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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10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5.09 04:17
조회
91
추천
1
글자
6쪽

제 4 부 개화(開花) (95)

DUMMY

그때,

흑호의 시선 옆쪽으로

굵은 소나무 하나가 언뜻 지나갔다.


그제야

흑호의 헝클어졌던 머릿속이

선명하게 하나의 생각으로 정리되었다.


‘찾았다!


지형지물을 이용하면 된다.


앞으로 한 발 뛰어 들어가면서

비차를 눈앞으로 던져

최대한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최대한 빨리 저 나무 뒤로 숨는다.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


상대의 호흡과

내 호흡이 일치해버리면

그냥 죽는다.


내 호흡이

조금 느리거나 조금 빠르거나,

아주 미세하게 엇갈려야한다...


됐다. 더 이상의 방법은 없다.

움직이자.’




드디어 고민을 끝낸 흑호가

비차를 천천히 눈앞으로 들어 올리며

긴 침묵을 깼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오,

어르신...


기세가 워낙 사나우셔서 말이오.”


흑호의 입이 열리고

미세하게나마 움직임을 보이자,


한용덕도

결전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깨달았다.


한용덕이 무겁게 말했다.


“무슨 수를 냈는지는 모르지만,

절대 도망치지마라.


무사 대 무사로서 승부를 보자꾸나.”


“날 원망하지 마시오.


어르신께 호감이 있으면 있었지,

원한은 절대 없으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일이 이리 되어서 아쉽구나...아우야.”




한용덕의 입에서 마지막에 흘러나온

자신을 향한 ‘아우’라는 호칭은,

흑호의 가슴에 꽤 큰 울림을 주었다.


흑호의 온몸은

가시 돋친 고슴도치처럼

날카롭게 날이 서있었지만,


흑호의 마음은

어느새 부드러운 대답을

입 밖으로 내보내고 있었다.


“.....고맙소, 아우라고 불러주셔서...


하지만

이미 지나간 날들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소.”




흑호의 목소리에

살짝 아쉬움이 물들었던

그 짧은 한 순간,


한용덕의 몸이

크게 앞으로 나아가며

주변의 공간을 모두 잘라버릴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적의 머리를 향해 천참이 날아갔다.


자신이 먼저 치고 들어갈 작정이었던

흑호는

한용덕의 선공에 깜짝 놀랐지만,

결코 당황하거나 허둥대지는 않았다.


처음의 작전을 본능적으로 수정해,

뒤로 도약하듯 튀어나가며

한용덕의 눈을 향해 비차를 날렸다.


그러나 한용덕은

자신의 눈앞으로 날아오는 비차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상황에서

한 번 더 두 손에 힘을 주어

천참의 속도를 가속시켰다.


그러자

빨라진 천참의 속도를 따라

한용덕의 몸이

자연스럽게 앞으로 숙여졌고,


흑호가 견제용으로만 쓰고

다시 바로 회수하려했던

비차의 칼날이


한용덕의 오른쪽 어깨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헉,


흑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예정대로라면 비차는

다시 자신의 손에

되돌아 와있어야 했고,


자신의 몸은

소나무의 뒤에 위치해 있어야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몸은

균형을 잃고 넘어지기 직전이었다.


비차와 자신을 이어준 끈이

오히려 그를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안 돼!!! 이러다 죽는다!’


실로 찰나의 순간에 흑호는

자신의 무기를 놓아버리는

극단의 선택을 했고,


몸이 자유로워지자마자

체면이고 자세고 따질 틈도 없이

땅바닥을 굴러 옆으로 도망쳤다.




쾅!


천둥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며,


천참에 직격당한 굵은 소나무가

두 갈래로 쩍 갈라졌다.


마치 번개에 맞은 듯,

나무는 거의 뿌리부근까지

처참한 상흔을 입었다.


자신의 무기까지 버리는

치욕적인 선택을 통해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쪼개진 소나무를 본 흑호는

실로 간담이 서늘했다.


저 정도의 위력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원래 생각대로 움직였으면,

저 나무와 함께 이미 죽었겠구나.


정말 엄청난 위력의 참격이다.’




상대의 기량을 잘못 파악하는 바람에

삼도천의 바로 앞까지 갔다가

겨우 되돌아온 흑호가

다시 몸을 일으키자마자,


한용덕이

자신의 어깨에 박힌 비차를

뽑을 생각도 하지 않고,

성난 호랑이처럼 달려들었다.


이번엔 위아래가 아닌

좌우를 가르는 베기로


천참의 시퍼런 칼날이

흑호의 허리를 두 동강 내러

날아오고 있었다.


‘두 번째 공격으로

허리를 노려주어서 정말 다행이다!’


달려드는 한용덕의 자세를 보며

자신의 행운에 감사한 흑호가

발끝에 힘을 주어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높이 솟아올랐다.


어차피 무기마저 없는 빈손이었으므로,

흑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았다.




천참의 칼날이 허공을 가르고

흑호의 몸이 마치 새처럼 날아

한용덕의 머리를 뛰어넘었다.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가는 흑호를

착지의 순간에 잘라버리려고,


천참이 한용덕의 몸과 함께

다시금 한 바퀴 매섭게 회전했다.


그런데

흑호의 다음 수가 정말 기발했다.


공중에서

한용덕의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그대로 몸을 확 비틀며 떨어졌다.




억,


한용덕의 입에서

고통의 단말마가 터져 나왔다.


흑호의 손아귀에 잡힌 머리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목부터 비틀리며 꺾이면서


아찔한 고통이

경추부근에 밀려왔기 때문이다.


천참과 함께

빠른 속도로 회전하던 자신의 몸과

반대방향으로 가해진 힘이었기에

그 충격은 상당했다.


한용덕이 이를 악물며

발끝에 힘을 주어

회전력을 최대한 줄이면서,


목이 완전히 꺾여나가기 전에

흑호의 공격이 가해지는 방향에 맞춰

급히 몸을 돌렸다.




우둑, 하는 기분 나쁜 소리가 들리며

반쯤 비틀렸던 한용덕의 목이

겨우 살아났다.


그러나

이미 중심을 잃은 한용덕의 몸은

흑호의 몸과 함께

땅바닥으로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렇게

둘 다 땅에 쓰러지자마자,


그나마 충격이 덜했던 흑호가

번개처럼 손을 놀려


한용덕의 어깻죽지에 박혀있는

비차를 뽑아

그의 목을 뱀처럼 휘감았다.




윽....


한용덕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오늘만 벌써 두 번째,

흑호에게 목이 졸린 한용덕은


결국 천참을 내려놓고

자신의 목을 파고드는 비차의 줄을

두 손으로 잡아

최대한 버틸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자신의 몸 뒤로 돌아가

목을 조르고 있던 흑호가

입을 열었다.


“잘 가시오. 형님...


형님의 무(武)는, 정말 대단했소.


진심으로 존경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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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제 4 부 개화(開花) (115) 22.07.06 85 1 13쪽
220 제 4 부 개화(開花) (114) +1 22.07.04 62 1 10쪽
219 제 4 부 개화(開花) (113) 22.07.01 62 1 11쪽
218 제 4 부 개화(開花) (112) 22.06.29 58 1 15쪽
217 제 4 부 개화(開花) (111) 22.06.27 67 1 13쪽
216 제 4 부 개화(開花) (110) 22.06.14 70 1 14쪽
215 제 4 부 개화(開花) (109) 22.06.10 71 1 9쪽
214 제 4 부 개화(開花) (108) 22.06.08 69 1 10쪽
213 제 4 부 개화(開花) (107) 22.06.06 81 1 11쪽
212 제 4 부 개화(開花) (106) 22.06.03 85 1 9쪽
211 제 4 부 개화(開花) (105) 22.06.01 75 1 7쪽
210 제 4 부 개화(開花) (104) 22.05.30 67 1 8쪽
209 제 4 부 개화(開花) (103) +1 22.05.27 90 1 7쪽
208 제 4 부 개화(開花) (102) 22.05.25 69 1 7쪽
207 제 4 부 개화(開花) (101) 22.05.23 75 1 7쪽
206 제 4 부 개화(開花) (100) 22.05.20 77 1 13쪽
205 제 4 부 개화(開花) (99) 22.05.18 70 1 7쪽
204 제 4 부 개화(開花) (98) 22.05.16 68 0 7쪽
203 제 4 부 개화(開花) (97) 22.05.13 70 1 8쪽
202 제 4 부 개화(開花) (96) 22.05.11 89 1 6쪽
» 제 4 부 개화(開花) (95) 22.05.09 92 1 6쪽
200 제 4 부 개화(開花) (94) 22.05.06 92 1 9쪽
199 제 4 부 개화(開花) (93) 22.05.04 9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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