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8 09:05
연재수 :
903 회
조회수 :
3,851,534
추천수 :
119,351
글자수 :
10,001,832

작성
23.08.02 09:05
조회
2,487
추천
96
글자
24쪽

REMO : ....or Maybe Dead! (7)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좀비영화의 양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한 마을이나 폐쇄된 병동, 군부대 등의 제한된 공간에서 차례차례 감염자들이 늘어나고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혼돈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스릴이 주가 되거나, 한 나라(주로 미국이나 영국)나 전 세계적으로 퍼진 좀비 바이러스로 인해 안전지대를 찾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묵시록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으로 나눌 수가 있다.

작년에 개봉한 <28일 후>에서는 인육을 먹지 않는 ‘분노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을 그렸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화려한 액션 볼거리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프랜차이즈화에 안착했다.

올해 6월에 캐나다에서 촬영에 들어가 얼마 전 크랭크업한 <새벽의 저주>는 <28일 후>와 함께 2000년대 최고의 좀비영화로 꼽히게 된다.

모두 최초의 좀비영화들에서 현대적으로 많은 변형을 거친 결과물들이다.

<REMO> 최종편은 좀비영화판 ‘람보‘라고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좀비전쟁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

레모와 치운 사제는 단 두 사람만으로 군대를 상대할 수 있는 무공고수다.

두 사람은 맨해튼을 장악한 좀비군단을 뚫고 원흉인 흑마법사와 대결을 벌여 멋지게 승리한다.

두 사제를 지원하는 미특수부대도 나름 비장미를 선보인다.

미군이 숭고한 희생을 할 때는 미국관객들은 국뽕이 차오를 수가 있다.

재난영화의 기본 공식과도 같은 가족애, 무능력한 정부, 강력한 폭력을 보유하고 있는 군대, 이기적인 인간의 표상 등 좀비물의 기본적인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긴 한다.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마지막에는 쉽게 사건이 해결되어버리는 것까지도.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식을 따른다.

결과론적으로 쉽게 해결된다는 것이지, 영화 속 두 주인공은 바퀴벌레떼나 메뚜기떼보다 더욱 혐오스러운 좀비와 거대한 괴물로 변한 흑마법사에 맞서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REMO> 최종편의 좀비는 인육을 먹지 않는다.

그저 살아있는 생물에 광포한 공격성을 보일 뿐이다.

죽어있는(언데드) 존재란 설정 때문이다.

죽었지만 살아서 움직이는 모순된 존재인 좀비는 살아있는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공격을 하려는 욕망만 있다.


‘인간의 뇌를 갖고 인간처럼 움직인다는 점에서 좀비 역시 인간이라 본다면, 그것은 욕망이 극히 단순화된 인간이 아닐까. 물어뜯어 잡아먹어버리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


류지호는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20여 년 후의 세계를 알고 있다.

겉으로 보면 점점 편리하고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는 점에서 인간의 욕망이 복잡해지는 것 같지만, 결국 스마트폰 사회는 인간을 구매력을 가진 존재로 단순화시켜버린다.

친구들과 커피숍에 앉아있어도 서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길거리를 걸어도 스마트폰을 보고, 영화도 TV프로그램도, 웹서핑도 모두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세상.

흰자위만 남은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며 어기적 걷는 좀비가 현대인의 모습과 겉모습만 다를 뿐 욕망이 단순화되었다는 점에서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류지호가 좀비창궐의 공간을 맨해튼이라는 공간으로 설정한 것도 그 욕망이란 키워드와도 연관이 깊다.

보스니아 내전부터 시리즈 내내 이어져 온 전쟁(폭력)과도 맞닿아 있고.

그럼에도 재난과 같은 상황(9·11)과 역경(이슬람 테러리스트)을 기적같이 이겨내는 레모 윌리엄스(미국의 영웅)의 영웅담처럼 풀어내는 방식은 매 시즌마다 개봉되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벗어나지 않는다.

시리즈 전편에 깔려있는 엄청난 설정과 스크린 위에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장관, 그리고 레모와 치운의 미국식 만담 코미디가 뒤섞이고, 시원한 액션 쾌감과 엄청난 좀비떼들을 감상하며 그저 즐기면 그만인.... 그런 영화다.

퀸즈의 한인타운 에피소드로 암시되는 연대하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 평범한 시민들의 희생정신, 인류애와 가느다란 희망이 존재한다면 끝까지 싸워나가야 한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긴 하다.

미국식 자본주의 상징인 월가를 중심으로 한 화이트칼라 좀비와 청소노동자같은 블루칼라 좀비를 은근슬쩍 대비시키며 양극화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REMO> 최종편은 인류애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좀비재난영화다.

지금까지 좀비장르는 희생이라는 소재와 제한적인 공간, 그리고 인간 내면의 선함을 드러낼 것이냐 아니면 극악의 추함을 표현할 것이냐가 핵심적 차이였다.

따라서 현실 풍자를 물씬 풍기게 마련이었다.

인간은 위기상황이나 궁지에 몰렸을 때 진실한 모습이 드러나게 되어 있다.

때문에 극한 상황에서 신분, 나이, 계급, 교육수준 등과 상관없이 민낯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REMO>의 주요 공간이 뉴욕인 이유도 거기 있다.

미국 사회를 압축한 것 같은 대도시로 뉴욕 말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까.

그 안에서도 각양각생의 욕망들이 마구 분출되고 응축된 지역이 맨해튼이기도 하고.

인류 구원(사실은 미국 구원)에 가까운 생존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리고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고 있는 특수한 공무원 신분으로써 각계의 현장에서 혈투를 벌이는 주인공은 재난 속 피해자가 아닌 영웅이 된다.

류지호는 이번 영화는 성조기로 온통 치장할 생각이다.

얼핏 보면 미국 만세처럼 보이도록.

정밀하게 들여다보면 미국의 민낯을 들춰내는 것이지만.

<REMO> 최종편은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야 한다.

그래서 좀비의 공포를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해피엔딩이 최선의 선택이다.


‘마치 2년 전 맨해튼 참사로 인해 지금까지도 악몽을 꾸고 있는 시민들에게 안도감을 선사하듯이.’


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얼토당토하지 않았다.

잊을 만하니까 그날의 악몽을 다시 끄집어냈다고, 류지호에게 욕을 퍼줏지 않으면 다행이다.

장례식장은 죽은 이를 위한 것이 아닌 살아있는 자들, 남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리라는 말이 있다.

조문객들은 죽음의 자리에서 ‘지속되고 있는’ 자신의 삶을 상기한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그 '삶'은 희망적이거나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저 목숨이 붙어있다는, 생명 유지의 연장선에 놓인 겉치레인 경우가 많다.

전쟁, 재난, 좀비 영화의 공통점이 그런 것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죽은 자를 보며 자신의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희망 없는 미래를 외면하며, 단순히 현재 목숨이 붙어있는 것에 감사하는.

그런 것이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후우.


좀비연기 전문배우가 초조한 듯 자신에게 지정된 포인트에서 서성거렸다.

곧 중요한 단독 쇼트에 출연할 예정이다.

입으로는 주문을 외우듯 뭔가를 계속 중얼거렸다.

어지간한 강심장이거나 경험이 많지 않으면 촬영현장에 압도당하고도 남을 분위기다.

그 만큼 대규모로 판을 벌여놓은 촬영현장이다.

류지호가 메가폰에 대고 힘차게 외쳤다.


“스탠바이!”


일순 촬영현장 일대가 정적이 휩싸였다.

류지호는 곧바로 큐사인을 내지 않았다.

충분히 뜸을 들였다.


“.....?”


일부 스태프가 큐사인을 내지 않는 류지호를 돌아봤다.

류지호는 입을 꾹 닫고 4대의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나?’


다시 한 번 자신이 해야 할 것들을 점검했다.

충분히 뜸을 들였던 류지호가 메가폰을 입으로 가져갔다.


“레디!”


바쁘게 콜이 오고갔다.

드디어 촬영에 들어가야 했다.


딱.


클래퍼보드가 빠졌지만, 류지호의 입이 열리지 않았다.

모두가 침착하게 큐사인을 기다렸다.

단 엑스트라들은 마음가짐이 촬영팀과 같을 수가 없다.

고조된 긴장감이 일순간 느슨해졌다.

그 순간을 노리기라도 했던 걸까.

류지호가 메가폰을 재빨리 들어 올려 입가로 가져갔다.

눈은 모니터와 실제 현장을 바쁘게 오갔다.


“GO!”


류지호의 큐사인이 촬영현장 구석구석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What?"

"Shit....!"


엑스트라들이 순간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댔다.


“좀비들!”

“뭐 해!”

“움직여!”


메가폰을 통해 전해지는 류지호의 호통에 좀비 변신을 연기해야할 배우가 흠칫거렸다.

연기에 몰입하기 위해 애썼다.

이미 식어버린 집중이다.

배우의 연기는 어딘지 어설펐다.

좀비 NO 7.

배우가 부여 받은 극중 캐릭터다.

좀비를 연기하는 배우는 안타깝게도 대본상 이름이 없다.

그나마 번호가 행운의 숫자 7인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좀비7의 주변으로 엑스트라들이 무질서하게 뛰어다녔다.

이미 그들은 3일 간 리허설을 하며 숙지한 동선 따위는 잊어버린 지 오래다.

그저 감독이 ‘컷’을 외칠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잘못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

3일 간 이어진 리허설 덕분일까.

오로지 넘어지고, 차량에 충돌하는 건 스턴트맨들뿐.

엑스트라들은 무질서하게 움직이면서도 용케 서로가 충돌하는 일은 없었다.

반면에 좀비 넘버 7은 좀처럼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7번이라는 번호를 받은 배우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허리를 튕기고 손발을 뒤틀었다.


[으으으!]


좀비 넘버7은 아스팔트 바닥을 뒹굴며 고개를 젖혔다.

천천히 진행되던 경련이 점점 가속도가 붙더니 갓 잡아 올린 다랑어처럼 힘차게 팔딱거렸다.

A Unit 카메라는 좀비 넘버7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그를 지나쳐가는 행인을 팔로우하기도 하고, 혼란스러운 도로 상황을 바쁘게 화면에 담았다.

B Unit은 혼란스러운 엑스트라들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투타타타타!


하늘에는 촬영용 헬기가 떠 있다.

헬기 안에서 2nd Unit이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촬영장을 화면에 담았다.

항공 촬영 허가 시간과 주유 문제로 2시간만 운행할 수 있다.

베테랑 항공촬영팀이라도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항공촬영은 경찰 헬기와 방송국 헬기가 뉴욕 상공을 종횡무진 하는 상황까지 함께 담았다.

영화에서는 TV생방송 스튜디오와 뉴욕의 여러 지역 시민들, 시장 집무실, 주방위군, 경찰 등이 숨 가쁘게 교차된다.

<REMO> 최종편의 방송국 채널은 WHIH로 했다.

지금까지 Timely 영화에서 WHIH 스튜디오가 등장한 적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WHIH 생방송 스튜디오가 <REMO> 최종편에서 등장할 예정이다.


[우우우우.]


이번 촬영에 참여하는 좀비 배우들과 엑스트라들은 이틀 내내 같은 장면을 찍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녔다.

그 과정에서 5명이 부딪치고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경미한 부상에 그쳤다.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의 빠른 대처로 큰 불상사로 커지지는 않았다.


“뛰어다니는 좀비라니....!”


류지호표 좀비를 처음 경험하는 이들은 미친 듯이 질주하는 좀비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REMO> 최종편에서는 좀비 분장을 약간 완화했다.

최대한 혐오감을 줄이는 방향으로 메이크업팀과 합의를 봤다.

따라서 B급 영화의 고어(Gore)한 분장 대신 조금은 깨끗한 좀비들이 등장한다.

피칠갑을 한 입가와 과장된 핏줄 같은 특수분장 효과가 아니라 흉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떼 지어 뛰어다니는 모습이 부각되는 콘셉트다.

좀비가 등장하면 최소 열 댓 마리 최대 수천 마리 좀비떼가 달려든다.

굳이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장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

메뚜기 열 댓 마리가 뛰어봤자다.

수만 마리가 날아다니면 그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가 된다.

게다가 입체영화로 본다면 더더욱 그 효과가 증폭된다.

류지호는 단편영화 <Help Me, Please>를 통해 B급 장르물의 단골손님이었던 ‘좀비’를 ‘바이러스’, ‘폭력’ 같은 용어와의 합성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정치적 의미 번식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REMO> 최종편에서는 좀비 호러 장르적 쾌락을 블록버스터급으로 증폭시키는 데 모든 노력을 다 할 계획이다.

명실상부, 가장 비싼 좀비영화를 표방한 것처럼.

추후 <월드워Z>에서 깨지긴 하겠지만.

영화 20분 지점부터 시작된 좀비의 뉴욕 공격은 5분에 걸쳐 묘사될 예정이다.

스토리보드 단계에서 계획이지 편집을 거치면 줄거나 늘어날 수도 있다.

3일의 풀 리허설.

5일의 촬영.

그 기간 투입된 제작비만 680만 달러.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에 대입하면 두 편을 제작할 수 있는 금액이다.

5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을 위해 소요된 시간과 돈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스케일이다.


❉ ❉ ❉


할리우드 영화 현장에서 스태프가 뛰어다니는 일은 거의 없다.

성향이 느긋하거나 게을러서 그런 것이 아니다.

사전에 명확한 타임테이블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그에 맞춰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그렇다고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저예산이든 블록버스터든 영화 현장에서 돌발상황은 자주 벌어진다.

특히 대도시에서 촬영할 때 각종 민원이 시청에 접수된다.

영화 촬영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법률로 영화촬영을 지원하고 보호하기 때문에 시민들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

시민들은 시청의 미숙한 행정처리로 인한 교통체증, 소음, 통행불편 등에 관해 따진다.

시 혹은 주정부로부터 촬영허가를 얻어 도로나 공공장소에서 촬영을 하게 되면, 반드시 시민 불편을 최소로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REMO> 최종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촬영 한 달 전부터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촬영일시, 기간, 차량 우회로, 소음 데시벨 등을 시민들에게 안내했다.

적합한 절차를 준수함에도 꼭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

대부분 시 차원에서 적절하게 대응하지만, 간혹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회사차원에서 대응해야 돼?”


류지호의 물음에 앨런 포스터가 대답했다.


“뉴욕영화위원회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류지호는 조금 신기했다.


“미국에서 영화 촬영하면서 처음 경험해봐.”


미국에서 정식으로 허가를 얻어 촬영을 하게 되면, 한국처럼 영화 촬영장에서 취객이 난동을 부리거나 항의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경찰들이 현장에 나와서 도로통제와 우회로 안내를 해주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영화제작진에 따지지 않는 대신에 관청이나 법원에 행정처분 혹은 민사소송을 건다.

딴에는 시민의 당연한 권리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영화사와 합의를 보는 과정에서 약간의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심보를 가진 사람도 있다. 앨런 포스터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간혹 가다가 절차상 문제가 없는데도 사소한 실수로 인해 돈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긴 해.”


미국에서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 저작권침해라든가 표절 같은 문제제기가 심심치 않게 불거진다.

꽤 성가실 정도로.

때문에 메이저 스튜디오의 법률팀은 항상 바쁘다.

보통은 법정까지 가는 일은 없다.

쌍방이 만나서 원만하게 합의를 보기 때문이다.

즉 합의금을 주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아담스 패밀리>처럼 법정 공방만 2년 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TV시리즈 감독과 트라이-스텔라 측이 한 치의 양보도 없었기에 재판이 오래 갔다.

<REMO> 시리즈도 잡음이 좀 있었다.

후속편이 제작될 시점에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한 바가 있다.

소설 원작자와 이후 시리즈를 집필한 작가 또 코믹스를 그린 작가와 Timely Comics, JHO Pictures, 류지호의 법률 대리인 등.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계약변경 요구는 물론이고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시비를 걸었다.

오리지널 소설은 무려 120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을 자랑했다.

이 중에는 오리지널 작가가 집필한 부분이 있고, 공동으로 집필한 부분이 있으며, 다른 작가가 권리를 이어 받아 쓴 부분이 있다.

심지어 대필한 부분도 있다.

중간에 출판사도 몇 번 바뀌었다.

저작권자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가장 저질스럽게 문제를 일으킨 이는 중간에 두 편을 집필했던 무명 작가였다.

오리지널을 쓴 작가를 대필했는데, 돈 독이 올라 무리한 소송을 걸어왔다.

법정으로 가기 전에 JHO Pictures가 합의금을 주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류지호는 속이 매우 쓰렸다.

<REMO : The Destroyer>는 원작의 여러 부분에서 좋은 것들을 많이 차용했다.

후속편부터는 캐릭터와 고유 설정만 가져왔다.

실사화 스토리를 완전히 새롭게 썼다.

원작파괴지만, 저작권 분쟁 문제로 어쩔 수 없었다.

후속편에서 시난주 일족을 남한으로 이주시킨 것도 그런 사정 때문이다.

원작 소설과 상관없는 영화판 세계관이 새롭게 구축되었다.

영화판 <REMO>를 기반으로 한 Timely Comics 시리즈를 새롭게 출간까지 했다.

앞으로는 영화판 <REMO> IP를 토대로 TV시리즈, 코믹스, 애니메이션, 장난감 및 캐릭터 상품 라이선싱이 이루어지게 된다.

2차 창작이 아니라 별개의 저작권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영화 IP를 활용한 캐릭터 상품에 있어서도 원작자에게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초상권 사용료를 지불하게 된다.

<레모> 원작자와 공동 저작권자는 아쉬울 것이 별로 없었다.

사실 손해보다는 이익만 있다.

영화의 흥행성공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소설 판매부수가 폭증했고, 실사화 전에는 미국과 몇 개국에서 팔렸던 소설이 세계 80여 개 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Timely Comics의 영화 기반 만화도 많이 팔렸다.


- 유치함에 실소를 하고, 욕하면서 보는 소설. 그러다 어느새 팬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소설.


<The Destroyer>는 그런 소설이다.

특히 한국에서 미국만큼의 충성 팬층을 형성했다.

후속편에서 치운의 분량이 대폭 축소된 것에 대해 한국의 팬들의 아쉬움이 무척 컸다.

그 때문인지, 만약 치운이 등장했다면 ‘이런 대사를 했을 거야‘ 라는 식의 댓글놀이가 한 때 유행하기도 했다.

물론 그런 유행은 부정적인 면도 드러냈다.


- 지나인은 잘 씻지 않기 때문에 떼놈이라고 불린다.(Feat 치운)

- 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빤스만 입고 살 정도로 미개했다.(Feat 치운)


주변국, 즉 일본과 중국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인 글들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이 인터넷 댓글문화를 지적하고 자성을 촉구하는 등 잠시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

암튼, <REMO> 실사화로 모두가 수익을 챙겼다.

중간에서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무명작가만 약간의 합의금을 받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다.

소설 집필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TV시리즈 기획·개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앨런 포스터가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류지호가 온통 영화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 재빨리 허락을 득하려는 속셈이다.


“성급해.”


앨런 포스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최종편 박스오피스 확인하고 시작해도 늦지 않아.”

“절대 안 망한다며?”

“내가 신이야? 어떻게 알아?”

“자신했잖아.”

“투자금은 회수할 것 같다고 했지. 흥행한다고는 안 했어.”

“다른 프로덕션에 안 줄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직접 하게?”

“TSTV와 협력하는 독립프로듀서를 데려와야겠지.”

“하긴 다른 곳에 맡기기에는 완성도에 문제가 있을 수도.....”

“레온 부룩하이머 같은 인물을 데리고 와야 할 텐데.”


앨런 포스터는 <CSI>로 TV시리즈에서까지 흥행 시켜 흥행의 마술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 레온 브룩하이머를 종종 언급하곤 했다.

말투에는 부러움이 물씬 풍겼다.


“오, 레온에게 라이벌 의식이라도 있나 봐?”


자신은 아니라고 부득불 우겨댔지만....


“레온도 한 물 갔어. 나와 비교하는 건 실례야.”


류지호가 킥킥 웃었다.

<REMO> 실사화 영화 전까지 앨런 포스터는 저예산 영화를 주로 하던 프로듀서였다.

JHO Pictures에서 프로덕션 헤드를 하며 연달아 흥행영화를 내놓으면서 어깨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가소롭냐고?

절대 아니다.

높은 성과를 낸 만큼 그에 걸맞은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 할리우드에서 당연했다.

류지호 정도 영향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겸손하면 좋은 인간성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앨런 포스터 레벨에서 겸손 떨면 호구 잡히기 십상이다.

할리우드가 그렇고 미국 비즈니스 풍조가 그렇다.

물론 허장성세는 비웃음만 살 뿐이지만.


“TV시리즈는 앨런이 알아서 해.”

“진짜?”

“난 관여도 안 할게. 대신 그린라이트를 켜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 거야.”

“당연하지!”


좋게 말하면 원 소스 멀티-유즈(OSMU, One source multi-use).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뽕을 뽑는 전략.

할리우드 빅7은 성공한 영화 한 편으로 단물이 빠질 때까지 수익을 쪽쪽 빨아먹는다.

진작 망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MSM Studios가 버티는 이유가 있다.

수 천편의 라이브러리는 매년 막대한 판권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미 수 백 편의 영화 판권을 팔아먹었음에도 여전히 필름 라이브러리가 튼튼했다.

류지호와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오라이언 픽처스 브랜드를 없애지 않는 이유가 필름 라이브러리를 수집해 판권장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생산되는 상품이 전혀 없음에도 오라이언 픽처스는 영화 라이선스만으로 꽤나 수입이 쏠쏠했다.

LOG나 워너-타임의 경우 영화사업만 놓고 보면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가 없다.

수십 년 동안 확보한 수천 편의 필름 라이브러리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70년대까지 LOG Company를 먹여 살린 것은 미키마우스였다.

워너-타임은 배트맨 캐릭터 하나로 매년 수 천만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전 세계 최고의 VFX 스튜디오 LMI은 매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그 적자를 해결해주는 것은 오너인 조지프 루카스의 지갑이다.

조지프 루카스는 <스타워즈> IP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다.

LMI의 적자를 해결하고 남은 돈으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할 정도다.

류지호도 똑같다.

<REMO> 영화 저작권을 통해 JHO Pictures는 OST, 대전 격투 콘솔게임, 장난감, 핀볼 게임기, 광고 등 각종 캐릭터 라이선싱으로 꾸준히 수익을 얻고 있다.

앨런 포스터가 TV시리즈를 제작하려는 것은 전적으로 캐릭터 라이선싱 때문이다.

<REMO> 시리즈가 마무리되고 3여 년이 지나면, 캐릭터 라이선싱 수익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그때 TV시리즈가 방영되어 인기를 끌게 되면, 다시 캐릭터 라이선싱 수익이 올라간다.

TV시리즈가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면 또 다시 영화 리부트 루머를 언론에 슬쩍 흘린다.

반응이 좋다면 영화화가 진행되는 것이고, 아니면 보류하고.

팬들은 <다이하드>, <터미네이터> 같은 프랜차이즈에 실망하고 지겹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런데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메이저 스튜디오는 때가 되면 다시 영화를 제작해야만 한다.

그래야 콘텐츠의 수명을 늘리면서 부가시장 수익을 일정 수준 꾸준히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도 먹고 살아야지.’


비겁한 변명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영화라는 리스크가 크고, 콘텐츠 수명이 짧은 흥행 산업 특성 상 안정적인 수익 확보는 필수니까.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06 민중의 적 : EMBARGO. (6) +2 23.09.05 2,152 86 22쪽
605 민중의 적 : EMBARGO. (5) +7 23.09.04 2,318 87 24쪽
604 민중의 적 : EMBARGO. (4) +2 23.09.04 2,211 84 25쪽
603 민중의 적 : EMBARGO. (3) +4 23.09.02 2,415 104 24쪽
602 민중의 적 : EMBARGO. (2) +2 23.09.02 2,303 73 24쪽
601 민중의 적 : EMBARGO. (1) +9 23.09.01 2,537 105 24쪽
600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2) +16 23.08.31 2,570 102 23쪽
599 총수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남자? (1) +4 23.08.30 2,542 107 25쪽
598 할리우드 겉멋 그 자체... +3 23.08.29 2,546 97 26쪽
597 안티 카페 아니겠죠? +4 23.08.28 2,449 103 25쪽
596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2) +4 23.08.26 2,547 108 24쪽
595 잡초가 아니라 꽃을 따가는 것이다. (1) +5 23.08.26 2,389 103 23쪽
594 신상필벌(信賞必罰). (4) +6 23.08.25 2,489 100 22쪽
593 신상필벌(信賞必罰). (3) +4 23.08.24 2,491 107 23쪽
592 신상필벌(信賞必罰). (2) +5 23.08.23 2,516 106 25쪽
591 신상필벌(信賞必罰). (1) +7 23.08.22 2,570 97 22쪽
590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2) +3 23.08.21 2,557 104 25쪽
589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 (1) +5 23.08.19 2,575 88 23쪽
588 인수·합병이 여의치 않을 것 같은데. +8 23.08.18 2,595 97 23쪽
587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2) +4 23.08.17 2,569 111 23쪽
586 좋아하는 것에 시간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1) +2 23.08.16 2,596 111 24쪽
585 PayMate Mafia. (3) +2 23.08.15 2,627 117 22쪽
584 PayMate Mafia. (2) +4 23.08.14 2,633 118 23쪽
583 PayMate Mafia. (1) +4 23.08.12 2,795 103 24쪽
582 두 번째 오스카! +8 23.08.11 2,698 111 23쪽
581 인간들이 배가 불렀어, 아주! +3 23.08.10 2,601 100 22쪽
580 Pix-Art. +7 23.08.09 2,582 103 23쪽
579 부자 되세요, 꼭이요~ +4 23.08.08 2,643 109 27쪽
578 마치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것처럼.... +8 23.08.07 2,650 107 22쪽
577 흘러가게 놔두라고 하십니다. +6 23.08.05 2,720 100 2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