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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버려진 세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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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고리아
작품등록일 :
2021.09.22 12:58
최근연재일 :
2022.08.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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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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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83

작성
22.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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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 2

말고리아




DUMMY

키리오스가 눈을 크게 뜨고, ‘은색 머리’라고 지칭한 크론빌의 왕자 제임스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머리카락의 길이를 빼면 훤칠한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가 꿈속의 남자와 닮은 것 같기도 했지만, 꿈속의 남자는 조금 더 무표정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났던 것 같기도 해서 확신하고 말할 수가 없었다. 키리오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포기해 버리고는 조금 멋쩍기도 해서 화제를 돌렸다.

“잘 모르겠어!.. 그나저나 형! 지금 이 상황을 아버지에게 말해야 할까? 시간이 꽤 지나서 아버지도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지금은 섣불리 돌아가기에는 좋지 않은 시기야. 이 치들이 보통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 어설프게 움직였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큰 낭패일 테니까 조금 더 지켜보는 게 좋겠어.”

“다른 사람 목소리는 멀어서 잘 들리지 않는데 저 할아버지 목소리는 정말 또렷이 잘 들리는 것도 신기해. 무슨 마법을 부리는 걸까?”

“너 기억나지 않아? 우리 2년 전에 소르비르에 갔을 때 말이야. 그 곳에는 마법사들이 많아서 저자와 비슷한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았잖아. 모자 달린 망토라고 하는 좀 수상쩍어 보이는 옷 말이야. 그리고 아까 분명히 ‘소르비르의 전우’라고 얘기한 것 들었지?”

“아, 맞아. 분명히 들었어. 그렇다면 저 독수리를 타고 날아다니는 사람들은 소르비르에서 온 것이고 저 큰 목소리의 마법사 할아버지는 다른 나라에서 무엇인가 목적을 가지고 이 곳에 왔다는 말일까?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서 소르비르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는 것이구?”

“응, 그런 것 같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조금 무례한 사람들이다, 형. 우리처럼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저들의 행동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데 말이야. 아무렇지 않게 이 곳에 와서는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 우리 마을에 찾아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어야 하지 않을까?”

“후후, 그래 맞는 말이야.”

키산드라는 새삼스레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은 당당히 입 밖으로 말할 줄 알고 나름대로 사리분별도 정확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형제는 조금 더 지켜보다가 이 낯선 행인들이 소르비르의 독수리를 얻어 타고 이동하기 시작하면 고개 밑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마침내 독수리들이 빠른 속도로 하늘에서 내려왔다. 몸집에 맞게 큰 부리와 발톱을 가지고 있는 독수리를 멀리서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사람이 그 옆에 서니 녀석들이 얼마나 큰 지 더욱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정말 멋진데. 나도 한 마리 가지고 싶다. 저 놈이 있으면 겟세이봉도 눈 깜짝할 새에 올라갈 수 있겠어.”

독수리들은 재빠르게 내려왔다 싶었는데 이내 크론빌 원정대 40여명을 태우고 다시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내려가 보자, 키리오스.”

두 형제가 크론빌 기사들이 있던 자리까지 내려왔을 때 크론빌 원정대는 이미 초승달 봉우리 근처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안개가 자욱이 끼었다가 지금은 또 서서히 걷혀 가고 있었는데, 그것이 독수리의 날갯짓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형제는 잠시 말없이 저 멀리 보이는 신들의 봉우리를 응시했다.

“초승달 봉우리.. 빅터 영감이 절대 가지 말라고 했던 봉우리가 저 곳이었지 아마?”

“응. 기억나. 우리가 가려고 해도 갈 수도 없는 곳인데.. 무조건 가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었지. 왜 가지 말라는 것이냐고 물으면 대대로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가지 말라고 했다는 대답이었지.”

“하하하, 맞아. 키리오스. 우리 아버지는 그런 말씀은 하지 않으셨지만 말이야.”

하토르는 현실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다른 말고리아 부족 사람과 마찬가지로 어린 시절부터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온갖 신화나 전설을 많이 들었지만 그런 것들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는 말고리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큰 도시와 문명을 동경하기도 했다. 그래서 가끔이지만 그 곳에 아들들을 데리고 나가 세상구경을 시켜주기도 했고 산에서 채취한 열매나 사슴의 가죽 등을 모아 도시에서 거래하기도 했다. 5년 전 하토르가 부족장이 된 이후부터 그런 일들은 더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자연스럽게 전설이나 신화보다 현실에 집중하는 아버지의 성향을 자식들도 이어받을 법 하지만 키산드라 형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모험심과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그들에게는 평범함을 크게 넘어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이 형제에게 있어 도시의 화려함과 문명, 그리고 문화의 차이를 경험하는 일은 물론 흥미로웠지만, 그것보다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무엇인가 심장박동이 용솟음 치고 짜릿한 자극이 온몸을 휘감을 만한 것들을 훨씬 더 갈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와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충격적인 장면이 다시 눈앞에서 펼쳐졌다.


“꺄아악, 꺄아악!”

크론빌 원정대 사십 여명이 독수리 위에 몸을 싣고 초승달 봉우리에 다다를 무렵, 그들의 뒤를 좆아 한 마리의 짐승이 하늘로 떠올랐다. 깎아지른 절벽을 어떻게 타고 신들의 봉까지 올라왔는지, 혹은 원래부터 이 봉 위에서 살고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짐승은 바위처럼 거대했고, 공기처럼 가벼웠으며, 바람처럼 빨랐다.

그리고 이 바람은 속도를 줄이기는커녕 더욱 가속하여 하늘을 향했고 그대로 가장 뒤에 위치한 크론빌 기사를 향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앞발을 휘둘렀다. 급작스런 공격을 받은 크론빌 기사는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른 채 그대로 몸이 두 동강이 났고 짐승은 놀랍게도 화려한 몸놀림으로 다음 동작에서 기수가 없어진 독수리를 밟고 다시 도약하였다. 짐승이 이와 같은 연속동작으로 대오의 끝에서 점점 앞으로 이동하며 공격을 이어가자 순식간에 10명의 기사들이 세상을 등지게 됐다. 극히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커다란 몸집의 짐승이 펼치는 가공할만한 기습공격에 기사들은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내어 놓고 있었다.

“아아악!”

“괴, 괴물이다!”

원정대의 사분의 일이 목숨을 잃고 난 후 그제 서야 뒤쪽에서 퍼지는 사람의 비명소리와 독수리 떼의 울음소리를 듣게 된 앞 쪽의 기사들은, 상황이 바로 파악되진 않았지만 위험을 감지하고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 괴물은 다음 목표에 닿지 못할 것을 느꼈는지 눈빛을 먹잇감들에게 고정 한 채로 아래의 절벽을 향해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머지않아 봉우리 밑에 껴 있는 짙은 안개가 괴물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그 모습을 목격한 몇몇의 기사들은 엄습한 공포에 몸이 얼어붙어버렸다.

“모두들! 더, 더 높이 올라가시오!”

부대의 중앙에 위치했던 바론이 큰 소리로 외쳤다. 원정대는 그의 말대로 공중으로 더 높이 올라갔고 산개하여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대형을 유지했다.

“바론 경, 무슨 일이오?”

가장 앞선 위치에 있던 제임스가 뒤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지 못한 채 물었다. 바로 코앞에 초승달 봉우리가 보였고, 봉우리의 꼭대기 조금 아래에 거대한 동굴도 발견한 상태였다. 이제 막 동굴을 향해 착지하려고 하던 참에 갑자기 목적지를 등지고 하늘 높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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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희생 8 22.04.30 18 0 8쪽
49 희생 7 22.04.23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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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조우 4 22.03.01 1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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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마음의 준비 2 22.01.04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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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소녀 7 21.12.29 2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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