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화
-It feels like a dream When you touch me tenderly
마치 꿈처럼 느끼죠 당신이 날 부드럽게 만질 때
I don't know if it's real But I like the way I feel inside!!!
난 그게 현실인지도 몰라요 하지만 난 마음속에서 느끼는 게 좋아요
'미친.. 4옥타브 파까지 올라간다고!??'
돌고래 같은 리디아의 고음,
같이 듣고있던 조우리도 들고있던 팬을 그대로 떨구고 말았다.
고작 5살 꼬마 소녀의 반전 매력,
노래를 마치고 내려와 얼빠져 있는 우리 둘을 리디아가 톡톡 치고 귀에 작게 속삭였다.
"'Maybe' 보다 더 좋은 곡 줘야만 해! 꼭이야! 안 그러면 노래 안 할꺼야"
자기할말만 하고 홀연히 사라져 버린 리디아,
'두말하면 잔소리지!'
"뭐가 좋을까.. 어떤 노래면 저 아이의 스타성을 폭발 시킬 수 있을까.."
"동요 같은 건 조금 유치하려나..?"
어찌보면 당연한 의견이지만 줄곳 대중가요 만을 떠올리고 있었던 석진의 고정관념을 깨주는 조우리의 조언,
"아냐 전혀 유치하지 않아! 오히려 좋아!!"
동요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리디아와 싱크로되는 캐릭터 하나가 떠올랐다.
'엘사! 널 최고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지!'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의 주제가,
영화 제목은 몰라도 'Let it go'를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겨울왕국 영화 자체가 렛잇고를 위한 2시간의 뮤직비디오라고 평가하기도 할 정도이니 말이다.
*
"됐어! 리디아!! 리디아!!"
완성되자마자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조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스탭들은 모두 철수한 상태,
"너무들 하네.. "
-띠리리리
주변을 둘러보던 중 첫 촬영 이후 한번도 없었던 PD의 번호로 연락이 왔고 소식을 들은 듣자마자 석진은 휴대폰을 그대로 떨구고 말았다.
***
'판타스틱 작곡가' 제작진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병원에는 다리에 깁스를 한 채로 누워있는 리디아와 보호자로 보이는 여자가 고함을 지르고 있다.
"당신들 미쳤어? 제정신이냐고!!??"
"무슨 일입니까?? 어?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병원에서 소란 피우는 사람의 정체는 바로 머라이어 캐리,
순간 둘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입니까?"
나무라듯 막내 스탭을 향해 묻자,
"비명 소리가 들려서 뛰어갔더니 이미 계단에서 굴렀더라구요. 저흰 당연히 엄마인 캐리에게 간줄로만 알았죠,"
너무 심플해서 그런지 더 어이가 없다.
"그럼 도대체 당신들은 애가 계단에서 떨어질 동안 뭐했어요? 스탭들 전부 내 작업실에서 철수했으면 그쪽으로 갔을 것 아닙니까!!?"
"......."
차마 촬영접고 점심 먹으러 갔다는 말은 못하겠는지 입술을 꾹 다문 스탭,
꼴도 보기싫어 얼른 병실에서 내쫓아버렸다.
"작곡은 다 했어? 괜히 리디아 때문에 나온거 아니야?"
"아뇨 노래는 다 만들었는데 이 상태로는...."
-드르륵!
"안타까운 사고에 대해서 나도 사과를 하도록 하지 그러나 일정에 변경은 없을 걸세"
막막한 심정으로 한숨을 쉬는 석진의 말을 듣고라도 있던 모양인지,
FOX방송사 국장 찰리 콜리어 대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몸으로 어떻게 무대에 세운다는 말입니까?"
"녹음은 할 수 있지 않겠나? 다리만 다쳤을 뿐이지 무대 세팅 또한 프로듀서의 실력이라고 볼 수 있지"
"이런 미친 대머리 새끼가 뚫린 입이라도 막 쳐 내뱉고 앉았네 네 딸이 이렇게 다쳤어도 그렇게 싸가지 없이 말할꺼야?"
결국 참지 못하고 방송 국장이고 뭐고 뚜껑이 열려버린 석진,
그러자 병상에 누워있던 리디아가 팔을 붙잡았다.
"녹음 할게"
"잘됐네요! 이걸로 이야기 끝 입니다. 그럼!"
뭘 믿고 저렇게 막돼먹게 행동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이번 일을 계기로 FOX와 Show time은 제대로 척을 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얏!
씩씩하게 대답하는 딸을 머라이어 캐리가 피식 웃으며 꿀밤을 때렸고 그제서야 무거웠던 분위기가 차츰 좋아지고 있었다.
"물론이지 녹음은 안되어 있는 상태니까 지금 짧게 한번 불러줄게,"
"오~ 오빠 노래잘해?"
"이래봬도 한국에서는 1등 몇번 해본 가수야~"
기대 가득한 눈빛,
목을 가다듬고 본업인 가수로 돌아와 이번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
노래를 듣고 있던 두 모녀의 표정이 점점 밝아진다. 노래가 클라이 막스에 도달했을 때는 병원에 지나가던 간호사들과 환자들이 병실을 구경하기에 이르렀다.
"뭐야? 안에 뮤지컬이라도 하고 있는건가?"
"세상에 머라이어 캐리가 있잖아??"
"그럼 지금 노래 부르는 저 남자는 누구야?"
"그 있잖아요 '판타스틱 작곡가' 김석진이요"
환자와 간호사들의 대화가 병실에 작은 창문 틈 사이로 들려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노래를 끝냈다.
-짝짝짝짝
박수를 치는 두 모녀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자 뒤에서도 같은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
뒤에서 박수 쳐주는 뜻밖에 관중들에게도 정중하게 인사를 하자 리디아가 말했다.
"엄마 나 이거 꼭 하고 싶어.."
***
텔레비전 화면이 리디아의 말을 끝으로 메리웰슨 작곡가로 화면이 넘어갔다.
"스윗하트! 부탁인데 애드리브 좀 하지 말아주시겠어요? 곡이 완전히 다른 곡이 되어버렸잖아요!"
서로 호감을 가진 작곡가와 가수가 만났기에 모두가 이들의 우승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들이 간과 한 사실이 있었다. 브리트니는 그 누구보다 독선적인 캐릭터 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헤이 꼬맹이 네가 지금 날 가르치려는 거야? 내가 히트 시켰던 곡들은 전부 내 Feeling에 의존해서 만들어진 것들이야 너도 스타가 되고 싶으면 징징대지 말고 하라는 대로 따라와"
"그걸 말이라고 해? 아!! 미친년 진짜 말이 안 통하네"
급기야 감정을 주체 못한 메리웰슨이 욕설을 내뱉자 타고난 싸움닭인 브리트니가 놓치지 않고 그녀의 말 꼬리를 잡았다.
"야 나와봐 나보고 미친년이라고 했냐? 썅년아?? 빌어먹을 거지 같은 기지배 좋게 평가해줬더니 분수도 모르고!!"
둘의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장면 역시 동 시간 시청률 1위를 달성할 정도로 뜨거웠다.
***
"어쩌실겁니까?"
인터뷰 의자에 앉아 묻는 제작진이 마치 석진의 탓인 양 질문을 했다.
"뭘 어쩝니까? 가수가 다쳤으니 작곡가라도 노래를 불러야죠 당신들이 원했던 것 아닙니까?"
비아냥대며 대답하자 한숨을 쉬는 PD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좋아요 우리의 잘못은 인정합니다. 석진씨가 갖고 있는 핸디캡을 보안 하기 위해서 몇 가지 방법을 고안해 봤는데 이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더군요."
PD가 신호를 주자 인터뷰실로 머라이어 캐리가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그녀를 가수로 쓰게 해드리죠 대신! 그녀는 서브에요. 결코 그녀가 메인이 되어선 안됩니다. "
"말이 됩니까? 세계적인 팝스타를 서브로 쓰라고 하면 메인은 누가 해야 한다는 소리에요!?"
"그건 작곡가님의 재량 아니겠습니까? 저희는 최대한 당신의 편의를 봐 드린 겁니다."
'그 놈의 재량 재량 재량!'
병실에서 불렀던 곡은 이미 간호사들이 멋대로 인터넷에 올려 화재가 되어버린 상황,
제작진들은 마지막 발악을 하듯 새로운 곡을 쓰라고 강짜를 놓고 있다.
"방법이 있겠어...?"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방법이야 항상 만들어 왔죠 걱정 마세요. 이번에도 저녀석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요."
***
"그만 좀 하고 목이나 좀 풀지??"
결승전 대기실에서 차마 카메라로는 담을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조지와의 입맞춤을 멈추고는 메리웰슨에게 다가가 속옷 하나를 던지며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무대에서 여기로 올 때까지 얌전히 이거 입고 있으면 완벽하게 무대를 장악해주지"
그녀가 던진 건 포르노 배우나 입을 법한 성인용 속옷,
그나마 카메라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더 한 일도 시켰을 것이다.
"개 싸이코 같은 년, 그러던지 말던지"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속옷을 보며 메리웰슨이 어이없다는 듯 가운데 손가락을 들고선 그대로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브리트니는 무대위로 직행했다.
- 최고의 작곡가! 누가 그 영광을 차지 할 것인가?
판타스틱 작곡가 파이널 라운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메리웰슨의 뮤즈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Gimme More!!!
- 둥둥둥둥
둔탁한 비트와 퇴폐적인 반주가 세상을 밝혀주었던 팝스타를 연상시키기 보다는 어두운 뒷 골목 스트리퍼 컨셉으로 나름 호화로운 무대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등장했다.
- Everytime they turn the lights down Just wanna go that extra mile for you
불을 끌 때마다 널 위해 더 멀리 가고 싶어
무대위에 설치 된 거대한 봉에 다가가 농염하게 춤을 추는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프로였다.
- Gimme gimme (more) Gimme (more) Gimme gimme (more) Gimme gimme (more)
해봐 , 해봐 (더) 해봐 (더) 해봐 , 해봐 (더) 해봐 (더)
봉춤을 추는 그녀의 움직임은 더욱 격렬해지고 아찔한 드레스의 단추가 점점 내려갔다. 그리고
- 툭!
격렬한 허리 움직임을 견디지 못한 드레스가 결국 풀려버려서 그녀의 상반신이 그대로 노출되어 버리고 말았고 서둘러 달려온 스탭들로 인해 노래가 중단 되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 갑작스럽게 중단되어 죄송합니다. 의상 사고가 있었기 때문에 잠시만 기다려주신다면 바로 다시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 짝!
목이 꺾인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로 강렬한 뺨소리가 의상실에서 들렸다.
"야!!!!"
코디네이터를 향해 분노를 주체 못하고 폭행을 휘두르는 브리트니에게 문밖에서 기다리던 메리웰슨도 지지않고 소리쳤다.
"야이 퇴물아! 어쩔꺼야? 너 때문에 내 인생 다 망했어!!!"
이미 무대를 망치고 돌아 온 상태였던 브리트니에게 기름을 붓는 메리웰슨,
결국 분에 못이긴 그녀는 그대로 의상실에서 나가버렸다.
*
"예? 아.. 알겠습니다."
인 이어로 메리웰슨의 상황을 전해 들은 사회자가 한숨을 쉬며 들고 있던 대본의 일부를 바닥에 던진 뒤 진행을 이어나갔다.
-여러분 죄송하지만 우리의 스윗하트의 컨디션이 안 좋은 관계로 바로 다음 무대를 보도록 하시죠! 동양에서 본인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온 남자 김석진! 그의 뮤즈는? 오 마이 갓! 머라이어 캐리!!! 지난 주 방송을 보신 여러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그녀는 다친 자신의 딸을 위해 피처링을 도와주게 되었죠 무사히 리디아의 몸이 쾌유하기를 빌며! 이번 무대 시작 하겠습니다!! 김석진의 Party Rock Anthem!!!!
-둥탁!둥탁!둥탁! 빰빰빰빱빠빰빰빱빠 퍼뤼롹!!
방금 전에 퇴폐적인 무대와는 다르게 밝고 빠른 비트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빌 보드 핫 100 6주 연속 1위,탑 텐에 30주 가까이 버티는 등 전설적인 롱런+메가 히트를 치고,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한 셔플댄스 열풍을 불러온 EDM 유행의 초 절정을 찍은 곡이다.
- Party rockers in the house tonight Everybody just have a good time (Yeah)
오늘 밤 집에서 파티 로커 다들 좋은 시간 보내세요 (예)
무대 위로 처음에 거북이 가방을 맨 남성이 비트에 맞춰 덤덤하게 셔플을 추며 돌아다닐 때 까지만 해도 관중석의 반응은 그저 밍밍했다.
- Shake That
흔들어!
그러나 EDM특유의 끌어 올라오는 흥이 폭발 하는 타이밍에 맞춰 숨어있던 관중들이 무대로 난입해 거북이 가방을 맨 남성 옆으로 다가가 플래쉬몹을 하듯 일제히 같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 뜨뜨뜨뜨 뜻뜨뜨 뜻뜨뜨뜻뜨뜻뜨!
20명이 일제히 같은 셔플을 추자 비워 뒀던 중앙에 금색 츄리닝을 입고 석진이 올라왔고 모두들 허리를 숙이자 단독 셔플이 시작됐다.
다들 작곡가인 석진에게 댄스에 대한 기대를 전혀하지 않은 상태,
그러나 카피댄스의 귀신답게 모두의 예상을 뒤엎을 춤선으로 흥겨운 비트에 무대는 클럽처럼 불타오르고 있었다.
- We just wanna see you...Shake that!
우리는 당신을보고 싶어 ... 흔들어!
Every day I'm shufflin'
매일 나는 셔플 린 해요
무대가 고요해지고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머라이어 캐리가 은색 츄리닝을 입고 올라와 함께 셔플 댄스를 추자 관객들은 이미 초토화 상태였다.
"와아아!!! 미쳤어!!!!!"
"이게 바로 미국 클럽이야!!!"
"세상에나 그녀가 춤을 춘다고!!??"
"심지어 너무 잘 추잖아!!"
금색 츄리닝과 은색 츄리닝의 완벽한 칼군무! 팝의 여왕이 댄스라니!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상황,
춤에 무아지경인 머라이어 캐리에게 금색 마이크를 건넸다.
- Get up, get down , put your hands up to the sound
일어나서 내려와 손을 소리에 올려
Get up, get down , put your hands up to the sound
일어나서 내려와 손을 소리에 올려
본인이 피처링 이라는 것을 잊은 그녀가 원곡의 키보다 훨씬 높은 키로 EDM의 최고치까지 흥을 끌어 올리자 사회자는 물론 관객들까지 전부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 And we gon' make you lose your mind (Put your hands up)
그리고 우린 네 마음을 잃게 만들거야 (손을 들어)
Everybody just have a good, good, good time
다들 좋은 시간, 좋은 시간 보내세요
Oh-oh-oh-oh-oh (Put your hands up)
Oh-oh-oh-oh-oh (손을 들어주세요)
스테이지에 녹초가 되어 다들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노래가 끝이 나자 객석에서는 프로그램 처음으로 기립 박수가 나왔고 그들의 함성이 우리를 격려했다.
"하악..컥! 누가 물 좀 줘바.."
"나..나도.."
무대 위 모두가 녹초가 되어 누워서 중얼 대자 작은 목발을 짚은 꼬마소녀가 볼에 시원한 물병 하나를 가져왔다.
"리디아! 괜찮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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