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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風 님의 서재입니다.

검계(劍契)이야기 두 번째 -파천(조선, 1596)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일반소설

南風
그림/삽화
渡海
작품등록일 :
2020.12.29 16:07
최근연재일 :
2022.07.06 20:09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38,605
추천수 :
340
글자수 :
758,510

작성
22.06.08 19:55
조회
68
추천
1
글자
10쪽

제 4 부 개화(開花) (108)

DUMMY

-42-


금강굴 앞에 모여든

서른 명의 사내들은,


습격에 관한 역할 분담을 위해

각 진영의 수장끼리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시작했다.


사냥개들의 두목인 안현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일단,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의

생사여부는

우리의 임무와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흑랑의 움직임에 맞추려하오."


금군의 생존자들에게

대표로 뽑힌 최성호가

신중하게 말했다.


"안행수와

같은 임무를 받고 왔기 때문에,

우리 쪽도 마찬가지요.


다만,

이번 일과 아무 관계가 없는

백성들의 생명을

마구잡이로 뺏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하오.


부디 고려해주시오."


최성호의 말에

안현수의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언짢은 말투로 시비를 걸었다.


"최군관,


지금 그거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요?"


최성호가

안현수의 눈길을 피하며

어렵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의 임무가

어린애의 목숨을 거둬오는 것인 줄

몰랐기도 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수는 얼마나 되는지,

적인지 백성인지,


아무 것도 모르잖소.


물론 안행수가 얘기한

검계의 사내야

당연히 없애야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을 다루는 것은

좀 더 세심하고 신중히

움직여야하지 않겠소."


최성호의 망설임에

안현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하...


우리 금군 나리들이

아직도 물정을 모르시네.


얼굴도 모르는

무지렁이 농사꾼들

걱정해줄 만큼,


지금 우리 상황이

그렇게 평안하고 여유가 있소?"


안현수가

대놓고 자신을 비난하자,


최성호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말끝을 흐렸다.


"물론...안행수의 말이 맞소만...

그래도..."


그러자, 안현수가

빼도 박도 못할 핵심을 짚었다.


"내가 무슨 악귀도 아니고,


아무 힘없는 민초들이나

아직 열 살도 안 된

어린애의 목숨을 끊는 것이

나라고 좋겠소?


내가 왜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얘기하는지 아시오?


안타깝게도 내가,

그 아이의 얼굴을

모르기 때문이오."


"아......."


그제야 최성호가 탄식을 내뱉으며

안현수의 말을 긍정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싸늘한 표정으로

안현수가 말을 이었다.


"내가

확실히 얼굴을 기억하는 건,


그때 아이를 빼돌린

곰 같은 검계의 사내놈밖에 없소.


그자의 이름도,

바로 얼마 전에야

흑랑의 정보를 통해

겨우 알 수 있었소.


김덕관,


지리산 추설의

총관을 맡고 있는 자요."


"그럼,


그자만

확실히 처리하면 되는 거요?


그자가

우리의 목적인

아이를 데리고 있을 테니?"


최성호의 질문에

안현수가 다시 말했다.


"그걸 모르기 때문에

내가 그런 말을 꺼낸 거요.


내가 마지막으로

그 어린애를 본건,

태어난 지 백일쯤 된

갓난아이였는데,


그 애의 얼굴을 알리가 없잖소.


그리고 지금 저 안에

아이가 몇 명이 있는지도 모르고,


만약에라도 그 검계놈이

다른 아이를

그 아이인척 데리고 있으면


그것조차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없소.


그러니

그냥 다 없애는 것이

확실할 것 같다는 거요."


"........."


"잊지 마시오, 최군관.


어르신이 내리신 임무는

그 어린 아이의 목숨이지,


검계의 사내를

죽이라는 것이 아니요.


그자가 분명히

우리 앞을 막아서며

방해를 할 테니

같이 없애자는 것이지.


우리의 임무는

그 아이의 머리를

도성으로 가져가는 것이오.


가능하다면, 증표까지 찾아서."


"증표라니요?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소만..."


최성호가 되묻자,


안현수는 자신의 말이

쓸데없이 많았다는 것을 깨닫고

얼른 말을 돌렸다.


"......그런 게 있소.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요.


어르신께서 별도로 당부하신

작은 건이오."




그들의 대화를

신중히 듣고 있던 이랑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쪽의 사정은

확실히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만

상의하면 되겠구려."


이랑의 말을 들은

안현수가 물었다.


"부조장께선

어떻게 하실 겁니까?"


안현수가 이랑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을,


옆에서 침묵만 지키던

삼랑이 대신 답했다.


"다 죽일 거요. 우리 책사만 빼고."


삼랑의 말이

너무 짧았다 여긴 이랑이

몇 마디를 덧붙였다.


"우린

책사만 안전하게 구해내면 되니,


최대한 빨리 다 죽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란 뜻이오.


명적소리를 듣고

나머지 적들도

지금 이곳으로 오고 있을 테고,


무엇보다

우리 책사를 저들이

자유롭게 풀어놨을 리가 없으니...


아마도

저 안에 묶여있거나

가둬놓았을 거요.


그럼 우리 책사는

움직이지 못할 거고,


움직이는 나머지 사람들은

다 적일 테니

모두 죽이는 것이 맞소."


이랑의 말에


안현수의 얼굴엔 미소가 떠올랐고,

최성호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두건 안의 눈빛을 반짝이며

이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안에서 적들이

무슨 궁리를 꾸미고 있는지

아무 것도 모르니,

일단 화시를 씁시다.


저 굴 안이 어떤 구조로 되어있든

굴의 입구와 출구가 같다면,


화시를 써서 화약이 터지고

불과 연기가 피어오르면


모두 밖으로

기어 나올 수밖에 없을 거요."


안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견을 덧붙였다.


"저 안에 불붙을 것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니,


저희가

불지를 거리를 좀 마련해보지요.


근처의 마른 나뭇가지들과

나뭇잎들을 긁어모아 오겠소."


"그걸 긁어모아서

어떻게 쓰시려고?"


이랑이 묻자 안현수가 대답했다.


"애들 몇 명에게

윗도리를 벗으라고 하고,


그걸 보자기 삼아

그 안에 싸서 묶으면 되지요.


거기다 불을 붙이면

급조한 화공(火攻) 재료로는

꽤 쓸 만할 것이오.


불도 불이지만,

연기가 매워서라도

튀어나올 수밖에 없을 테니..."


이랑이 감탄한 목소리로

안현수의 작전을 칭찬했다.


"과연...아주 좋은 구상이외다."


그러자 삼랑이

신중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책사가 안에 묶여있거나

갇혀있기라도 하면,

불과 연기에

몸이 상할 수도 있으니...


너무 과하게는 하지 마시오.


적당히,

토끼 사냥을 하듯이

적당히만 합시다."


안현수가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지요.


어차피 안에 있는 놈들을

굴 밖으로

튀어나오게만 만들면 되니,


화시를 쏜 후에

그 불덩이 몇 개만 던져 넣으면

충분할 거요."


이랑이 다시 말했다.


"우린 연기가 차오르고,

사람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하면

그 틈을 타 안으로 뛰어들겠소.


책사를 구해오는 건,

나랑 삼랑 둘이면 충분하니...


나머지 조원들은

안행수가 운용하시오."


이랑의 말에

안현수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고맙습니다. 부조장."


이랑이 마무리를 했다.


"일단 첫 공격은 화시,

그리고 불붙인 나무 보따리...


나와 삼랑이

굴 안으로 들어가면,

두 번째 공격은 활이오.


학익진 형태로

둘러싸고 있다가

튀어나오는 족족 다 쏴버리시오."


안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작전에 동의했다.


"알겠소.


그럼 일단 애들과 함께

불쏘시개부터 긁어 오리다."


안현수와 최성호가

재빨리 움직여

시야에서 사라지자,


삼랑이 이랑에게 말했다.


"도끼 하나 챙겨갈까?


책사가

쇠사슬 같은 거에

묶여있을 수도 있잖아."


"그러세.

작은 거로 하나씩 챙기자고."


그렇게 작전을 정한 그들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흑랑의 조원들을 불러 모았다.


흑랑의 대원들이 앞에 모이자

이랑이 말했다.


"여기까지 살아남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 임무의 막바지다.

끝까지 죽지 말고 살아남아라."


"넷!"


낮은 목소리로 작게,

부하들이 대답하자

삼랑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활을 다 쏜 후엔,

무조건 독수를 꺼내들어라.


저 안에

어느 정도의 적이

숨어 있을지 모르니,


무조건

한 방에 보내버린다는 생각으로...

절대 망설이지 마라."


"알겠습니다."


흑랑의 대원들이

다시 한 번 조용히 대답했다.




반각도 채 되지 않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을 모으러

숲으로 갔던

안현수 일행이 돌아왔다.


안현수 일행이 준비한 보따리는

열 개 정도 되었다.


모든 준비가 끝난 그들은

대형을 갖췄다.




1열에

흑랑의 대원들이

칼을 뽑아들고

갑사 역할을 하며


궁수들을 보호하듯

대열의 맨 앞에 섰고,


2열에

사냥개 부대와

금군의 생존자들이


둥그렇게

굴의 입구를 둘러싸고

활을 겨눴다.


3열에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금군의 생존자 둘이

총통을 장전하고

대기하고 있었고,


그 모습을

안현수와 최성호가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이랑이 신호를 보냈다.


2열의 궁수들이

화시를 시위에 걸었다.


보조하는 역할을 맡은

사냥개 부대원 한 명이

긴 나뭇가지에 천을 감고,

기름을 부어 천천히 적셨다.


화시의 심지에

불을 붙이기 위함이었다.


그 일을 맡은 사람은

아까 안현수에게

싸우기 싫다고 말하던

동원이었다.




잠시 후,


준비가 모두 끝난 동원이

부싯돌을 켜

나무에 감긴 기름을 먹인 천에

불을 붙였다.


천에 불이 붙자,


동원이

궁수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화시의 심지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화시의 심지가 타들어가자,


동원은 급히 움직여

준비한 보따리에도 불을 붙였다.




"쏴라."


안현수의 명령에

화시 열다섯 발이

금강굴 안으로 날아갔다.


"던져라"


최성호의 명령에,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한

보따리 열 개가

굴 안으로 던져졌다.




금강굴 안에서

화시가 터지는 폭발음이

연이어 들리고,


작은 불꽃들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매캐한 연기가

굴 바깥으로까지 흘러나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모두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곧 모습을 드러낼 적들을

죽일 각오를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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