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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09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6.10 21:12
조회
70
추천
1
글자
9쪽

제 4 부 개화(開花) (109)

DUMMY

-43-


금강굴 안에서 시작된 연기가

바깥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기의 강도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짙고 무거워서


활을 겨눈 궁수들의 시야가

점차 막혀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이랑과 삼랑의 초조함이

커져가기 시작했다.


저 정도 연기라면,

책사의 신상에

안 좋은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그들의 걱정은


그들에게서

점차 여유를 빼앗아 갔고


점점 무거워진 초조함은

결국 조바심으로 바뀌어갔다.


삼랑이 이랑에게 말했다.


"위험할지 몰라도,

우리가 먼저 들어가자.


이렇게 기다리기만 하다가

책사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안 돼."


이랑도 삼랑만큼

조바심이 나긴 마찬가지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조금만...조금만 더, 기다려보세.


하나라도 뭔가가 튀어나오면,

그때 바로 들어가자."


"..........."


이랑의 신중한 답변에

삼랑도 더 이상 재촉하지 않았다.


이심전심이라고,

그들 사이엔

굳이 더 따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안현수도 긴장을 억누르며

짙은 연기의 한가운데를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 곧

무언가가 튀어나올 것이다.


귀신이 아닌 이상,


저 정도 연기면

사람이든 짐승이든

더 버티기 힘들어.'




그때,

굴 안에서 연기를 뚫고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긴장이 극에 달했던 궁수들이

일제히 화살을 날렸다.


그러나

굴 안에서 튀어나온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집어던졌던

불붙은 옷 보따리 두 개였다.




엇?


노렸던 목표가 아닌,

보따리 두 개에

화살을 소비한 궁수들이

급히 다시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첫 발부터 계획이 어긋난

궁수들이 허둥대고 있을 때,


또 다시 굴 안에서

불붙은 보따리 두 개가 날아왔다.


이번에 날아온

불붙은 보따리는

처음보다 훨씬 더 멀리 나아가


궁수 중 한 명의 얼굴에

정통으로 맞았다.




크악!


얼굴에 불을 맞고,

옷에 불이 옮겨 붙은 궁수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을 굴렀다.


근처에 서있던 다른 궁수들이

활을 내려놓고

동료의 몸에 붙은 불을 꺼주려

서둘러 움직였다.




그때,

또 다시 불보따리가

두 개 더 날아왔다.


이번엔 궁수들의 앞에서

방어진을 짜고 있던

흑랑의 살수 둘에게 불을 붙였다.


옷에 들러붙은 화마가

살수들의 검은 옷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으악!


보따리에 맞은

흑랑의 조원 두 명이

비명을 지르며


몸에 붙은 불을 끄려

땅바닥을 굴렀다.


제 아무리

부동의 침묵을

오랫동안 훈련받은

구월산의 살수들이라 해도


불이 주는 공포는

모든 생물에게 본능으로 내재된

원초적인 것이라,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바로 전에

궁수 한 명이

참혹한 꼴을 당하지 않았는가.




이리저리 흩어진 궁수들을 향해

또 다시 보따리들이 날아갔다.


뒤이어 날아든

두 개의 불 보따리는

사람에게 맞진 않았지만,


궁수들의 진형을

망가트리는데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날아온

두 개의 불 보따리는

궁수 두 명의 옷에 불을 붙이고

근처의 숲에 옮겨 붙었다.




자신들이 던져 넣었던

열 개의 불 보따리에

오히려 역공을 당한

안현수의 패거리는,


큰 혼란에 빠져

순식간에 흩어졌다.


안현수가 급히 앞으로 나서며

소리를 질렀다.


"정신 차려라!


불이 붙은 사람만 놔두고

다시 진형을 짜라.


이러다 다 죽는다!"


그러나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안현수의 옆에 선 궁수들은

열 명이 채 되지 못했다.


난감한 상황에 빠진 안현수가

주변을 돌아보니,


금군 무사들은

최성호를 중심으로 모여들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었고,


그나마

흑랑의 살수들이 침착하게

다시 진형을 짜고 있었다.


그런데

이랑과 삼랑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그들이,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 판단하고


책사를 구하러

굴 안으로 뛰어들었던 것이다.


'이런, 하필 지금...낭패다.

빨리 대오를 갖춰야한다.'


흑랑의 고수 두 명의

부재를 확인한 안현수가

칼을 빼들고

부하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다시 진형을 짜라!

안 그러면 내 손에 죽을 것이다!"


안현수의 협박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는지,


열두 명의 궁수들이

다시 그의 주변에 모여들어

진형을 이루었다.




그때,


연기를 뚫고 굴 안에서

무언가가

강렬한 기세로 튀어나왔다.


지금 튀어나온 것이 무엇인지

연기에 가려 보이질 않았지만,


일단 궁수들의 활에서

화살 열두 발이

그것을 향해 날아갔다.




뻐버벅!!!


무언가 방패 같은 것에

화살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다.


'응? 이건 뭔가 이상한데?'


화살이 박히는 소리를 들은

안현수가 강한 위화감을 느끼고

더더욱 집중력을 높여

정면을 주시했다.




잠시 후,


커더란 탁자를 방패처럼 세우고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사내 하나가

안현수의 눈에 들어왔다.


그 사내는,

화살이 박힌 탁자로

자신의 몸을 방어하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돌진하고 있었다.


마치 사냥꾼들을 향해

맹렬히 달려드는 멧돼지처럼,

사내의 돌격은 사납고 무서웠다.




"쏴라! 빨리 쏴라!"


당황한 안현수가

주변의 부하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일제사격은

이미 무리였는지라,


준비된 사수부터

달려드는 사내를 향해

화살을 날렸다.




뻑! 뻑! 뻑!


화살 세 발이 더 날아가

탁자에 꽂혔으나,

사내의 돌진을 막을 수 없었다.


탁자를 방패삼아 돌진한 사내가

결국 궁수들 둘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쿵!


강력한 돌진에 충돌한

궁수 둘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서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사내가

또 다른 궁수들을 향해

탁자를 집어던졌다.


또 한 명의 궁수가 탁자에 맞아

그대로 고꾸라졌다.


이제 궁수들의 공격은

더 이상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굴 주변의 숲에 옮겨 붙은 불이

어느새 상당히 커져서

그들의 퇴로를 막고 있었고,


궁수들의 진형은 처참히 무너졌다.


적에게 타격을 입힐 만한

위치와 거리가 사라진 이상,

이제 활은 무용지물이었다.




탁자까지 집어던지고 나서야

사내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온전히 드러났다.


적의 모습을

그제야 온전히 확인한

안현수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세월이 한참을 흘렀어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집채만 한 바위를 집어던져

금군의 동료들을 짓이긴,

그 곰 같은 사내의 모습을...


그 사내는 김덕관이었다.




덕관의 모습을 본 안현수가

공포에 질려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 안현수의 옆으로,


궁수들이 활을 집어던지고

칼을 뽑아들었다.


최성호를 필두로

금군무사들도 달려들었다.




덕관이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고,


궁수 하나의 멱살을 잡아

망치 같은 주먹을

그의 얼굴에 꽂아 넣었다.


쾅!


엄청난 소리가

멱살을 잡힌 궁수의 머리에서

들려오더니,


마치

땅바닥에 내던져진 개구리마냥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주먹 한 방에

사람을 골로 보내버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

덕관의 공격이었다.


두개골이 부서진 듯,

이마 근처가 함몰되어

이미 숨이 끊어진 궁수의 시체를,

쓰레기 버리듯 던져버린 덕관이


방금 전 자신이 죽인 사내가

땅에 떨어트린 칼을

천천히 집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사내들의 움직임이 일순 정지했다.


그들의 본능이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덤비면 죽는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자신을 둘러싼 적들을 보며

덕관이 입을 열었다.


"덤벼라. 이 새끼들아.

다 짓이겨주마."


마치 분노한 부동명왕과도 같은,


덕관의 무시무시한 위용에

감히 아무도

선공을 내지르지 못했으나

그들도 곧 선택을 해야 했다.


이미 숲으로 옮겨 붙은 불로

퇴로가 막혔고,

앞은 단 한 명의 적뿐이었다.


가장 빨리 선택을 끝낸 사람은

최성호였다.


금군의 무사들이

최성호를 선두로

덕관에게 달려들었다.




덕관의 머리와 몸통, 다리를 향해

동시에 세 방향에서

무사들의 칼이 날아들었다.


덕관은

크게 칼을 휘둘러

머리로 날아드는

적의 공격을 쳐내고,


다리를 노린 공격을 피해냈으나,


몸통을 노린 공격만은

완벽히 흘려내지 못했다.


덕관의 옆구리를

무사 하나의 칼이

얕게 베고 지나갔으나,

다행이 깊지는 않았다.


피가 터진 상처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덕관이 재빨리 손을 뻗어

자신의 옆구리를 벤

무사의 멱살을 잡아

확 끌어당겼다.




억,


덕관의 엄청난 악력에 의해,


어떻게 버텨볼 틈도 없이

훅 하고 적의 눈앞으로 끌려간

무사의 눈에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덕관이

무사의 몸을 한손으로 들어 올려

바닥에 있는 작은 바위를 향해

머리부터 메다꽂았다.




쾅!


허공으로 높이 들렸다가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져

바위에 직격한 무사의 몸에서

경련이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으깨진 머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며,

뇌수가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금군무사들의 발이

그대로 멈췄다.


자신들의 앞에 서있는 거한이

정녕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옆구리에서 피를 흘리며,

덕관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무사들이 한 발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본 덕관이 크게 소리쳤다.


"시간 없다. 이 피라미들아.

한꺼번에 덤벼라.


다 찢어 죽여주마."


덕관의 무자비한 선언에,

무사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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