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이주은의 'Good day'녹음은 예상대로 30분안에 깔끔하게 끝이 났다.
그리고 조용히 밖에서 녹음을 지켜보는 Show time 세 번째 솔로 여가수를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오세요. 수향씨 딱 시간 맞춰서 오셨네요. 여기로 잠시만"
"네 대표님"
녹음실에서 나오는 이주은이 공손하게 수향을 향해 인사하고 자리를 피해 주려는데,
"주은아 너도 수향씨 녹음 하는 거 한번 보도록 해 많은 도움이 될거야"
"예? 정말이요??"
평소 보컬 트레이닝 받는 연습생 중 가장 월등한 실력을 뽐내는 수향의 녹음을 볼 수 있다는 대표의 말에 이주은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수향씨의 전에 합의한 대로 미국에서 시작 할 겁니다. 곡의 제목은 'bang bang'입니다. 이번곡은 특별히 저희 레이블에게 들어오게된 니키 미나즈가 피처링 했습니다."
"그..그게 누군데요?"
아직 이시기엔 니키 미나즈는 데뷔 전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녀의 존재감을 모를 때 였다.
"곧 데뷔 할 여성 래퍼 입니다. 그리고 제가 지켜본 여자 래퍼 중 가장 가능성 있는 사람이니 믿으셔도 될겁니다. 우선 녹음부터 진행하시죠"
마우스를 클릭하자 경쾌한 리듬이 흘러 나오고 초반 반주 만으로도 확실한 임팩트가 나온다.
-짝짝짝짝
박수 소리에 정신이 팔려 실수 할 법한 도입부를 김수향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타이밍에 진입했다.
- She got a body like an hour-glass
그녀는 모래시계같은 몸을 가지고 있지
But I can give it to you all the time
그렇지만 난 그걸 네게 계속 줄 수 있어
도입부부터 시원한 고음으로 밀어 부치는 이 곡을 소화 할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그녀 밖에 없을 것이라 확신했다.
"좋습니다. 이대로 계속 갈게요"
녹음을 하는 1시간 동안 넋을 잃은 표정으로 멍하니 뒤에 앉아서 지켜보던 이주은이 녹음을 마치고 나오는 수향에게 다가가 수줍게 CD를 건넸다.
"이게 뭐에요?"
"제가..만든 곡입니다.. 혹시 마음에 드신다면 나중에라도 앨범에 꼭 좀 넣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수줍게 건네는 그 CD는 방금 전 앨범에 넣어 달라고 떼를 썼던 'Lost'였다.
"미안하지만 그 곡은 안돼 그건 너에게 가장 잘 어울려 수향씨 곡은 내가 더 좋은 곡으로 만들어서 줄테니까 이번에는 넣어둬"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리는 대표의 말이 언짢았는지 인상을 쓰며,
"그건 수향언니에게 맡겨야죠 대표님이 왜 판단해요? 언니 꼭 들어 봐야해요!!"
얼떨떨한 얼굴로 이주은이 건네 준 CD를 받아든 김수향이 난감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한번 들어 보세요 노래가 좋긴 해요. "
"그런데 왜 대표님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신거에요?"
한숨을 쉬며 김수향이 든 CD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노래는 좋지만 김수향이라는 가수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마 수향씨의 노래로 만들기 위해선 원곡을 많이 훼손해야 할겁니다."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가 소중하게 CD를 안고 녹음실을 나가자 권태웅이 물었다.
"대표님 EMI 매입이 잠시 중단 된 사실 알고 계시죠?"
"예 루이스 대표가 훼방을 놓는다더군요"
"어쩌실 생각입니까? 한비서가 아주 난감해 하고 있어요"
"이럴 생각은 없었는데... 뜻밖에 좋은 기회를 얻었네요."
잠시 대표의 말을 이해못한 권태웅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보다 2배 더 매입 하도록 하세요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습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권태웅이 고민하자 별일 아니라는 듯이 뒷말을 이어갔다.
"2배 이상에도 따라 온다면.."
"온다면..?"
"그때는 다 팔아요 어쩔 수 없지만 이번에는 양보하도록 하죠"
아까보다는 조금 더 안심한 표정으로 권태웅 프로듀서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
[Show Time 첫번째 솔로 여가수 이주은 3단고음으로 국민 여동생 등극!]
[펜 카페 수 30만명 돌파! Show time의 상큼한 반란!]
[뉴튜브 구독자 100만 ! 그녀의 인기 비결은 털털함?]
[Show Time만의 특이한 커리큘럼 연습생들 뉴튜브로 생활고 극복!]
[데뷔 조 또는 과체중 연습생들의 무덤 DP소대 인피니티의 멤버 이도민 군이 낱낱이 파헤치다!]
[저스트 엔터테이먼트 소속 이용석 연습생의 엽기적인 일탈! 일명 간장샤워 파문! 원인은 뉴튜브 수익 때문?]
ㄴ 세비치를 넘어선 노래방 여자들 선호곡 1위! 잘 못 부르시겠으면 뉴튜브 구독하러 고고
ㄴ 우와 30만명이라고? 전부 남자 팬들이겠지?ㅋㅋ
ㄴ 의외로 여자 팬들도 상당수 있다고함 근데 군인팬은 아직 별로 없대요 ㅠ
ㄴ 100만 구독자? 저번에 이도민인가? 걔도 한달에 2천만원 번다던데 대박이네
ㄴ 하여튼 주기적으로 데뷔하는 가수마다 대박을 쳐버리네 Show Time 주식은 언제 살 수 있는거냐고!! 상장좀 해라 개자석아~
ㄴ 근데 Show Time 엔터테이먼트는 시스템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든 거 같음
뉴튜브 수익으로 레슨비 충당하고 데뷔 하고 가수가 바로 정산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잖아 무일푼 연습생들에겐 엄청난 부담을 덜어준 거지
ㄴ 그래도 회사에서 어느정도 뽀찌 받겠지 설마 공짜로 영상 올리게 두겠어??
ㄴ 유언비어 퍼트리다가 고소당하고 싶냐? 뉴튜브 수익은 전부 개인의 몫이라고 선 그었어,
ㄴ ㅋㅋㅋㅋ 불꺼 놓고 춤을 왜 춘대?? 개웃기네 근데 애들은 왜 이렇게 즐거워 보이냐? ㅋㅋ
ㄴ DP소대 너무 하는데.. 저걸 인간이 감당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영양실조 안 걸리면 다행이지
ㄴ 걱정마 전문 휘트니스 선생과 1:1 트레이닝 하기에 영양사 뺨치는 식단 조절 한다고 함
ㄴ 이용석 저 새끼 저럴 줄 알았어 돈에 눈이 멀어 가지고~쯧쯧.. 초딩들이 저새끼 말투 배워서 한층 더 띠꺼워짐
ㄴ 채널 강제로 닫히고 개인방송도 못하게 만들었다네요. 곧 잊혀지겠죠 ㅋㅋ
***
-이주은! 이주은! 이주은! 이주은!
수많은 팬들의 박수 소리와 꿈꿔왔던 뮤직 타임에서의 1등,
그간에 고생했던 연습기간과 데뷔조에 들어가서 겪게 된 끔찍한 DP소대의 트레이닝 때문에 잠시 머리가 아찔 했지만 1등 소감을 묻는 MC들 질문에 다시 정신을 차렸다.
"축하드립니다. 이주은양 첫 데뷔에 1등을 차지 한 소감 한 말씀 부탁 드리겠습니다."
마이크를 건네 받고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다른 걸그룹과는 다르게 씩씩한 모습으로 대답했다.
"제가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배려를 해준 소속사에 가장 감사하구요. 우리 매니저 오빠 매일 잠 3시간도 겨우겨우 쪽잠 잤거든요? 내가 고마워 하는거 알지?? 그리고 어.. 우리 김석진 대표님 소중한 곡 제게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사 하나하나 감사하며 부르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로 보답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쁘구요. 어.. 마지막으로 우리 건빵 친구들 사랑해요!"
마지막으로 자신 펜카페 '건빵'을 언급하자 격렬하게 환호하는 소리가 그녀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었다.
"네 1위를 차지한 이주은양 마지막 앵콜 무대 준비해 주시구요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다음주에 만나요 안녕~"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파란건지 오늘따라 왜 바람은 또 완벽한지 고마워 애들아!!
그녀의 밝은 모습에 방송사에서는 섭외요청이 끊이질 않았고 대형 신인으로 콧대가 높을 법 하지만 결코 경솔한 모습을 보이거나 태도 논란 문제같은 건 일으키지 않았다.
***
"이번 저스트 엔터테이먼트 이용석군의 사태를 보시면 아시겠죠? 제가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아직 어리고 돈에 약할 시기일테니 우리회사에서는 저런 일탈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네 대표님 이전보다 더 관리에 힘쓰겠습니다. 그리고 이거.."
권태웅 프로듀서가 건네준 서류는 김수향의 병원 이력이였다.
"이걸 왜 권PD가 들고 있는거죠?"
"그게.. 수향씨가 꼭 좀 대표님께 보고해 달라고 요청해서요.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대장암이라..'
갑작스러운 암이라는 병력에 놀랐지만,
"다행이네요 그럼 여기 적힌대로 완치 상태란 말인거죠?"
"예 활동에는 지장이 없을 거라고 합니다."
"그래요 혹시 모르니 현지 매니저에게 전하세요. 절대 무리하게 일 잡지 말라고요"
고개를 숙이며 권태웅이 대표실을 나가자 로비에서 연락이왔다.
"대표님 지금 김동건님께서 방문해주셨는데, 혹시 대표님과 아시는 사이일까요?"
'큰아버지?'
미국에서 재활을 마치고, 교직에 복귀하신 큰 아버지께서 연락도 없이 오신 이유를 도무지 짐작할수가 없었다.
"예 제가 내려가겠습니다."
서둘러 로비로 달려나자, 이제는 하얀 눈이 내려앉은 백발의 큰아버지,
중학교시절 그렇게 엄해보이시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세상 인자한 미소로 손을 흔드셨다.
"연락 주시지 힘들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퍼억! 아악!
인자하게 웃던 모습 그대로 화끈하게 꿀밤 한대를 후려치는 우리 큰아버지를 보니 아직 정정하시다는 건 확실히 알게되었다.
"헉..! 대..대표님?"
고요한 로비에 울려퍼지는 뚝배기 깨지는 소리,
"이놈아 전역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코빼기도 안비춰?"
'끄응.. 저도 바빴다구요..'
아직 불같은 성정은 그대로이신것 같아 차마 변명할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조카가 반가운 모양인지 고생했다며 안아주신다.
사실 중학교 중퇴로 군면제를 억지로 밀어부칠수도 있었지만 큰 아버지의 강력한 권장(?)으로 입대하게 된 석진, 혹시라도 아직도 당신을 원망하는 건 아닌지 내심 속앓이를 하신 모양이다.
"필승!"
각 잡고 경례하는 석진,
씩씩하게 경례하는 모습이 썩 마음에 드신 모양인 큰 아버지는 조카의 직장으로 들어가셨다.
***
"뭐? 형님이 왔다고? 왜?"
"전역하고 내가 인사 한번 못 갔으니까 서운하신것 같더라고"
"서운? 허 참 그 양반이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는 김주원,
"왜요? 그럴수도 있지"
"아.. 이걸 말해야하나.."
잠시 뜸을 들이던 김주원은 결심했다는 듯,
"잘 듣거라 아들,"
"예 아부지"
"느그 큰아부지는..."
잠시 뜸을 들이는 김주원이 깊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면제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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