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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lpenhime
작품등록일 :
2006.03.29 13:22
최근연재일 :
2006.03.29 13:22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55,991
추천수 :
1,518
글자수 :
994,866

작성
05.11.16 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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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49. 불타는 혈왕성(2)

DUMMY

“좋았어, 바로 그거야!”

스탐이 환호성을 질렀다. 무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던 드래곤 하나가 죽었다. 물론 20여 마리나 되는 것들 중에서 한 마리 죽은 건 그리 대수로울 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 한 마리의 사살로 인해서 병사들의 사기를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말로만 들어왔던 최강의 생명체 드래곤도 마음만 먹으면 죽일 수 있다고!

키이이이!

그때였다. 허공을 뒤덮고 있던 피닉스들이 황금빛을 흩뿌리며 지상의 뱀파이어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확연히 들려왔다.

퍼퍼퍼퍽!

“크어억!”

피닉스들의 집단적인 공세에 수백 명의 뱀파이어들이 나동그라졌다. 한동안 일어서지 못하는 것만 보아도 저 저돌적인 공격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알 수 있었다. 놈들은 마치 하늘을 나는 중장기병 같았다.

“궁수들은 모두 피닉스를 집중사격하라!”

뒤늦게야 전투에 합류하는 하프 뱀파이어들을 돌아본 스탐이 소리쳤다. 하지만 지원군이 왔음에도 그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

지금 상태에서 적들의 나가와 피닉스를 상대할 수 있는 건 궁병들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활시위를 둘 중 한쪽에 화력을 집중해야만 그나마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저 무시무시한 연사속도를 자랑하는 나가들을 방치해 둔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지만,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궁수인 나가는 일단 육탄전에 돌입하면 전투력이 반감되지만 피닉스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사!”

우렁찬 고함성과 함께 수천 줄기가 하늘을 수놓았다. 마치 빈 공간을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 날아오른 화살들은 허공을 맴돌며 지상의 뱀파이어들을 습격할 궁리만 하고 있던 피닉스들을 덮쳤다.

쿠웨에엑!

괴이쩍은 괴성과 함께 고슴도치가 된 피닉스들 일부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무리 가디언이라곤 하지만 캄에덴의 숙련된 하프 뱀파이어 궁수가 쏘아 올린 화살을 견뎌낼 재간은 없는 것이다.

피피피핑!

하지만 그들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적들의 속셈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나가들이 집중사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려한 곡선을 그리며 솟아 오른 화살들은 인정사정없이 궁수들의 몸뚱이를 꿰뚫었다.

“젠장.”

속절없이 고꾸라지고 있는 그 모습에 스탐이 욕지기를 내뱉었다. 하지만 다크 매지션도 도착하지 않은 마당에 딱히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기댈 것이라고는 곧 가디언들과 충돌할 뱀파이어 돌격대뿐이었다.

“가라, 자랑스러운 벨리우드의 아들들이여!”

콰아앙!

서로를 향해 돌격해오던 뱀파이어와 가디언들이 정면충돌하자 그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이 폐허가 된 대지에 파문을 일었다.

“흐아아압!‘

“크우우우!”

둔중한 중갑을 걸친 뱀파이어들과 사이클롭스가 한데 엉켜 힘을 주고 받으니, 양상은 자연히 난전으로 거슬러 가고 있었다. 뱀파이어들은 상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깨닫고 일찍부터 흑마기를 두 주먹에 쥐고 있었다. 덕분에 오우거에 준하는 덩치와 힘을 가진 사이클롭스를 상대로도 호각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스탐은 그들의 선두에 서서 아군의 사기를 드높이고 있었다.

“뭣들 하고 있어? 놈들의 눈알은 하나다. 저것만 노리란 말이야!”

배틀 마스터의 힘으로 순식간에 14번째 사이클롭스를 죽여 넘긴 스탐이 고함을 질렀다.

솔직히 그의 명령은 말처럼 그렇게 쉽진 않았다. 만약 놈들의 눈알을 빼는 것이 그렇게도 쉬웠다면 사이클롭스가 드래곤의 가디언으로 뽑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사이클롭스들과 정면에서 맞서 싸우고 있는 건 캄에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정예 전단, 3전단이다. 3전단의 뱀파이어들은 육중한 중갑을 입고 있음에도 기민한 속도로 움직이며 사이클롭스들을 집중공략하고 있었다. 4명이 한조가 되어 눈만 집중적으로 노려 실명, 사살시켰는데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구와 빠른 움직임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상황이 어느 정도 뱀파이어들에게 유리하게 전개되는가 싶었다.

끄어어어!

나락 속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와 함께 불, 물, 독의 세 가지 줄기가 뱀파이어들을 덮쳐왔다. 바로 사이클롭스에 비견되는 덩치를 가진 마법의 삼두 가디언, 히드라가 뒤늦게 전장에 합류한 것이다.

“으아악!”

히드라들의 소형 브레스를 맞자 사상자가 속출했다. 비록 드래곤에 비하면 코웃음을 칠 정도지만, 놈들의 브레스는 정면으로 맞으면 흑마기까지 뚫고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배틀러들은 모두 히드라를 집중 공격해라!”

스탐의 명이 떨어지자마자 각 전단에서 수십 명의 뱀파이어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들은 막강한 위력을 가진 다크 오러를 내뿜으며 가차 없이 히드라의 목 세 개를 자르거나 아예 몸뚱이를 두 토막 냈다.

히드라는 다른 가디언에 비해선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척 보아도 5000을 넘지 않았는데, 마법의 가디언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배틀러들의 집중표적이 되고 있는 그들은 강력한 브레스에 비해 접근전 능력은 생각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곳곳에서 날아다니고 있는 배틀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고 있었다.

사실상 육탄전의 주도권은 뱀파이어들에게로 넘어간 상태였다. 나가들이 무시무시한 활솜씨로 하프 뱀파이어 궁수들을 제압하다시피하고 있었지만 보병의 호위가 없는 궁수는 학살당할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드래곤들이 일제히 몸을 띄운 것은 그때였다.

“저격!”

스탐이 고함성을 토해냈다. 왜 구경만 하고 있나 하고 의문이 들던 놈들이 드디어 목숨을 걸고 나섰다. 아마, 브레스를 쓰거나 시간이 약간 걸리는 고위급 마법을 시전 할라치면 바로 암살자의 총알이 드래곤 하트가 있는 목을 향할 것이다.

쉐도우 스나이퍼들은 저격의 전문가들이다. 숙련된 킬러다. 제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하늘로 떠올라 1초라도 시간을 허용한다면 시체가 될 것이다.

“아니!?”

하지만 드래곤들은 그런 미친 짓을 벌이지 않았다. 어느새 그들의 손에서 수천 줄기의 빛무리들이 지상을 향해 쏟아졌던 것이다!

퍼퍼퍼퍼펑!

합계 2만 발에 이르는 빛무리들은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굉음을 내며 대지를 진동시켰다. 놀랍게도 드래곤들은 전원이 3서클의 매직 미사일을 쏟아낸 것이다. 한 마리 당 거의 천 발씩을 날린 셈인데, 드래곤이니까 그 정도를 한꺼번에 퍼부을 수 있지, 사실 아무리 뛰어난 대마법사라도 한꺼번에 날릴 수 있는 매직 미사일의 수는 200발이 한계였다.

“크으윽!”

다크 오러를 온몸으로 감싸 매직 미사일을 막아낸 스탐이 부르르 떨었다. 비록 흑마기로도 가뿐히 막을 수 있는 3서클의 매직 마시알이지만,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2만 발이나 되는 걸 동시에 갖다 부어버렸으니 막고 자시고가 없었다.

타타탕!

라이플 건이 드래곤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매직 미사일 세례를 쏟아내자마자 바로 실드를 쳤기 때문이다. 브레스나 고위급의 마법을 썼다면 적어도 한 둘은 죽어나갔을 것이다.

“쳇, 영리한 놈들.”

스탐은 미간을 찌푸리며 상황을 살펴보았다. 드래곤들이 날린 한 차례의 매직 미사일만으로도 전세는 역전된 상태였다. 2000에 가까운 뱀파이어들이 죽었으며, 하프 뱀파이어 궁수들은 반 수이상이 온전히 서 있는 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그나마 중갑을 입고 있던 3전단은 비교적 그렇게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뿐이었다.

‘후퇴시켜야겠어.’

한참 고민하던 스탐은 결단을 내렸다. 사실 이 드래곤 군단의 막강한 힘을 생각해 볼 때 혈왕성의 힘을 빌리지 않고 이 정도로 싸운 것도 아주 선전한 것이었다.

“후퇴! 모두 후퇴해!”

명령이 떨어지자 이행하는 건 순간이었다. 뱀파이어들은 적의 가디언들과 싸우다 말고 썰물처럼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이 워낙 일사분란해서 사이클롭스와 히드라들조차 한동안 멀어져가는 그들의 모습을 멍청히 지켜볼 정도였다.

하지만 드래곤들의 명령이 떨어지자 그들은 금세 뱀파이어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슈슈슉!

“으아악!”

나가들이 쏘아올린 화살들이 후미의 뱀파이어들을 덮쳤다. 대부분 죽지는 않았지만 본대와의 거리가 급속히 느려져 뒤따라오는 히드라와 사이클롭스의 제물이 되었다.

“제기랄!”

그 광경을 보며 스탐은 발을 동동 굴렀다. 추격전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후퇴하는 군대의 피해가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추격하는 쪽은 드래곤을 비롯한 강력한 가디언들, 뒤통수에 내리꽂히는 충격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니었다.

공중을 활보하던 피닉스들이 쉴 새 없이 뒤를 덮쳐왔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화살들이 등팍에 내리꽂혔다. 거기다 수만에 달하는 매직 미사일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으니 인간의 군대였다면 진작에 전멸했을 것이다.

그러나 후퇴하는 쪽은 강력한 육체와 흑마기를 다루는 뱀파이어들이었다. 그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최대한의 속도로 혈왕성을 향했으니, 다행히 상당수의 병력을 보존한 채 혈왕성으로 입성할 수 있었다.

“아군의 피해가 어떻게 되지?”

스탐이 각 전단의 전단장과 천귀장급을 불러 모으며 피해의 정도를 확인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대부분이 배틀러인 천귀장 급 뱀파이어들은 단 한명도 죽지 않은 상태였다.

“저희 3전단 7천귀대는 232명이 중상, 93명이 전사했습니다.”

“저희 8전단 2천귀대는 430명이 중상, 125명이 전사했습니다.”

“저희는…….”

천귀장 한명씩 보고가 올라오고, 이를 전단장이 합계, 그리고 전단장들의 보고를 스탐이 총합산하여 아군 전체의 피해를 가늠해보았다.

“하아, 첫 전투부터 4000명이나 죽어버리다니.”

스탐은 새삼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강력한 드래곤들의 힘에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 것을 느꼈다. 드래곤 한 마리의 목숨을 대가로 4000명의 정예병들이 목숨을 버린다면 아군의 필패일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4000명의 전사자라는 것도 뱀파이어 정규군에 한했다. 하프 뱀파이어 궁수들은 후퇴속도가 늦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한 상태였다.

“사령관님!”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스탐은 고개를 돌렸다. 드래곤들이 기습을 감행해올 경우, 그 자리에 있는 뱀파이어들 중 가장 서열에 높은 인물이 자동으로 전군을 통솔하는 사령관의 역할을 대행하게 됐는데, 솔직히 이런 대규모의 전투에는 스탐만한 적임자가 없었다.

“무슨 일이냐?”

“낭보입니다! 방금 전에 다크 매지션들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전대의 마스터이신 바르자드님을 비롯한 은퇴한 분들도 함께 오셨다고 합니다.”

“다행이군!”

스탐으로선 그보다 반가운 소식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성안에서의 전투였다. 그것도 막강한 다크 포트리스인 혈왕성의 힘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드래곤들을 막아내야만 하는 것이다.

가디언들은 둘째치더라도, 드래곤들의 힘이 힘인 만큼 그들에 맞설 흑마술사들이 필요한데 다크 매지션 전원이 온데도 모자라 크로프란에서 마갑기를 연구하고 있던 전대의 흑마술사까지 가세했다고 한다. 실로 해볼만한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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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 52. 최후의 사투(4) +20 06.02.25 3,024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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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52. 최후의 사투(2) +10 06.02.18 3,171 3 8쪽
207 52. 최후의 사투(1) +12 06.02.12 3,394 4 8쪽
206 51. 프락시드 대회전(5) +15 06.02.08 3,319 3 8쪽
205 51. 프락시드 대회전(4) +11 06.02.04 3,253 3 9쪽
204 51. 프락시드 대회전(3) +15 06.02.01 3,210 3 8쪽
203 51. 프락시드 대회전(2) +15 06.01.23 3,34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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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3) +15 05.12.18 3,531 3 7쪽
198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2) +13 05.12.11 3,680 2 8쪽
197 50. 드러나는 진실의 대가(1) +18 05.12.07 3,818 4 8쪽
196 49. 불타는 혈왕성(6) +13 05.12.03 3,551 3 10쪽
195 49. 불타는 혈왕성(5) +15 05.11.29 3,462 3 10쪽
194 49. 불타는 혈왕성(4) +12 05.11.26 3,418 3 9쪽
193 49. 불타는 혈왕성(3) +17 05.11.19 3,459 2 8쪽
» 49. 불타는 혈왕성(2) +17 05.11.16 3,470 5 11쪽
191 49. 불타는 혈왕성(1) +16 05.11.08 3,78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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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48. 전쟁 발발(2) +13 05.10.30 3,706 3 9쪽
188 48. 전쟁 발발 +21 05.10.25 3,938 4 9쪽
187 47. 운명의 캄에덴(5) +24 05.10.21 3,93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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