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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5,994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6.02.01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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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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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8쪽

51. 프락시드 대회전(3)

DUMMY

콰쾅 콰쾅!

퍼퍼퍼펑!

시동어조차 외치지 않았는데 갖가지 마법이 허공에 수놓아졌다. 대규모의 드래곤들이 벌이는 마법의 대결. 이 위력이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면서도 지상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가지 않았는데, 그것은 그만큼 방대한 화력이 얼마나 서로에게 밀집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 제법이구나 알 카이더! 하지만 얼마나 오래갈지 궁금하군.

― 내가 아니, 우리 화이트 일족이 애초에 너희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알 카이더의 말은 어떻게 보면 바보 같았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뼈가 묻어 있는 듯했다. 듀리케르는 죽기 전의 마지막 푸념이다 싶은 생각에 더욱 더 거세게 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 알 카스턴을 죽인 것은 미안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네 놈이 나를 막으려 한다면 남는 것은 죽음뿐이다.

― 죽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어차피 길기만 한 드래곤의 생애다. 하지만 누가 죽을 지는 운명의 신이 말씀해주시겠지.

짧은 대화를 마친 둘은 또 다시 치열한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이쯤이면 되겠지. 이제 슬슬 작전에 돌입해야겠군.’

생각을 마친 스탐은 곧장 손을 올렸다.

“전원 후퇴! 신속히 퇴각하라!”

“후퇴하라!”

과연 뱀파이어들은 정예병이었다. 스탐이 내린 명령을 순식간에 받아 줄행랑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들이 왔던 쪽으로.

“알 카이더!”

스탐이 허공을 향해 외쳤다. 그의 초점은 두 계통의 드래곤들과 싸우고 있는 한 화이트 드래곤을 향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알 카이더와 스탐이 서로를 마주보았다.

“…….”

말은 한 마디도 없었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굳이 입을 열지 않더라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알 카이더 외의 화이트 드래곤들도 지상의 뱀파이어들이 물러서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기는 쪽은 오로지 적인 아스테리온과 듀리케르들 뿐이었다.

―저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아는 뱀파이어족은 싸움에 있어 절대로 후퇴하지 않는 존재들이었다. 그런데 놈들은 그 상식을 깨버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가디언인 사이클롭스와 피닉스들을 전멸시킨 후에 후퇴했다면 이해했으리라. 물론 그때쯤이면 화이트 드래곤을 제압한 뒤 대량학살을 하는 단계에 이르렀겠지만.

―보는 모르는가? 후퇴하는 것이다.

순간 듀리케르가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알 카이더를 바라보았다. 당연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저 눈빛.

―무슨 소리지? 놈들이 싸움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집단이라는 것은 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대가 아예 공격 자체를 할 수 없는 적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

듀리케르는 그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뱀파이어들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라 보면 된다.

하지만 그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간과하고 있었다. 레버쿠젠 공습 때 일단의 뱀파이어부대에 의하여 한 마리의 드래곤이 죽임을 당했다는 사실 말이다. 같은 종족도 아니었기에 까맣게 잊고 있었다.

―흐흐흐, 그렇다면 쫓아가야겠군. 그래서 쓰레기 같은 뱀파이어 놈들을 모조리 화형시키겠다.

화형이 의미하는 바는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알 카이더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레버쿠젠 공습 때처럼 이 에인션트급 레드 드래곤은 브레스 하나를 아끼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죽을 지는 운명의 신만이 알고 계시겠지.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린 알 카이더는 화이트 일족과 함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듀리케르가 광소를 하며 그들을 비웃었다.

―크크크크! 멍청한 놈들. 국지전을 벌이면서 최대한 유리하게 싸우겠다는 생각인데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렇지.

비교적 단순한 듀리케르였지만 그의 말에 아스테리온도 동감했다. 국지전이라. 유사인간과의 대결이었다면 유리한 전투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는 드래곤이다.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무시무시한 브레스와 마법을 난사하며, 강철의 수십 배에 해당하는 외피를 가진 존재. 그런 방법은 유치하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불안한데…….’

아스테리온은 예감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가 빠져있는 듯한 느낌이다. 원래 예상보다 적의 전력이 약해보인다고나 할까. 지혜의 종족인 골드 드래곤이었기에 그런 생각은 점점 굳어져갔다.

―뭐하고 있는가 아스테리온, 어서 놈들을 뒤쫓아야지.

―듀리케르. 좀 신중해져야 할 것 같다. 아마도 놈들에겐 비장의 한 수가 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아스테리온의 의견은 대번에 묵살되고 말았다.

―시답잖은 소리, 제깟 놈들이 머리를 짜내봤자 거기서 거기지. 거기다 우린 에인션트 드래곤이다. 무엇이 걱정인가?

대화를 마친 듀리케르는 붉은 빛 날개를 힘차게 펄럭이더니 빠르게 화이트 드래곤들을 뒤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를 레드 드래곤들이 따랐다.

‘별일이야 있겠냐만은…….’

끝까지 자신의 감을 믿던 아스테리온은 결국 듀리케르의 뜻대로 하게 내버려뒀다. 그리고 그 선택은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되었다.



―크하하하하! 벌레 같은 것들아! 모조리 죽어라!

에인션트급 레드 드래곤, 듀리케르의 입에서 무시무시한 불길이 지상을 덮쳐갔다.

“으아아악!”

개미떼처럼 무수하게 무리를 이룬 채 후퇴하고 있던 뱀파이어군단이 비명성과 함께 타죽어갔다. 불길에 노출되는 순간, 살은 모조리 녹아버리고 뼈는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뒤늦게야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었지만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었다. 에인션트 드래곤의 브레스는 광범위하고 상당히 오래 간다. 밀집해 있는 십만 대군을 집어삼키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군 그래. 크흐흐, 자존심 드높은 뱀파이어 놈들을 브레스 한방으로 다 죽이다니.

듀리케르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더불어 약간의 허탈함도 들었다. 자신의 브레스 한방에 주력병력이 몰살당할 정도로 약한 적들을 상대로 드래곤 전체가 덤벼들었다니, 자신의 레드 일족만 움직이더라도 충분히 멸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아직 만 마리 정도가 살아남았나보군.

듀리케르의 시선이 한곳으로 집중되었다. 그곳엔 용케도 살아남은 뱀파이어들이 숲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놓치지 않을 테다.

듀리케르는 죽음의 미소를 입가에 드리웠다. 분명 저기에 캄에덴의 수뇌부들이 모두 있을 것이다. 비록 더 이상 브레스를 쓸 수 없어 다 죽이진 못하겠지만 최대한 피해를 줘 놈들에게 크나큰 절망감을 주고 싶었다.

―흐흐흐흐. 기다려라.



“열심히 따라오고 있군.”

전쟁에서 마지막 남은 잔존병력, 1전단과 함께 후퇴하고 있던 스탐의 시야에 거대한 레드 드래곤이 잡혔다.

에인션트급 드래곤인 그는 방금 전 스탐이 전장에 데리고 온 병력의 대부분을 브레스 하나로 쓸어버린 존재였다.

“듀리케르. 이 치욕은 곧 갚아주마. 네놈에게 죽은 십만 병사들의 원한을 반드시 갚아주마.”

스탐의 두 눈빛 안에는 복수의 의지가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지금 그들이 듀리케르의 불길을 피해 도착한 곳은 숲이었다. 나무들오 온통 검은빛을 띤 이 숲의 이름은 묵빛숲. 아벨리오스의 그 어느 곳보다도 어둠의 기운이 충만한 곳이다. 스탐도 히든 브레이커로 한창 활동할 때 이곳에 와본 적이 있었다.

“이곳에서 끝장을 볼 것이다.”

나지막히 중얼거린 스탐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총이었다. 물론 라이플 건은 아니었고, 불의 왕국 드워프들이 새로이 제작한, 권총이었다. 물론 배틀 마스터씩이나 된 스탐이 이 총을 무기로 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오로지 신호탄의 용도로만 쓸 생각이었다.

듀리케르가 묵빛숲 상공으로 날아오른 순간, 스탐의 권총이 허공을 향해 총부리를 올렸다.

탕!

단 한번의 총성. 하지만 그것이 몰고온 결과는 어마어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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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에필로그 +19 06.03.05 5,827 6 10쪽
212 52. 최후의 사투(6) +11 06.03.04 4,581 4 10쪽
211 52. 최후의 사투(5) +7 06.03.04 3,286 3 10쪽
210 52. 최후의 사투(4) +20 06.02.25 3,024 4 8쪽
209 52. 최후의 사투(3) +14 06.02.23 3,446 4 9쪽
208 52. 최후의 사투(2) +10 06.02.18 3,171 3 8쪽
207 52. 최후의 사투(1) +12 06.02.12 3,394 4 8쪽
206 51. 프락시드 대회전(5) +15 06.02.08 3,319 3 8쪽
205 51. 프락시드 대회전(4) +11 06.02.04 3,253 3 9쪽
» 51. 프락시드 대회전(3) +15 06.02.01 3,211 3 8쪽
203 51. 프락시드 대회전(2) +15 06.01.23 3,344 3 9쪽
202 51. 프락시드 대회전 +12 05.12.31 3,642 5 8쪽
201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5) +14 05.12.29 3,665 4 11쪽
200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4) +12 05.12.24 3,494 3 6쪽
199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3) +15 05.12.18 3,531 3 7쪽
198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2) +13 05.12.11 3,680 2 8쪽
197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1) +18 05.12.07 3,818 4 8쪽
196 49. 불타는 혈왕성(6) +13 05.12.03 3,551 3 10쪽
195 49. 불타는 혈왕성(5) +15 05.11.29 3,462 3 10쪽
194 49. 불타는 혈왕성(4) +12 05.11.26 3,418 3 9쪽
193 49. 불타는 혈왕성(3) +17 05.11.19 3,459 2 8쪽
192 49. 불타는 혈왕성(2) +17 05.11.16 3,470 5 11쪽
191 49. 불타는 혈왕성(1) +16 05.11.08 3,781 3 10쪽
190 48. 전쟁 발발(3) +19 05.11.04 3,646 3 9쪽
189 48. 전쟁 발발(2) +13 05.10.30 3,706 3 9쪽
188 48. 전쟁 발발 +21 05.10.25 3,938 4 9쪽
187 47. 운명의 캄에덴(5) +24 05.10.21 3,930 5 8쪽
186 47. 운명의 캄에덴(4) +10 05.10.19 3,777 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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