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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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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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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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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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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준비 2

말고리아




DUMMY

“오웬 경, 귀공의 말씀이 맞습니다. 섣불리 병력을 나누어 전력을 약화시킬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제임스는 말을 이어가다가 잠시 멈췄다. 말을 하다 보니 이 사안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으로 정리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게 됐는데, 제임스의 생각을 미리 예측한 오웬이 선수를 쳤다는 느낌이 이제 서야 들었다. 제임스는 잠깐 망설이다가 여과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해버렸다.

“우리가 필요 이상으로 놈들에게 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우리는 대 크론빌의 정예기사들입니다. 그 누구도 우리의 상대가 될 수는 없어요.. 물론, 조심한다고 나쁠 건 없겠지만 말입니다.. 흠, 그나저나 봉인장소 근처까지 접근한다 치면 그곳이 봉인장소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하지요?”

제임스의 말에 오웬이 속으로 살짝 미소 지었다. 제임스를 오랫동안 봐 왔던 오웬은 크론빌의 왕자가 다른 건 몰라도 무공에 있어서만큼은 스스로와 크론빌에 대해 엄청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제임스가 자신이 이끌고 있는 이 원정대가 큰 어려움 없이 드래곤을 찾아 제압하는 것을 낙관하고 있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륜과 지식으로 무장되어 있는 오웬이 보기에, 이번 원정은 그리 만만한 것이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기습적으로 나서서 제임스의 생각을 환기시켜준 것이었다. 그리고 제임스는 보기 좋게 자신의 그물에 걸려 병력을 나누는 일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게 되었다. 이제 오웬은 더 이상 병력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 없이 자연스레 화제를 전환하게 되었다.

“봉인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원리가 비슷합니다. 특히 이 정도로 위험한 생물을 봉인하려 한다면 네 가지 단계의 마법은 반드시 사용했을 것입니다.”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네, 왕자님. 봉인은 쉽게 볼 수 없는 마법이지만 굉장히 위험하면서도 흥미로운 것이지요. 아무튼 설명을 이어드리면, 봉인의 1단계는 피시전자, 즉 봉인을 시키려는 대상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입니다. 기의 흐름을 엉켜놓게 하거나 정신적으로 혼란 상태에 빠트리게 하는 등의 방법이 주로 쓰입니다. 다음으로 2단계는 대상의 의식을 끊어 놓는 마법입니다. 1단계와 비슷한 성격이지만 그것을 조금 더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즉, 쉽게 말하면 잠든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이 두 단계의 작업은 경우에 따라서는 하나로 줄어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드래곤을 봉인했다면 분명 두 가지 단계를 다 사용했을 것입니다.”

“드래곤은 워낙 강력한 생물이니, 분명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이라고 가정하시는 것이고요?”

제임스가 다시 한 번 오웬의 말을 정리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신적으로 상대방을 무력화 시킨 다음에 행하는 마법이 3단계와 4단계 과정입니다. 그리고 이 단계의 마법을 수행하려면 필요조건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은신처입니다. 은신처, 즉 동굴이나 지하에 형성되어 있는 커다란 빈 공간들이 필요한 것입니다. 사람이라면 조그마한 관으로도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상대가 드래곤이라면 인적이 드문 곳에 위치한 커다란 동굴 같은 곳이 최적의 장소이겠지요. 이런 장소가 없다면 아무리 피시전자의 의식을 끊어 놓는다 해도 외부의 간섭이나 충격에 의해 봉인이 풀릴 수도 있고 3단계와 4단계의 마법을 수행하는 데 엄청난 마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사실 상 인간의 능력을 까마득히 초월하는 일이 된다는 것이지요.”

오웬이 한 호흡을 쉬며 제임스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표정을 살폈다. 제임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질문이 없자 오웬이 다시 이어갔다.

“즉, 3단계의 마법은 동굴 같은 은신처의 틈새들을 막아 완벽에 가까운 밀폐공간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틈새를 막는다는 것은 바위나 돌멩이 같은 걸로 입구를 막는다는 의미입니까?”

“물론 물리적으로도 입구를 막아버려 은신을 시킨다면 더욱 효과적이겠지만 그것과는 다른 성질의 것입니다. 이것은 눈으로는 식별할 수는 없는 마법의 영역을 말하는 것인데, 3단계로는 두 가지의 목적을 실현시킬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봉인대상자가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고 식별할 수 없게끔 만드는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물리적인 실제의 동굴 같은 것을 활용해서 밀폐된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밀폐된 공간에서는 피시전자가 움직일 수가 없게 됩니다. 이 공간에는 공기, 물과 같은 어떠한 매개체도 존재하지 않아서 에너지를 만들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호오, 3단계의 마법을 시전하려면 엄청난 능력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사실 봉인술에서 가장 어렵고 핵심적인 단계가 바로 이 3단계의 마법입니다. 이것을 수행할 수 있는 마법사는 역사적으로 위대했던 대마법사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랍니다.”

오웬의 대답에 제임스도 조금 놀랐다.

“우리가 찾는 드래곤도 이런 봉인마법이 모두 적용되었다고 가정하면 당연히도 대단히 뛰어난 마법사가 드래곤을 봉인했겠군요. 그게 누구였을까요? 그리고 오웬 경은 이 마법을 시전하실 수 없는 건가요?”

제임스의 질문에 오웬이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네, 사실 지금으로서는 어떤 연유에 의해 봉인이 되었고 어떤 위대한 마법사가 시행했는지 알 길은 없습니다. 실제 드래곤을 발견하게 된다면 어떤 단서를 얻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저는 봉인마법을 시도해 본 적이 없습니다만, 성공하려면 꽤 오랜 기간의 수련이 필요할 듯합니다.”

“그렇군요. 오웬 경에게도 쉽지 않은 마법이라니..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4단계는 무엇입니까?”

“네, 마지막 네 번째 단계는, 두 번째 단계가 그랬듯이 앞선 세 번째 단계의 마법을 보완하고 강화시켜 주는 마법입니다. 그 누군가가 봉인장소의 위치를 특정하고 마법을 해제시키려 해도, 혹은 봉인 대상이 잠에서 깨어나고 초인적인 힘으로 3단계의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하더라도 결코 빠져나갈 수 없게끔 막을 쳐 놓는 것이지요. 즉, 강력한 마법감옥을 만들었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마지막 단계의 것은 때로는 오히려 봉인장소를 눈에 띄게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4단계의 마법은 마법사의 염력이 외부로 노출되기 때문인데, 대마법사라면 그 이질감을 쉽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 역시 봉인을 시전했다면 마지막 4단계의 봉인마법까지 반드시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 이유 역시 2단계의 것과 동일한 것인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상대가 드래곤이기 때문이죠. 즉, 누군가 드래곤을 봉인시켜 놓았다는 것을 눈치 챘다고 하더라도 그것보다는 더욱 완벽하게 드래곤을 봉인시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봉인마법의 시전자가 아니라 봉인대상자의 힘, 여기서는 드래곤이 되겠지요. 즉, 드래곤에 필적할 만한 능력이 있어야 봉인을 해제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설령, 봉인장소를 들켰다 하더라도 쉽게 봉인을 풀어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웬이 자세하게 봉인마법에 관해 설명을 했다. 청자들의 대부분은 주로 무공만을 사용하는 기사들이었으므로 꽤 흥미롭게 그의 말을 경청하였다.

“그렇다면 우리는 4단계의 봉인마법을 모두 시전하였을 것이라는 가정 하에 수색을 시작하면 되는 것이군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 것은, 남쪽 해안의 드래곤의 봉인이 풀린 것은 어떻게 이해하면 됩니까? 그 드래곤과 필적한 힘을 가진 자가 봉인을 풀었다고 봐야 하는 것입니까?”

“일단은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특수한 능력을 가진 자라면 힘의 크기와 관계없이도 봉인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공간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아는 자들입니다. 공간을 새로 만들기도 하고 균열을 일으킬 수도 있으며 그 안을 손쉽게 들랄 날락 하는 능력자들이지요.”

“거기에 특화된 자들이 따로 있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그건 그것대로 엄청난 능력이군요.”

“맞습니다. 힘의 크기와 상관없이 그런 것만을 특기로 하는 자들이 있다고는 하는데, 사실 저도 실제로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드문 경우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랍니다. 아무튼 이런 전제들 때문에 저와 제 수제자인 이안이 선두에 서서 봉인장소를 감지할 것입니다. 앞서 테오 단장이 말씀드린 대로 말고리아 산맥의 입구까지는 마법진을 설치했습니다. 내일 새벽에 숙소 중앙에 설치된 마법진을 통하여 출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말고리아에 도착한 후에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겟세이봉 방향으로 수색을 벌여나가면 될 것입니다.”

“좋소. 이것으로 우리의 전략은 세워졌군. 다들 만반의 준비를 하여 새벽에 출발하도록 합시다. 다른 할 말이 있습니까?”

제임스는 잠깐 뜸을 들여 좌중을 돌아보았다.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미지의 생명체와의 격돌이 바로 내일로 다가왔지만 3명의 리갈 마스터와 대마법사가 함께 하는 자리에 두려울 것은 없어보였다. 크론빌 기사들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새벽에 보도록 합시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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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준비 2 22.01.04 2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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