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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얼 님의 서재입니다.

나쁜 놈 그보다 더 나쁜 놈.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업경대
작품등록일 :
2022.12.20 19:18
최근연재일 :
2023.04.07 13:41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22,499
추천수 :
719
글자수 :
491,767

작성
23.03.0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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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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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3화.

DUMMY

"지금 김간호사는 무슨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아, 제가 병원장인데 간호사가 뭘 모르고 함부로 지껄인 겁니다. 노여워 마시고 환자분 상태도 안 좋으신 것 같은데.. 빨리 모시고 가셔야지요."


강호가 살기까지 풀풀 풍겨내며 말했다.


"내 급해서 지금은 그냥 가지만 이 병원, 앞으로 어찌 되나 한번 두고 봅시다."


힘 있는 놈이 왕인 세상이었다. 그러니 강호의 엄포에 꼼짝도 하지 못하는 병원장이었다.

헬기가 병원을 벗어나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뱉어내는 병원장이었다.


"에이 씨발, 직원들이라고 있는 것들이 일을 못하면 눈치라도 있어야지! 미군헬기까지 불러대는 사람 앞에서 무슨 돈을 내라고 지랄을 하고 있는 거야!"


간호사는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진짜 나쁜 새끼야, 어느 때는 돈 없는 환자한테 집까지 쫓아가서라도 악착같이 받아오라고 못 받아오면 월급에서 까버린다고 지랄까지 했으면서. 에효, 여기도 그만 때려 쳐야 할 때가 왔나 보다.'


캠프케이시의 야전병원에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기 시작한지 이틀이 지나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일출이었다.


"여, 여기가.. 어디야?"


"아재, 이제 정신이 드시는 겁니까?"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던 일출이 그래도 강호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어.. 너? 너.. 강호구나.? 여기가 어디냐? 내가 어떻게 이런 곳에 오게 된 거냐? 효, 효진 인 어디 가고?"


"...여긴 안전하니까, 천천히 기억을 되살려보세요, 천천히.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정신을 차리려 애를 쓰던 일출이 눈물을 쏟아냈다.


"그, 그래.. 그래! 으흐흑. 네 동생 효진이가 죽었다."


"네? 왜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입니까?"


"크흐흑. 그 어린 것이 강간을 당하고 살해 당했단 말이다."


"뭐라구요? 강간! 지금 강간이라고 한 겁니까?"


"그래.. 난 경찰서에 뛰어 들어가서 분신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차마, 마음이 약해서 하질 못했다. 가, 강호야.. 내 마지막 부탁이다. 제발 부탁이다. 복수.. 복수를 해다오."


강호는 간절한 아재의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다. 더구나 죽은 아이가 자신의 친척 동생임에야 말해 무엇 할까..


"누가 범인인지 알고 계신 겁니까?"


"경찰 놈들이 범인을 알고 있으면서도 감추고 있는 거 같더라. 그러니 사건 담당 형사 놈은 범인이 누군지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다."


"담당 형사가요? 그놈 이름이 뭡니까?"


"그 새끼. 포천 경찰서 형사 최창수라고 하더라."


이가 부러질 정도로 악 다문 입술 새로 낯선 이름이 흘러나왔다.


"이제부터 뒷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여기서 쉬고 계세요."


"여, 여기가 어딘데?"


"예, 여긴 미군 병원이니, 아무도 아저씨한테 해코지 하러 못 옵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일이 해결될 때까지 회복에만 힘을 쓰세요."


"고, 고맙다."


강호는 초리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호는 예전처럼 답을 찾기 위해 홀로 자문자답을 시작했다.


'형사란 놈을 납치해서 사실관계를 알아내야 할까?'

'그렇긴 하지만.. 아무래도 공권력과 부닥치기엔 좀 껄끄럽지 않을까?'

'경찰이면 뭐가 어때서. 범인을 감싸는 경찰 따윈 필요 없잖아.'

'후환이 두렵진 않나?'

'후환이라고? 네 현재 위치를 생각해. 넌 현재 CIA요원이라고 그 지위를 이용해. 비록 호가호위긴 하지만 어쨌든 미군헬기를 부르는 권력까지 네 손안에 있잖아.'

'그래도 들키는 날이면 한국의 공권력과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비록 이중국적자이긴 하지만 넌 이미 미국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인 이라고. 더구나 CIA요원 신분도 가지고 있지. 희망도 없는 이곳에서 여차하면 미국으로 튀어버리면 되는 걸 뭘 망설이고 있는 거지?'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 나라가 미운 건 아니잖아? 애국이야 비록 사기를 맞아서 하게 된 거였지만 그동안 보상 한 푼 못 받고 넘치도록 했잖아.'

'그건 또 무슨 개 같은 논리야? 나라가 개인에게 못할 짓을 하는 건 괜찮고, 개인이 공권력에 대항하는 건 안 된다는 건가?'

'그게 바로 세뇌교육의 모순점이야.'

'세뇌라.. 그래 맞다.'


휴전선을 넘나들며 개처럼 3년을 박박 기어 다니는 동안 명령에 길이 들어 버렸던 것과 똑 같은 거지.


"최창수란 놈이 바로 저놈입니까? 저놈이 범인을 감추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그래, 바로 저놈이다. 저놈이 범인을 감추고 있는 건지는 나도 정확히 몰라. 다만 아재의 말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으니까, 확인해 보려는 거지. 강간살인이 일어난 지 불과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수사하는 시늉조차 없다? 넌 어떻게 생각 하냐?"


"그건.. 확실히 뭔가 잘못된 게 맞네요. 그런데 저 새낀 형사란 놈이 왜 유흥업소만 골라 저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걸까요?"


"흐흥, 일수라도 걷으러 다니는 거겠지."


"네? 일수를 걷다니요?"


"진짜 일수라고 생각한 거냐? 뇌물 말이다. 뇌물."


"허, 그걸 저렇게 노골적으로 걷으러 다닌단 말입니까?"


"흐흐, 어쩌겠냐. 윗대가리가 먹고 살만큼 주질 않으니 저놈도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이겠지."


"허.. 어쩐지, 형사노릇 5년이면 집을 산다더니 그게 저 짓거릴 보고 했던 말인가 보네요."


"교통은 3년이면 집을 산다고 하더라."


"허.. 완전 도둑노무새끼들이네요."


"지금 나라 꼴이 그런 걸 어쩌겠냐."


"어떻게 지금 채갈까요?"


"아니 저놈 집이 좀 으슥한 곳에 있더라. 여긴 너무 밝아. 그러니 가로등이 없는 저놈집 근처에서 채가자."


"하긴.. 그러는 게 좋겠네요."


그렇게 안마소를 가장한 매춘소굴부터 시작해 술집까지 부지런히 돌아다니던 놈은 수금이 끝났는지 이제야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제가 낚아 올 테니 그냥 계십쇼."


자신의 지저분한 개인적인 일에 초리를 끌어들이는 것이 맞는지 고민을 하던 강호는 초리의 눈을 쳐다보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알았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잠깐 투닥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초리가 어깨에 놈을 둘러메고 돌아왔다.


"아이, 개새끼. 주먹질 하는데 뭐 한다고 총까지 꺼내고 지랄인지 모르겠네."


총이란 말에 쳐다보니 다 닳아빠진 리볼버 고물이다.


"노인네 학대도 분수가 있지. 그거 제대로 발사나 되겠냐?"


"히히히, 그래도 명색이 총인데 발사야 되겠지요."


뒷좌석에 경찰을 던져 놓고 조수석에 올라탄 초리가 태연하게 말했다.


"가시죠."


강호는 라이트를 켜고 멍우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읍내를 벗어나니 어둠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어디로 가시려구요?"


"한탄강 협곡이 있는 멍우리가 좋다."


"멍우리요? 그건 처음 듣는 이름이네요."


"그래? 한탄강이 있는 주상절리협곡이름이다. 양안 높이가 20m나 되니까, 누가 빠져 죽어도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지."


"저놈 죽이시려고요?"


정신이 돌아온 창수는 자신을 죽인다는 말을 듣고 오줌을 질금거렸다.

뭘 하는 놈들인지 몰라도 형사 신분인 자신을 알면서도 죽인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지 어리둥절했다.

누가 됐든 자신에게 원한을 가질 정도로 자신이 잘못한 게 뭐가 있었는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기억나는 것이 없었다.

'도대체 니들은 뭐냐?'


"자기 하기 나름이겠지. 대답을 잘하면 살 것이고 입 다물고 있겠다면 범인과 공범이나 마찬가지란 얘기니 살려둘 수 있겠냐?"


"허긴, 그렇기도 하네요."


"불쌍할 거 하나도 없는 놈들이다."


"흐흐, 에이, 불쌍하다니요? 가만, 그게 아니지. 저 새끼가 재수가 없는 건가? 에이, 어쨌든 선배에게 찍혔다는 건 불쌍한 게 맞네요. 죽고 싶으면 그냥 깔끔하게 목이나 매달고 말 것이지. 왜 범인을 감싸고 지랄을 하는 건지."


'내가 범인을 감쌌다고? 그건.. 단 한번 뿐이었는데? 그럼 이놈들이 그 여학생과 관계가 있는 놈들이었나?'


"흐흐흐, 너 지금, 뭐라는 거냐?"


"아, 농담입니다. 농담. 이젠 농담도 못 알아들으십니까?"


절벽 가에 차를 세우자 초리가 창수를 끌어내렸다.

아직도 고개를 건들거리고 있는 놈에게 물을 끼얹고 정신을 차리길 기다렸다.

강호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정적을 깨웠다.


"이봐, 이제 좀 정신이 드나?"


"네놈들.. 누, 누구..냐?"


최형사는 재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얼굴도 알아볼 수 없는 짙은 어둠 속이다. 어디서 우는 건지 밤새우는 소리밖에 들리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절벽 밑으로 강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큰일 났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여, 여긴 한탄강?'


"허, 눈깔 굴리는 걸 보니. 이놈이 아무래도 빨리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무슨 일로 이러는 건지 몰라도, 니들 아무래도 사람 잘못 본 모양인데 나, 형사다! 포천서 최형사라고! 큰일 나기 전에 날 제자리에 돌려놓는 게 신상에 좋을 거다."


"이 새끼가 아직 정신 못 차린 거 같은데, 어떻게 할까요?"


"정신 못 차리면 그냥 묻어버리고 가는 거지 뭐. 별다른 수 있겠냐?"


죽인다는 말에 화들짝 놀란 창수가 소리쳤다.


"무, 무슨 일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말로 합시다. 말로. 경찰을 죽이는 건 중죄라는 걸 정말 모르는 겁니까?"


"허, 그 새끼 견찰이라서 그런가? 말은 잘한다. 난 두 번 묻지 않는다. 잘 생각해서 대답해라. 너, 얼마 전에 강간살인사건난거 니가 담당했던 거 맞지?"


"그, 그렇소만..?"


"범인이 누군데 경찰인 네가 감춰주고 있는 거지? 자, 보다시피 이건 네 총이다. 자기 총에 자기가 맞아 죽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거야."


.......


"지금부터 열을 세겠다. 그 안에 제대로 된 대답이 안 나오면.. 더 이상 말 안 해도 무슨 뜻인지 알겠지?"


전혀 일말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강호의 목소리가 저승사자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그, 그건.."


강호는 초리에게 넘겨 받은 총의 해머를 젖히고 최창수의 머리를 겨누었다.


창수의 귀에 해머 젖히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사색이 된 창수가 소리쳤다.


"헉! 사, 살려주십쇼. 나한테 갓난 아기도 있습니다."


"허, 이 새끼 하는 꼴 봐라? 지 새끼는 귀하고 남의 새끼는 죽어도 상관없단 말이지? 정말 그런 거냐? 너 같은 놈이 경찰이라고? 지나가던 개도 웃겠구나."


"아, 아닙니다. 그럴 리가?"


"그런 게 아니라면 범인을 숨기고 있는 이유는 뭔데?"


"그, 그게.. 애들이다 보니까.."


"죽은 애는 애가 아니고? 19살이면 애가 아닌 건가? 넌 어찌 생각하는데? 에이 듣기도 싫다, 약속했으니 숫자부터 세야지. 자 10부터 거꾸로 센다. 10, 9, 8, 7."


다급한 마음에 창수가 소리쳤다.


"그, 그건. 너무 빨리 세는 거 아닙니까?"


"이 새끼가 미쳤나? 니 눈엔 지금 우리가 장난하는 거로 보이는 거냐?"


성질 급한 초리의 발이 머리통을 냅다 볼 차듯 걷어찼다.


퍽.

쓰러진 최형사의 입에서 곡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고! 살려주십쇼. 마, 말을 하면 나, 난 죽는단 말입니다."


강호의 목소리가 스산하게 흘러나왔다.

여섯, 다섯, 넷, 셋.

창수가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마, 말씀드리겠습니다. 범인 중에 한 놈의 애비가 공화당 의원이란 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국회의원이라고? 그 새끼 이름은 뭔데?"


"박길영이라고 합니다."


"사고를 친 그놈의 아들 새끼 이름은?"


"박은호라고 합니다."


"그놈 혼자가 아니라고 들었는데?"


"포천 유지 아들도 있었습니다."


"포천 유지? 그놈 이름이 포천 유지야?"


결코 유지란 말을 몰라서 묻는 게 아니다. 경찰이란 놈의 표정에서 두렵다는 표정을 읽었기에 기분이 더러워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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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23.03.25 171 6 12쪽
79 79화. 23.03.24 16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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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67화. 23.03.10 21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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