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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504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24 13:23
조회
169
추천
5
글자
12쪽

79화.

DUMMY

강호는 쩌릿하게 팔뚝을 타고 올라오는 통증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


'무슨 폭탄이 터진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폭음이?'


천구가 당연하다는 듯 알려주었다.


'마기와 선기가 충돌한 때문이야.'


우르릉.

고통을 못이긴 땅이 울부짖고 있는 것 같았다.


콰쾅.

여의검과 충돌한 석주가 산산조각 부서져 돌 무더기로 변해 있고 무너져 내리는 돌들로 덮여갔다.


'이제 동굴이 무너지기 시작할 거야, 그러니 빨리 되돌아 나가면서 석주들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부수도록 해.'


'알았어.'


쾅.

쾅.

쾅.

우르릉. 쿠쿠쿵.

강호가 석주를 다 부숴 놓고 소장의 집을 빠져나왔을 때 한때 번듯한 이층건물이었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다 썩은 건물처럼 힘없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


'마력이 사라져 버렸다는 증거야.'


'이제 끝난 거겠지?'


'그래, 사람들이 몰려오기 전에 그만 돌아가자.'


'맞다. 그래야지.'


강호의 몸이 수용소에서 사라졌다.

갑자기 무너져버린 복지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 졌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권력이 나서서 꽁꽁 감춰버렸기 때문이다.


무주공산이 돼버린 복지원은 공권력이 나서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해체해버리고 원생들은 전국 각지로 뿔뿔이 흩어졌다. 사유지였던 복지원 부지는 부산시장이 직접 나서서 이해할 수 없는 수의계약으로 부산의 한 신발 공장에 거의 무상이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넘어갔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나라가 정권이 끼어들지 않은 곳이 단 한 군데도 없구나."


외출을 하고 돌아온 강호는 자신이 들어왔다는 것도 모르고 시시덕거리면서 통화를 하고 있는 초리를 보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놈이 웬일이지? 저런 식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상대가 여자인 것 같은데?어쨌든 기분은 좋아 보이는구나.'


전화기를 내려놓은 초리가 그제야 강호를 본 것 같았다.


"어, 선배. 언제 온 겁니까?"


"누군데 내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 거냐?"


얼굴이 벌개진 초리가 더듬거렸다.


"아, 그게.. 바로 그 기잡니다."


"기자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야?"


"아 거. 성유라요, 성유라."


"어? 아직도 서로 연락하고 있었던 거냐?"


"헤헤,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슴다."


"둘이서 뭐, 좋은 얘기거리라도 있는 거냐?"


"아직은 아니지만.. 나쁘진 않습니다. 아, 그런데 유라가 좀 이상한 얘기를 하던데요?"


"무슨 이상한 얘기?"


"인천에 차이나타운이 있는 건 알지요?"


"그래. 가본 적은 없지만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짱깨들이 그쪽으로 마약을 들여오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답니다."


피식.

"짱깨들이 여기서도 뜯어먹을게 있다고 본 모양이지?"


"월남특수로 돈이 좀 돌고 있는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마약이 어떤 거란 걸 알면 그래도 사람들이 마약에 손을 댈까?"


"피로회복에 좋다면서 아주 싼값에 약을 풀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답니다."


"피로회복이라.. 그럼 아편보다는 필로폰이겠구나."


"내 생각도 그렇습니다."


"필로폰이라.. 지독할 정도로 중독성이 강한 마약이지. 이차세계대전 때 마귀 같은 일본 놈들이 군인들의 힘을 아주 바닥까지 뽑아 먹으려고 피로회복과 전투력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낸 약이 필로폰이다. 한마디로 말해 전투력을 극대화 시킬 목적으로 대량으로 만들어내 군인들에게 투약한 몹쓸 약이니까."


"그, 그게, 그런 약인 겁니까?"


"맞아. 그러니까 전쟁 때 약을 처먹은 놈들이 총 든 미국 놈들 앞에 겁도 없이 칼 뽑아 들고 덤벼든 거 아니겠냐. 그런데 그 여잔 왜 위험한 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거냐? 짱깨들이 어떤 놈들인 줄 정말 모르고 있는 거야? 하다 하다 식인까지 하는 놈들이 그놈들이다. 특히 유라 같은 여자를 좋아하지."


"어, 그게 정말이요?"


"여기도 중국같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도 알고 있다시피 중국에 갔을 때, 내 눈으로 똑똑히 본 사실이니 믿어도 좋다. 그러니 너도 그 여자를 살리고 싶으면 취재한답시고 차이나타운 들락거리는 위험한 짓 그만두라고 해라."


"아무래도 그래야 되겠네요."


초리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보여 속내를 떠볼 수밖에 없었다.


"네가 결혼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으면 성북동으로 놀러오라고 하지 그러냐? 그게 아니라면 데리고 올 필요 없는 거고."


"헤헤, 그래도 될까요?"


"안될게 뭐 있겠냐. 결혼을 결심했다면 영감님께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인 거고. 문제는 네가 살아가면서 성유라가 겪었던 사건을 과연 잊을 수 있겠는가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냐?"


"그렇지요.. 하지만 난 이미 잊었습니다."


잊었다고? 말이야 쉽지 그게 잊어버리겠다고 해서 잊혀질 일이냐? 남자도 그런데 하물며 남자보다 섬세한 감정을 가진 여자의 경우엔 어떨지,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성유라의 생각은 어떻고?"


"아직 결혼 얘기까지는.. 안 했지만.."


에휴, 이 미련한 놈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 생각일 뿐이지만, 성유라는 자신이 겪었던 사건 때문에 더욱더 위험한 일에만 매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요?"


"왜요는 일본 가서 찾고,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할 기억 때문에 위험한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거지."


"..정말.. 그런 걸까요?"


"여자 아니냐. 자신의 손에 심한 상처까지 입혀가면서 피까지 묻혔던, 차마 남자도 하기 힘든 일을 겪었던 여자다. 그러니 쉽게 잊혀 지겠냐? 난 정신병에 걸리지 않은 것 만으로도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지요?"


"내 생각엔 차라리 네가 포기했으면 좋겠지만 절대로 그럴 것 같지는 않고.. 유라가 잊지는 못해도 최대한 빨리 과거를 털어버리길 바라는 수밖에 없지 않겠냐?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초리가 양손바닥으로 얼굴을 쥔 입에서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씨발....빌어먹을!"


초리의 강권이 있었는지 몰라도 얼마 뒤 성북동으로 찾아온 성유라에게서 놀라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뭐요? 그게 정말입니까?"


악연으로 엮인 놈의 이름을 유라의 입을 통해 듣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나를 납치했던 그 양아치새끼가 오인수란 깡패새끼의 부하라는 걸 알아냈어요."


그거야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안 좋은 기억을 잊으란 뜻에서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던 것인데 용케도 알아낸 모양이다.


"마약밀수에 오인수가 관여하고 있다는 걸 알아내게 된 건 그때부터 뒤를 쫓기 시작하면서 부터였어요, 뒤를 쫓다가 오인수가 인천의 적사방 또는 적사회라 부르는 화교조직과 손잡고 마약밀매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내게 됐지요."


그거 참. 무모한 짓을 하고 다니네. 한번 당해봤으면서도 또 그러고 싶을까? 이럴 땐 그저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수밖에 없지.


"왜 위험한 짓만 골라서 하고 다니는 겁니까? 기자로서의 사명감이니 뭐니 하는 헛소릴랑은 집어치우고 말입니다."


머뭇거리던 성유라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제 아버지는 성주환 장군입니다. 이름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물론 알고 있다.

박통의 군사쿠데타를 막으려고 다급하게 출동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상부에서 명령이 내려 오질 않아 좌절했다는 장군.


당시 진압군 출동을 명령할 수 있는 명령권자는 단 세 명 뿐이었다고 들었다. 당시의 대통령과 국무총리 미8군사령관이 그들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세 명 모두다 출동을 명령하지 않았고 결국 사령관은 부하인 쿠데타군에 의해 강제구금 당하고 말았고, 구금 중에 자책감을 못이긴 나머지 자진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게 이런 행동을 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지?


"쿠데타를 일으킨 박통은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만 해요. 지금도 그자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나요?"


"어딘지 모르게 좀 이상하다 했더니.. 결국 이런 위험한 행동을 계속하고 있는 건 복수심 때문인 거요?"


초리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선배, 그게 무슨 말입니까?"


"계속 박통의 흠결을 들춰내겠다는 것 같이 보여서 하는 말이다. 너무 위험한 짓이야."


초리가 안타까운 눈으로 유라를 쳐다보았다.


"복수심 때문이라는 게 사실입니까?"


유라의 얼굴에 독기가 떠올랐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놈이 나쁜 놈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요? 지금도 정권의 비호아래 오인수 같은 놈들이 마약장사까지 하고 있는 게 정상이란 말은 아니겠지요?"


"한번 겪어보고도 모르겠습니까! 내 말은 옳고 그름을 떠나서 당신의 신변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말입니다."


"이미 다 망가졌는데, 위험하면 뭐가 어때서요!"


"망가지다니 뭐가 말입니까? 손발이 잘려 신체가 망가지기라도 했습니까?"


"...약, 마약이요. 지금도 마약 생각이 나요. 그래서 인천에선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내려갔다가 눈앞에서 오인수를 마주치는 순간 정신이 들었어요.

저 새끼 때문에 내가 이 지경이 됐던 거라고 생각하니까,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못 참겠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계신 장철우씨에게 얘기하게 된 거고요."


이 여자가..?


"당신을 납치했던 놈은 이미 자신이 직접 처리했잖아요, 그런데도 부족하다는 겁니까?"


"아직 원흉이 남아 있잖아요, 원흉이요!"


"어허, 그놈의 부하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알고나 하는 말입니까?"


"지금도 마약 때문에 망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몇 명이 됐든 없애버려야 하지 않을까요?"


"공권력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을 왜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겁니까?"


"경찰들이 나서기엔 이미 틀렸어요."


"틀렸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요?"


"마약을 판매한 돈이 인천지역의 여야국회의원들에게 정치자금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걸 이미 확인했어요. 그러니 경찰들이 제대로 단속이나 할 수 있겠어요?"


"허허, 국회의원이란 놈들이 마약에 까지 관여를 하고 있다고? 알고 그러는 게 맞는 거야?"


"당연히 알고 하는 짓이지요. 돈이 되니까요."


그냥 두고 보기엔 안 될 인간들이 너무 많구나.


"그럼, 국회의원들의 힘을 믿고 오인수가 천방지축 날뛰고 있는 거고 그래서 함부로 경찰들도 손을 못 대고 있다는 거다? 내 말이 맞나?"


"맞아요."


"허, 발정난 개새끼처럼 여자라면 환장을 하던 오길수란 놈이 못돼 처먹었던 이유가 바로 애비 때문인 게 맞네. 어쨌든 유라씨는 위험하니까 더 이상 이 사건을 파고들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강호의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성유라의 성난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


초리가 안타까운 눈으로 유라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선배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중국 놈들이 얼마나 잔인한 놈들인 줄 성유라씨는 모르고 있을 거야, 겪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르겠지. 그놈들의 잔인성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먹을 게 떨어지면 자기 이웃과 서로 아이를 바꿔 삶아 먹을 정도라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을 거야."


성유라는 강호의 소름 끼치는 말에 몸을 떨었다.


"거짓말 말아요!"


"유라씨, 선배 말은 믿어도 돼요.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이니까."


"흐흐흐, 거짓말이라고? 당신이 믿든 안 믿든 중국에서 내 눈으로 똑똑히 본 사실이야. 인천의 차이나타운에 중국 본토에서 온 놈이 있다면 정말 조심해야 해. 이놈들은 자신들의 일에 방해가 된다 싶으면 죽이는 건 예사고 아예 증거를 없애버리려고 시체를 갈아 돼지 먹이로 준다고. 그러니 죽어서 돼지 똥이 되기 싫으면 조심해야지."


초리는 강호의 말에 성유라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 걸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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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1화. 23.03.27 146 6 12쪽
80 80화. 23.03.25 171 6 12쪽
» 79화. 23.03.24 17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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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77화. 23.03.22 176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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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73화. 23.03.17 19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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