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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도토리의 글방

양자역학 세계의 최고 킬러

웹소설 > 작가연재 > SF, 판타지

완결

연필도토리
작품등록일 :
2020.05.14 18:10
최근연재일 :
2020.06.18 13: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935
추천수 :
132
글자수 :
162,057

작성
20.05.24 08:00
조회
90
추천
2
글자
10쪽

#012 배신의 기억

시즌 1은 40편까지입니다.




DUMMY

#012


K는 반말하냐는 소연이 손을 잡고 커다란 유리 앞에 섰다.

“잘 봐. 그냥 봐도 내가 더 나이 많아 보이잖아?”

“칭찬이신가보네요. 제가 되개 어려보이나봐요.”


소연은 장난치듯이 이야기하고 K의 손을 잡고 끌었다.

“이제 다 왔으니 저기서 밥먹어요. 평양 냉면집 중 이 동네 최고에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어린이대공원 후문 쪽의 이 작은 가게.

사람들 몇 명이 모여있었고, 나이든 어른신들은 저마다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북면옥이라고 여기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곳이에요. 인터넷으로도 인기가 많고,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먹던 거라 좋아해요.“


“그런거 같네요. 설명 안 하셔도 인기 있어 보이네.”


“잘 생긴 아저씨. 제가 표 뽑고 기다릴테니 저기 뒤로 들어가는 골목은 담배피워도 되는 곳이니 그동안 잘 참아오신 담배한대 피우고 오세요.저 때문에 참고 계신거같은데?“


“뭐 이리 날카로워?”


“우리 아빠가 하루에 담배 한갑씩 피는 골초양반인데...저와 엄마 때문에 담배 참으면 그렇게 앞머리에서 땀이 나거든요. “


K는 골목으로 들아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 맞다. 휴대폰.”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휴대폰을 꺼두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담배를 입에 물고 K는 휴대폰의 전원을 넣었다.


“뭐야. 이게...”


- K.급하다. 얼른 돌아와.너 정체 탄로났어.-

20여통의 전화와 함께 스티브로부터 온 똑같은 메시지.


"하필이면 왜 이럴 때?“

피우던 담배를 끄고 발로 밟아서 끈 K는 멀리 서있는 소연을 바라보았다.

손에 번호표를 들고 사람들 사이에 서있었다.


K는 뒷주머니에 있는 명함을 꺼내서 다시 한번 확인해보았다.


“미안한데 소연씨. 다음에 더 좋은 곳에서 커피 한 잔 마셔요.”


명함을 손에 꼭 쥐고 뒷 주머니에 넣으면서 K는 택시를 잡았다.

다시 자신의 차를 타기위해 테크노 마트 쪽으로 움직였다.


되게 더운 날씨.

뜨거운 화염의 날씨가 콘트리트를 녹이고 있는 여름의 어느 작은 사건이었다.


****

담배를 입에 문채로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지마자 2층 거실로 올라온 k와 스티브가 만났다.

스티브는 평소에 안 피우던 담배를 몇 대를 피웠는지 재떨이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K와 만나자마자 스티브는 쏘아대기 시작했다.


“야! 아무리그래도 전화기를 완전히 꺼 버리면 어떡하냐?”

“목소리 좀 작게 하자. 나 지금 기분 별로니까.”

K도 담배에 불을 붙이고 쇼파로 몸을 집어넣었다.


스티브도 지지 않는다.

지금은 비상사태니까.

그냥 니가 맞아 할 순 없는 거니까.


“기분이 문제야? 너 대체 어쩌다가 꼬리를 잡힌거야?”

“무슨 소리야. 나 알잖아. 꼬리 잡힐 일이 뭐 있어?”


“콩고 약쟁이 아들 놈 날려버린 날. 너 꼬리가 잡혔다고.”


순간 K는 움찔했다.

지금까지 킬러 작업 중 이렇게 뭔가 흘린 적은 처음이다보니.

그리고 사실 그는 알고 있다.

어디서 흘러 나온 이야기인지...

그래도 일단은 스티브를 위해 우겨보기로 했다.


“그 날도 아무런 문 제없어. 다 확인하고 돌아왔다고.”


스티브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K에게 보여주었다.

-콩고 아들 살해사건 CCTV -라는 검색어를 치니 많진 않지만 기사들 주르륵 보여지기 시작했다.


“너 유명해지고 싶냐? 이 정도로 너 사건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아. 이미 털려버렸구나.

편의점 CCTV까지는 신경쓰지 못 했다.

그래도 피하느라 피했는데 소연을 바라보는 순간 살짝 걸쳐버린 것 같았다.

킬러에게 가장 조심해야하는 게 방심인데.


“이건 뭐야. CCTV 카메라며, 저장된 파일이며 다 작살내고 나왔는데?”

“거기가 아니야. 네가 들어갔던 편의점이 문제인거지.”


사실 스티브에고 오늘 사건을 자랑하려고 했다.

예전 꼬시고 싶었던 편의점 아가씨와 영화관에서 만났다고.


그런데 일이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킬러로서의 K는 지금 완전히 문제가 생긴 것이다.


어쩌면 그 여자는 나를 “지목”했을지도 모른다.


내 귀 뒤에 뭍은 피 한방울을 그 여자가 봤을지도 모른다.


K는 다시 그 시간들이 느리게 하나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편의점을 나와서 귀 뒤에 뭍은 피를 인지하고 슥하고 닦았다는 기억.


하지만 그 여자..아니 소연씨는 나를 열심히 보지 않았는데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지 그 녀는 나를 완전히 기억하고 있다.

심지어 그냥 기억하는 게 아니다.

이제는 내 이름도 알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지금은 걱정되지 않는다.

이제부터 그 녀는 내 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 그럼에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와 이야기하다니 순진한거야 뭐야? )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린다.

“편의점에서 누군가가 너를 봤다는걸 경찰에 신고한거같아.”


“스티브. 그럴 수 도 있고 경찰이 찾다가 우연히 걸려든 것일 수도 있잖아. 함부러 단정 짓지말자.“


"뭐야. 이 새끼. 너 그 여자 편을 드는거야?"

"그 여자라는게 무슨 말이야? 여자가 신고 했다는 건 어떻게 확신하냐?"


스티브는 말없이 휴대폰에서 위쳇 메시지를 보여줬다.


-경찰에서 채 소연이라는 여자가 증언-


K는 머리에 망치라도 맞은 느낌이 들었다.

중국 새끼들에게 데이터 몰래 돌리는 한국 경찰도 짜증났다.

아니 검찰인가? 어느 쪽이건 개새끼들이다.


근데 내가 안심되는 건 다른 것이었다.

‘그 여자 이름은 진짜 채 소연이었구나. 다행이다. 소연씨는 나에게 거짓말 하지 않았어!‘


오히려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미쳐버린 것 같다.

이건 킬러로서 0점짜리 생각이었다.


- 채 소연을 처리하길 바람 -


중국의 조직으로부터의 위쳇의 다음 메시지는 정말 K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뭐야..이게. 왜 소연이라는 사람을 처리해야하는거지?”

“너의 얼굴을 알고있는 유일한 사람이니까.”

스티브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였다.


치익.


K는 오랜 시간 즐겨왔던 그 담배에 불이 붙는 소리가 지랄같이 싫어졌다.


“K. 너의 방식이기도 하잖아. 증인과 증거는 반드시 삭제한다. 그게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방식이잖아.“


‘야이.새끼야. 그렇게 말하지마.’

K는 당장이라도 입으로 뱉을 것 같은 말을 목 뒤쪽으로 삼켰다.


“야. 너 담배 피우지마. 냄새나니까.”

K는 스티브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리고 미안한데 스티브..”

스티브를 쳐다보는 K에게 스티브가 방금 피운 말보로를 재떨이에 지져 끄면서 말했다.


“냉장고에 있어. 냉커피. 존나 달달한 걸로.”


스티브는 창가 쪽으로 걸어가사 창문을 열었다.

“그래. 씨발. 담배는 이제 안 필게. 커피나 한 잔 먹고 처리 방법을 준비하자.“


K는 대답하지 않고 냉장고에 있는 1.5리터 물병에 들어있는 시원한 믹스커피 한통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컵에 따랐다.

스티브의 말을 단 1도 듣고 싶지 않았다.


왜 스티브가 이 커피를 타두었는지도 알고 있다.

이 달달한 커리가 내 뇌를 더욱 활동적이며, 지적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스티브. 우리 이 일을 이제 그만 둘까?”

K는 커피를 마시면서 스티브를 쳐다봤다.


“뭔 개소리야.”

창 밖을 보던 스티브가 K를 처다봤다.


“커피가 너무 달달해서 내 머리가 이상해지는거같아. 그냥 이런 커피나 달달하게 마시면서 작은 까페나 하나 할까 싶어서.“


“시발. 니가 무슨 시티헌터냐?”

스티브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우리가 지은 죄를 다 씻고 새 사람이 되겠다는거야? 미친 놈아. 그런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만큼 우리가 착하게 살아온거 아니잖아.“


스티브가 K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달달한 커피가 다시 목으로 훅 들어왔다.


기분은 더러운데 커피는 맛있었다.

K의 기분과 반대로 커피는 너무 맛있었다.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물리법칙은 역시 세상 최고의 법칙이었다.


“이 커피 너무 달달하고 맛있어. 스티브.”


K는 소파에 푹하고 몸을 맡겼다.

푹신한 소파로 몸이 그대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스티브. 오늘은 미안한데 그냥 이렇게 잠시 쉬게 놔둘래?”


“K. 그러자. 난 채 소연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사해볼테니 내일 다시 이야기해.”


K는 순간 온 몸이 오싹해졌다.


역시 커피는 달달하고 담배는 매캐했다.

그리고 언제나 그 둘은 어찌나 잘 어울리는 지 모른다.


달달한 커피와 매캐한 담배는 동시에 마시고 피워야 맛있다는 건 알겠는데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 이런 일 생기는 지는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감은 K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건 소연이나 영화가 아니었다.


그 전에 봤던 캠 트레일의 장면.

그 장면이 그 순간 K의 머리 속을 가득 채웠다.


갈라진 하늘의 틈을 순간적으로 숨기던 캠 트레일의 그 장면이 그림처럼 머리 속에 가득해졌다.


그리고 그녀를 두고온 것이 너무 미안해졌다.

어차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밥이나 같이 먹을걸 하고 생각하는 K였다.


원래라면 그는 소연이를 죽일 계획을 생각해야하는데, 지금의 그는 소연이를 살릴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다.


일단 사과는 다음에 하면 되는데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는 다음에 할 일이 아니다.



****


온 몸에 피를 줄줄 흘리며 벽의 한켠에 섰다.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데 벽 쪽으로도 붉은 피가 찍히는 느낌.


해바라기는 그를 바라본다.


여기에 들어올 때보다 더 피곤해보인다.

그런데 눈 빛은 더 강해지고 있다.


집념이라는 것.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힘.


그에게 그 것이 붙어버리니 사상 최고의 남자.

만약 인간 중 가장 강한 킬러가 누구야? 라고 묻는다면 적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모를 정도의 남자가 되어버렸다.


그 남자는 벽에 기대인 채 아래로 앉았다.

“어휴. 온 몸이 쑤신다. 잠시 쉬었다 출발하자.”


/K. 그 온 몸의 피는 어떡하지... 너무 아파 보이는데./


찌익.


K는 오른쪽 팔의 옷을 뜯어냈다.

그리고 다리쪽의 상처에 꽉 묶었다.

드러난 오른쪽 어깨에는 “memento diem”이라는 글자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K는 다시 그 문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치익.


후우~

길게 내뿜은 연기가 바닥으로 깔려 든다.


“그래. 잊지말자. 그 날. 2019년의 마지막 날 말이야.”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작가의말

어디가 과거이고.
어디가 현재일지 모를 그 ...시간 속에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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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037 거리낄 것 없는 반격 20.06.17 65 3 9쪽
36 #036 양자역학의 마법 +2 20.06.16 73 3 7쪽
35 #035 K의 죽음....그리고 20.06.16 58 3 11쪽
34 #034 완전히 포위되었다! 20.06.15 64 3 10쪽
33 #033 전쟁의 여신은 죽었다. +2 20.06.15 60 3 7쪽
32 #032 실제 전장의 중심은 K! 20.06.14 57 3 11쪽
31 #031 아시아의 독수리였던 남자 +2 20.06.14 71 3 7쪽
30 #030 FBI의 2급 비상선언 +2 20.06.13 75 5 7쪽
29 #029 최강의 킬러K란? +2 20.06.13 69 4 7쪽
28 #028 현실K의 전투시작! +2 20.06.12 60 4 9쪽
27 #027 손 끝에 닿는 다는 것. +4 20.06.11 57 5 9쪽
26 #026 영원한 비밀은 없다. +6 20.06.10 69 4 11쪽
25 #025 삼합회가 다가온다 20.06.09 73 3 7쪽
24 #024 좁혀드는 총구 +2 20.06.08 66 4 8쪽
23 #023 홍콩.그리고 실수 +2 20.06.06 6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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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20 인천공항 +2 20.06.03 82 2 7쪽
19 #019 운명은 쉽게 다가온다 +2 20.06.02 63 2 11쪽
18 #018 여자와 남자관계 +3 20.05.30 77 2 8쪽
17 #017 스티브여 안녕 +4 20.05.29 70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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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채소연과의 밀당 +2 20.05.27 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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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13 던젼 속으로 +2 20.05.25 91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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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011 채소연과 K 20.05.23 10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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