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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주)자룡 님의 서재입니다.

귀환했더니코인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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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룡
작품등록일 :
2022.10.27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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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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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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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여신.

DUMMY

‘이거이 느낌이 안좋다. 그러뭄서도...’


탈북남성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남자가 던져준 종이쪼가리를 한참동안 들여다 보았다. 구사일생(九死一生) 했지만, 탈북자에 대한 편견의 벽을 넘는건 지뢰밭을 뚫으며 며천미터를 수영하며 남조선에 오는 것보다 어려웠다.


“저기, 전화기네 좀 쓸수 있겠습니까?”


남자는 결정을 내린 듯 침상에서 일어나 링거가 달린 링겔대를 부여잡고선 밖을 나섰다.


“내선은 사용하실수 없으시고요. 밖에 공중전화가 있을거에요.”


훈련과정중에 서울의 표준어를 연습했지만, 평생을 북한에서만 살아온 그의 말투는 쉽사리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간호사가 힐끗 거리며 옆의 간호사와 뭔가를 수군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드르르.


링겔대를 부여잡고 밖을 향했다. 남조선에서 지원해준 휴대폰비를 내지 못하다보니, 먹통이 되버린지 꽤 되었다.


“여보시오.”


신호가 한참이나 간 다음에야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


[몸은 어떻습니까?]


변조된 음성이 수화기를 넘어서 들려왔다. 목소리만 알아도 상대방에 대한 신상정보를 얼추 짐작할수 있다. 그걸 알았는지 수화기 너머에는 추측이 불가능한 음성이 들려왔다. 상대방은 매우 신중하고 빈틈없는 사람이 확실했다.


“덕분에... 고맙수다.”


[한국에서 살기 쉽지 않죠? 내 말을 잘 들으면 더 이상 배 굶지 않고 북한에 있는 당신의 가족들도 볼수 있을겁니다.]


“탈북자 가족을 살려두는 경우는 없소.”


가족이란 얘기가 들리자 남자는 가슴에 손을 올려 환자복을 부여잡았다. 마음에 찬 바람이 불어오듯 시렸다.


[조사해봤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은 살아 있다는걸 확인했소. 증거가 필요하다면 보내주겠습니다.]


“나, 나한테 원하는게 뭐기요!”


정녕 살아 있단 말인가? 미치도록 그립다. 나혼자만 레벨업 하려고 탈북했던 건 아니었다. 남조선에서 떳떳하게 성공해서, 손 쓰기전에 모셔오고 싶었는데. 세상살이가 쉽지 않았다.


[당신의 목숨, 그것도 유효기간이 있는.]


탈북남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당신 명의의 아파트와 집안에는 생활할수 있는 돈을 금고에 넣어두었지. 당신 근처의 하늘 부동산을 찾아가면 확인 할수 있을겁니다.]


“내, 내가 뭘하면 되오?”


[짜증나는 사채업자가 한명 있는데,


-왕.


쉿!


조용히 처리해주십시오.]


‘강아지소리? 조직간의 불화인가..’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남성이 원하는건, 대한민국 치안은 절대 용서할수 없는 것을 부탁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또 배고프고 싶지 않아.


“아, 알았소.”


[마음에 들게 일처리가 된다면, 부동산 업자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겠습니다.]


-뚜뚜뚜.


공중전화부스안에서 수화기를 내려놓고선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


경기도 공장부지가 가득한 한 금형공장.


“어서오세요. 혹시 오전에 전화 주셨던?”


기름때인지, 아니면 플라스틱 가루인지가 드문드문 묻어 있던 목장갑을 벗으며 악수를 건네는 남자는 반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품을 만들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장주임이 인쇄된 설계도면을 건네며 즉각 일 얘기를 꺼넸다.


“보자, 윗부분은 한덩어리로 하고 아랫부분은 4개부분으로 나누어야 할 것 같네요. 100t짜리 사출기를 쓴다면 충분할겁니다. 혹시 생산수량은 얼마나 하실건가요?”


공장 한가운데 콘크리트 바다 위에 서서 도면을 바라보던 남성은, 걸음을 옮겨 사무실로 향했다.


“대중은 없지만, 최대한 많이 했으면 좋겠네요.”


나이든 아주머니가 경리 업무를 보는게 꼭 부부사이인 것 같기도 해보였다. 우리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선 자리에서 일어나 믹스커피를 타기 시작했다.


“5개 금형을 제작해야 하는데, 금형 제작비만 상당합니다. 대량 생산 하지 않으면 손해가 생길거에요.”


이쪽 계통의 일을 많이 맡아서 해왔을 것이다. 고객과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겪었는지 금전적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조심스런 발언을 했다.


“그건 저희쪽이 알아서 할거에요. 소재는 뭘 쓰면 좋을까요? 전 최대한 자극없는 소재였으면 좋겠는데요.”


돈에 관련된건 내 소관이어서 대답을 해주었다. 금형제작관련 일을 하는 남성이 몸을 틀어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는 돈에 대한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윗사람이라고 판단한 듯 했다.


“ABS, PC, PE, PP, PET, PVC 등이 있지만, 연질이 부드러워서 자주 사용됩니다. 기본적으로 프레스, 다이캐스팅, 블러우 기법을 이용하지만, 연질을 사용하게되면 블러우란 방법을 써야겠죠.”


오랜시간 한 업종에 종사한 사람들은 자부심이라는게 있다. 앞의 남성에게서 그게 느껴졌다. 겉으로 보기에 50줄은 되어 보이니, 군대제대를 하고서 업을 시작했다면 25년이란 시간을 기계와 씨름 했을 것이다.


“시제품은 언제쯤 받아 볼수 있을까요?”


“50일은 걸리겠는데요. 금형제작건만 5개라서...”


“좀더 앞당길수는 없을까요? 그만큼 지불하겠습니다.”


공장의 사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곤란해 했다. 사람이 두가지 표정을 한꺼번에 지을수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비용청구서는 여기로 보내주세요.”


명함을 내밀자 사장은 덥석 받아들었고,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맙습니다. 살펴가세요.”


50대중년의 남성이 공장의 작업복 같은 차림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해주었다.


“사장님, 다른 곳은 더 안둘러봐도 괜찮겠어요?”


장주임은 다른곳과 비교해서 금액을 깍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알다시피 우리 제품은 타 제품과 차별만 될뿐, 특별한 기술이 들어가는건 아니에요. 어차피 다른곳과 비교한다고 해서 비용을 절감 할순 없을거라 판단됩니다.”


소타에 올라탔고, 장주임이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았다.


****


“다녀오셨어요?”


사무실의 인테리어는 기술자들에게 켁톡 영상을 보여주며 만들어 달라는것과 동일하게 꾸며져 있었다. 업무 분위기가 좋아지면 그만큼 성과도 높아진다. 집보다 사무실이 더 좋은데, 집에 가기 싫어질테니까.


“네, 기간이 50일이나 소요된다더군요.”


원형탁자에 4명이 모여 있었다. 경리업무를 보는 박주임이 에스프레소 기계에서 커피를 뽑아 가져다 주었다.


“그럼, 그동안의 기간에 사장님이 구상하신데로 광고모델을 구해야겠네요.”


50일이라는 기간을 최주임은 아는 듯 했다. 아무래도 소재업체에서 일했던 경험이 있으니, 금형관련 업무를 맡아 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생각해둔 모델은 있으세요?”


장주임은 은근 들떠 보였다. 아무래도 연예인을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음, 제품이 칫솔이다보니 사람들이 가볍게 흘려 넘길수가 있어요. 남성에게는 두피관련 샴푸가 인상적으로 자리 잡을수 있고, 여성에게는 요리기계 관련이 잘 먹히죠. 하지만 우린 그걸 뛰어 넘어서 확고한 인상을 줘야 하거든요.”


금형제작건은 쉬웠지만, 모델선정은 쉽지가 않았다. 10여분간 아무도 쉽사리 말을 꺼내는 이가 없었다.


-띵똥.


사무실 인테리어를 하면서 도어락을 설치했다. 각 사무실에 다 설치되어 있어서 당연하게 우리도 설치했고,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리고 있었다.


“박주임, 택배 시킨거 있어요?”


“아뇨, 누가 올 리가 없는데. 나가볼게요.”


의례 사무실로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시키거나 한다. 하지만 일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된 직원들은 별것 아닌것에도 조심했기에, 자신의 물건을 주문하거나 하진 않았다.


-철커덕.


“어, 어...”


문이 열리자 황금이 가득 들어 있는 상자를 연 것처럼, 빛이 쏟아져 나오듯 눈이 부신 사람이 들어왔다.


“어, 누구세요?”


동그란 안경의 알은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쓴 여성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를 한손으로 넘겼고, 오똑 솟은 코는 자신의 미모만큼이나 높았다.


“앗, 조아라씨다.”


연예인을 좋아했는지, 장주임이 대반에 알아챘다.


“오, 사무실 죽이는데.”


앉으라는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조아라는 원형 탁자 옆에 있는 안락한 의자에 깊숙이 엉덩이를 밀어 넣고선 미니스커트 아래로 드러나는 아찔한 각선미를 내뽐기라도 하고 싶었는지, 다리를 꼬으며 앉았다.


“어, 어쩐 일이시죠?”


‘뭐지? 어떻게 내가 여기 있는걸 안거지. 그리고 왜 왔지?’


별의별 생각이 다들었지만, 내가 초능력자도 아닌 이상 상대방의 마음을 스캔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니가 그렇게 잘났어?”


박주임이 허둥지둥 대며 커피를 뽑아 조아라 앞에 대령했다. 그러자 조아라가 커피향을 맡으며 뚱딴지 같은 말을 내뱉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말이세요?”


뭐야? 왜 신경질이야. 그것도 10개월만에 만나는데.


“다른 배우들은 할리우드의 레드카펫을 밟아보고 싶어서 안달인데, 넌 뭐가 잘나서 봉감독님이 오라는데도 안오는거야.”


상기된 그녀의 얼굴은 홍조를 띄고 있었고, 장미같은 입술에서 가시돋힌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건 전에 얘기 드렸을텐데요, 그리고 보시다시피 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 있는건 어떻게 알았어요?”


이딴 얘기 할려고 여기 온거야?


“태흥기획사장에게 물었지. 그건 그거고, 아무리 네가 배우에 관심없다고 해도 추억을 간직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는게 이해가 안가. 일반인이라도 그런 기회가 생긴다면 만사 제쳐놓고 왔을 거야.”


원형 테이블에 올려 놓은 한쪽 팔 끝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부르르 떨리는게 잘못하면 한 대 칠 것 같은 모양새였다.


‘제길.’


태흥기획사장이 원체 처음부터 잘해줬고, 내가 의도한바대로 흘러가게 해준 은인이기도 했기 때문에, 가끔 술자리를 했었다.


“보시다시피 사람마다 각자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틀린겁니다.”


난 큰 성공이 필요했다. 그게 가장 중요했다. 코인 덕분에 밑천이라고 하기엔 부담스러운 금액이 생겼지만, 어쨌든 난 큰 그림을 그렸고, 그에 따라 움직였을 뿐이다.


“나는, 난 아무런 가치가 없단거야? 미국에 있는 기간동안 얼마나 힘든줄 알아!”


‘저기 조아라씨와 사장님은 무슨 사이일까요? 왜 혼나고 있는거죠...’


‘말을 아무도 안하길래, 나도 아무말 안하고 있었는데, 단역으로 조아라씨와 같이 영화찍은 것 알지 않았어?’


‘사실 알고는 있었는데, 굳이 얘기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 근데 사랑싸움이 너무 심해보이는데요.’


박주임이 두 남자와 한쪽 구석에서 소곤거리며 수다를 나누고 있었다. 원래는 자리를 피해야겠지만, 대한민국 탑오브더 탑인 여배우를 언제 또 구경해보겠냐는 마음이 더 앞섰다.


‘저게 사랑싸움이라고? 한쪽이 일방적으로 두둘겨 맞는 것도 싸움이야?’


‘그러게요, 도통 모르겠네요.’


“저기 진정좀 하세요.”


천의 얼굴을 지녔다는 조아라를 한순간이긴 했지만, 경험했다. 이 모습이 연기인지, 진짜인지. 알수가 없었다.


“하, 후련하다.”


조금전까지 관자놀이에 조그만 지렁이 같은 핏대를 세우던 그녀는 또 순식간에 선녀가 미소짓는 것처럼, 우아한 자태를 나타냈다.


‘자, 이만큼 들어줬으면 반격을 해야겠지. 내차례다.’


“다짜고...”


“내가 도와줄 것 없어? 저번에 신세진게 계속 마음에 걸렸거든.”


‘으잉? 진짜.’


안그래도 모델건 때문에 고민이었는데, 조아라가 광고모델을 해준다면. 일이 훨씬 수월하게 풀릴지도.


****


“병원이 왜케 어수선해요?”


개수정이 성형외과 의사인 남편을 보기 위해 병원을 들렸다. 그런데 하라는 일은 안하고 간호사들이 수다에 정신이 없었다.


“아, 오셨어요. 사모님 그게 아니라 이 건물에 조아라씨를 봤다는 얘기가 들려서요.”


간호사들은 사자앞의 하이에나처럼, 눈치를 살피며 불호령이라도 떨어질까봐 노심초사 했다.


“진짜? 그 탑여배우가, 이건물에 왜.”


“그건 저희도 몰라요. 밖에서 조아라씨 나올때까지 기다린다는 손님들도 있어요.”


안그래도 병원에선 앉아 있는 손님들은 휴대폰으로 친구에게 연신 톡을 보내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래도 다들 일에 집중하세요.”


“넵, 사모님.”


‘이거 나도 나가서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니야. 실물로 볼수 있는 기회가 아무 때나 주어지는건 아닌데..’


자신보다 이쁜 여자를 용서하는 여자는 없다. 특히 서광대 퀸이라 불렸던 그녀인데도, 그럼에도 사인한장이라도 받고 싶을만큼 독보적인 배우인 조아라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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