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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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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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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1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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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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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1화.

DUMMY

사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초리와 강호를 본 돼지들은 테이블에 앉아 요즘 들어 유행하고 있다는 카드를 하다 말고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포천 바닥에서 자신들에게 시비를 걸러올 조직들은 이미 정리하고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에이 씨, 패도 안 붙는데, 열 받구로. 니들 뭐여! 깡수새끼는 뭐하고 처자빠졌는데 이상한 놈들이 여까지 올라오도록 놔두고 있다냐?"


"흐흐흐, 이 돼지새끼는 국어를 어디서 배워 처먹은 거야? 뭔 말인지 알아듣기도 힘드네."


좋지 않은 일로 찾아온 놈들이란 걸 알아챈 놈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크큭, 뭐하는 놈들인지 몰라도 니덜은 여기 잘못 들어 온 거여."


카드를 집어던진 손으로 대뜸 뽑아든건 길쭉한 회칼이다. 다른 놈의 손엔 손도끼가 들렸다.

손질을 하지 않아 기름이 끼어있는 칼과 도끼는 사람의 피 맛을 본 것이 분명해 보였다.


"초리야, 아무래도 그냥 적당히 혼만 내줘선 안 될 놈들인 거 같다."


"그렇지요? 칼에 기름이 끼어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놈 칼이 사람 피 맛을 본것 같네요."


찍어오는 칼을 가뿐하게 벗어난 초리가 지나가는 놈의 손목을 잡고 한 바퀴 몸이 돌았다.


아악!

빠득. 어깨뼈 부서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들렸다.


바닥을 뒹구는 동료를 본 놈들의 눈에 살기가 맺혔다.


대뜸 도끼가 초리의 등으로 떨어져 내렸지만 강호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받아 본적도 없는 놈들이 휘두르는 연장만큼 위험한 게 없다는 것조차 모르는 놈들이다.

힘 좀 쓰는 놈들 두셋 정도를 빼놓으면 그냥 사료 처먹고 몸집만 부풀린 돼지 같은 놈들이다.

간판만 그럴듯하게 걸어 놨을 뿐 양아치 소굴이나 다름없었다. 장난하듯 가볍게 급소를 툭툭 칠 때마다 일부러 쓰러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맥 없이 무너졌으니까.


아그그그.

아이고.

아그그.


"흐흐흐, 색 쓰는 소리하곤 사내새끼들이 들으면 좋아서 자지러 지겠구나."


초리가 놀리고 있는데도 고개도 쳐 들지 못하고 겁에 질려 있는 놈들을 보자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이런 허접한 놈들일수록 힘없는 일반인들에겐 이상할 정도로 잔인하게 굴었다.


"자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솔직하게 말하는 놈만 병원으로 보내주마. 이중에 이 근처에서 여기자를 본 놈이 있지?"


....


"아무도 모른다고? 아니면 대답을 하기 싫다는 건가? 그럼 목소리가 나오게 해줘야지."


강호는 회칼을 휘두르던 놈의 발목을 잡고 사정 없이 발뒤꿈치를 갈랐다. 이놈은 아킬레스건을 잘라 놨으니 평생 절름발이로 살아야 할 것이다.


아아악.

칼을 꺼내 들고 설치던 행동대장이란 놈의 한쪽 발목을 잘라주고 나서야 일수란 놈이 기자를 노리고 있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 압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 아마. 일수란 놈이 데려갔을 겁니다."


"그놈 집은 어딘데?"


나직한 강호의 말에 기겁한 놈이 냉큼 입을 열었다.


"저, 전 모릅니다. 하, 하지만 애들 중엔 아는 놈도 있을 겁니다."


"자, 시간 없다. 일수란 놈의 집을 아는 놈은 빨리 나와라. 아니면 한 놈씩 사이좋게 앉은뱅이로 만들어 줄 테니까. 궁둥이 밑에 타이어 깔고 시장바닥을 기어 다니고 싶지 않으면 빨리 나오는 게 좋을 거다."


"제,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넌 안내역으로 우리와 함께 가야겠다."


"저.. 그 그게, 차도 못 들어가는 산속인데요..?"


그렇게 찾아온 곳이 바로 여기였다.

완전히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초리가 유라의 칼 쥔 손을 잡았다.


"죽었소. 이제 그만하시오."


으아악.

초리의 말에 넋이라도 빠진 것처럼 외 마디 비명을 지르고 그 자리에 주저앉는 유라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당하면 사람이 저렇게 변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었다.

'쯧, 이미 경고를 해주었는데도, 무슨 짓을 당했든 자업자득이지. 이미 지나간 일 알면 뭐하랴.'

일수란 놈이 흘려낸 피로 엉망이 된 방 꼴을 본 초리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양아치들에게 경고 삼아 놔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아가씨한테 수사가 들어오면 골치 아파지지 않을까요?"


강호가 걱정할 것 하나도 없다는 투로 말했다.


"흐흐, 모르긴 몰라도 그 양아치 새끼는 지가 관련된 일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건을 틀어 막을 거다."


"우선 손에 나는 피나 좀 닦아주고 서울까지만 데려다 주자."


"그러지요."


대답을 저런 식으로 할 땐 불만이 있다는 건데? 뭐지? 뭐가 불만인 건데?

혹시, 이놈이?


강호는 기자를 쳐다보는 초리의 눈에 애틋한 감정이 실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 사람 일은 모른다더니 정말 그렇구나. 저 녀석이 여자에게 감정을 다 갖다니.'


차는 의정부를 벗어나 서울로 향하는 국도변에 멈춰서있었다.


"흠, 어떻게 할까? 병원으로 보낼까? 아니면 신문사에 알려 찾아가라고 할까? 여기서 결정해야 하지 않겠냐?"


유라는 이따금 끙끙 앓는 소리를 뱉어내며 죽은 듯 깊은 잠 속에 빠져있었다.

그 모습을 쳐다보는 초리의 눈에 안타까운 빛이 떠올랐다.


"그.. 성북동으로 데려가면 안 되겠지요?"


"너도 참, 거기가 어디 우리 집이냐?"


"......그럼, 신문사에 연락하는 게 좋을까요?"


이놈이 왜 이러는 거지? 무슨 이유 때문에 이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놈의 판단력에 문제가 발생한 게 틀림없었다.


"쯧, 나중이라면 몰라도 우선은 병원부터 보내는 게 낫지 않겠냐?"


"그럼 우리들이 거래하던 혜성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지요?"


"어디면 어떠냐. 병원이야 아무데나 가면 되는 거지. 그리고 기자가 정신을 차려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스스로 기억해 내기 전엔 얘기하지 말고 신문사에도 스스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해라.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 자신이 기억해내지 못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지 말란 말이죠?"


"그래, 그리고 신문사에서 사실을 안다고 해봐야 좋을 일은 하나도 없지 않냐."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강호를 쳐다보던 얼굴이 변했다. 기자의 명예가 달린 일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다.


"그건..? 그렇겠네요, 선배 말이 맞습니다."


병원에 도착한 유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바로 1인용 병실에 입원을 할 수 있었다.

극도로 심한 충격을 받았기에 사람이 많은 다인실은 무리라는 판단에서였다.


말을 잃어버리기라도 한 것같이 천장만 바라보고 누워있는 유라를 쳐다보던 초리가 조용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넌 어떡할 테냐?"


강호의 물음을 초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넌 내가 저 기자를 구하러 간다고 때 어딘지 모르게 꺼려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지금 네 마음은 어떠냐?"


"...나도 잘 모르겠네요.."


"동정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몰라도, 네 자신에게 물어봐, 내가보기엔 넌 지금 저 여기자에게 꽂혀있는 거야."


"하하, 그럴 리가...요?"


"잘 생각해봐, 돌아가기 싫지? 그럼, 그냥 여기 있어도 돼. 누가 뭐랄 사람 없으니까."


"...그게.. 뭐라 말하기가 참 이상하네요? 그럼 잠시만 지켜보다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나야 괜찮으니까, 그렇게 해야 네 맘이 편하다면 그렇게 해."


------


박통이 드디어 미쳤구나. 권영감이 보던 신문을 바닥에 팽개쳤다.


"그게 무슨 말 입니까?"


"허, 국토개발을 한답시고 일본과 사바사바 해가며 몰래 우호협정을 맺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 미친 새끼가 야쿠자들과 손잡고 이젠 금융시장까지 내 줄 모양이다. 일본 놈들에게 대부업을 허가하겠다니.. 한마디로 서민들 등골을 빼 먹자는 수작이지 않겠냐."


"급전이 사람들은 일본 놈들에게 손 벌리게 생겼네요."


"바로그거다.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이자를 물어야 될 거다. 하지만 당장 급한 사람들이 이자를 따져볼 겨를이나 있을까? 그 이자로 벌어들인 돈이 다 어디로 갈지 뻔한 거 아니겠냐."


"그럼 큰일 아닙니까?"


"허가를 내준다고 했으니 큰일은 이미 벌어 진거지. 허, 그러고 보니 이놈들이 명동으로 들어오겠구나. 잘못하면 앞으로 대부업 판도가 흔들리게 생겼다."


"그건 왜지요?"


"박통 같으면 일본 놈들이 사소한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어지간하면 봐주라고 명령을 내렸을 테니까."


"그럴 정도로 막장 짓을 할까요?"


"쯧, 그건 모르는 소리야. 한일협정을 맺을 때 누구의 중개로 협정서를 작성했는지 모르기에 하는 소리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일본정부와 협정을 한 게 아니란 말입니까?"


"그 말이 아니다. 누구의 중개로 일본정부와 협정을 맺었는가가 중요하니까 하는 말이지."


"그게 무슨 말 인지? 국가와 국가 간에 협상을 하는데 중개인이 따로 있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 바로 협상자리에 야쿠자들이 개입돼 있었던 거다. 그것도 우리나라의 권력자란 것들이 야쿠자들에게 사정해서 만들어진 술자리였다고 한다."


"허.. 허허, 기도 안 차는군요. 국가 간의 협상에 끼어든 게 깡패새끼들이라니.. 그게 사실입니까?"


"그렇다. 야쿠자조직인 도천회의두목 고다마 요시오와 평생 박통이 존경했다는 이토추상사의 사장인 세지마 류조가 중개를 맡았다고 들었다."


"허, 박통이 일본 놈을 존경했다더니 그게 바로 그놈이었던 모양이지요?"


"그래. 내막이야 어찌 됐든 그건 확실한 사실이다. 그러니 박통이 그놈들을 비호할 건 뻔한 사실 아니겠냐?"


"그거 참.. 돈은 아무래도 엔화로 들여오겠지요?"


"환차익 까지 노리고 있을 테니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만..?"


'일본 놈들이 한국의 은행을 믿을 리 만무고 돈이 들어오면 어디에 보관을 하게 될까?

대부업을 한다고 했으니 명동에다 사무실을 얻을 건 분명하고 아니지 투자도 겸할 겸 건물을 구입하는 건 아닐까? 어쨌든 내가 애국자는 아니지만 어쩐지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어간다는 건 맘에 안 들어. 들어만 오면..'


정보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CIA에 부탁할 만한 일은 아니야. 그래, 돼지들을 정보원으로 만들어볼까? 지켜보는 일쯤이야 그놈들도 할 수 있겠지.'


사람 꼴을 되찾은 지 오래지만 강호는 여전히 돼지라고 불렀다. 한번 돼지는 영원한 돼지지 뭐.

사실은 이름을 기억하게 되면 정이 들게 될 까봐 그것이 싫다는 생각에서 였지만 그걸 알고 있는 놈은 초리밖에 없었다.


생각을 마친 강호가 돼지 중에 그나마 똘똘해 보이는 놈을 불렀다.

일을 시켜먹으려면 이젠 이름도 외워야 하겠구나. 귀찮아도 어쩔 수 없지.


"니 이름이 뭐였더라? 미안하다, 아직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해서."


"괜찮습니다. 형님. 이무근입니다. 그냥 무근이라고 불러주십쇼."


"그래, 무근아. 기억해두마. 너 내 심부름 좀 해라."


"뭘 하면 됩니까?"


"너 명동에 있는 영감님 대부사무소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너, 당분간 거기서 기거하면서 혹시라도 일본 놈들이 대부업 사무실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한테 와서 알려만 주면 되는 거다. 어때, 할 수 있겠냐?"


"예,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가면 되는 겁니까?"


"그래, 영감님 사무실엔 네가 불편하지 않게 자리를 만들어주라고 해놓을 테니까."


"네, 그럼, 지금 즉시 가보겠습니다."


'흐흐흐, 이 정도면 돼지가 환골탈태 한 거나 마찬가지네. 이제 박통이 존경했다는 일본 놈의 돈 맛은 어떤지 곧 알게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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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화. 23.03.28 148 6 12쪽
81 81화. 23.03.27 146 6 12쪽
80 80화. 23.03.25 171 6 12쪽
79 79화. 23.03.24 16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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