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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495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18 13:29
조회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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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74화.

DUMMY

"현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과장님의 부하를 보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겐조의 통화가 끝나자 하야시는 역시 겐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함이 없군, 겐조는 역시 처세술의 달인이야.'


오래지 않아 요청한 형사가 도착해 하야시가 요구하는 건물로 들어섰다.


무근은 지금 사무실로 들어온 낯선 사람들이 돈이 필요해서 온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아, 나 종로서에서 온 서형사야. 옥상을 좀 보고 싶은데 괜찮겠지?"


신분증도 꺼내지 않은 형사가 고압적인 자세로 명령하듯 말하고 있었다.


"무슨 일로 그러시는 겁니까?"


형사란 놈이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무근을 노려보았다.


"확인해볼 것이 있어서 왔다니까 그러네."


문제를 만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무근은 말없이 옥상으로 안내해 주었다.

하야시는 형사의 억압적인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무능한 한국경찰이란 놈들이 옛날 고등계형사들처럼 행동하는구나.'

영장도 없이 이래도 되는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쉽게 옥상문을 열도록 만들었으니 다행이지.


하야시는 난간에서 동성머니의 건물을 내려다보았다. 꼼꼼하게 살펴보았지만 조금도 이상한 흔적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흠, 이거 막막하네. 저 건물은 어떨지 모르겠군."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긴 했지만 건너뛰지 못할 정도로 넓어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높이가 같은 건물이라 침투하기는 더 용해 보였다.

하야시가 서형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엔 저쪽 건물로 가봅시다."


서영수는 하필이면 오늘, 상관이 지원하라는 말에 오긴 했지만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씨불이는 놈들에게 정나미가 떨어졌다.


'에이 씨. 오늘은 관할에서 수금을 해야 하는 날인데..' 이러다 잘못하면 업소를 다 돌지도 못하게 생겼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돈은 일찍 받을수록 좋은 건데..'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으니 한국말로 해주시오."


'무지하게 불친절한 놈이로군.' 하야시가 인상을 찡그렸다.

또 다시 겐조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저기 보이는 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입니다."


제대로 똥을 밟았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할 수 없는 일이다.


"알겠습니다, 가시지요."


무근은 옥상에서 사람들이 내려오자 곧바로 문을 잠가버렸다.


하야시는 이 건물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자 허탈감을 느꼈다.

어느 건물에서 침투를 했는지 만 알아도 그 건물 사람들을 심문해보면 될 일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했었지만 난감한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다.


두 건물 중에 하나는 분명한데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정도로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다니.. 범인이 귀신이나 유령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어쨌든 도폭선을 사용한 범죄를 저지를 정도라면 군과 관계가 있거나 아니면 현역이라는 말인데.. 먼저 대사관의 협조를 받아 도폭선을 사용하는 기관부터 알아봐 달라고 해봐야겠구나. 폭약 종류는 함부로 유출할 수 없을 테니 아무리 후진국이라 해도 기록은 남아있겠지.


강호는 무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왜?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그게.. 한국경찰하고 일본 놈들이 사무실 옥상을 조사하고 갔는데, 아무 문제 없겠지요?"


이놈도 자신이 한일을 알 수는 없지만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채고 있기에 걱정이 되어 물어본 것일 것이다.


-넌, 아마 하필이면 내가 갔던 날 사건이 터진 것 때문에 걱정하는 것 같은데, 신경 쓸 것 없다. 아무 일도 없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형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요."


일주일이 지났지만 어디서도 도폭선을 분실했거나 유출했다는 정황을 찾지 못한 하야시는 초조해지고 있었다.

동성머니는 일본에서 들어온 조직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면서 아무런 증거도 찾아내지 못하고 들락거리기만 하는 하야시를 귀찮게 여기고 있었다.


"허, 이거 체면이 말이 아니로구나. 권위만 찾아 대는 한국경찰들이 무능하다고 욕할 일이 아니었네."


'군부대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디서 도폭선을 구한 걸까? 그렇다면 미군이 남아있는데.. 그래! 왜 그 생각이 이제야 난 걸까? 미군들의 능력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지. 하지만 조사 좀 하자고 해봐야 콧방귀도 뀌지 않을 텐데, 이거 참 난감하게 됐구나.'


미국인들은 동양인 알기를 철창 속의 원숭이처럼 알고 있는 놈들이란 걸 잘 알고 있는 하야시였다. '정신 나간 인간들이 전쟁에 한번 졌다고 너무 저자세로 일관했던 것이 문제였던 거야.'

하야시 입장에선 조상을 욕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사건을 벌이고 모처럼 영감님의 사무실에 놀러 온 강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일본 놈들이 제 맘대로 설치고 돌아다니는 꼴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영감님의 건물 옆에서 보란 듯이 문신을 드러내고 일반인 들을 위협하듯 서있는 친피라들 꼴을 볼 때마다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보기 싫어도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 새끼들이 한번 털리고 나더니 정신이 번쩍 든 모양이구나.'

강호는 자신에게 해가 없는 한 신경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금을 처분해 버릴까?'

다시 생각해보니 처분해봐야 돈을 쓸데도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아직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괜한 짓을 한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능력이 없어 돈을 못 갚는 사람들에게 저런 놈들이 협박을 한다면 그보다 무서울 것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옛날부터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단 말이 있는데 저까짓 돈을 빈민구제용으로 푼다고 해봐야 어림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정부에 기증을 한다 치면 어떤 놈 주머니로 들어갈진 안 봐도 뻔한 일이었다.


고민하고 있던 차에 때 맞춰 초리가 들어왔지만 어쩐지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냐?"


"도대체 나라 꼴이 이게 뭡니까? 요즘 같아서 정말 외국으로 이민이라도 가고 싶은 심정입니다."


"무슨 일로 그러는 거냐니까?"


"아무 이유도 없이 거리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넌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아이를 찾고 있다는 아줌마를 만났는데 시장에 아이를 데리고 갔다가 손을 놓친 사이에 어떤 놈이 아이를 시커먼 승용차에 태우고 사라지는 걸 봤답니다. 그래서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는데 들은 척도 하지 않더랍니다. 애 엄마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복장이 터져서 말입니다. 가만히 아줌마가 하는 얘길 들어보니 유괴사건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 애들을 잡아가다니.. 도대체 어떤 놈들 짓일까?"


"혹시 경찰이란 새끼들이 알면서도 쉬쉬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줌마가 신고를 했다는데도 모른 척한 게 사실이라면 그럴지도 모르지."


"난 경찰 놈들이 더 수상합니다. 우리만 봐도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가 뭣도 모르고 공작대에 지원해 훈련을 받으러 떠났을 때도 실종처리를 했던 건 경찰 놈들 소행이었지 않습니까?"


"그건 맞지만 이번엔 애들이라면서? 그러니 속단 할 일은 아니지. 하지만 그런 일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확실히 보통 일은 아니겠지. 흥분만 하지 말고 니가 한번 애들을 풀어 알아보는 게 어때. 경비는 내가 줄 테니까."


"돈이야 나도 있지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목숨이 걸린 문제니 애들을 풀어서라도 한번 알아보긴 해야겠네요."


고향이 부산이라고 부산으로 내려갔던 무근에게서 연락이 온 것은 간지 이틀 만이었다.

초리가 받고 있는 전화기에서 흥분한 무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 여기 부산은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행불자를 찾는 현수막이 거리마다 안 붙어있는 곳이 없습니다.


"행불자라니, 그게 뭔데?"


-저더러 알아보라고 하신 행방불명자 말입니다.


"아, 잃어버린 사람이 그 정도로 많다고?"


-네, 더 이상한 건 신고를 해도 경찰들이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넌 거기서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로 간 건지 좀 더 확실하게 조사해봐."


-알겠습니다. 뭐가 됐든 알아내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네가 고생 좀 하자."


-네, 들어가십쇼.


전화를 끊은 초리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강호를 쳐다보았다.


"지금 부산지역은 난리도 아니라는 대요?"


"그래, 나도 들었다. 경찰도 손을 놓고 있다니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구나?"


"이거.. 설마 인신매매는 아니겠지요?"


"뭐? 인신매매라니, 설마 그럴 리야 있겠냐?"


"그런 게 아니라면 경찰이 모른척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선배는 포천경찰서 그 개새끼들 생각도 안 나십니까?"


"하긴... 네 말이 아주 틀린 것 같지도 않다만.. 아무리 의심이 간다고 해도 모든 경찰이 그 정도로 까지 타락했다고 믿고 싶지 않은 게 사실이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이 나라에서 태어나 살고 있는 국민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겠냐?"


"제가 생각하기에도 그렇긴 하지만.. 원체 믿을 수가 없는 기관이라서 말입니다. 힘없는 서민들이 유일하게 믿는 공권력이 경찰인데, 경찰이 범죄를 저지른 게 사실이라면.. 그땐 정말 이 땅에 살기 싫어질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경찰이란 것들이 얼마나 신임을 잃었으면.. 그러면서도 기댈 수 있는 건 또 그놈들 뿐이니..


"어쨌든, 뭔가 확실하게 밝혀지기 전까진 속단하지 말자."


강호의 말도 초리의 마음을 풀어주지 못했는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네, 그러지요, 알겠습니다."


자신도 제발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사람 일이란 뜻대로 되는 게 아닌가 보다.

아무래도 부산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근은 식사를 겸해 회나 먹을 생각에 부산 자갈치 시장을 구경하던 중에 사람을 납치해가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말았다.


근처에 경찰이 있었지만 발버둥 치고 있는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차에 태우고 있는데도 오히려 경관은 망이라도 봐주고 있는 것처럼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 채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보다 못한 무근은 무작정 차로 달려가 유괴범들과 격투를 벌였다.

싸우는 사이에 차는 사라져버렸고 경찰까지 합세한 싸움 끝에 아이를 구해내기는커녕 자신은 폭력범으로 경찰서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야! 이 개새끼들아! 경찰이란 새끼들이 유괴범들과 한패라니! 니놈들 경찰이 맞긴 맞는 거냐? 우리형님 내려와서 작살나기 전에 날 풀어주는 게 좋을 거다!"


무근이 시끄럽게 떠들어대자 경찰이란 놈이 빙글빙글 비웃으면서 곤봉을 들고 위협하듯 유치장 철장을 두드리며 협박했다.


"야, 이 새꺄. 네놈 형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뒈지게 쳐 맞기 싫으면 우리 속에 조용히 있는 게 신상에 좋을 거다."


"흐흐, 너 이 개새끼. 우리라니, 여기를 개나 돼지우리라고 부르는 모양인데, 어쨌든 좋아, 그럼 네가 들어와 있어야지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점잖게 경고하는데, 너 나중에 절대 후회하지 마라."


"아, 그 새끼 진짜 말 많네."


짜증이 난 경찰은 철창을 열고 들어와 다짜고짜 곤봉으로 무근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으억.

윽.

어윽.


"가만있으면 될 걸, 이 새끼가 매를 벌어요, 매를!"


형사과의 문이 열리고 강호와 초리가 들어서서 한심하다는 듯 철창 안에서 매타작을 하고 있는 경찰을 노려보았다.


"이야, 여긴 경찰서가 아니고 깡패새끼들 소굴인 거 아냐? 민간인을 두들겨 패다니. 흐흐흐, 이 새끼들이 제정신인 게 맞는 거야?"


낯선 민간인의 말에 형사가 발끈해 소리쳤다.


"이 새끼들은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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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23.03.27 146 6 12쪽
80 80화. 23.03.25 171 6 12쪽
79 79화. 23.03.24 16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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