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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17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5.13 04:29
조회
70
추천
1
글자
8쪽

제 4 부 개화(開花) (97)

DUMMY

-34-


흑랑의 최고 살수 두 명과

동시에 공방을 주고받던 구대성은,


싸움에 집중하느라

주변을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두 번째 격돌부터는

이랑과 삼랑의 공격조합이

처음과 다소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둘의 매끄러운 연속 공격이

첫 번째 격돌의 핵심이었다면,


두 번째 격돌에서는

한 명은 방어를 한 명은 공격을

전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찌르기를 전담하는 이랑이

공격에 치중했고,


베기를 전담하는 삼랑이

방어에 치중했다.


그러나

구대성의 급소를

집요하게 노린다는 점에서


이랑의 일섬은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고,


선공을 하기 보단

주로 역습을 노리는

구대성의 방식은


삼랑의 월참에게

초조함을 가중시켰다.




자신의 옆구리를 노린

이랑의 찌르기를

벽오를 움직여

가볍게 쳐낸 구대성이


재빨리 손을 쭉 뻗어

관수(貫手)로

적의 두 눈을 노렸다.


오른손의 중지로 중심을 잡고,

검지와 약지로 양쪽 눈을 찌르는

구대성의 필살기 중 하나였다.




대부분의 싸움에서 눈 찌르기는

검지와 중지를 이용한

두 손가락 공격이 많은데,


구대성의 눈 찌르기는

세 손가락을 쓴 것이라

정확도와 성공도가 남달랐다.


마치 택견꾼들의 ‘코침주기’처럼

손바닥의 장심부분으로

코를 노리는 듯 들어오다가,


중지를 콧잔등에 살짝 얹어

상대의 시야를 가림과 동시에

검지와 약지로

양쪽 눈을 동시에 찌르는 방식이었다.


중심을 잡아주는 중지는 쭉 펴고

찌르는 검지와 약지는 구부리는 것이

핵심으로,


제대로 들어가면

실명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방에

적의 전투력 대부분을 없앨 수 있는

무서운 공격이었다.


설령 약하게 들어간다 해도

순간적으로 모든 방어가 해제되며


무방비나 마찬가지인

빈틈을 내주게 되기 때문에


상대가 받는 타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구대성의 눈 찌르기에

이랑이 꼼짝없이 당하기 직전,


삼랑이

구대성의 뻗어진 팔을 노리고

칼을 휘두름과 동시에


한손으론

이랑의 뒷덜미를 잡아

재빨리 낚아챘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팔을 노린 베기는,


나갔던 손을

다시 회수하는 수밖엔

딱히 피할 방법이 없었다.


손가락 끝에 살짝

피부의 감촉을 느끼자마자


구대성은

얼른 팔꿈치를 접어

나갔던 손을 되돌렸고,


아슬아슬하게

삼랑의 칼이

그의 손등을 스치듯 지나갔다.




구대성이 한 발 더 뒤로 물러나

안전한 간격을 잡은 후,

적들의 상태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눈을 찔린 이랑이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부비며 괴로워하고 있었고,


그런 동료를 지켜주려는 듯


삼랑이

자신의 등 뒤에 이랑을 두고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한 호흡에 이루어진

삼랑의 베기와 잡아채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다소 약하게

이랑의 양쪽 눈두덩을 건드린 구대성이

무척이나 아쉬운 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조금 얕았나...

거의 다 잡았었는데...


네놈, 좋은 동료를 뒀구나.”




그때였다.


갑자기 산 아래쪽에서

또 다시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오며

묘향산 곳곳에

큰 소리가 강하게 울려 퍼졌다.


이번의 굉음은

칠성각 방향이었다.


대웅전 쪽에서 울린

첫 번째의 굉음이

총통이 발사될 때 터져 나오는

폭발음에 가까웠다면,


칠성각 쪽에서 울린

두 번째의 굉음은

무언가 커다란 것이

부서져 내릴 때 터져 나오는

붕괴음에 더 가까웠다.


아쉬워하던 구대성도,


강력한 적과 마주선

이랑과 삼랑도

모두 주의를 돌릴 수밖에 없는

큰 소리였다.




굉음이 들려온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린 구대성의 눈에

실로 충격적인 광경이 들어왔다.


한용덕이 땅에 쓰러져있었고,


그런 그를 향해

마치 명복을 빌어주듯

흑호가 합장을 한 채 고개를 숙이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구대성이

순간 이성을 잃었다.


앞에 있는 적들을 팽개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쓰러진 한용덕을 향해

번개처럼 구대성의 몸이 튀어나갔다.


“한동지!!!”




그때,


한용덕의 패배를

마치 모두에게 알리려는 것처럼,

쾅 소리와 함께

칠성각 쪽에서 거대한 불길이

밤하늘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확 치솟아 올랐다.


하늘에 고고히 떠있는

보름달의 빛을

자기가 대신하겠다는 것처럼,


무너진 칠성각 안에서

사납게 튀어나온 커더란 화마가

주변의 모든 것을 환하게 밝혔다.


그 거센 불길은

멀리 떨어진 원적암의 연무장까지도

한순간 밝게 만들 정도였고,


칠성각이 완전히 붕괴되는 굉음은

산 전체의 공기를 크게 흔들었다.




쓰러진 한용덕을 향해 튀어나가던

구대성의 발이 그 순간 멈칫했고,


그 잠깐의 틈이

흑호의 목을

구대성의 칼로부터 지켜줄 수 있었다.


아래쪽애서 들려온 굉음과

한용덕을 부르는 구대성의 절규,


하늘로 타오르는 불길과

칠성각의 붕괴음,


그리고 잠시 후 터져 나온

구대성의 표호...




흑호는

그 찰나의 순간에

본능적으로 앞을 향해 몸을 날렸다.


분노의 일갈을 내뱉으며 휘두른

구대성의 칼이

흑호의 등을 살짝 베고 지나갔다.


등 쪽에서 칼날이 파고드는

섬뜩한 느낌을 받은 흑호가


땅바닥을 크게 두 바퀴 굴러

거리를 벌린 후,

바로 비차를 뽑아들었고,


이랑과 삼랑도 어느새

흑호의 양 옆에 달려와 있었다.


그러나

바짝 긴장한 그들의 상태와는 달리

적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구대성이 칼까지 내던지고

한용덕을 품에 안고서

크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동지!!! 한동지!!! 정신 차려요!!!


한형!!! 눈 좀 떠봐요!!!”


그 모습을 본 이랑과 삼랑이

바로 달려 나가려하자,

흑호가 그들을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


“잠시 기다려라.


지금 들이치는 것은

저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흑호의 예상치 못한 제지에

복면 속에서 빛나던

이랑과 삼랑의 눈이 마구 흔들렸다.


그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었을 것이다.


지금 공격하면

모두 쉽게 끝날 일이었는데,

왜 굳이...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알고도 남음이 있다는 듯,

흑호가 몇 마디를 덧붙였다.


“서로를 가슴깊이 인정하며

긴 세월동안 등을 맞대고

같이 세상을 버텨온,


진정한 친구사이인 두 분이다.


그러니,

홀로 남은 한 분께

오랜 벗과 작별할 시간은

잠깐 드리자꾸나...”


“하지만...조장님,


저 자는

그렇게 사정을 봐줄 만큼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방금 전,

구대성의 손에

저승길로 떠날 뻔했던 이랑이

강하게 이견을 피력했다.


삼랑도 말만 하지 않았을 뿐,

그와 같은 생각이라는 듯

흑호를 쳐다보았다.


흑호가 다시 말했다.


“어차피 곧 내 손으로,


저 형님도

벗의 곁으로 보내드릴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서두르지 마라.


어차피 도망갈 사람도 아니니...


그리고 지난 인연을 봐서라도,


내가 대성형님께

그 정도는 해드려야지 않겠나 싶다.”


흑호의 복잡한 심경이

숨김없이 드러나는 말에

이랑과 삼랑도

결국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혼란스러운 머릿속과

심란한 마음을 억누르며,


그들은

한용덕의 식어가는 몸을

마구 흔들어대는

구대성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산을 울렸던 굉음도

어느새 가라앉고,


금방이라도 달에 닿을 것처럼

치솟던 불길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원적암의 마당엔

다시금 고요한 달빛이 찾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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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제 4 부 개화(開花) (115) 22.07.06 85 1 13쪽
220 제 4 부 개화(開花) (114) +1 22.07.04 62 1 10쪽
219 제 4 부 개화(開花) (113) 22.07.01 62 1 11쪽
218 제 4 부 개화(開花) (112) 22.06.29 59 1 15쪽
217 제 4 부 개화(開花) (111) 22.06.27 67 1 13쪽
216 제 4 부 개화(開花) (110) 22.06.14 71 1 14쪽
215 제 4 부 개화(開花) (109) 22.06.10 71 1 9쪽
214 제 4 부 개화(開花) (108) 22.06.08 69 1 10쪽
213 제 4 부 개화(開花) (107) 22.06.06 82 1 11쪽
212 제 4 부 개화(開花) (106) 22.06.03 86 1 9쪽
211 제 4 부 개화(開花) (105) 22.06.01 75 1 7쪽
210 제 4 부 개화(開花) (104) 22.05.30 67 1 8쪽
209 제 4 부 개화(開花) (103) +1 22.05.27 90 1 7쪽
208 제 4 부 개화(開花) (102) 22.05.25 70 1 7쪽
207 제 4 부 개화(開花) (101) 22.05.23 75 1 7쪽
206 제 4 부 개화(開花) (100) 22.05.20 77 1 13쪽
205 제 4 부 개화(開花) (99) 22.05.18 70 1 7쪽
204 제 4 부 개화(開花) (98) 22.05.16 69 0 7쪽
» 제 4 부 개화(開花) (97) 22.05.13 71 1 8쪽
202 제 4 부 개화(開花) (96) 22.05.11 89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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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제 4 부 개화(開花) (94) 22.05.06 92 1 9쪽
199 제 4 부 개화(開花) (93) 22.05.04 9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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