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판타스틱 작곡가' 이후 한달 뒤,
가요 Top 10 무대에 오르기 전 1위 후보 그룹들의 개인 인터뷰시간
JTP소속 APM멤버 들은 짐승돌 이라는 칭호에 걸맞게 몸매가 다 들어 나는 의상을 입고 인터뷰에 임했다.
Q - 해마다 꼭 챙겨 듣는 겨울 노래는?
A - 박해신 선배님의 눈꽃이요. 특히 눈이 내리는 날에는 더욱 생각나네요. 다들 그렇죠?
Q - 스무살이 되면 하고 싶은 것은?
A - 맥주 한잔? 회식 때마다 환타로 건배하면 따돌림 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얼른 어른 되고싶다. 흐흐
Q - 같은 멤버에게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면?
A - 냉장고요! 멤버들이 식탐이 강해서 개인 냉장고 갖고 싶습니다!
Q - 고치고 싶은데 못 고치는 버릇이 있다면?
A - 손톱 물어 뜯는 거요. 긴장 하거나 초조해지면 저도 모르게 하고 있더라 구요.
Q - 본인이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A - 김치 볶음밥이요! 파기름에 간장 살짝 넣고 김치 볶다가 다진 고기 넣고 김치 국물..
Q - 가장 감명 깊게 봤던 영화는?
A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첫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 중 최고의 영화같습니다.
Q - 시켜주면 진심으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광고는?
A - 맥주요 푸하하핳
"수고 하셨습니다. 다음 인피니티 멤버분들 들어와 주세요."
앞에서 APM의 멤버들의 재치 있는 인터뷰에 스탭들 모두 분위기가 좋았었기 때문에 현재 라이벌로 같은 차트 경쟁을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잘 하고 와 도민아!"
***
"APM오빠들 인터뷰 봤어? 택현 오빠 인터뷰 너무 웃겨 맥주 마시고 싶대 큭큭"
"인터뷰에 나온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영화 봤거든? 그 순박한 얼굴이랑 딱 맞아 너무 로맨틱했어"
"나도 봐야겠다."
진화여자 고등학교 등굣길에 소란스럽게 무리 지어 다니며 APM멤버들의 펄블랙에 풍선을 든 여고생 뒤로 인피니티의 노란색 풍선을 가방에 매고 다니는 또 다른 무리의 친구들이 다가왔다.
"야 길 막지 말고 꺼져! 아침부터 칙칙하게 검은 풍선이나 매고 다니지 말고!"
"지랄하네 너야말로 병아리마냥 삐약삐약 대지말고 돌아가면 되잖아?"
두 무리의 친구들의 눈빛들이 사나워 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펄블랙의 풍선을 휘날리며 달려오는 아담한 친구가 달려와 신문지를 높게 들며 소리쳤다.
"우리 오빠들이 이겼다!!!!"
신문지 안에는 Show Time을 누르고 APM이 왕좌를 탈환했다는 기사가 신문 1면에 실려있었다.
***
"죄송합니다!! 대표님!"
대표실에 굳은 얼굴로 들어 온 인피니티 멤버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인다.
"응? 뭐가?"
"저희가 회사에 먹칠을.."
"너희들 무슨 사고 쳤니?"
"아뇨.. 2등해서.."
"허..참 별 소리를 다하네, 2등이 어때서?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연습이나 해"
귀찮다는 듯 손으로 휘휘 저었다.
"괜찮으세요?"
"안 괜찮을 게 뭐 있어? 너희는 최선을 다했어 그랬음에도 1등이라는 결과를 얻지 못한 건 프로듀서의 책임이지 너희들의 잘못이 아니야 억지로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는 나쁜 버릇은 고치는 게 좋아, 때로는 남 탓도 좀 해야 정신 건강에 좋은거야~ 굳이 찾아와서 고해성사 같은 짓 하지 말고,"
"네 대표님!"
회사 대표로써 소속 아이돌이 저렇게까지 열정을 보이는 것에는 충분히 기분 좋을 만한 일이지만...
'어떻게 사람이 매번 1등만 하고 살 수 있겠는가?'
***
[메시지 - 오늘 몇시에 끝나? 나 오늘 작업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지금 판교 Show Time인데?] - 최이서
작업 중에 휴대폰을 꺼내 들고 흐뭇하게 웃는 권태웅 프로듀서를 향해 녹음실에 들어가 있는 블렉엔젤 멤버 중 대표로 초린이 물었다.
"PD님 다시 갈까요?"
"어? 아아니야 좋아 딱 좋아 오늘 녹음 여기까지 하고 내일 한번 더 최종점검 하자 애들아"
"뭐에요. 갑자기 하늘이 두 쪽 나도 오늘 끝내자면서요. 바쁜 일 있으세요?"
"바쁜 일은 무슨.."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최이서를 알아본 블렉엔젤의 멤버들이 일제히 폴더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PD님!"
JTP연습생을 거친 멤버들 또는 그녀를 모르는 사람들도 최이서는 꽤나 유명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바로 인사가 나온다.
"어 그래 그래 녹음 중?"
"아뇨 이제 막 끝난 참입니다..가자 가자"
이미 둘이 연인 사이라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기에 초린이 모두에게 눈치를 주며 재빠르게 자리를 피해주었다.
"역시 아직 죽지 않았네 우리 최선배 카리스마"
"이제는 우리 회사 애들도 아닌데 설마 내가 예전처럼 그러겠어? 그건 그렇고 이거야? 이번 앨범이?"
"어 이번에도 미쓰비는 아쉽겠지만 컴백 시기 미뤄야 할 거야 흐흐"
-퍼억! 크합!
주먹을 꽉 쥔 최이서가 권태웅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또 까분다 어? 이번에도 네가 썼어?"
호흡을 가다듬느라 대답을 못하는 권태웅이 손가락으로 V로 모든 것을 설명했다.
"하하하 어이가 없네 어디서 스승을 이긴다는 말을 쉽게 해? 배은망덕한.."
"무슨 소리야? 내 스승은 우리 대표님이야!"
처음에 장난으로 시작했던 둘의 언쟁이 점점 뜨거워지고 소속사와 소속사간의 경쟁으로 불 붙여버렸다.
"좋아 이번에 내가 이기면 어쩔래?"
"이게 툭하면 말 놓네? 좋아 네가 이기면 소원 하나 들어준다."
"콜 나중에 딴 소리 하기 없기다. 지난번에 APM에게 밀려서 우리도 칼을 갈았다 이 말이야!"
서로 씩씩대며 고개를 휙 돌리더니 최이서가 문을 열었다.
"나 생각해보니까 작업 남은 게 좀 있는 것 같아 우리 데이트는 이번 앨범 활동 끝나면 하는 걸로!"
"좋아! 두고보라고!"
최이서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 오전에 녹음을 완료한 미쓰비를 다시 녹음실로 재소환 시키자 권태웅도 보란듯이 휴대폰을 꺼냈다.
"흥! 여보세요? 어 내려와 뭐긴 뭐야! 녹음 마저 해야지! 오늘 끝장 보기로 한 거 잊었어??"
둘의 싸움에 등 터지게 되어버린 각 소속 대표 걸그룹 멤버들은 그날 결국 밤샘 녹음 작업을 해야했다.
***
유준석과 김언희가 진행하는 놀러 오세요 스튜디오는 대학MT분위기로 이쁘게 잘 꾸며져 있었다.
"누구를 기다리나 낭랑 18세! 버들잎 지는 앞 개울에서 소쩍새 울 때만 기다립니다.
소쩍꿍 소쩍꿍~ 다같이~ 소쩍꿍 소쩍꿍 소쩍꿍새가 울기만 하면 떠나간 그리운 님 오신댔어요~ 와아아~"
[산뜻하게 놀러 오세요~ 골방에 찾아 온 이주은양과 김석진군!]
오프닝 곡을 이주은이 귀여운 미소로 통기타를 치며 낭랑18세를 모두와 함께 따라 불렀고 유준석이 첫 질문을 시작했다.
"우리 이주은양은 예전부터 가수의 꿈을 꾸고 있었어요?"
"예~ 저는 중학교 때부터 꿈 이였어요."
유준석의 질문에 수줍게 대답하는 이주은 다음으로는 김언희가 석진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였다.
"전.. 하하.. 아시는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가수가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왜요? 그렇게 노래를 잘하시는데??"
"앗! 제가 그건 압니다."
평소에 친분이 있었던 유준석이 손을 들며 대신에 김언희에게 설명했다.
"지금은 건강해진 진혜린양의 병원비를 위해 슈퍼스타싱어에 출연한걸로 압니다."
"그래요?? 와아.. 대단하시다.."
"심지어 그때 아직 중학생이셨죠?"
"예..하하"
가끔씩 예능 출연할 때마다 우려먹는 이 질문은 단골 미담이다.
대답이 끝나고 다시 이주은을 바라보며,
"노래를 본인이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냥 사실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보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어요 솔직히"
"그럼 장기자랑을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 이였나요?"
"예 저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서 했어요!"
"그러면 한번 여기서 장기자랑 한 곡만 부탁 드릴게요!"
MC들과 내가 박수를 치며 이주은의 노래를 감상했다.
- Lovin' you is easy cause you're beautiful
너가 아름다워서 너를 사랑하는게 쉬워
Makin' love with you is all i wanna do
당신과 사랑을 나누는게 내가 원한는 전부에요
두 손을 머리위로 들고 좌우로 흔들며 그녀의 노래를 감상했다.
- And everything that I do is out of lovin' you
그리고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널 사랑해서
La la la la la la... do do do do do 하아아아~~
노래가 끝나자 유준석이 호들갑을 떨며 삼촌 팬 역할을 자처한다.
"잘한다!! 내 동생!!"
"또 이러네 나이 차이가 얼만데 으이그 인간아~!"
핀잔을 주는 김언희이가 이번에는 이주은에게 성대모사를 권하자 살짝 볼살을 붉히며,
"잘은 못하는데.. 크흠! 피카츄 성대 모사 해볼게요! 피카 피카아~ 으흠.. 피카아 쮸우우우!!"
민망해하는 이주은이 마냥 귀여운 MC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차례임을 직감한 석진도 마음을 굳혔다.
"이번에는 석진씨도 해봐야겠죠?"
"크흠..! 저는 동물 성대모사 하겠습니다."
"오? 특이하네요? "
"보통 우리가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뭐라 할까요?"
"멍멍? 왈왈?"
"네 대부분은 그렇게 알고 있지만 발음을 정확히 하면서 멍! 이렇게 짖는 강아지는 없잖아요?"
"그렇지 그렇지"
"전 강아지 울음소리를 알파벳으로 표현해보겠습니다. 먼저... 대형견은 F로 짖습니다. 이렇게요 에푸! 에푸! 에에푸우!! "
민망함에 목까지 붉어졌지만 꿋꿋하게 이겨내며 다음 말을 이었다.
"중형 견과 소형 견도 다른데요. 중형견은 R로 알알알!! 소형견은 L로 엘엘엘!! 에잇"
자괴감에 머리를 감싸쥐고 흔들자 유준석과 김언희 스탭들이 낄낄대며 웃었다. 창피함을 무릎 쓴 보람이 들어 다시 고개를 들자 MC들이 계속 진행했다.
"자 그러면 다음 순서로 내 맘대로 랭킹!1,2,3! 인생의 결정적 터닝 포인트 Top3를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주은양 3위부터 들어보도록 하죠"
"저는 내일입니다."
"예? 내일이요? 내일 무슨 날인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내한 공연을 해요. "
"누가와요?"
"김수향 언니요.! 제가 정말 운 좋게도 그분의 오프닝 무대를 서게 됐어요."
같은 소속사 한국 가수임에도 데뷔를 미국에서 한 김수향의 내한 공연은 그녀를 기다리는 많은 팬들보다 그녀를 누구보다 존경하고 동경하는 이주은이 더욱 손꼽아 기다렸다. 들뜬 모습으로 이주은이 이번에는 석진을 지목하며,
"대표님도 나가시잖아요~"
"정말입니까? 아~ 그러면 안 들어 볼 수 없죠 ! 짝짝짝"
유준석이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띄우자 하는 수 없이 일어났다.
"아.. 그.. 뭘로 하지..??"
"공연에서 뭐 부를지 못 정하셨어요?"
"예... 여러분들이 추천 좀 해주시죠 하하.."
내가 난감한 표정으로 부탁하자 흔쾌히 MC들이 추천을 시작했다.
"석진씨하면 로드플라워지! 무슨 소리야 반포대교지!"
실제로 두 MC가 친한 사이라 그런지 서로의 주장이 강해 계속 싸우자 앞에 작가가 진행하라고 계속 신호를 주었다.
"그럼 두 곡 다 들어보고 결정하시죠"
두 곡이나 부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칠리 없던 석진이 곧장 큐 사인을 했다.
- 내 손끝에 남은 너의 향기 흩어져 날아가~~~~!!
로드 플라워는 성인이 되어 애절한 음색으로,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반포대교는 늦은 저녁 퇴근길 힐링이 될 수 있는 잔잔한 음색으로,
역시나 두 MC들은 만족스럽다는 듯 박수를 쳐준다.
"그럼 이주은양 2위는 뭔가요?"
"2위는 대표님이 주셨던 Good day 녹음 날이요"
"맞네! 그렇죠~ 지금의 이주은양을 있게 만들어준 명곡이죠 삼촌 팬 이라는 말이 이때부터 나왔잖아요 맞죠?"
쑥쓰럽게 웃는 이주은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음 질문을 이었다.
"그럼 대망에 1위는!?
"체육대회입니다."
"오.. 이건 뭘까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묻는 질문에 쑥스럽게 이주은이 대답했다.
"체육대회 날 친구랑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이 벌로 노래를 시키셨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선생님들이 몇 일 후에 있을 축제 날에 오프닝 무대를 권유하시더라 구요."
"선생님께서 아주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셨네요"
"네 으흫흐 체육 대회 날에는 장난으로 했었는데 이건 실전이잖아요. 막 긴장하고 올라갔는데 생각보다 제가 잘했나 봐요.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거든요. 그때 받았던 환호가 잊혀지질 않아서 가수의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헤헷"
"선생님께서 아주 큰일을 하셨군요 덕분에 우리들도 이주은양을 만날 수 있었구요. 저도 감사합니다.!!"
흐뭇하게 웃는 MC들이 이번에는 석진의 터닝포인트를 물었다.
"터닝포인트라..3위는 Show time을 시작할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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