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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하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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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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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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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29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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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5)

DUMMY

“어떻게 됐을까?”

“아마 죽었겠지. 제아무리 강한 뱀파이어라고 해도 설원에서 화이트 드래곤을 이길 순 없다. 곧 알 라모스가 놈의 수급을 가져오겠지.”

“크흐흐. 건방지게 이 성역에 들어온 놈이 어떤 놈인지나 확인해봐야겠군.”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알 라모스는 돌아오지 않았다. 궁금해진 아스테리온과 듀리케르는 워프마법을 이용해 적막의 평원으로 갔다. 그리고 설원 한복판에 펼쳐져 있는 전투의 현장을 보고 경악했다.

“이건 드래곤의 피……. 피가 쏟아진 수준을 보니 알 라모스 놈, 당했군.”

“하지만 시체가 안보여. 그렇다면 또 다른 화이트 드래곤이 도와서 놈을 죽였단 소린데, 놈의 시체도 없다는 말은…….”

“일단 화이트 드래곤들의 레어로 가보자. 거기 가면 의문을 풀 수 있겠지.”

아스테리온의 말에 듀리케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함께 화이트 드래곤들의 레어로 몸을 옮겼다. 하지만 레어 안의 광경을 보는 순간, 궁금증이 풀리는 동시에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바로 저 놈이!”

눈앞에서 태평하게 앉아 있는 뱀파이어. 그는 분명 혈왕성 습격 때 뱀파이어들을 지휘하면서도 철갑을 두른 거인을 탄 상태에서 듀리케르의 브레스를 막아낸 우두머리 놈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놈이 죽지 않고 저렇게 멀쩡할 수 있단 말인가?

“어, 너희들 또 만나네.”

거기다 아스테리온과 듀리케르를 확인한 놈은 웃으며 인사까지 건넸다.

“무엇 때문에 죽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에서 내가 죽여주마.”

듀리케르가 두 눈을 부릅뜬 채 두 손에서 커다란 화구를 만들었다. 그러자 스탐도 가만히 있진 않겠다는 듯 양손에 다크 오러를 응축시키기 시작했다.

“본체로 변하지도 않은 놈이 누구 앞에서 협박이야? 웃기는 놈이군.”

말은 그렇게 장난조로 했지만 사실 스탐도 속으론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 있었다. 분명히 폴리모프한 상태에서의 드래곤도 강하긴 하나 배틀 마스터 앞에선 우습다. 하지만 문제의 드래곤은 둘. 한명을 맡는 사이 다른 한명이 드래곤으로 변하면 끝장이었다. 그때였다.

“저희의 레어 안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건 실례라고 생각됩니다만. 아스테리온, 듀리케르님.”

두 드래곤은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엔 현 화이트 일족의 수장 자리를 맡고 있는 알 카이더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알 카이더! 어째서 저 뱀파이어 놈을 살려둔 채로 레어까지 데려왔지?”

“그래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그대들이 존경하는 알 카스턴을 해친 것이 바로 이 뱀파이어들인데!”

아스테리온은 알 카스턴을 들먹이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알 카이더의 냉랭한 목소리였다.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말은 똑바로 하시지요. 알 카스턴 님을 죽게 만든 건 바로 당신들 아닙니까?”

“!!”

경악한 두 드래곤이 알 카이더를 빤히 쳐다보았다. 알 카이더는, 왼손에 쥐고 있던 한 자루의 검을 꺼내며 그들앞에 치켜세웠다.

“이 검이 바로 알 카스턴 님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검입니다. 당신들에게 살해당한 그 분은 죽기 직전, 치욕을 무릅쓰고 영혼전이를 통해 이 검에 들어가셨죠. 지금으로부터 487년에 4달하고도 14일전의 일이었다고 하더군요.”

“…….”

두 에인션트 드래곤은 할 말을 잃었다. 년도는 물론이고 월일까지도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침묵은 곧 긍정을 뜻했다. 자신이 백룡왕 알 카스턴을 죽였다는 것을 시인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알 카이더는 둘을 한참 동안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다른 드래곤들께 말해주십쇼. 우리 화이트 일족은 오늘부로 뱀파이어 족의 편에 붙어서 싸우겠다고. 두 번째 흑마대전을 일으키려 하는 당신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습니다.”

“!”

알 카이더가 그 사실마저도 알고 있자 아스테리온과 듀리케르는 또 다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계획은 둘 말고는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 카스턴에게도 말하지 않았는데, 놈이 알아챈 모양이다.

“어서 나가십시오. 다시 만나는 그 순간, 우리는 적일 것입니다.”

“아, 알겠다.”

그렇게, 두 명의 에인션트 급 드래곤들은 말없이 화이트 드래곤의 레어를 떠났다.




“이거 참……. 계획대로 되긴 했는데 너무 상황이 달라져서 당황스러운걸.”

[훗, 좋은 현상이다. 어쨌든 이제 전쟁의 균형이 팽팽하게 맞춰진 셈이니까.]

“엑?! 적의 일족 하나를 아군으로 끌어들였는데도 겨우 팽팽하게 맞춰진 정도야?”

스탐이 어이없다는 듯 정색을 하며 카스턴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말은 더욱 더 놀라웠다.

[적의 일족 하나가 아군이 된 정도가 아니야. 이제 놈들의 세력은 본래의 반 정도로 떨어졌지.]

“화이트 일족이 그렇게 강해?”

[하, 아직도 내 말을 이해 못했나, 스탐? 지금쯤 알 카이더는 모든 드래곤들에게 알려줬을 거야. 백룡왕 알 카스턴, 즉 나를 죽인 범인이 뱀파이어가 아닌 두 에인션트 드래곤이라는 것과, 그 이유가 헬 게이트를 열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렇다면…….”

[아마도 듀리케르가 있는 레드 일족과 아스테리온이 있는 골드 일족을 제외한 모든 드래곤들이 중립을 지키겠지.]

“!”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상황은 정말 뒤바뀌는 것이다. 꿈만 같았던 캄에덴의 승리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물론 안심하기는 아직 일렀다. 이렇게 아군의 전력이 급상승하고, 적의 전력이 급하강했음에도 카스턴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긴, 두 마리의 에인션트급 드래곤이 버티고 있으니…, 그런데 알 카이더가 말한다고 다른 드래곤들이 믿을까? 증거라고 할만한 건 너밖에 없는데 넌 지금 내가 쥐고 있잖아.”

[후후. 드래곤을 우습게 보지 마라. 이래봬도 마법의 종족이다. 내가 없어도 진실은 드러날 수밖에 없지.]

과연 카스턴의 말 대로였다. 스탐과 그를 캄에덴으로 귀환시킨 알 카이더는 드래곤 필드에 현존하는 모든 드래곤들을 회의장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이 전쟁에 얽혀있는 진실을 밝혔다.

“이제 아시겠습니까? 전 이유 없는 주장은 하지 않습니다.”

“…….”

알 카이더의 한 마디에 시끌벅적하던 좌중이 조용해졌다.

기운복원마법. 과거에 느꼈던 특정 존재의 기운을 눈앞의 타인들도 느끼도록 해주는 마법이다. 흔히 원소마법의 주종을 드래곤이라고 하지만, 드래곤들은 그 어떤 특이한 마법이라도 부릴 수 있는 다재다능한 존재이다.

“허어, 분명 이 기운은 생전에 마주하였던 알 카스턴님의 기운이오.”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겠습니다. 듀리케르님.”

“크으으.”

듀리케르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숙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게 무슨 헛소리냐며 노발대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증거가 나타났는데 어떻게 트집을 잡을 것인가? 그거야말로 우스운 일이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사실입니까, 아스테리온님? 당신이 헬 게이트를 열려는 계획을 위해 일부러 걸림돌이 되는 뱀파이어들을 공격했다는 사실이?”

“모든 것이 네 말 대로다.”

듀리케르와는 달리 아스테리온은 순순히 시인했다. 어차피 발뺌해봐야 진실을 밝혀질 수밖에 없는 법. 그처럼 추하게 난리법석을 부릴 바에야 차분하게 추궁에 응하는 게 나았다.

물론 그렇게 되자 장내는 충격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그, 그럴수가!”

“아스테리온님! 다른 분은 몰라도 당신만큼은 믿고 따랐었건만…….”

“헬 게이트를 열려고 했던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알 카스턴 님을 죽이다니!”

“이해하다니요? 전 오히려 그 저주받을 지옥의 문을 열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인 일입니다!”

한둘이 아니고 수십이나 되는 드래곤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채 떠들어대니 장내는 시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손을 들어 침묵을 요구한 알 카이더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드래곤들에게 외쳤다.

“저는 화이트 일족의 드래곤으로서 선언합니다. 뱀파이어들을 도와 부모나 다름없었던 알 카스턴님을 해친 아스테리온과 듀리케르와 싸울 것을!”

“!”

“문제점이 있다면 지적해주십시오.”

있을 리 없었다. 알 카스턴이 흑마대전 이후 살아남은 드래곤들에게 베푼 은혜가 워낙 컸었기에.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현존하는 유일한 에인션트 드래곤 둘에게 대항할 생각도 없었다. 두렵기도 할뿐더러 명분이 없는 이상 더 이상 싸울 마음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우리 블루 일족은 뱀파이어 측에 가담하기로 한 화이트 일족도, 아스테리온과 듀리케르 님 어느 쪽도 붙고 싶지 않고. 중립을 지킬 것이오.”

“우리 그린 일족 또한 마찬가지요.”

“우리 블랙 일족도…….”

모든 것이 카스턴의 예상대로였다. 캄에덴과 연합하기로 한 화이트 일족, 그리고 두 에인션트 드래곤이 있는 레드와 골드 일족 어느 쪽에도 속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나머지 일족들은 모조리 중립을 선언했다.

물론 골드 드래곤들과 레드 드래곤들의 생각은 알 카이더가 알 카스턴을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모두 아스테리온과 듀리케르를 따르기로 한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결론이 나고 나자 드래곤들은 하나 둘씩 회의장을 떠나가기 시작했다. 중립을 표방한 이들이 다 떠나고 나자 장내에는 단 셋. 알 카이더와 아스테리온, 듀리케르만이 남았다.

“복수의 대상이 바뀌었군요. 제가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뱀파이어들에게 당할 만큼 알 카스턴님은 약하시지 않으셨는데 말입니다.”

“흐흐흐흐. 보기 좋게 당했군, 당했어. 그 뱀파이어 놈한테. 아무튼 알 카이더 자네와는 적이 되어버렸구먼. 이렇게 웃으며 얘기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테지.”

“다음에 다시 만나는 곳은 전장이다. 그때 반드시 널 갈가리 찢어놓고 말 것이야. 그 썩을 뱀파이어 놈과 함께.”

“명심하겠습니다.”

짧은 한 마디를 끝으로 알 카이더는 사라졌다. 아스테리온은 사라진 알 카이더의 잔상만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하하. 단 한 명의 뱀파이어 때문에 상황이 이토록 변해버리다니, 웃기는군.”

“이것도 운명의 장난인가…….”

듀리케르가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드래곤이라곤 하나 그도 오랫동안 실행해온 이 계획에 대한 회의감이 든 것이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아스테리온이 다 잡아놨다.

“나약한 소리 하지 마라 듀리케르. 어떻게 됬든 헬 게이트는 열릴 테니까. 물론, 그전에 우리를 엿 먹인 그 뱀파이어 놈은 사로잡아서 지옥최하층에서 느끼는 고통을 맛보여준 뒤에 흔적도 없이 죽여버리겠다.”

아스테리온의 분노는 그 누구도 아닌, 이 전쟁의 전세를 뒤바뀐 한 명의 뱀파이어에게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휴...게임을 하다보니 연재가 너무 늦어지고 있군요 ㅡㅡ;;;;

운전면허증도 따야하고 차기작 구상도 잡아야 하건만 -_-

아무튼 서둘러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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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52. 최후의 사투(2) +10 06.02.18 3,172 3 8쪽
207 52. 최후의 사투(1) +12 06.02.12 3,395 4 8쪽
206 51. 프락시드 대회전(5) +15 06.02.08 3,319 3 8쪽
205 51. 프락시드 대회전(4) +11 06.02.04 3,254 3 9쪽
204 51. 프락시드 대회전(3) +15 06.02.01 3,211 3 8쪽
203 51. 프락시드 대회전(2) +15 06.01.23 3,344 3 9쪽
202 51. 프락시드 대회전 +12 05.12.31 3,642 5 8쪽
»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5) +14 05.12.29 3,666 4 11쪽
200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4) +12 05.12.24 3,495 3 6쪽
199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3) +15 05.12.18 3,531 3 7쪽
198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2) +13 05.12.11 3,681 2 8쪽
197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1) +18 05.12.07 3,818 4 8쪽
196 49. 불타는 혈왕성(6) +13 05.12.03 3,551 3 10쪽
195 49. 불타는 혈왕성(5) +15 05.11.29 3,462 3 10쪽
194 49. 불타는 혈왕성(4) +12 05.11.26 3,418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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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49. 불타는 혈왕성(2) +17 05.11.16 3,470 5 11쪽
191 49. 불타는 혈왕성(1) +16 05.11.08 3,78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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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48. 전쟁 발발(2) +13 05.10.30 3,706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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