?"


"그 사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도 느닷없이 CIA요원으로 둔갑해 있더란다."


"뭐야, 그자가 그럼 미국인이었다는 말 아냐?"


"아니, 틀림없이 공작원 출신의 한국인 이었다니까!"


"그럼, 그게 어떻게 된 일이지 넌 알고 있는 거야?"


"짐작이야 가능하지. 팀 하나를 박살 낸 것처럼 보통사람 이상의 능력을 보여줬으니 CIA에서 특채를 한 거 아니겠어?"


"그럴 수도 있는 건가? 에이 씨발, 쓸모없는 일본 놈들 따까리 짓이나 하고 있느니 나도 그런 곳에 특채나 됐으면 좋겠다. 이따위 썩어 빠진 나라를 벗어날 수 있게."


"에휴, 꿈 깨라.. 우리가 여기서나 큰소리치면서 살지, 설사 갈 수 있다한들 피지컬 차이가 있는데 거기가면 쭉정이 밖에 더 되겠냐?"


"하긴.. 그렇겠지?"


"나도 미국이 좋다는 소리야 듣긴 했지만, 여권도 없는 마당에 갈 수나 있고? 난 그냥 여기서 가늘게 먹고 가늘게 살란다."


여권 하나도 발급 받기 어려운 세상이니 틀린 말을 아니다.


오히려 자유당 시절보다 지금이 여권받기가 훨씬 까다로워 졌다는 말까지 돌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돈도 없는 나라 국민이 외국에 나가 낭비할 여유가 어디에있냐는 것이었지만 핑계에 불과했을 뿐 그 속내는 달랐다. 지금도 쉴 새 없이 독재 타도를 부르짖고 있는 중인데 외국에 나가 자유로운 세상을 보고 돌아오면 시위가 더 극심해 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는 걸 권력자들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학구파 유학생들과 상사원들에게 공부를 하라고 또는 외화를 벌어오라고 여권을 내주기 시작한 참이다. 아직은 일반인들에게까지 여행자유를 풀어줄 때가 아니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민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현 정권의 속 된 속성을 잘 알고 있는 용호와 호인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 씁쓸하게 웃었다. 권력과 무력을 앞세워 국민들을 짬밥으로 키우는 개, 돼지로 만들려고 획책하고 있다는 것을. 결국 최종적인 목표는 영구집권이다.


권력자들에게 있어 자신들의 위치란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손톱 밑에 낀 때 정도나 될 것이다.


"우리 위치란 게 결국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지. 그러니 여기서 일본 놈들 뒤나 지켜주고 있는 신세가 된 것 아닌가."


무근으로부터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들어오고 있다는 연락을 받은 강호는 통금이 시작되기 전 권영감의 사무실에 들어와 있었다.


불 꺼진 사무실 안에 전술배낭을 메고 검은색 복장으로 감싼 몸은 마치 그림자처럼 보였다.

조폭으로 보이는 놈들이 짐을 지키고 있는 것을 봤다고 했으니 틀림없을 것 같긴 한데..


통금사이렌이 울리자 건물 밑으로 발바닥에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이리저리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흐흐, 헤어지는 게 그렇게 아쉬우면 여관이라도 갈 것이지.'

꼭 이렇게 통금 시간까지 버티다 마지못한 것처럼 호텔로 향하는 족속들이 있다.


옥상에서 바라다본 일본 놈들의 건물엔 아직도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저놈들 도대체 뭘 하고 있기에 아직 까지 불도 끄지 않고 있는 거지?'

그냥 저대로 불을 켜 놓고 잠이 들어버린 건 아닌가?


확실하지 않은 이상 모험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한 시간만 더 기다려보자. 그때도 켜져 있다면 오늘은.. 아쉽지만 포기해야겠지.'

포기하려는 순간에 건물의 불이 꺼졌다.


"허, 이것들이?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기다렸으면 되겠지.'

한 시간 정도 직원들이 잠이 들 때를 기다린 강호의 몸이 마치 꺼지기라도 한 듯 자리에서 사라졌고 곧 동성머니 옥상에 나타났다.


"역시 일본 놈들 답게 철저하구만."


옥상 출입문은 철저하게 잠겨져 있었다.

그렇다면 유리를 깨고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나?

배낭에서 로프를 꺼낸 강호는 벤틸레이터가 설치된 연도에 줄을 묶어 놓고 이미 통금이 지나 유령의 도시로 변해있는 사방을 조심스럽게 살핀 다음 밑으로 내려갔다.


시건장치가 있는 쪽의 유리를 도려낸 강호는 문을 열고 몸을 밀어 넣었다.

'개인 사무실이라면 여기가 바로 점장실인가 보구나. 마침 잘됐네.'


벽에는 장식인지 뭔지 몰라도 길고 짧은 일본도 두 자루가 걸려있었다.

'흐흥, 검도라도 배운 놈인가? 그런데 금고는 어디에 감춰두었을 까나?'


목재 문 뒤에서 짙은 쇠 냄새가 풍겨 나왔다.

'오, 바로 여기구나.'

일반적인 문처럼 보이게 끔 만들어진 게 바로 금고의 문이었다.


문을 여니 바로 앞에 강철로 만들어진 금고 문짝이 보였다.

금고를 여는 거라면 공작원시절 금고전문가에게 교육까지 받았었다.


신중하게 손을 놀린 지 5분쯤 지나자 금고는 자신의 속살을 내비쳤다.

'오호..'

적지 않은 금괴와 엔화가 금고를 채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배낭을 비운 강호는 금괴를 담았다. 현찰보다는 금괴의 값어치가 더 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쌀 한 가마니 무게는 충분히 넘을 것 같았다, 묵직한 무게에 배낭 끈이 어깨를 파고들었다. 더 담았다간 끈이 견디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이대로 현찰을 놔두고 간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강호는 생각 끝에 도폭선을 이용한 시한폭탄을 급조했다.


'10분, 10분이면 충분하겠지.'

타이머를 10분에 맞춰놓은 강호는 들어왔던 창문으로 감쪽같이 빠져나와 사라졌다.


시간이 되자 순식간에 타 들어간 도폭선의 화력은 돈은 물론 남아있는 금괴까지 사정 없이 녹여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날이 밝아올 때까지도 강호는 영감의 사무실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흔적을 남겨 놓지 않았으니 경찰의 수사나 일본 놈들이 무서운 건 아니었다.

설사 의심을 산다 해도 현재 자신의 신분이면 한국의 수사 기관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다만 금고를 털려버린 일본 놈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궁금해진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옥상에서 내려다본 어둠이 사라진 밝은 거리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이내 부산스러워 졌지만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선 활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쯧, 어째 마지못해 살아가는 사람들 표정이로구나."


잠시 후 무근이 옥상 위로 올라와 강호 뒤에 섰다.


"형님, 아침은 어떻게 할까요?"


"여기 아침밥 하는 데가 다 있냐?"


"예, 이 동네 전체가 사무실이다 보니 아침을 못 먹고 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조식을 할 수 있는 식당이 제법 있습니다. 바로 저 골목 안쪽에 분식집이 있습니다."


"그럼 김밥도 팔겠네."


"네, 그렇습니다."


"그럼 김밥이나 몇 줄 먹자."


"알겠습니다."


"임마, 돈은 가져가야지."


"아, 저한테도 있습니다."


"하하, 내가 너한테 얻어먹어서야 쓰겠냐?"


강호는 지갑에서 집히는 대로 돈을 꺼내 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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