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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도토리의 글방

양자역학 세계의 최고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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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연필도토리
작품등록일 :
2020.05.14 18:10
최근연재일 :
2020.06.18 13:0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934
추천수 :
132
글자수 :
162,057

작성
20.05.23 08:00
조회
99
추천
3
글자
10쪽

#011 채소연과 K

시즌 1은 40편까지입니다.




DUMMY

#011


영화관은 참 좋다.

미국의 영화관은 크지만 냄새도 나고.

뭔가 붎친절한 느낌이다.


한국의 영화관은 딱 좋은 크기.

딱 좋은 향기가 난다.


그리고 여름엔 너무 행복할정도로 시원하다.


“죄송합니다. 잠시만요.”


K는 잘 보이지 않는 어두워진 영화관에서 라이터를 켰다.

너무 어두워서 자리를 찾으려고 라이터를 켜고 고개를 숙이고 번호를 찾았다.


자리를 찾아서 이제 라이터를 끄려는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요즘 라이터로 불켜서 자리 찾는 사람이 어딨어요? 북한 사람인가? ”


그 여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켜서 K의 눈 앞에 불빚을 비춰주었다.

이미 찾긴 햇지만 그래도 확인하는데 적합한 불빛이었다.


K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제자리 맞네요. 감사합니다.”


여자는 어두운 곳에 앉아있어서 정확히 얼굴이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실루엣은 예뻤다.


“감사한 게 문제가 아니라 라이터로 불붙였다가 불나면 어떡해요? "

여자는 약간 짜증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매너있게.


"안 그래도 요즘 이상한 사람 때문에 짜증났는데...”

들릴 듯 말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그 깊은 짜증을 숨기고 조용하게 K의 귀로 들어와서 미안한 마음을 건드렸다.


“그러게요.미안하네요. 앞으로 라이터 켜서 자리 안 찾을게요. 휴대폰으로 찾겠습니다.”


K는 자신의 자리에 앉으면서 뒷 자리의 아가씨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뭐 딱 이정도면 좋다라는 느낌의 인사였다.

그 쪽의 아가씨 역시 더 이상 말이 없었다.


K는 자리에 앉아 준비해온 팝콘을 팔걸이에 꽂고 콜라를 한번 쭉 빨아 들이켰다.


역시 극장에서의 콜라는 시원했다.


안 그래도 아직 에어컨을 틀어서 시원한 영화관이라 그런지 콜라의 쓴 맛과 탄산의 쏘는 느낌이 목 끝에 걸렸다.


영화가 시작되었다.


수많은 히어로들이 외계로부터의 적과 싸우고 있었다.

하늘이 갈라져서 외계인이 들어와서 지구의 멸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때 아이언 맨의 희생정신으로 핵폭탄을 던져 박살내고...


하늘 위로부터 떨어지는 것을 그의 친구인 또 다른 히어로 헐크가 받아주고 막 그런 영화였다.


다른 부분도 재밌지만 무엇보다 그의 눈에는 하늘이 갈라지는 그 느낌이 계속 머리 속에 거슬렸다.


한국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좋았다.

미국의 극장은 왠지 냄새도 너무 많이나고 시끌거리는 느낌이라 집중이 좀 덜되는 기분이었는데 한국은 역시 집중력 짱이다.


“거참. 영화 잘 만드는 마블.”


영화보는 내내 감탄을 금치못하면서 팝콘을 한 통 다 털 때 즈음.

영화는 이제 다 끝나고 “숨겨진 영상”을 보기 위하여 모두 앉아 있었다.


쿠쿵.


거대한 소리와 함께 영화관의 영사기가 흔들리며 떨어졌다.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동시에 사람들이 앞으로 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문제가 생겼다.

영사기쪽에서 유리가 깨지며 영사실 쪽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거 위험한 느낌인데? 지진인가?”

테크노 마트가 위험하다는 뉴스를 오래전에 본거같긴한데 하필이면 이럴 때라고 생각하며 K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앗! 이게 뭐야.”

아까의 그 아가씨 목소리였다.

뒤에서 밀고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앞으로 넘어지는 순간이었다.


K는 얼른 아가씨의 팔을 잡았고 자신쪽으로 당기며 살짝 끌어안았다.


팔이 참 예쁘고 매끈하구나라고 생각했다.


본능적으로 밀려나오는 사람들 틈에서도 가장 안전한 사이로 피하면서 K는 아가씨와 함께 왼쪽 벽의 비상구 불빛 아래로 가서 섰다.


항상 이 곳이 제일 안전해라고 생각하는 K.


"저기. 고맙긴한데... 팔 좀 놓아주시면 안 될까요?“


그 말에 무심코 팔을 놓았다.


“아. 미안해요. 급하다보니...”


K는 순간 이 팔의 느낌, 그리고 목소리의 차분함이 낯설지 않음을 느꼈다.


“당신. 편의점에서 봤던 그 잘생긴 아저씨?”


밝지는 않았지만 그 색이 다른 두 눈.

그리고 매끈한 몸 스타일.

이렇게 난리통임에도 불구하고 차분한 목소리.


“저. 아저씨 아니구요.”

K는 생각보다 먼저 개그가 튀어 나왔다.


어? 이상하게 다시 만났구나.


그 날 편의점에서 봤을 뿐인데도 생각나던 아가씨를 이렇게 만나다니 인연인거 아닐까라고 생각하고있는 K는 아가씨의 검정색 눈동자가 흔들리는 순간을 보았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팔을 꽉 잡은 건 미안한데.

그건 아시다시피 위험한 상황이었잖아요.“


K는 이상하게 그냥 넘어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이렇게 마음에 든 여자에게 이상한 남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아니. 뭐 그런건 아니구요. 이 순간 저를 도와준 아저씨가 아저씨라는게 이상해서요.“


K는 그 아가씨의 그런 차분한 목소리가 너무 좋았다.

그리고 말하면서 움직이는 입술이 좋았다.

약간 두려워하는 뒷 목의 움직임이 섹시하게 느껴졌다.

아픈 팔을 잡고 있는 반대 쪽 팔의 각이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은 옆의 비상구로 쏟아져 나가고 있었다.


그 빠른 시간 속에서 K와 아가씨는 시간이 멈춘 듯이 서로를 처다보고 있었다.

녹색의 비상구 불빛은 여전히 어색하게 둘을 비추고 있었다.


“혹시 지금 배 안 고파요?”


K는 생각지도 않은 말을 해버렸다.

아니 생각하던 말을 계산없이 해버렸다는게 맞는 말이다.


“네. 갑자기 지금 배 고파요.”


그 아가씨도 생각없이 이야기하는 것 같았지만 그 말을 너무나 듣고 싶었던 K는 웃음이 나왔다.


“밥먹으러가요.”

“저는 냉면 먹고 싶은데...”


여자는 냉멱이 먹고 싶다고 한다.

K는 순간 냉면을 먹고 싶었던 적이 한 번 도 없었다는 걸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어졌다.


이 여자와 함께 라면 뭐든지 먹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난 냉면 못 먹은 지 10년 되었네요.”

“전 하루에 한 번 씩 냉면 먹거든요.”


이제야 극장 내에서 붉은 빛이 빙글 빙글 돌면서 위험의 신호가 흘러 나왔다.


“조심해서 나가세요. 비상구 쪽으로 차근차근 나가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모두 나가버린 후라서 그 방송을 들은 사람은 K와 그 아가씨 뿐이었다.


“되게 운이 좋은 날이네요. 캠트레일때문인가? ”

K는 조용히 이야기했다.


그녀가 들릴 듯 말 듯 하게.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



****


둘은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편의점 이야기를 했을 때 서로 놀라면서 기억이 나는 얼굴을 했다.


분명 담배와 갈아만든 배를 그 날 샀던 사람이 한 명뿐이라서가 아니다.

서로 그들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어딘가 모르는 인연의 당김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게요. 왜 하필 우리는 이렇게 다시 볼까요?”

“인연 뭐 그런건가.”

“아닐거에요. 우연 뭐 그런거겠죠.”

“우연이 겹쳐지면 인연이라고하긴 하던데.”


K는 슬쩍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겨우 2번의 우연이 인연이면 우린 인연의 지옥에 살고 있을 거 같은데.”


"그러게요. 그런걸 인연이라고 생각하니 나 북한에서 온 촌놈인가보네.“


“아저씨 생각보다 기억력 좋으시네.아니면 되게 쪼잔한 사람이던가.”


길지 않은 대화를 하며 강변 역에서 냉면을 먹기 위해 걸어가는 두 명은 웃지도 않고 자신의 할말을 하면서 가고 있었다.


“이름이 뭐에요?”

“빨리도 물어보신다. 같이 걷기 시작한지 20분이 되어가는데...”


“사실 제일 처음 봤을 때부터 물어보고 싶었어요.”

“갈아 만든 배랑 말보로 사고 잔돈 달라고 쭈뼛될 때 부터요?”


K는 자리에 멈춰섰다.

확실히 그 날 서로 기억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네. 그 때 부터요.”

“난 그냥 그 때 잘 생긴 아저씨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생각했었는데?”


“잘 생기고 멍청한 아저씨라고 오늘 느끼네요.”

“거참. 말 잘하는 아가씨네.”


“제 이름은 소연이에요. 채 소연.”


K는 또 자리에 멈춰서고 그늘 쪽으로 약간 움직였다.

K는 어릴 때봤던 슬램덩크라는 만화 주인공이 채소연이라는게 생각났다.

왜 굳이 가명을 쓰는걸까라는 생각에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이 아가씨 말 막 하시네.”

“네? 무슨 말이세요?”


“아니 슬램 덩크 만화에 나오는 북산 고교 매니저랑 이름이 같잖아요! 난 그럼 강백호로 할까?“


“ 어휴. 남자들은 내 이름을 들을 때 마다 반응이 같네.”

소연도 자리에 멈춰서서 K쪽으로 몸을 옮겨왔다.


“이봐요. 강백호씨. 제 이름은 채 소연이거든요.”


“가짜 이름이 아니구나.”

K는 소연의 눈을 바라보며 깜짝 놀랐다.


진심을 담은 두 개의 눈은 각기 다른 색으로 반짝거리고 있었다.

“자. 정 못믿겠으면 제 개인 명함이에요.”


명함에는 채 소연이라는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메일주소.

- 외주 디자이너-라는 그의 직업이 쓰여져 있었다.


“그 명함 호주머니에 잘 넣어두시구요. 조금만 더 가면 냉면집이에요. 강백호씨.”

K는 받은 명함을 뒷주머니에 넣었다.


“난 K야. 미국의 삼촌이 지어준 이름이고. 그냥 케이라고 해서 K야. 앞에 성도 뭐도 없어.“


소연은 그리 놀라지도 않고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그 반짝이는 두 색깔의 눈으로 K를 쳐다보았다.

뭔가 원망스러운 묘한 표정이었다.

근데 그게 또 K에게는 너무 귀여워보였다.


미국애들에게서는 나오지 않는 그런 표정인데 억지로 한국말로 생각해보자면 새침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는 그런 표정.


“안 물어봤는데. 전혀 알고 싶지도 않고.”

“그러게 말야.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서 이야기했어.”

“근데 왜 슬슬 반말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작가의말

슬램덩크 광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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