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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하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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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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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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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0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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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52. 최후의 사투(6)

DUMMY

[무슨 소리냐? 난 아직 널 찌르지 않았는데.]

‘뭐라고?’

아차 싶었다. 그러고 보니 카스턴이 이렇게 갑자기, 그것도 뒤에서 찔러올 리도 없잖은가?

“베르테스…쿨럭!”

자신을 찌른 존재의 이름을 말하던 스탐은 인상을 찌푸리며 피를 토해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는 건 잊지 않았다.

시선을 뒤로 돌리자 생각대로, 그의 눈앞엔 사천왕 베르테스가 언제 죽었냐는 듯 태연하게 서있었다.

“흐흐흐. 너무 나를 우습게 보는 것 같군. 눈물나는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면 말이야.”

탕!

그 순간 총성이 울렸다. 베르테스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카시안이 쏜 탄환을 피하며 경고를 주었다.

“까불지 마라. 바로 지금 네놈의 목뼈를 부숴놓기 전에.”

“…….”

카시안은 말없이 재장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총구를 겨누진 않았다. 그의 협박에 굴해서라기보단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까 전의 일격은 좋았다. 지옥의 절대자로 군림하던 나조차도 말이야. 하지만 너는 중요한 것을 놓쳤다.”

지금 베르테스는 어쩐 일인지 아까 떨어져 나간 머리가 목에 다시 붙어 있는 상태였다. 그는 씩 웃더니,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힘을 주더니 다시 머리를 목에서 떼어냈다.

“!?”

“나는 데빌 하트의 소유자다. 하트가 당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부위가 떨어져 나가도 재생이 가능하지. 뭐, 이런 중요한 얘기를 까발리는 게 꺼려지지만 어차피 위협적인 디멘셔널 블레이드도 무력화된 상태니, 괜히 겁먹을 필요는 없겠지. 크크크.”

베르테스의 말은 사실이었다. 현재 스탐은 죽기 직전의 늙은 뱀파이어다. 한참 쓸 때도 베르테스의 속도를 겨우 따라갈 정도였는데 지금 상태로 싸우면 가지고 놀림을 당할 것이다.

“큭, 겁먹을 필요도 없을 텐데 어째서 날 찌른 거지?”

“네놈에게 당한 것에 대한 보복차원이라고 해두지.”

둘러대긴 했지만 스탐은 베르테스의 눈빛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놈은 여전히 이 검을 두려워하고 있어.’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맞지 않을 것이 확실하지만 맞는 순간 지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디멘셔널 블레이드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 이 상태론 놈을 죽일 수 없다. 어떡하면 좋지?’

한참 고민하던 스탐에게 카시안이 눈에 들어왔다. 카시안은 그에게 맹렬히 눈짓하고 있었다. 그것이 방법이 있다는 소리라는 것을 스탐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스탐이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널 죽이겠다!”

“크큭, 이렇게 된 이상 죽음을 각오해야겠군.”

그 사이 카이사르와 지온은 베르테스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첫 교전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놈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덤비는 이유는, 만신창이가 된 스탐을 생각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였다.

[베르테스…죽인다.]

카시안은 베르테스가 나타날 때부터 이 소리를 계속 들어왔다. 그래서 라이플 건을 쏠 때도 집중력이 흩어져 놈이 번번이 피하곤 했던 것이다.

대신, 데빌 핸드와 약간의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었다.

‘저놈이 정말 사천왕 중 하나인 베르테스인가?’

[그렇다. 나는 놈을 증오하고 있다. 소멸시켜야만 한다. 이 그라세우스의 이름으로.]

데빌 해든가 그라세우스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는 건 처음이었기에 카시안은 약간 놀랐다. 그리고 그를 통해서 스탐이 베르테스의 목을 갈랐을 때,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놈의 심장을, 심장을 없애야만 한다. 놈의 심장은 모든 힘과 생명의 근원.]

‘그렇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심장을 찾아낼 수 있지? 아벨리오스의 휴머노이드 종족들과 같은가?’

[아니다. 놈의 심장은 머리 안에 있다. 머리를 두 토막 내면 소멸되지.]

‘뇌와 심장을 공유한다는 건가? 웃기는 놈이군.’

뇌를 관통하는 순간 소멸한다. 어찌 보면 아주 쉬워 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건 스나이퍼인 자신에게 해당하는 사항이다. 검의 형체를 가진 디멘셔널 블레이드를 사용하는 스탐에게 목을 가르는 게 쉽지, 머리통을 가르는 게 쉽겠는가?

일단 약점은 알아챘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저 날쌘 놈의 심장을 어떻게 부수느냐였다. 하지만 그 문제 또한 간단하게 풀렸다.

[나를 놈의 몸에 박아 넣어라. 잠깐 동안은 놈의 움직임을 제약할 수 있으니까.]

‘그렇군. 믿어주지.’

사실 복수에 미친 이딴 놈의 부탁을 들어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카시안은 무엇이라도 해야 될 입장이었던 것이다.

스탐에게 대충 눈짓으로 자신의 의도를 알려준 카시안은, 두 배틀 마스터를 상대로 느긋하게 상대하고 있는 베르테스를 향해 뛰어갔다.

“이 잔챙이는 또 뭐냐?”

베르테스가 코웃음치며 카시안에게 가시송곳을 찔러 넣었다. 아마 맞는다면 그대로 즉사일 것이다.

하지만 스피드로 따지면 스탐보다 빠른 카시안이다. 몸을 틀어 가볍게 송곳을 비한 카시안은 그대로 데빌 핸드를 베르테스의 복부에 박아 넣었다.

아마 카시안이 쏜 탄환을 베르테스가 한발이라도 맞거나 스쳤다면 그는 그라세우스의 존재를 눈치 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모두 피했다. 오히려 그것이 큰 화근이 된 것이다.

“큭, 이깟 장난감으로…….”

코웃음을 치려던 베르테스의 안색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이, 이 기운은!?”

[크흐흐, 같이 죽자꾸나, 베르테스!]

“그, 그라세우스!?”

베르테스가 깜짝 놀라 소리칠 찰나에 스탐의 뛰어들었다. 늙어버린 그의 움직임은 우스울 정도로 느렸지만 지금은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의 몸에 박힌 그라세우스의 저주가 몸의 움직임을 묶고 있었으니까!

“심장은?”

“뇌.”

짤막한 한 마디였지만 스탐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곧이어 디멘셔널 블레이드가 공간을 자르며 베르테스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아, 안 돼! 이렇게 끝날 수는 없단 말이다아아아!!”

미친 듯이 절규하던 베르테스는 디멘셔널 블레이드에 머리통이 두 동강 나는 것을 끝으로 동작을 멈추었다. 하지만 스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내가 또 속을 줄 아나?”

씨익 웃은 스탐은 베르테스의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에 한차례씩 박아 넣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카시안이 말을 걸 찰나였다.

“크흐흐흐. 이번엔 안 속는군.”

“!”

마지막 한 마디를 끝으로 베르테스는 쟤를 뿌리며 형체를 잃어갔다. 그 광경을 바라본 카시안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나도 데빌 핸드가 그라세우스의 저주가 담긴 물건이라는 것은 알고 있어.”

디멘셔널 블레이드를 없앤 스탐이 카시안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놈의 복부에 데빌 핸드를 찌르는 순간 봤지. 놈의 머리와 양어깨가 유난히 자줏빛을 띄는 것을. 아마 그라세우스는 데빌 하트가 머리에 있다고 말했겠지. 양어깨에 서브 하트가 있다는 말은 하지 않고.”

“…….”

“후후후. 사천왕이라, 참 치밀한 놈들이야.”

스탐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라세우스는 언젠간 또 다시 흑마대전과 같은 전쟁이 또 벌어질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헬 게이트에서 튀어나올 존재가 앙숙인 베르테스가 유력할 것이라는 것도.

아마 양어깨의 서브 하트에 대한 것은 그라세우스의 복잡한 심정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베르테스가 대륙을 지배하는 것을 생각하자니 배가 아프고, 대륙이 온전히 돌아가는 것도 싫고.

물론, 스탐 자신은 한수 앞을 더 내다보고 그들의 치밀한 계획들을 단숨에 작살내 버렸지만 말이다.

촤아아아!

“스탐!”

스탐의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하고 있던 카시안이 갑자기 스탐이 배에서 피를 뿜어내자 깜짝 놀라 다가왔다. 스탐은 손을 내밀며 그런 그를 제지했다.

“아까 베르테스에게 당했던 상처를 지혈했다가 다시 뜯은 것뿐이야.”

“정말 죽으려는 건가?”

“후후후. 아까 말했잖아. 난 뱀파이어답게 죽을 거다. 세리아까지 죽은 마당에 내가 더 이상 이 세상에 대해 무슨 미련이 있을까?”

“…….”

“이제 이별할 시간이군. 잘 있어라, 친구들이여.”

말을 마친 스탐은 눈을 감았다. 그 시간이 너무도 교묘해서 잠자기 전의 인사를 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정말 죽어 있었다.

맥박은 뛰지 않았고 심장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카이사르는 스탐의 시신을 붙잡고 오열했다.

“일어나 스탐! 나와 함께 캄에덴의 미래를 이끌어가자고 약속했잖아!”

“하아, 결국 놈은 죽는 건가.”

지온이 쓸쓸하게 웃으며 이마에 손을 얹었다. 카시안은 보았다. 지온의 턱 끝으로 눈물이 떨어지는 것을.

스탐이 이들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가를 말해주는 대목이었다.

그때였다.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레어 안의 한 공간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셋의 눈길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여인이 나타났다. 몸이 빛에 둘러싸여 있어 옷차림이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셋은 분명한 사실하나는 알 수 있었다. 저 여인이 적어도 지옥에서 올라온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을.

“당신은 누구십니까?”

카이사르가 정중하지만, 경계어린 얼굴로 물었다. 사실 상대가 빛의 존재라는 점은 암흑신 벨리우스를 섬기는 자신들에겐 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이사르의 그런 걱정과는 반대로, 빛의 여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친구분이시군요. 저는 천신의 명을 받아 영웅의 영혼을 거두러 온 사신 데라임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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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였습니까?

ㅎㅎㅎㅎㅎ

완결 기념 연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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