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21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0.12.31 17:53
조회
980
추천
4
글자
4쪽

제 1 부 운명 (2)

DUMMY

-2-


젖먹이를 안고 도주하는 남매가

산 정상을 향해

힘겹게 나아가고 있을 때,


그들을 쫓는 한 무리의 사내들은

산 아래의 큰 길에 당도해 있었다.


삼십여 명 정도로 보이는, 추격자들은

갑자기 끊어진

사냥감의 흔적을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각자가 짊어진 무장(武裝)만 다를 뿐

검은 색으로 복장을 통일한 그들은,

두셋씩 짝을 지어

근처의 여기저기를

세밀하게 훑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거구의 사내 하나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부하들의 수색을 지켜보고 있었다.


날벌레 하나가 날아와

사내의 신경을 긁었다.


손을 휘저어 벌레를 쫓아내던

그의 시야에

신발에 묻은 흙이 들어왔다.


그는 짜증이 배가된 얼굴로

허리를 숙여

자신의 가죽신에 묻은

흙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그때, 등에 칼 두 자루를 엇갈려 맨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산 위로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저 아래 갈림길까지

길 쪽으로는 지나간 흔적이 없습니다만,

산 입구 쪽에는

무언가 날카로운 것으로

나뭇가지를 쳐내고

위쪽으로 나아간 흔적이 있습니다.


잘린 가지의 단면에

수액이 말라있지 않고

여전히 흐르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리 오래된 것 같진 않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여기서 산을 넘으려 한다는 건,

동쪽으로는 아니라는 것이고...

그렇다면...”


거구의 사내는 말을 멈추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여기서 산으로 올라간 것이 확실하다면,

공주 쪽이 아니라

온양 방향으로

도주하려는 심산일 것이다.


주어진 인원도, 시간도 한정적이다.

그는 선택해야만 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고민하던 사내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한 번 돌아보았다.


결심을 끝낸 그는

여기저기 흩어져 열심히 수색 중인

수하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여기서 두 패로 나뉘자.


현수는 애들 열 명 정도를 데리고

가까운 역참으로 가서 말을 빌려라.


너희는

온양 쪽으로

미리 앞질러 가있는 것이 좋겠다.


우리 모두 올라가서 산 속을 뒤지다가

혹시라도 놓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거구의 사내가

자신의 품속에서 마패를 꺼내 내밀자,

‘현수’라 짐작되는 수하 하나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마패를 받았다.


“이 산을 넘으면 온양이 바로 지척이다.


길은 어차피 하나뿐이니

만약 우리가 잡지 못한다 해도

너희 쪽으로 반드시 걸려들 것이다.”


“알겠습니다.”


“모두 방심하지 마라.


그날 밤 반촌에서 있었던 일을

절대 잊어선 안 된다...


비록 저잣거리의 술꾼들 사이에서

알려진 이름이라도,

세인들의 입에

한양 최고의 칼잡이라고 오르내릴 정도면

절대 쉬운 놈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그날,

저놈만 도망쳤고...


기껏해야 기방 경비나 서는

불한당 한 놈에게

칼로 나라의 녹을 먹는 우리가

당할 리야 없겠지만,


신중해야 한다.”


“넷!”


우두머리의 신중한 당부에

도열해있던 수하들 모두가

입을 맞춰 대답하며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거구의 사내가 고개를 돌려

마패를 챙긴 현수라는 부하에게 말했다.


“만약에 저들이 우리에게서 벗어나

너희에게 걸려든다면,

굳이 사로잡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젖먹이까지 포함해서 셋 모두,

모가지만 가져가도 아무 문제없다.


하명 받은 사항도 그렇고,


그쪽에

그놈들의 얼굴을

확인해줄 사람도 있으니.”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현수라는 사내가

짧게 대답하고 고개를 숙인 후

한 무리의 수하들을 이끌고 자리를 뜨자,


거구의 사내가

자신의 앞에 남아있는 수하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우리도 움직이자.


셋씩 조를 짜라.


달이 뜨질 않았으니 부싯돌도 잘 챙겨라.


여차하면 산에 불을 질러서라도

몰아버릴 것이니.”


“넷!”


우두머리를 선두로

흑색(黑色)의 사내들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조금만 쉬겠습니다 22.06.16 76 0 -
공지 연재일 변경 알림 21.09.27 87 0 -
공지 4부 목차 21.09.27 84 0 -
공지 3부 목차 21.05.18 80 0 -
공지 2부 목차 21.03.27 110 0 -
공지 1부 목차 20.12.29 182 0 -
공지 일러두기 20.12.29 404 0 -
221 제 4 부 개화(開花) (115) 22.07.06 85 1 13쪽
220 제 4 부 개화(開花) (114) +1 22.07.04 62 1 10쪽
219 제 4 부 개화(開花) (113) 22.07.01 62 1 11쪽
218 제 4 부 개화(開花) (112) 22.06.29 59 1 15쪽
217 제 4 부 개화(開花) (111) 22.06.27 67 1 13쪽
216 제 4 부 개화(開花) (110) 22.06.14 71 1 14쪽
215 제 4 부 개화(開花) (109) 22.06.10 71 1 9쪽
214 제 4 부 개화(開花) (108) 22.06.08 69 1 10쪽
213 제 4 부 개화(開花) (107) 22.06.06 82 1 11쪽
212 제 4 부 개화(開花) (106) 22.06.03 86 1 9쪽
211 제 4 부 개화(開花) (105) 22.06.01 75 1 7쪽
210 제 4 부 개화(開花) (104) 22.05.30 68 1 8쪽
209 제 4 부 개화(開花) (103) +1 22.05.27 90 1 7쪽
208 제 4 부 개화(開花) (102) 22.05.25 70 1 7쪽
207 제 4 부 개화(開花) (101) 22.05.23 75 1 7쪽
206 제 4 부 개화(開花) (100) 22.05.20 77 1 13쪽
205 제 4 부 개화(開花) (99) 22.05.18 70 1 7쪽
204 제 4 부 개화(開花) (98) 22.05.16 69 0 7쪽
203 제 4 부 개화(開花) (97) 22.05.13 71 1 8쪽
202 제 4 부 개화(開花) (96) 22.05.11 89 1 6쪽
201 제 4 부 개화(開花) (95) 22.05.09 92 1 6쪽
200 제 4 부 개화(開花) (94) 22.05.06 92 1 9쪽
199 제 4 부 개화(開花) (93) 22.05.04 97 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