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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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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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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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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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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9

말고리아




DUMMY

“자신들은 악마에게 홀렸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부족장인 당신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사과의 말을 전해 달라고도 했습니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그리고 악마라니.. ”

하토르는 바키올라에게 사무친 원한이 커질 대로 커진 상태였지만 막상 그들이 죽었다니 크나큰 슬픔과 허탈감이 밀려왔다. 그들은 테스라 부족의 사냥꾼이자 전사였고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하루아침에 테스라 부족을 이끌어 가던 성인남성들이 모두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남아있는 사람들의 생계도 걱정거리였다. 거기다가 그들의 죽음, 결말이 영 석연치 않았다.

“유감입니다. 우리도 살생을 원치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죽기 전에 정신이 돌아왔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할까..”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군요.”

크론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말고리아 부족 그리고 테스라 부족의 사람들도 모두 충격을 받았다. 특히 테스라 부족의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통곡을 했다. 이 무슨 악재란 말인가.

“악마에게 홀렸다는 것은 대체 무슨 말이지요? 더 자세한 얘기는 없습니까?”

하토르가 애써 정신을 가다듬고 테오를 향해 물었다.

“음, 외지인이 한 명 왔다고 했어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는데 그와 얘기를 하고나서부터 자신들이 이상해졌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소녀 얘기를 했습니다. 소녀를 구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건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소녀?.. 에밀리는 어디에 있느냐?”

하토르가 머리에서 무엇인가 번쩍이는 듯한 느낌을 받고 에밀리를 찾았다.

“라빈, 에밀리 언니는 어디 갔어?”

키산드라가 항상 에밀리와 붙어 있었던 어린 여동생 라빈에게 다정히 물었다. 어른들의 말에는 관심 없이 엄마 옆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던 라빈이 입을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언니는 몸이 아프다고 누워 있겠다고 했어.”

“키산드라, 키리오스, 가서 에밀리를 불러 오거라.”

하토르가 마음속의 불안한 느낌을 감추며 아들들에게 말했다. 물을 한잔 들이키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흠, 이제껏 나온 얘기를 종합해 보면 무엇인가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 같군요.”

테스라 부족 사람들의 죽음은 그 일원들뿐만 아니라 말고리아에게 있어서도 운명을 가를 수 있는 큰일이었지만, 냉정하게 말해 크론빌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들 역시 왕자를 찾아야 하는 한시가 급한 일이 눈앞에 있었다. 자신들이 원하는 주제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 오웬이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다시 대화를 시작하였다.

“말하자면 그 괴물은 사람을 일부러 공격하거나 잡아먹거나 하지는 않는다는 말이군요.”

“음, 그런 것 같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무엇을 지키고 있다는 거겠지요. 야간에는 겟세이봉을 지키고 있는 것이고, 당신들의 얘기가 진실이라면 주야간을 따지지 않고 드래곤의 동굴이 있는 초승달 봉우리를 지키고 있다는 말인 것이지요. 제대로 확인을 하고자 한다면 저녁을 다 드시고 겟세이봉으로 올라가 보시면 될 겁니다.”

오웬 일행은 하토르의 말에 진저리를 쳤다. 목숨을 걸고 확인을 해 보고 싶은 맘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괴물은 제임스의 공격을 받고 절벽 아래로 떨어졌지만 시신은 찾을 수 없었다. 분명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 같았다. 제임스가 괴물에게 상처를 입혔을 때 바로 옆에서 본 것이 아니었기에 어느 정도의 상태인지 불분명했지만 그 전에 괴물이 보여준 위력과 공포를 생각하면 죽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제임스가 괴물에게 가한 타격은 피델루신의 힘을 빌린 위력적인 신공으로 극한의 냉기를 머금은 공격이라 상대방은 단순한 자상만 입는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먹혀들었다면 피와 살이 모두 안 쪽부터 얼어붙어 생명을 빼앗는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크론빌 기사들은 여전히 괴물이 죽지 않고 살아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조금 다른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적잖이 동요하고 있는 오웬 일행의 표정을 살피던 하토르가 말을 덧 붙였다.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요?”

“괴물이 우리를 공격했을 때는 그저 경고하는 듯한 느낌이었죠. 실제로도 괴물의 공격을 받고 크게 다친 이는 없었습니다. 꼬리를 한 번 내리친 것뿐이었어요. 물론 그로 인해 우리가 받은 충격은 너무나 크긴 했습니다. 그런데 당신들에게는 살기를 띠고 공격을 했다는 말입니다. 제 아들 녀석에게 듣기로는 많은 이들이 죽었다지요. 그것도 집요하게 끝까지 쫒아가면서까지.. 즉 괴물의 의도 자체가 달랐다는 겁니다. 한 쪽에게는 경고였고 다른 한 쪽은 살해, 말살이 목적이었던 것이지요.”

“음, 그렇군요.”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점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어째서입니까?”

“아까 얘기했다시피 괴물이 지키려고 하는 것은 겟세이봉에도 있고 신들의 봉에도 있다는 결론에 닿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괴물이 지키려는 것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것이 목적이 아닌 채 그 주변에 간 것이었죠. 하지만 당신들은 아마도 괴물이 지키려는 것을 해하려는 목적이었죠. 그리고 판단하건데 괴물은 정확히 그 의도를 파악하고 있던 것처럼 보입니다.”

“과연, 그렇게 볼 수 있겠군요.”

하토르의 추측이 정확한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그의 상황 판단력은 굉장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이었다. 이렇게 내려진 결론은 크론빌에게는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드래곤만으로도 벅찬 상대인데 그것을 수호하는 괴물까지 있다는 말이다. 애초에 원정대가 아닌 기사단 전체가 투입되어 치밀한 전술과 전략 하에 괴물과 드래곤을 상대했어야 한 건지도 모른다. 처음 원정대의 선발인원이 구성되었을 때는 이조차 너무 과하다는 생각을 했던 크론빌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은 너무도 초라하게 빗나갔다.

“하토르, 이 분들께 대대로 내려오는 경고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 드리는 게 어떤가?”

가만히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말고리아의 최고 연장자인 빅터 영감이 나서서 말했다.

“흠, 정말 그게 사실이었단 걸까요? 그건 영감께서 직접 말씀해 주시지요.”

“네, 부탁드립니다. 영감님. 어떤 사소한 이야기라도 좋으니 들려주세요.”

오웬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빅터 영감에게 간청했다.

“좋소이다. 우리 말고리아에서는 대대로 초승달 봉우리에는 근접하지 말라는 경고가 있습니다. 우리 부족장인 하토르 군은 그런 것에는 흥미가 없지만 말입니다.”

“훗, 빅터 영감. 제가 오늘 제대로 걸린 것 같군요.”

빅터가 하토르에게 다소 짓궂게 얘기하고는 이어서 말했다.

“우리 마을에는 대대로 초승달 봉우리, 그 곳에는 우리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있고 그 존재는 방문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소. 여기에는 추가되는 설명도 없소. 그저 이것이 우리 먼 선조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얘기랍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나 역시 의문을 가진 일이었고 진정으로 믿은 적이 없는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됐군.”

빅터의 첨언까지 모든 설명을 다 듣고 나니 오웬의 의문이 많이 해소되었다. 말고리아에는 드래곤을 지키는, 자신들을 처참히 뭉개버린 수호신이 있다는 것과 드래곤은 신들의 봉, 그 중에서도 초승달 봉우리에 봉인되어 있는 게 확실해 보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겟세이봉에는 또 다른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 곳은 그저 수호신이 기거하는 영역이기에 접근하는 사람에게 물러가라는 경고를 한 것인가? 오웬은 머릿속으로 말고리아 부족에게 들은 내용을 정리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겟세이봉까지 영역을 넓혀 생각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은 왕자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이고 그 다음일은 크론빌에 돌아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빅터 영감, 하토르 족장, 당신들의 조언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별 말씀을요. 보답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내일 당신들의 왕자님을 찾을 때 우리 쪽에서 산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지원해 드릴 테니 당신들 중에서 한 명이 우리와 같이 테스라 마을에 같이 가 주실 수 있습니까?”

“좋습니다. 테스라 마을에는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어차피 부상 중이라 왕자님의 수색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괜찮겠지요, 오웬 경?”

바론이 하토르의 제안에 바로 대답하였다. 제임스와 데미안을 수색하기 위해 말고리아 부족에게 도움을 부탁해도 부족할 판에 하토르가 먼저 나서서 제안해 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오웬이 만족해하며 화답했다.

“좋습니다. 바론 경이 이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마을의 상황을 보여드리고 이해시켜드리면 좋겠군요.”

그 때 에밀리를 찾으러 갔던 키산드라 형제가 광장으로 헐레벌떡 뛰어오며 크게 외쳤다.

“아버지, 에밀리가 보이지 않아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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